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사 이야기 1>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국 과학사 이야기 1 - 카이스트 신동원 교수님이 들려주는 하늘과 땅의 과학 한국 과학사 이야기 1
신동원 지음, 임익종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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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여름 휴가 때 경주에 다녀왔는데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꼼꼼하게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빼놓지 않고 간 곳이 바로 첨성대였다. 몇 해 전에도 다녀온 곳이라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놀랄 일도, 못마땅한 듯 한쪽 귀퉁이가 기울어진 그 모습도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으나 뜨거운 해를 피해 그 옆에 설치된 영상관에서 비교적 자세한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나름대로 수확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아는 걸 만나면 반가운 법인지라, 과학사라는 무거운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책안에서 첨성대를 만나니 마음껏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내가 아는 척을 한 것은 겨우 몇 가지 뿐이고 나머지는 다 새로운 것들이다. 방대한 자료에 또 한 번 감탄!
 남아 있는 천문대 중 가장 오래 되었다는 첨성대지만100년전에는 논밭 한가운데 초라하게 서있는 모습이나, 첨성대에 올라가고 걸터앉은 1921년 수학여행 사진을 보니 좀더 관리가 허술했거나 유물에 관한 인식이 없었더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개발이라는 논리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많은 유적들도 어지럽게 머릿속을 날아다녔다.

 

 일식 예보가 15분 틀렸다고 곤장을 친 세종대왕과 그 부름에 응해 활동했던 장영실, 이천, 김담, 이순지, 정흠지, 정인지 같은 이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중국의 표준시와 중국이 천문학을 들여와 쓰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뭔가에 미친 사람들은 정말 아름답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인물들이 비로소 책에서 튀어나와 기지개를 켜는 순간이다. 지나친 국수주의는 위험하지만 자기 것이 좋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자명종 기능이 있었던 자격루, 별을 새긴 고인돌, 만원짜리에 인쇄되어 있어 매일 볼 수 있으면서도 그냥 지나친 천상열차분야지도, 200년 관측자료가 남아있는 측우기, 심지어 편경이나 편종 같은 악기에까지 과학이 적용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다.

 

 작가는 이 책을 6학년인 딸을 대상으로 삼아 썼기 때문에 꼼꼼한 설명이나 많은 사진 자료, 어려운 낱말 정리와 빈번하게 나오는 한자에 대한  풀이까지 신경쓴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과학에 어느 정도 기본적인 정보를 갖고 있거나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아니라면 읽다가 덮어놓을 수도 있다. 한 번에 쭉 읽어내려가는 것도 좋지만 그때그때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는 것도 좋다. 뒷부분에 친절하게도 '찾아보기'까지 있으니 사전으로서의 기능도 충분하다.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라고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책상 옆에 두고 천천히 다시 읽기를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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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철수맨이 나타났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 내가 물건을 잘 사야 지구가 건강해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세종도서)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14
정원곽 외 지음, 이상미 그림 / 상수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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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해서 자주 마시는 편인데 어떤 건 커피콩을 너무 볶아 탄 맛이 지배적인가 하면, 언제 볶았는지 신선한 향이 다 날아가 타이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어찌나 비싼지 점심값보다 훨씬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 된장녀니 뭐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서 정신 나간 사람들 취급을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  '아름다운 커피'를 만났다.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였는데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하면서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니 중간상인의 배만 불리는 나쁜 고리를 끊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커피인 셈이다. 좋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섞여 있어 그런지 커피 맛도 훨씬 부드럽고 좋다. 아름다운 커피를 시작으로 나는 윤리적 소비에 눈을 떴지만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일은 역부족이었다. 자료도 부족할 뿐더러 요령있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이 내 고민을 덜어주었다.

 

 윤리적 소비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우리들의 알 권리를 채워주고, 친환경 농업이 좋은 까닭과 이렇게 서로 배려하는 사회의 이로움이 결국은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유전자변형식품의 유해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우리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마라.'
어릴 때부터 흔히 듣던 말이다. 그때는 밥을 깨작거리거나,  던져서 받아먹는 놀이를 한답시고  흙바닥에 무수히 떨어뜨리는 튀밥이나 강냉이를 보면서 어른들이 그리 말씀하신 걸 듣고 자랐는데 이제는 단순히 먹는 걸 귀히 여기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에게 분노에 차서 던지는 말이 되었다.

거머리가 살고, 물방개나 실지렁이, 우렁이 같은 많은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논은 어느새 마스크를 쓰고도 농약에 중독되어 쓰러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지옥으로 변해버려서 우울하더니 요새는 오리가 살고 황새가 살고 그들이 농사를 짓고 사람을 살린다. 이러다가 "누구랑 먹고 살지?" 하고 물어보면 "나랑 먹고 살지." 대답하는 깜찍한 우렁각시가 또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 반가운 일이다.

  

집안 구석구석 둘러보며 뭐 또 줄 게 없을까 고민하는 친정 엄마처럼 하나라도 더 주려고 애쓴 흔적들이 눈에 보인다.
이렇게 자투리 정보를 주기도 하고,

 이 글을 읽는 어린이를 위한 낱말 풀이도 빼먹지 않았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워낙 어려운 낱말들이 많아 4학년 이후 아이들에게 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음 세대를 이어나갈 그애들에게는 윤리적 소비가 당연한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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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 MBC 한국전쟁 60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로드 넘버원 추천도서
승정연 지음, 윤재홍 그림, 김영미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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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생일을 맞은 수연이와 장우는 같은 꿈을 꾸다가 깨어난다. 전쟁기념관에 체험학습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타임머신을 개발한 오박사를 만나 타임머신Q와 함께 '살수대첩, 귀주대첩, 대몽항쟁, 한산도대첩, 행주대첩, 병자호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청산리 대첩, 6.25까지 전쟁을 통한 역사체험하고 돌아온 뒤  친구들에게 전쟁이 얼마나 비참하고 무서운 일인지를 알려주고 그래서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평화를 지키자고 다짐을 한다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역사를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데 우선

  

전쟁이 일어나게 된 계기나 배경 설명, 전쟁의 승패와 주요인물들의 활약상은 이렇게 만화로 처리해서 흥미를 끌고 있으며,

  

 

<아하, 그렇구나>와 <꼼꼼 역사탐구>에서는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나, 활약한 백성들, 전쟁의 배경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등이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고구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치러졌던 전쟁을 통해 한국사를 들여다본다는 의의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일단 만화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접근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아하, 그렇구나>와 <꼼꼼 역사탐구> 부분을 넣어 부족한 설명을 채워주고 있지만 만화로 된 많은 역사책들이 그렇듯 실제로 아이들이 여기까지 제대로 읽을 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책 한 권으로 역사를 다 알려는 욕심을 버리고 차분히 이 책을 읽어간다면, 이 책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또다른 도화선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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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두바퀴로 대한민국 한바퀴 - 좌충우돌 전국 자전거 여행기
방승조 지음 / 청년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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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괜히 화가 난다. 남들은 다들 오빠나 아버지한테 자전거를 배워서 탈 줄 아는데 나는 어릴 때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가 네 명이나 되는 딸들에게 가르쳐주신 건 자전거가 아니라 스케이트였다. 고만고만한 네 명의 딸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뒤꽁무니를 붙잡아주는 일보다는 몇 번 엉덩방아를 찧으면 금방금방 잘 타게 되는 스케이트가 훨씬 편하셨으리라. 우리도 그때는 썰매 대신 스케이트를 탄다는 특권의식(?)으로 우쭐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겨울에만 잘난 척하고 탈 수 있는 스케이트보다는 아이들도 태워주고 물건도 싣고, 무엇보다 사계절 내내 끌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를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겁이 많아진 지금은 새삼스레 뭘 배운다는 게 어려워서 엄두도 못 내고 두 발로 잘 걸어다니는 것에 만족하며 잘 살고 있었건만 이 책이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자전거에 대한 동경을 일깨우게 만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았다니!

 

 '좌충우돌 전국 자전거 여행기'라는 부제답게 여행안내서라기보다 두 사람만의 여행기록이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자라서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릴 줄 모르는 열정이 없는 젊은 친구들이 한 번쯤 이런 식의 여행을 한다면 뭔가 하나를 이뤘다는 자부심만으로도 인생을 씩씩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둘이서 겪은 걸 한 장면 만화로도 보여주고 사진 자료도 심심치 않게 끼워넣었지만 얼굴에 덧씌운 몽씨 가면은 거슬렸다. 그럴 거면 아예 풍경사진만 넣으면 될 일이다. 뭔가 보면 안 되는 것을 비밀스럽게 들여다본 것 같은 불쾌감이 지나갔다. 그것만 아니라면 매일매일이 비슷한 여행기록이지만 따분하지 않고 유쾌했으며, 이런 식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전거 여행에 가장 좋은 시기는? 안전한 도로 주행법? 이정표의 기준은? 따위의 알찬 부록까지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몽씨와 여친 꼬맹이가 함께 하는 자전거 일주 여행에 이끌려 돌아다니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 아무 데서나 잘 수 없다는 것, 의외로 관람료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먹느냐, 먹기 위해서 사느냐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먹는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멋진 풍광도 보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봐야 여행을 하는 맛이 나는 법!

 나이가 든 탓인지 몽씨와 꼬맹이가 한 여행처럼 한 뎃 잠을 자고 거친 음식을 먹고 힘들게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십년 쯤 전으로 돌아간다면야 도전해볼 만 하겠지만. 머지 않아 이런 여행을 하게 될 아들에게나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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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 -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
앤드류 니키포룩 지음, 이희수 옮김 / 알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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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텔레비전을 즐겨 보지는 않지만 가끔씩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시청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만화 '호빵맨'도 그중 하나인데, 가족들이 모두 모여있을 때 할머니 집에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조카들이 만화 채널을 틀어놓고 쪼르르 앉아 낄낄대는 것을 시작으로 하도 떠들어대는 통에 군기반장을 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본 경우다. 볼이 둥글둥글하고 빨간 게 천상 호빵처럼 생긴 '호빵맨'이 나쁜 짓만 일삼는 '세균맨'을 혼내준다는 단순한 스토리였지만 지금도 혼쭐이 나서 도망가는 '세균맨'과 듬직한 '호빵맨' 이미지는 선명하게 남아있다.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라는 다분히 선정적인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대혼란》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세균맨'과 '호빵맨'을 기억나게 했다. 나쁜 세균맨들이 나타났을 때 '도와줘요, 호빵맨!'하고 외치면 어디선가 쓩~하고 날아와  시원스럽게 뻥뻥 차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만화와 같지 않으니 스스로 호빵맨이 되어 싸울 수밖에 없음이 애석할 따름이다.

 

 이 책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처럼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음에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건 작가의 입심이 장난 아니게 훌륭한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닭장, 악의 소굴로 전락하다', '종의 저글링, 글로벌 서커스' 같은 소제목에서부터 '태초에 신은 바이러스의 번식과 운반을 위해 오리를 창조했음이 틀림없다' 라든가, '지구상에서 할리우드의 <위기의 주부들> 다음으로 약물을 가장 많이 복용하는 것이 바로 브로일러일 것이다' 나, '세계화의 물결 속에 넉넉한 호박바지 같았던 세상이 티팬티처럼 쪼그라들었고, 1930년대 대공황을 비롯해 정신이 번쩍 드는 무역 불황을 몇 차례 겪으면서도 교역과 교통의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져만 갔다' 같은 표현들은 너무 기발해서 읽는 맛을 더해준다.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다가 몇 번을 웃었는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선정적인 제목 탓에 음란소설을 읽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싶다. 그들 눈에는 '스와핑'이나 '섹스'라는 글자들만 확대되어 보였을 것 같다.

 

 하루나 이틀, 길어야 일주일 안에 지구에 있는 모든 나라를 갈 수 있는 지금 같은 때 대혼란이 일어난다는 건 어찌 보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나가면 또다른 혼란이 대기하고 있다가 들이닥칠 테지만 이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적어도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친절한 작가가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정부가 제대로 일하기만 학수고대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자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따라서 시민인 우리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먹는 방법,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 살아가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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