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귀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3
쎄르쥬 뻬레즈 지음, 박은영 옮김, 문병성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읽다가 문득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가 생각이 났다.

식구들 모두에게 이해와 사랑을 받지 못한 제제.

레이몽과 제제는 그렇게 닮아 있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도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심한 핍박을 받으며 살았으니 오죽하면 부모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랄까.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공부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들을 다그치기 일쑤다.

 

공부를 해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된단다. 열심히 공부해라..

가끔씩 방송매체에서 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볼 때만 생각난듯

“그래, 튼튼한 게 제일이지.”

그리고는 또다시 공부 열병으로 돌아온다 .

 

공부를 잘 하는 아이나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이나 할 것 없이,

 

그 아이가 뭘 잘 하는지는 전혀 상관없이 그저 공부에 매달리기를 원하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낙오자 같은 취급을 하기 일쑤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구두 만드는 사람, 빵 만드는 사람, 사람을 편안하게 웃기는 사람, 청소를 하는 사람,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 음식을 만드는 사람, 잡다한 일을 봐주는 사람,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 농사를 짓는 사람, 정치를 하는 사람이 모두 필요한데

 

우리는 왜 모든 아이들에게 공부가 전부인 양, 그걸 못 하면 사람 구실도 못하는 것처럼 몰아댈까?

나도 그런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지금은 공부할 시기니까 공부를 해야 한다고.

그래서 이 다음에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를 수 있으려면 힘들어도 지금은 공부에 치중해야 한다고

 

나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어른들이다.

 

자신들도 그렇게 공부만 죽어라고 하는 걸 싫어했으면서도

어른이 되면 아이 적의 모든 생각들이 사라져버리는가보다.


다른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지진아 반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정에

레이몽의 아빠는 체면 때문에 그럴 수는 없노라고, 돼지 한 마리를 주기로 하고 선생님과 밀약을 맺는다.

 

주기로 한 돼지는 남의 농장에서 훔친 뒤 그 댓가를 레이몽을 흠씬 두들기는 걸로 갚으려는 아빠.

 

그걸 말리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기면서 동생만을 감싸고 도는 엄마.

레이몽은 집을 떠나기로 결심을 하지만 그때 마침 유일하게 레이몽을 이해해주는 빵집 아저씨가

 

조수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바람에 레이몽에게도 희망이 보인다.

그렇지만 다음 날, 그렇게 기다려도 빵집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는다. 영원히 가버린 것이다.

제제의 뽀르뚜까 아저씨가 사고로 영원히 떠나버린 것처럼.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만 레이몽에게는 그것조차 허락이 안 되었던 것.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비명이 계속 터져나오는 걸 느낄 수 있다.

3부작이라고 하니 나머지 이야기들도 모두 읽고 싶다.

레이몽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떠나버린 빵집 아저씨처럼 또다시 레이몽을 이해해줄 누군가가 나타났으면 정말 좋겠다.

* 5학년 이후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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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왕국 동화는 내 친구 51
조안 에이킨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얀 피엔코프스키 그림 / 논장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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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우리가 잘 모르는 우크라이나 지방의 신화와 민담을 바탕으로 썼다 한다.

손이 잘라지거나 불에 태우거나 하는 등의 잔혹한 면이 있어서 너무 어린 아이들과 읽기엔

거북한 면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로 보면 굉장히 신비로운 부분들이 많아서 흥미롭다.

짧은 이야기 11편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직접 읽으라고 하기보다는 읽어주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을 분량이다.

그림이 너무 근사해서 그림 만을 따로 떼어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 책을 잘 읽는 1학년부터 읽어도 좋지만, 어휘라든가 이야기의 짜임이나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3학년 이상부터 읽는 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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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져라 너구리> 서평단 알림
행복해져라 너구리 파랑새 사과문고 62
이상규 그림, 이미애 글 / 파랑새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의 바람대로 난 책장을 덮은 후 혼잣말로

"행복해져라 너구리야!" 하고 가만가만 이야기했다.

<행복한 강아지 뭉치>에서도 동물에 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나더니

작가는 아무래도 동물에게 관심이 많은가보다.

 

엄마, 아빠를 슬프게 떠나보낸 뒤 형들과 헤어져 동생 흰눈이를 보살피는 듬직한 꼬리별과

도시에서 만났지만 기꺼이 그들을 돕는 친구 초롱이와 폼생이.

온통 흰 털과 붉은 눈을 갖고 태어난 흰눈이를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동물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리저리 재보는 신중한 꼬리별.

등장인물들이 모두 토종너구리인데 내 기억에도 '라쿤'이라는 미국너구리의 이미지가 강렬해서

개와 비슷하다는 설명 이외에 특별할 게 없어 그림을 유심히 살펴봤으나

꼬리 이외에 다른 점을 발견할 수가 없으니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기껏 라쿤과 다르다고 했으니 아이들이 행여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면 대답해 줄 말이 곤궁해서

인터넷을 뒤져보기까지 했다.

너구리의 습성이나 식성에 대한 새로운 점을 알게 되어 재미있었지만

모두들 선이 강렬한  라쿤에 익숙한 터이니 

우리 토종너구리에 대한 묘사가 좀더 자세했으면 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점점 사라져가는 동물과 식물에 대해 한 번 쯤 더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좋고

우리가 지구의 주인도 아니면서 동물과 식물의 터전까지 마구 빼앗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좋지만

산이 개발되면서 갈 곳이 없어진 동물들의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에 갇힌 다른 동물들의 모습을 진짜 사는 게 아닌 것처럼 기운없고 활기를 잃어버린 듯 그리다가

흰눈이를 결국 동물원에서 지내도록 만든 것은 희귀한 것을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인간의 욕심을 드러내고 싶어서였을까?

결말이 아쉽다. 그래도 흰눈이를 제외한 토종너구리들이 다시 산으로 들어가 야생 너구리의 삶을 택하는 부분이 좋았다.


3학년 이후 친구들이 읽으면 좋겠다.

 <서평단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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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소녀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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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파괴하는 건 궁극적으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치유하는 건 역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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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피부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유혜경 옮김 / 들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일랜드와 영국이 전쟁으로 끊임없이 서로를 들볶던 무렵

고아인 '나'는 온순하고 고분고분한 영국의 프롤레타리아로

개조하는 임무를 띤 블랙손학교에 가게 되고 거기서

해상병참기술자가 된다.

그후 후견인인 톰을 만나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배우게 되지만

갑자기 톰이 죽어버리고 난후 공화국 군대에 들어가고

평등한 다른 세상의 전주곡이 될 거라 믿었던 아일랜드의 해방이

눈앞에 보이지만 지도자들은 영국의 압제를 뒤따르기 시작한다.

이 압제에 맞서 또다른 시민전쟁이 일어나자 

이런  폭력의 악순환이 난무하는 세상에 남아 있지 않기로 결심하고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섬으로 기상관 자리를 자청하고 나선다.

 

전임 기상관은 찾아도 보이지 않고 등대를 요새처럼 만들어놓은

적대적인 등대지기 바티스가 있을 뿐인 황량한 섬.

그 알 수 없는 섬뜩함은 밤이 되자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선장이 호의를 베풀어 주고 간 총과 탄약이 없었다면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었을 긴 밤.

일 년이나 그렇게 밤마다 힘든 시간을 보낸 후

거짓말처럼 바티스는 사라지고 환상을 보듯 후임 기상관이 찾아와

'나'와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

되풀이되는 나와 후임 기상관의 행동들은 작가의 말대로

"사람은 복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의 노예!"

 

 

인간의 욕망이란 건 마치 소리 없는 방귀처럼 시끄럽지는 않아도

자꾸만 나를 일깨워 알아차리게 만들고 그걸 따르게 하는 걸까?

인간의 불행을 영속시키는 폭력의 안순환이 난무하는 세상에

남아 있지 않기 위해 기꺼이 섬으로 갔지만

결국 '나'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폭력으로 던져졌다.

후임자가 타고 온 배에 승선하면 다시 인간세상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거기서 찾은 사랑을 놓을 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사랑이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사랑을 해본 사람들만이 믿는다.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던 내가 그 섬에서 사랑이라는 희망을찾았기에

다시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기 싫었던 게다.

 

 

꿩은 두려워지면 숲에 머리를 박고 숨는다고 한다.

자기만 그 두려움을 안 보면 된다는 아주 귀여운 발상인 셈인데

그걸 비웃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현실에 마주하기 보다는

뒤로 숨어 그것이 나를 비켜 지나가기를 기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생존의 위협이 삶을 열정적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움직이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하는

불안감이 열정적인 것으로 비춰지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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