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X일)
나는 내가 쓰레기 같은 여자라는 생각에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했다. 거리를 걷는 여자를 볼 때면 내가 하찮게 느껴지지 않았디만, 며칠을 굶으면서 그저 옆방의 태평스러운 웃음소리만 듣고 있을 때면 나는 죽어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살든 죽든 아무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힘들어진다. 까닭 모를 초조함. 오늘 아침 내 위장에 채소 이파리만 있었던 것처럼 내 머리에는 서러운 바람만 쌩쌩 지나갔다. 극도의 피로로 인해 그야말로 살아 있는 미라 같았다. 지난 신문을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타따미 위에 꼼짝도 않고 누워 있는 내 모습을 가만히 멀리 떨어져 남의 것처럼 생각해본다. 내 몸도 비틀어져 있고, 내 마음도 비틀어져 있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진된 육체. 아무리 굶주려도 앞으로는 까페로 달려가지 않겠습니다. 어딜 가더라도 불편한 내 마음에 번질번질 거짓 광을 내어 웃음을 보일 필요가 없는 거야. 어느 쪽에도 가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앞만 보고 굶주리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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