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규칙 - 돈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린다
신민철(처리형)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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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이 유투브를 시작하고, 구독자를 모은 후에 책을 출간하는 사례는 많다. 소설가가 소설을 써서 성공한 후 에세이를 쓰는 사례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성공한 후에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위한 투자로 책을 쓰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어 보인다.
흔히 이야기한다. 이름을 알린 유명인들이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물론, 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남들보다 앞서 시작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책도 유명한 유투버가 썼다.
돈에 대한 책은 많은데, 작가는 비교적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썼다.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있는데, 왜 내 자산은 늘어나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이다.

https://blog.aladin.co.kr/742713195/13554293

돈은 무엇인가? 돈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돈이 생겨난 이유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얻거나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기 위함이다. 즉, 구매력을 뜻한다. 무인도에 가면 돈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돈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물건이나 서비스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므로, 나중을 위해서라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좋다. 하지만, 돈의 두 번째 속성, 즉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복잡해진다.
무엇이든지 많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돈이 계속 현재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시중에 있는 돈이 많아지면 안된다. 하지만, 돈은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고, 신용 창조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결국, 돈이 구매력이고,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는 것을 이해하면, 어떻게 구매력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한다. 이 답은 저성장,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현재의 돈을 투자해 자산을 불러 돈의 가치가 떨어진 만큼 구매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 물론,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100만 원으로 샀던 물건을 200만 원으로 사야 한다면, 더 열심히 일해서 200 만원을 벌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물가 상승률만큼 노동 소득으로 구매력을 계속 늘리기는 쉽지 않다.


현재의 소득을 계속 가치가 올라가는 자산에 투자해서 구매력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계속 가치가 올라가는 자산은 부동산, 주식, 금, 채권, 비트 코인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이런 자산들이 계속 가치가 올라갈까?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은행에 넣어 놓는 돈보다 가능성은 있다. 아까 썼듯이 모든 것은 많아지면, 그것의 가치는 떨어진다. 사람들이 계속 사기를 원하면서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자산이 구매력을 유지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아무 코인이나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 아니고, 비트 코인 처럼 찍어내기 어렵고, 금처럼 희소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한 코인에 투자해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함이다.


현재 돈의 가치가 가장 높고,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니 자산을 늘리는 방법 중의 하나는 현재 남의 돈을 빌려서 구매력을 유지하는 자산에 투자해서 구매력을 유지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 돈의 가치가 떨어진 남의 돈을 갚는 방식이다. 바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을 권투선수 타이슨이 말한 적이 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처맞기 전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은 영끌족이 단기간에 부자가 되기 위해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구매하고,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 매각한 후에 대출 받은 돈을 갚겠다는 생각이 바로 레버리지를 활용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지 않거나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돈의 속성, 자본주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소중한 내 돈의 구매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이해한다고, 그대로 된다는 법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날을 예측할 수 있거나 운이 좋아서 내 생각대로 그대로 되어야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어떤 방법을 쓰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돈과 자본주의를 욕하면서 이것들에게 멀리 있으면 안 되고, 자신의 수준과 능력을 과시해서 돈과 자본주의를 우습게 보아도 안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만, 보인다고 확신에 차서 계획을 세우면 위험하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타이슨이 우리에게 말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4.1.29 Ex. Libris


나는 하루 종일 돈에 대해 생각한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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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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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을 쓴 황보름 작가의 에세이인 <단순 생활자>를 읽었다. 읽으면서 단순 생활이라는 의미가 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별로 신통치 않다. 그저 혼자 살면서 쓰고 싶을 때 글 쓰고, 산책하고, 배우고 싶으면 수강하고, 깨끗하게 주변 정돈하면서 청소를 즐기는 사람의 라이프이다. 인세를 받아서 어느 정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 단순하게 사는 삶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아니 부러웠다. 퇴사를 하고 전업 작가가 된 저자가 퇴사를 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저 출근하기 싫어서였다는 대목에서 공감했다. 모든 직장인은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그저 출근하기 싫어서이다. 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작가들은 비슷한 패턴인 거 같다. 베스트셀러 책을 내고, 이름이 알려지면 그들의 삶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서 책을 출간하는 패턴, 왠지 반복된다는 느낌은 나만 느끼는 걸까? 그렇다고, 그들의 에세이를 안 읽는 것은 아니다. 나는 책과 독서를 다루는 책을 좋아한다. 작가들의 삶도 책과 독서와 관련이 있으니 틈나는 대로 읽는다. 다만, 구매는 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여한다. 다음에 읽을 책 중의 하나가 정지아 작가가 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도서관에서 예약하고, 대여했다.

하지만, 이 책은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단순한 생활을 쓴 것이니 그런 것일까? 이 책에서 황보름 작가가 언급한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는 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나중에 다시 읽기 위해 소장 중인 아끼는 책이다.

어찌 보면, 유투브의 브이로그나 에세이는 비슷한 거 같다. 그들의 생활이 주제이다. 인간이 가지는 호기심 중의 하나가 남이 어떻게 사는가이다. 나만 그럴까?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유투브를 계속 보게 하고, 에세이를 계속 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독한 삶에서 자신의 루틴을 만들고, 심플하고 소박한 라이프를 즐기면서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것이 현대인에게 필요하다. 인생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나이가 들면서 점차 고독의 시간이 찾아올 때 덤덤하게 맞이하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해야 한다. 결국, 고독의 시간은 찾아온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2024.1.2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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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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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유행이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책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인터넷 서점 알라딘 기준)를 4주나 했고,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책은 철학 분야 주간 베스트 1위(밀리의 서재 기준)를 했다.
이번에 들은 이 책, <사는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도 오디오북 분야 주간 베스트 도서(밀리의 서재 기준)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듣고, 바로 이어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음악가 바그너, 철학자 니체, 소설가 톨스토이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쇼펜하우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염세주의 철학자를 대표한다는 점이다. 염세주의를 구글로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다.


  • 세계 및 인생을 추악하고 괴로운 것으로 보며, 진보나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방식


한눈에 봐도 염세주의는 나쁜 것으로 보인다. 인생의 실패자, 패배자들이 자기 우울증에 빠져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도피처로 삼는 철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주변에 쇼펜하우어 책을 읽는다고 하면,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났다. 첫 번째는 요즘 힘드냐, 생각만큼 일이 안되냐, 힘을 내라, 열심히 하면 잘 된다는 충고를 주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염세주의라는 말을 듣지 마자 아예 대화의 주제를 돌리거나 전혀 듣고자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자신들도 우울해지고, 비관적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왜 쇼펜하우어의 책이 많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까지 되었을까? 세상을 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마음의 도피처를 찾고 싶은 것일까?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이 진화하고, 복잡해 질 수록 마음이 힘든 사람들은 점차 많아질 것이다는 점이다. 소설 미디어의 발전과 인간의 의지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돈을 벌게 하는 과학, 심리학, 경제학의 발전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지만, 이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젊은이들이 오마카세, 명품, 해외여행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기억나는 쇼펜하우어의 주장을 정리해 본다. 쇼펜하우어의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 <소품과 부록>을 읽지 않고, 그의 주장을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의 저서를 읽기 전에 입문서를 통해 그의 주장을 이해하고, 그가 직접 쓴 책을 읽는 것이 맞는 방향이 아닐까 싶다. 내가 말한 정리는 내가 이해한 것을 정리했다는 뜻이다.


삶은 고통과 권태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평생 동안 고통과 권태를 느낀다. 인간의 의지(이 책에서는 욕망이라고 부른다. 욕망이 좀 더 이해하기 쉽다.)가 고통을 초래하는데, 근본적으로 식욕, 성욕, 탐욕이 고통을 초래한다. 생존을 위한 식욕, 개체 번식을 위한 성욕, 자기 소유를 위한 탐욕이 끊임없이 고통을 만든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의지가 판단하고, 결정한다. 이성은 의지가 결정한 것을 따르기 위한 방법을 만드는데 관여할 뿐이다. 그렇다면, 식욕, 성욕, 탐욕이 충족된다면, 고통이 없어지는 것이냐고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고통이 없어지면 권태가 나타난다. 나의 의지, 욕망이 충족될 때 비로소 행복을 느껴야 하는데, 행복보다는 권태로 인한 불행에 빠져든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이제 인생, 삶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 어차피 인생은 고통과 권태로 점철되는데, 왜 살아야 할까? 쇼펜하우어가 자살을 유도하고, 찬미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매번 뭔가를 구매하고자 한다. 자신은 필요하기 때문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우리의 의지는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어차피 사야지 나중에 비싸진다, 지금 할인을 한다, 이걸 가지면 행복해질 거다, 이걸로 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의 의지는 갖고 싶다는 결정을 하고, 우리의 이성은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만들고, 이걸 머리에 각인시킨다.
택배를 주문하기 전에 우리의 이성이 여러 가지 정당성을 부여할 때와 주문하고 나서 택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택배를 받는 순간 그동안의 기쁨은 점차 사라져 간다. 그리고, 권태가 찾아온다. 이미 내가 가졌으니 더 이상 기쁨을 주지 않는다. 이제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
권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해하기 쉬운 사례는 많다. 유명 연예인들이 도박, 마약, 성에 빠져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다고 하는데, 그들은 충분히 많은 것을 가졌는데, 왜 그런 선택을 할까? 바로 권태로운 삶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고통을 최소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제어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줄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모든 것을 갖고자 하는 생각은 권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옳은 방법이 아니다. 자살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의지,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 삶을 살라고 말한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산속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 한 번쯤 다시 사유해 볼 수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항상 느끼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학파, 춘추전국시대의 장자의 사상과 비슷할 수 있지만, 동일한 철학은 아니다. 아직 서로 비교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


이제 쇼펜하우어에게 한 발자국을 다가갔다. 그는 항상 그곳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와 얼마나 많은 대화와 생각을 나눌 지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염세주의라는 사전적 정의에 함몰되어 쇼펜하우어를 배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4.1.20 Ex. Libris. HJK


누구나 한 번쯤은 ‘사는게 고통이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페이지는 전자책 기준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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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펼치는 순간 단숨에 6,000년 역사가 읽히는
임소미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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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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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허무하지만, 전반적으로 몰입해서 읽었다.
하루끼는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주면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능력이 있다. 현실과 내면의 세계를 넘나드는 전개에서 독자에게 혼란을 끼치지 않고, 계속 읽게 만드는 능력이 오늘날의 하루끼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처음으로 벽에 대해서 생각했다. 세상은 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우리는 언제나 벽을 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벽, 즉 현실 세계에서의 벽은 문명의 부산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철학자 강신주는 인간의 가축화가 진행되면서 문명이 도래했다고 말한다. 동물의 가축화 이후 인간이 인간을 가축화 시켰다고 한다. 즉, 지배층이 나타나면서 피지배층을 가축화 시키고, 이걸 바탕으로 경제, 정치, 종교 등 많은 영역에서 문명이 발전했다고 한다.
애초에 인류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사유 재산이 없었고, 벽이 필요 없었다. 다만, 추위를 막기 위한 구조물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명이 생기면서 사유 재산을 지켜야 하고, 다른 문명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하고, 지배층의 명예와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공간상의 분리가 필요했다. 이는 공간으로만 국한할 수 없다. 우리는 엄청난 규모의 벽을 마주 보면, 위압감을 느낀다. 지배자가 원하는 감정이다.

사실 벽은 정신세계에서도 존재한다. 아무리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누군가와 벽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벽의 이유가 나 자신 인지, 남 인지를 구분하지만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 정치인의 피습을 보고, 어떤 이는 이런 짓을 저지른 범죄자가 나오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스러워하고, 어떤 이는 유명 정치인의 자작극이라고 욕을 한다. 대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 간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배척한다. 그리고, 자신의 벽 안으로 들어오라고 다른 사람들을 유인하고, 자신의 벽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서 공격한다.
히틀러라는 한 명으로 시작된 독일 3제국이 전체 독일인들에게 벽을 만들어 유태인 학살 및 세계 대전으로 몰았다. 그리고, 이 히틀러를 선택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독일인이고, 이들은 그에 맞는 재앙을 맞이한다. 집단주의로 강화되는 벽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은 불확실한 벽을 포함하고 있다. 벽은 항상 유동적으로 변하면서 영역을 넓히기도, 줄이기도 하고,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한다.
SNS, 유투브가 발전하면서 각자의 벽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을 초래했다. 각자가 원하는 소식에 빠져들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벽을 세우고, 철저히 남이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관심 있어 보이는 것을 추천해서 편리함을 제공한다고 떠들지만, 그로 인해 나의 벽은 더욱 견고해진다. 언론을 장악해서 자신들의 벽을 만들려는 존재가 이제 소셜 미디어로 이동한 것이다. 이제 24시간 어디에서나 벽이 만들어진다.
집단 이기주의도 결국 자신들의 벽을 세우고, 넘어오지 말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가상의 도시 안에서 살까? 아니면 실제의 세상에서 살까? 어느 곳이 가상인지 실제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어느 곳에 사는 것이 그림자인지 실체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무의미한 곳에서 무료하게 영원히 반복되는 삶을 살 것인가?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현실 세계에서의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벽으로 둘러싼 도시에서 위로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 명확한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명확한 답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몰입감을 느끼면서 약 700페이지의 책을 완독했지만, 다 읽고 나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 답을 찾을 때까지 하루하루 묵묵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2024.1.1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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