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은 개봉 전부터 기다리던 영화였다. 박성웅과 전도연이 함께 있는 장면이 궁금했다. 김남길이 주연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긔.
영화를 보고 나니 실망 뿐. 전도연이 맡은 김혜경이라는 캐릭터는 본래의 성격보다 연기로서 더 좋아진 느낌이었고 김남길이 맡은 정재곤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정보가 모자랐다. 정재곤의 현재에서는 그가 살아온 삶을 보기 힘들었다. 단편적인 정재곤의 이야기들은 이야기들로 잘려나가고 김혜경을 만난 이후의 삶의 진동을 예민하게 타지 못한 느낌적인 느낌...... 그나저나 박성웅이 맡은 박준길은 소품중의 소품......... 이런 소품이 어딨냐 ㅠㅠㅠㅠ 속상허다 ㅠㅜ도대체 액션신은 왜 그런 거냐. 스타일리쉬하게 찍지 않으려고 했다던데 왜케 각을 잡은 거냐 ㅠㅠ 아 속상했다. 이 영화 보고 정말 속상했다.
김혜경이 술을 마시는 장면은 저릿저릿하도록 좋았기 때문에.
새벽에 해장국과 소주를 시키는 김혜경, 느지막히 일어나 잡채를 무치고 물컵에 소주를 따르는 김혜경이 좋아서 이 영화가 너무 아쉽다. 절대 애정이 샘솟을 것 같지 않은 영화야. 형사들은 형사같지 않고 쓸데 없이 액션신은 멋있고 김남길과 박성웅이 함께 서 있는데 박성웅 몸이 너무 크고 멋있어....ㄷ ㅏ 씹어 삼키겠엉..... 여튼 김남길이 연기하는 정재곤은 하드보일드라는 천막으로 마냥 덮어버린 애매한 캐릭터같았다.
김혜경의 소주로 인하여 친구와 나는 영화를 본 뒤 술집에 들어가 유부나베에 소맥을 마셨다. 맥주가 비싸서 나중엔 소주만 소주소주 따라서 소주소주 넘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일요일 저녁 매드맥스를 예매했다.
무뢰한을 잊겠다는 마음으로 패기넘치게 친구와 나는 일요일 다시 극장으로 갔다.
토요일에 마신 술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왠지 오늘 보지 않으면 매드맥스를 못 볼 것 같아서 오기로 갔다.
먼저 영화를 본 언니의 말로는 '매드맥스를 보고 나니 모든 미디어가 허접해보이더라' 였는데 약간 동감함.
다 때려 부수고 난리법썩이었는데 되게 공들인 난리법썩... 퍼석퍼석함이 4d로 보지 않아도 느껴져염.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에 다시 한 번 놀라고 샤를리즈 테론의 멋짐에 반함. 초반부터 때려주는 탈출씬을 보며 그래 이 영화는 이런 영화니까 너네 준비해라, 이런 느낌이었달까. 할아버지 최고. 영화 더 만들어줘요 땡깡부리고 싶다. 다 때려부숴달라고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네. 집으로 돌아와 맥주 한 캔을 마시니 주말 끝. 와, 주말 끝이었다.
이건 일기도 아니고 리뷰도 아녀. 이건 암 것도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