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2021년 독서 현황은 좋지 않다. 9월까지 33 권을 읽었다. 

애초 계획은 2021년 60 권 이상 읽는 것이었지만, 1월부터 3월까지 3 권만 읽은 것이 컸다. 목표를 세우기는 한 것인지 기억도 안난다.


매달 독서 목표를 채우기 위한 행동도 쉽지 않지만, 쏟아지는 새 책을 보면서 욕심도 생기고, 걱정도 되고, 심정이 복잡하다. 

죽기 전에 한 권이라도 더 읽자는 생각과 어차피 다 못 읽을텐데 아예 신경을 쓰지 말자는 생각이 교차한다. 잠자기 전에, 한 낮에 거실에 누워서,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을 때 즐거운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내가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새 책들의 출판에 주눅이 든다. 어차피 다 못 읽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새 책에 대한 관심을 끄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새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5가지 정도이다. 


1. 회사 도서관

운이 좋게도 매달 회사 도서관에 새 책들이 들어온다. 새 책은 일주일 정도 대여 기간을 가진다. 경쟁이 치열한 책은 예약을 해도 몇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주로 광고가 많이 되었거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 또는 자기계발 도서 등에 대한 인기가 많기 때문에 인문, 에세이, 사회과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예약을 하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회사 도서관을 통해서 한 달에 수십 권이 새로 들어오고, 회사 메일로 새 책이 들어왔음을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2. 부서 비치 도서

회사 도서관 만큼은 아니지만, 분기당 10권 정도의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 구매 후 부서내 비치를 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부서내에서 하고 있다. 내가 기획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회사 도서관보다 대여 기간이 넉넉하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적다. 부서원들의 신청을 받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구매 도서를 자기 계발, 트랜드, 인문, 사회과학, 교양 등의 장르로 제한하고, 소설은 구매하지 않는다.


 3. 인터넷 알라딘

가끔 알라딘에서 인터넷 서핑을 한다. 베스트셀러, 신간 서적 등을 둘려 본다. 분기당 3~4권 정도 도서를 구매한다. 주로 관심있는 분야는 역사, 전쟁사이다. 이런 책은 단기간에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소장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품절이 되고, 다시 출간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서 관심이 있는 책은 사두는 것이 좋다.

중일 전쟁,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같은 책은 품절이 되었지만, 중일 전쟁은 다행히 재출간이 되어서 새 책으로 샀고,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는 재출간이 안 되어서 결국 웃돈을 주고 중고로 구입했다. 중일 전쟁은 대여해서 읽고, 새 책으로 사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가 놓친 경우이고,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는 도서관에서 잠시 보고 이 책은 구매해야 하겠다고 마음만 먹다가 놓친 경우이다. 

현재 인터넷 알라딘 보관함에는 수십 권의 책이 있다. 관심있는 책을 모아도는 곳인데, 볼 때마다 압박감도 생긴다. 


4. 집 근처 교보문고

아무리 온라인이 좋다고 해도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재미만은 따라올 수 없다. 집 근처에 교보 문고가 있는데, 책을 구매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간다기 보다는 책을 구경하러 가는 재미 때문에 방문한다. 물론, 이렇게 방문하면 보통 1~2권 정도 구매한다. 이렇게 구매하는 책은 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집 근처에 알라딘 중고 매장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가끔 중고 매장을 가서 보물 찾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는데, 근처에 있던 매장이 없어져서 이제는 어렵다. 중고책을 구하는 재미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낫다. 비록 온라인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책 상태를 보면서 평소 관심있는 책이 있나 둘러보는 재미는 오프라인 중고 서점만의 장점이다.


5. 동네 도서관

코로나 때문에 가장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가 동네 도서관이 닫았다는 점이다. 계속 개관과 폐관을 반복하고 있고, 개관을 해도 책을 대여만 할 수 있고, 그곳에서 머무를 수 없다. 

코로나 전에 일요일 주말 오전을 그곳에서 보냈다.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라서 운동하기도 좋았다. 개천을 따라 천천히 구경을 하면서 가는 것이라 30분이 지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서관 1층에서 토스트와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일요일 오전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곳에서 대여하는 책은 회사 도서관과 비슷하다. 물론, 회사 도서관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 평상시 관심없는 책들을 접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인기있는 새 책보다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책을 주로 대여했다. 


사정 상 내 방에만 책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이 많아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잘 실천을 못하지만, 그래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3개의 책장을 1개로 줄여서 소장하고 있는 책을 줄였다. 일부는 회사 부서내 비치하고, 일부는 중고로 팔고, 일부는 아파트 단지내 카페에 증정했다. 

주기적으로 책장을 보면서 선별하는 작업을 한다. 이상하게 책을 구매해도 한 번도 안 읽은 책들이 있다. 이럴 때마다 고민을 한다. 

전자책에 입문해 보려고 이것 저것 알아보았는데, 그만두었다. 이상하게 전자책은 애정이 안간다. 


머릿속에서 떠돌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주변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인은 거의 없다. 알라딘 서재에 이런 글을 쓰는 이유일 지도 모르겠다.





2021.09.2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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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9-2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늘 구름 참 좋네요! 뒤집으면 빙하가 흐르는것 같기도 하구요!ㅎ 즐건 독서하시구요!

카타유 2021-09-26 19:32   좋아요 0 | URL
우리 나라 가을은 정말 멋있어요. 오늘 구름은 좀 특이해서 찍어 보았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글록 -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 건들건들 컬렉션
폴 배럿 지음, 오세영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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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록을 들어본 사람은 총기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와이프에게 글록에 대해서 물어보니 바로 권총이라고 말했다. 미국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고, 특히 CSI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던 와이프에게 글록은 낯설지가 않았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신생 총기 업체가 글록이라는 권총으로 미국 시장을 지배하게 된 원인, 배경을 서술한 책이다. 사실 글록이라는 총에 대해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왜 미국은 총기 규제를 못하고, 수많은 총기가 돌아다니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1986년 4월 1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FBI와 은행 강도 사이에 총격전이 펼쳐졌다. 8명의 FBI 요원과 2명의 용의자 간의 총격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명의 용의자는 사살되었지만, FBI 요원 2명이 현장에서 죽었고, 3명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고, 2명이 다쳤다. 이때 FBI 요원이 사용한 총기는 6발 탄창을 가진 스미스&웨슨 리볼버였다. 반면에 용의자는 루거 미니 14와 12게이지 샷건을 사용했다고 한다. 루거 미니 14는 40발 탄창을 쓸 수 있었고, 샷건조차 8발로 리볼버보다 장탄 수가 많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짜 원인은 FBI의 허술한 준비였다. 군용 소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처 사용할 시간이 없었고, 방탄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많은 피해를 입은 연방 요원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강한 화력을 필요하다는 여론을 만든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법을 수호하는 정부 조직들이 장탄 수를 높인 자동 권총을 찾게 되었고,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글록이라는 자동 권총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글록은 플라스틱으로 가벼웠고, 9mm 탄약을 이용했고, 장탄 수도 17발이었다. 부품 수가 획기적으로 낮았고, 고장이 잘 안 났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가격도 300달러로 저렴했다. 

이후 민간에도 풀리면서 가격은 올라갔지만, 누구나 마음먹으면 돈을 모아서 살 정도의 좋은 무기가 미국에 퍼지면서 미국 총기 시장을 석권했다.


FBI, 경찰, 보안관 등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이 총을 잘 쓰면 좋겠지만, 미국에서는 경찰이나 범죄자 모두 총기 사고를 많이 낸다.


1991년, 텍사스 칼린에서 조지 해나드는 루비스 카페에 들어와 식사하던 사람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했다. 글록 17 권총으로 사격을 했고, 총 22명을 죽였다. 

1999년 2월, 4명의 뉴욕 경찰이 기니 출신 이민자인 아마두 디알로에게 41발을 퍼부어 죽였다. 4명의 경찰 모두 자동 권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글록을 사용했다. 디알로는 주머니의 지갑을 찾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2006년 11월, 뉴욕 경찰은 23살의 흑인 숀 벨이 타고 있는 차에 50발을 쏘았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죽인 조승희는 글록을 사용했다.

2008년, 스티븐 카즈미어차크는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21명을 쏘아 5명을 죽였다. 역시 글록을 사용했다. 

2011년 1월, 애리조나의 투손에서 자레드 로프너는 19명에게 총격을 해서 6명이 죽었다. 9mm 33연발 탄창의 글록을 사용했다.


여기까지가 책에 나온 내용이다. 유튜브에서 미국 총기 사건을 검색해 보면, 2021년에도 많은 사건이 있었다.


왜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하지 못할까?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같다.


1791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시민 무장의 원칙을 담았다. 잘 통제된 민병대는 자유주의의 안전에 필수적이기에 무기를 보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미국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서부 시대 영화를 보면 어느 누구나 권총을 허리에 차고, 말에 리피터나 라이플, 샷건을 매달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총을 좋아하고,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자유와 개인주의, 자립의 상징으로 총을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두 번째는 1871년 퇴역군인이 설립한 보수주의 단체인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이다. 이 단체는 550만 명의 회원과 연회비 수천억 원을 자랑하는 세계 1위의 정치 압력단체이다. 총기 규제 법안이나 소송들이 있을 때마다 로비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방해 공작을 펼치는 단체이다. 이들의 힘은 막강하여 그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을 규탄하고, 낙선 운동을 한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을 소유하고, 휴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맞을 수도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정당 방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이 없더라도 다른 무기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니 총만 규제한다고 범죄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선듯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총기는 엄청 많아졌지만, 범죄는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총기의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망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칼이나 다른 도구로 한 장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을 죽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글록 17같은 자동 권총 한 자루만 숨겼다가 가까이에서 꺼내면 몇분 안에 17발을 명중시킬 수 있고, 최대 17명을 바로 죽일 수 있다. 또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가까이에서 칼을 쓰는 것보다 비교적 쉽다.  


만약, 한국에 수정헌법 제2조처럼 총기 보유, 휴대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 때 마트에서 생필품이 순식간에 없어진 이유는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남들 사기 전에 먼저 사야 한다는 눈치가 그들을 지배했다. 한국은 어느 때와 동일했지만, 일부 국가에서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총이 없는데, 옆집은 총을 가지고 있다면, 나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총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다면, 운전하다가 접촉 사고를 냈는데, 상대방은 총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다면. 총을 안 살 수가 있을까?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 총이 있다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총이 있다면, 성숙한 시민 의식을 믿고, 합리적으로 자제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총은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 선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총기는 선이자 악으로, 사람들을 출근하게 하는 동시에 환경을 오염시키고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는 자동차와 같다. 콜레스테롤과 칼로리가 가득한 맛있는 스테이크와 같다.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명청한 음모론과 사악한 아동 포르노를 보여 주는 인터넷과 같다. <수정헌법 제 2조>를 철회하고 미국인 절대다수의 집단심리를 완전히 바꿔 놓지 않는 한 총기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P.294)


솔직하게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다. 총기 규제에 찬성하면서도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면 구매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 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다. 


2021.09.25 Ex. Libris HJK


1986년 4월 11일 오전 9시 45분, 특수요원 벤저민 그로건과 제럴드 도브는 도난당한 검은색 쉐보레 몬테카를로 차량과 2명의 용의자를 사우스딕시 고속도로에서 발견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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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2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주 신간 목록에서 발견한 책인데 벌써 리뷰를 올리다니 독서력에 감탄합니다! ^^

카타유 2021-09-26 09:36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평소 총기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빨리 읽었네요. ^^
 

추석 연휴를 맞이해서 책을 구매했다. 

<마이너 필링스>와 <완전한 행복>은 교보 문고에서 구매했고,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50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으뜸 체력>은 알라딘에서 구매했다.


집 근처에 교보 문고가 있어서 평일에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연차를 낸 평일 오전에 방문하면 한적하게 책을 구경할 수 있다. 방문하면 가능한 1~2권 정도 구매를 한다. 


<마이너 필링스>는 한국계 미국인 캐시 박 홍이 쓴 자서전 성격의 책인데,  미국 내 인종주의에 대해 궁금해서 구매했다. <파친코>를 재미있게 읽어서 선택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가끔 보는 편집자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알게 된 책이다. 

<완전한 행복>은 유명한 정유정 작가의 소설이다. 창피한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다. 최근 신작부터 읽고, 취향에 맞으면 이전 작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으뜸체력>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들이 전문 작가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노력을 해서 책을 내는데 성공했다. 블로그나 카페에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리고, 전문 지식은 없어도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분야를 남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다. 

경제, 세계사, 운동에 대해 훨씬 자세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가진 책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판단이 꼭 전문성에만 있지는 않다. 전문적인 내용을 얻기보다는 정체되어 있는 내 삶에 동기 유발을 부여하기 위해 읽어 보기로 했다. 


<50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내 나이가 49이기 때문이다. 











2021.09.2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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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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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기시미 이치로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라고 하면 책에 대한 관심이 있던 사람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는데, 지금은 내용 자체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들러 심리학 기반으로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서술한 책인거 같다.


요즘 일본 저자들의 책은 잘 안 읽는다. 특히 자기 계발, 처세술 관련 책들은 책을 팔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내용도 별로다. 


이 책을 선택해서 읽은 이유는 저자 때문은 아니다. 

한국의 9월은 정말 아름답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가장 좋은 날씨를 품은 추석도 있다. 책을 읽기에, 운동을 하기에, 놀기에도 너무 좋은 계절이 바로 한국의 가을이고, 그 중에 9월이 최고이다. 

그런데, 막상 9월이 되니 책을 안 읽게 되었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책의 무용론, 책을 읽어서 뭐하냐는 생각과 함께 독서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주로 하는 독서에 대한 흥미를 찾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독서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다. 이제 적지 않은 독서 관련 책을 읽었기 때문에 대충 패턴도 보이고, 왠만한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아는 지식은 불완전함 그 자체이고, 어느 책에서도 도움 받을 만한 내용은 분명히 있다.


철학이 추상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추상'이란 말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철학은 구체적 학문이다. 구체적이란 온갖 조건을 더해 생각한다는 뜻이다. 

다른 학문은 곁가지는 버리고 필요한 조건만 추려내어 고찰한다. 전선에 다섯 마리의 참새가 앉아 있다. 그중 두 마리를 쏴서 떨어뜨리면 몇 마리의 참새가 남을까? 이런 류의 산수 문제에는 참새가 사냥꾼이 쏜 총소리에 놀라 달아난다는 조건은 더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산수 문제라면 세 마리가 정답이지만, 실제로는 전선에 참새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조건을 더해 사고한다는 의미에서 철학을 구체적 학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P.161)


철학과 다른 학문의 차이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남은 쪽수가 점점 줄어드는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다 읽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책을 받치고 있는 오른손과 왼손에 가해지는 무게감이 달라진다. 전자책에서는 그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조금만 더 읽으면 된다는 쾌감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쪽수 대신 몇 퍼센트 남았다는 표시가 되어 있긴 하나 단숨에 책을 읽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P.177)


전자책과 종이책의 장단점을 비교한 책은 정말 많다. 독서론에 대한 책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나는 종이책의 질감과 냄새, 촉감을 좋아한다. 차디찬 전자기기를 만지는 것보다 따뜻한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 좋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랩탑 때문에 종이 메모장이나 수첩을 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책만은 남겨 놓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남은 쪽수를 알 수 있다는 종이책의 장점에 격하게 공감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뿐 아니라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이상적인 모습에서 점수를 하나하나씩 깎는 감점법이 아닌 현재를 0이라고 하고 점수를 하나하나 더하는 가산법으로 매길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한탄하지도 않고, 자신의 가치를 뭔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찾지도 않는다.

더욱이 이제 다른 사람과의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 새로운 단어를 하나라도 외울 수 있고, 몸을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헤엄칠 수 있게 되면 그것 자체가 기쁨이 된다. 그러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P.257)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은퇴하면 더 이상 자신이 그동안 잘하고 있던 것이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은퇴하고 나서도 계속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많아진 시간, 줄어든 돈, 외로워진 삶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원어로 읽는다고 해서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많은 언어를 배워서 더 많은 책을 읽었을지도 모를  그 시간을 빼앗겼다기보다는 천천히 세밀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책을 볼 때 몇 쪽을 읽었는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듯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번역하는 것도 독서를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P.269)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해외 출장 기회가 없다. 예전에는 미국에 출장 갈 일이 종종 있어서 갈 때마다 원서를 3~4권씩 사왔다. 외국에서 서점을 돌아다니는 시간을 관광으로 생각했다. 항상 사올 때마다 꼭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수십 권 중에서 읽은 책은 달랑 두 권 뿐이다. 읽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한 달에 몇 권 읽어야지 목표 세우면 원서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독서에 대한 독서 수립은 양날의 검이다. 독서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연말로 다가갈수록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분량이 얼마 안되는 책을 고른다는 단점이 있다. 답은 없는 거 같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면 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독서이다. 


주변 나라는 홍수, 지진, 폭우 등으로 고생중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정말 이보다 더 날씨가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하니 책 한 권 들고 근처 공원에 가서 읽으면 좋겠다. 


2021.09.19 Ex. Libris HJK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생활 방식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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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 히틀러와 스탈린이 만든 사상 최악의 전쟁
안토니 비버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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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서쪽, 러시아 남쪽에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 있다. 카프카스로 불리는 지역인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유전지대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카스피 해에 위치한 바쿠라는 곳을 통해 미군의 많은 전쟁 물자가 소련에게 전달되었고, 흑해를 거쳐 지중해로 갈 수 있는 바닷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전략적 위치로 평가받는 세바스토폴도 있다. 


히틀러는 모스크바를 함락하기 어려워지자 갑자기 우크라이나를 거쳐 카프카스로 진군하는 것을 선택한다. 석유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남동쪽으로만 이렇게 깊이 들어가는 것이 맞았는지 잘 모르겠다. 이때쯤이면 이미 독일군의 전력은 많이 약해졌고, 충분한 식량, 의복, 무기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였다. 독일의 공업 생산력이 소련보다 뒤처지고 있었고, 미국의 엄청난 보급을 독일이 따라잡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힘든 여건에도 독일 국방군은 돈 강을 넘어 볼가강까지 이르렀고, 이곳의 관문인 스탈린그라드를 함락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현재의 불고그라드라고 불리는 스탈린그라드는 당시 소련의 공업지역이었고, 소련 독재자 스탈린의 이름을 딴 유명한 도시였다. 

히틀러는 스탈린의 이름을 딴 이 도시를 함락해서 카프카스 지역을 확실히 점령하고, 볼가강을 넘어서 진군할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반면에 스탈린은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도시만큼은 절대 빼앗길 수 없었다. 결국, 히틀러와 스탈린의 자존심 싸움이 2차 세계 대전 전투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 중의 하나인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만들었다. 


독일군은 쉽게 함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의 저항에 마주쳤다. 기갑사단을 주축으로 하는 기갑 군의 빠른 전개 속도와 기동전이 독일군의 장점이었는데, 스탈린그라드라는 거대한 도시의 시가전에서 장점을 살릴 수 없었다. 더구나 스탈린그라드는 도시 동쪽으로 볼가강을 접하고 있는데, 볼가강의 동안을 점령하지 못하면, 볼가강을 통한 소련군의 지속적인 투입을 막을 수 없었다. 

빠른 시간 안에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고, 볼가강 동안을 통한 소련군 지원을 막으려는 독일군은 소련 제62군의 치열한 저항에 부딪혔고, 소모전인 시가전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기갑전력이 있었다면 우회해서 볼가강 동안을 점령해서 스탈린그라드를 완전히 포위할 수 있었지만, 독일군은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극동지역에서 일본군을 박살 낸 시베리아 주둔군 정예부대가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소련은 일본과 불가침 조약을 맺어서 후방을 안전하게 만들고, 독일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러일전쟁 승리로 소련을 우습게 봤던 일본은 소련에게 박살이 나고, 자원이 풍족한 동남아시아로 침공을 했다. 독일 침공 당시 재빠르게 소련 동쪽 깊숙하게 이동시킨 군수 공장에서는 많은 전쟁 물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안토니 비버는 전쟁의 참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투에 대한 묘사와 각 군대의 공격 방향, 전투 전개 및 양상 등에 대한 설명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련군, 독일군 병사들의 심리 상태, 그들이 처한 상황, 민간들의 희생, 2 명의 미친 독재자로 인한 엄청난 전쟁의 피해를 묘사했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탈린그라드와 그 주변 지역의 전투에서만 독일군 약 50만 명, 소련군 약 48만 명이 죽었다. 민간인은 얼마나 많이 죽었을까? 히틀러 때문에 끝까지 항복을 안 하고, 스탈린그라드에서 버티었던 독일 제6군은 루마니아군과 함께 약 19만 명이 포로로 잡혔는데, 종전때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히틀러의 무능함으로 인한 전략적 판단 미스와 미친 광기, 우둔한 고집이 스탈린그라드에서 최고 절정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소련군이 스탈린그라드를 포위하는 작전을 진행 중이었을 때 독일 제6군은 남쪽으로 탈출해서 호크의 제4기갑 군과 조우한 후 서쪽 우크라이나로 탈출할 시간은 있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무조건 스탈린그라드를 지키라고 했고, 승세가 기울었을 때 스탈린그라드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은 독일 장병들을 영웅으로 만들어서 독일 국민들의 애국심을 일깨우는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새롭게 제6군을 창설할 생각이었다고 하니 정말 미치지 않고 할 수 없는 생각이다. 


구데리안, 롬멜, 만슈타인(비겁하지만, 능력은 좋은), 호크 등의 능력 있는 장군을 멀리하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했던 히틀러에 비해 스탈린은 주코프라는 걸출한 장군의 말을 경청하고 따랐다는 점에서 둘 다 미쳤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다.  


구데리안 자서전과 독일 진격전 책을 읽으면서 독일군의 프랑스 침공에 대한 역사를 알았고, 롬멜 자서전을 읽으면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의 독일군 전쟁사를 알았고, 이번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책을 읽으면서 소련에서의 독일군의 가장 큰 패배를 알게 되었다. 

이제 다음은 히틀러의 마지막 미친 짓인 1944 아르헨 대공세를 읽을 예정이다. 


독일군의 흥망성쇠를 통해 역사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과 한 인간의 광기와 대중의 무비판적인 복종이 함께 한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것이 겸허한 마음으로 역사를 접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2021.09.08 Ex. Libris


1941년 6월 21일 토요일 아침은 완벽한 여름날을 예고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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