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專門家
-기형도
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이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는
그 유리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끼우면 되지
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유리를 깬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이상한 표정을 짓던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곧 즐거워했다
견고한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
주장하는 아이는, 그 아름다운
골목에서 즉시 추방되었다
유리담장은 매일같이 깨어졌다
필요한 시일이 지난 후,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충실한 그의 부하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유리담장을 떼어냈을 때, 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
우리 동네 이름은 무궁화마을이었다.
지금은 부천에 가면 라일락마을이니, 행복한 마을이니,
다정한 마을이니 하는 동네 이름이 낯설지 않지만
그 당시만 해도 우리 동네 이름은 특이한 축에 속했다.
딱 마흔 두 가구가 사는 그 마을에서 우리 집은 18호였다.
처음엔,
무슨 집에 호수가 붙어져 있냐고, 죄수 번호 같다고 했는데
지어질 무렵 경찰주택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우리 동네는 도둑이 없었다.
어릴 때 여느 애들과 똑같이 놀기를 좋아했던 나는
보자기 하나 목에 두르고 늘 담장에서 뛰어내리는 모험을 즐긴 나는
햇빛 어룽어룽 반짝거리는 큰 길보다는
조금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듯 보이는
서늘한 골목에서 논 기억이 많다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입구에는
커다란 복숭아나무가 있었고
집집마다 심어 놓은 무궁화나무가 삐죽 머리를 내놓고
밖을 정찰하고 있었다
늘 문을 열어두고 살아서 숨바꼭질을 할 때도
남의 집, 우리 집 차이를 두지 않고 들락거려
술래가 된 아이는 반 나절을 꼬박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이렇게 유리담장을 한 골목이 있다면 무얼 하고 놀았을까?
낙서하기 딱 좋게 생겼으므로 크레파스로 떡칠을 했을 수도,
거울을 써서 반사하기 놀이를 했을 수도,
그래도 제일 하고 싶은 건 역시
그 유리를 깨뜨리는 일이었을 것 같다.
유리가 와장창 깨지는 그 통쾌한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괜찮다. 얘야.
유리를 다시 끼워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도 어린 시절 그렇게 노는 걸 좋아했음에도
노느라 자기 할 일 못하고 늦게 돌아다닌 아이에게 화가 나서
매를 대고 화를 참지 못해 죽비가 깨지도록 상을 내리쳤다.
상에도 흠집이남고 죽비는 박살이 났다.
나는 우울한 기분인데 아이는 벌써 어제 일은 잊은 얼굴이다.
밥을 먹으면서 뭐라 해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그냥 학교에 보냈다.
나는 전문가가 되려면 멀었다
부모가 되는 일,
아이를 키우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일이다.
오늘은 기다렸다가 이 말을 꼭 해야겠다.
괜찮다. 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