경복궁 마루 밑 - 눈물이 찔끔 가슴이 두근 005
심상우 지음, 한병호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한적하고 고즈넉한 장소로, 가끔 사극의 무대로 활용되거나 그저 우리 옛 임금들이 살았던 공간으로서 경복궁을 받아들이던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함원전이니 하향정이니 협길당, 집옥재 같이 경복궁을 샅샅이 휘저으면서 돌아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것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키려는 의도는 다분하지만 그다지 밀어내고 싶지 않을 만큼의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또 한가지, 어두컴컴하고 음침하고, 뽀얀 먼지 틈으로 고개를 들이밀면 어릴 적 잃어버린 고무신이나 구슬 몇 개, 시퍼렇게 번뜩이는 고양이의 눈을 마주하게 될 것 같은 마루 밑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켰다는 게 또 흥미를 끄는 요소이다.

이런 작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동화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 작가 사토 사토루가 지은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이야기에서는 코로보쿠루라는 작은 이가 나오는데 이들도 역시 자신들이 사는 곳을 인간에게 들키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자신들을 보려고 하고 그들의 존재를 믿는 특정한 인물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은 영화 '보거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거짓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보거스는 엄마를 잃은 한 소년에게 나타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외로움을 달래주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주인공 소년만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결국 이모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가족의 울타리로 돌아간 소년에게 보거스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보거스는 다른 대상을 찾아 떠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은별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쿠쿠와 투투도 은별이가 용기를 갖고 미친 개 삼총사에게 대항해 결국 자유와 행복을 찾은 후에 떠나게 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 반에 우리 학교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왕따를 당하는 아이와 괴롭히는 아이들의 문제를 경복궁 마루밑에 사는 작은 이들의 이야기와 섞어 흥미진진하게 끌어가고 있어 한 번 손에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더불어 경복궁에서 일어났던 민비시해사건 같은 역사적인 이야기와 은별이의 아버지 입을 통해 나오는 경복궁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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