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다. 아 사고 싶다. 미리보기로 감질나게 읽으면서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점에 좋아했던 영화 <황금시대>가 떠올랐다. 샤오홍과 유미꼬의 일대기는 어째서 이렇게 다들 처참한 상황에 놓여있나. 그 안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문장이 자라는 걸까. 이들은 상황 속에 휩쓸리며 자신 안에서 피어나는 문장들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땅을 비집고 나오는 싹처럼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겠지. 아 사고 싶다, 라고 썼으니 나는 아마 곧 사겠지. 일단 <성소녀>를 먼저 읽고. 히미꼬를 읽고 유미꼬를 읽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 또는 유년의 기억 펭귄클래식 110
조르주 페렉 지음, 이재룡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꽉 짜여진 공간. 틈이 벌어지면서 페렉의 문장이 드러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본 백석 시집
백석 지음, 고형진 엮음 / 문학동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남신의주유동박씨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는 木手네 집 헌 샅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달옹배기에 복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어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 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매에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 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꿀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이더라, 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게 내게 있었구나 싶을 정도다. 전에는 읽지 않았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 시 <남신의주유동박씨봉방>을 읽으면서 내가 이걸 읽고 있다니, 하고 놀라워했다. 이 시가 이렇게 가까워질 줄은 몰랐다. 가벼운 마음과 가벼운 손가락으로 읽고 페이퍼 제출하기 바빴던 게 생각난다. 무거운 마음이 여전히 가벼운 손가락을 짓누르고 있는 요즘. 좋은 문장은 언제나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 닦고 잠이나 자라, 라던가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잠이나 자라, 같은 거.

 

어떻게 들으면 귀여운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네가 왜 내 남은 시간을 결정하나, 싶은 거.

말하는 사람도 내가 왜 얘 남은 시간까지 생각을 하나, 싶은 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졸립다. 엄청 졸려. 엄청나네. 8시 20분부터 계속 졸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왜 우리집만 추운 거야? 우리집만 아직 추운 거야? 우리집 대단해. 이정도면 좀 대단한 듯해.

엄청 배고팠는데 뭔갈 먹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엄청 배고픈 상태로 그래 뭘 사먹어야겠다.

오가페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을까, 지하철에서 김밥을 사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빵보단 밥이지 라는 생각으로 김밥을 사러 갓는데 오마이갓 왜 오늘 문을 열지 않은 거여! 당황한 나머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랑 구운 계란을 사고 말았눈뎁...

오랜만에 먹는 참치마요 삼각김밥은 향수에 젖게 하는구먼. 마들렌 급이네요. 잃어버린 시간은 찾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엄청 졸립다는 이야기. 그래서 횡설수설. 구운 계란도 다 먹고 오렌지도 반쪽 먹고 하다하다 못해 어제 그 지옥같던 초콜릿도 한 조각 먹었는데 남은 조각까지 먹는 건 뭐랄까 내 몸이 약간 아깝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버림.

트레이너에게 내가 단 것들을, 빵과 과자를 좋아한다는 고백은 언제 할 수 있을까. 이번달 말에 인바디 다시 재자고 했었는데 뭔가 달라지긴 했을까. 그 사이에 뭘 하도 많이 쳐묵쳐묵 해서......저번주엔 뭔가 배에도 근육이 딴딴!한 느낌이었는데 요 며칠 또 그런 느낌이 사라졌단 말이지. 역시 운동이란 이런 것인가. 나는 밑이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것인가. 심지어 물 대신 빵과 과자를 붓고 있는 것인가. 어제 시장에서 사 먹은 감자떡은 너무 밍밍했다. 떡인 줄 알았는데 묵이네. 약간 이런 느낌적인 느낌. 역시 오메기떡이 최고인가. 하지만 술떡도.....어제 팔고 있던 보리떡도 사먹고 싶었는데....그 애기 엉덩이같던 찹쌀모찌도......언젠간 사먹고 말겠어...........찹싸......ㄹ.........모찌....끄앙

어제 새로 온 청바지는 발목둘레가 넓어서 겁나 아쉽지만 고쳐 입기도 애매하니 뭐....그냥 입는 걸로...........

이게 무슨 일기짘ㅋㅋㅋㅋㅋㅋ근뎈ㅋㅋㅋㅋ아 모르겠다 조금씩 잠이 깬다

잠을 조금만 자면서도 덜 피곤할 수는 없을까. 잠 욕심은 없는데 내 몸은 잠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