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평점 :
본가에 가면서 도서관에 들러 이 책을 빌렸습니다. 그동안 알라딘 보관함에 넣어 놓고, 구매는 안 하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 나서 검색을 해보니 있었습니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도서관에서 검색이 되면, 기분이 좋습니다. 뭔가 소중한 것을 찾은 느낌이 납니다. ^^
이 책을 빌린 후 본가에 가서 점심을 먹고, 잠깐 책 구경이나 하자고 펼쳤는데, 저녁에 집으로 돌아 오기 전에 다 읽었습니다. 분량이 얼마 안되기는 하지만, 저자 생각에 공감이 가고,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빵 만드는 것을 통한 자본 시스템 탈출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저자의 생각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첫째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자본론의 문제점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둘째는 제빵업을 통해 천연 재료 우수성, 신성한 노동의 의미, 양심적인 판매, 지역 공통체의 힘 등을 설명하고,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전 마르크스를 잘 모릅니다. 자본론 같은 것도 잘 모르고, 그냥 공산당만 알죠. 하지만, 자본론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사실 어린이와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산업 혁명을 일으켜서, 강대국이 되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고, 마르크스가 이 시기에 이런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잠시 이 책에 언급된 몇 가지 개념에 대해서 요약해 보겠습니다.
상품이란, 사용가치가 있고, 노동에 의해 만들어지고, 교환이 가능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고, 이런 노동력은 자본가(경영자)에 의해 구매되고, 노동자는 임금이라는 교환가치로 보상을 받습니다. 이 임금은 노동자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본가가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된 상품에 포함된 교환가치를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 노동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임금은 높이면 안됩니다.
- 지불한 비용 : 임금 6000원을 주고, 노동력 제공 받음
- 생산된 상품에 포함된 교환가치 : 노동력이 낳은 8000원
- 획득한 이윤 : 8000원 - 6000원 = 2000원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된 상품에 포함된 교환가치를 높일 수 있으므로, 노동 시간을 줄이면 좋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제품 가격을 낮추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노동 시간을 그대로 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기술 혁신으로 인해 점차 노동력을 대체하기 때문에 싼 제품 가격, 기술 혁신은 점차 노동자를 몰아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자본 시스템 밖으로 탈출해야 하고,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말고, 자기 소유의 생산 수단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빵을 직접 만들고, 팔면서 이를 해결합니다.
그렇다면, 자본 시스템 밖의 빵집은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요? 간단히 말하면, 이윤 추구는 최소화 하고, 주변에서 생산한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양심적이고, 좋은 빵을 만들어서 무조건 싼 가격이 아닌 정당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빵을 만들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본론의 문제점, 윤리적인 소비,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제품 등 무엇 하나 공감되지 않는 내용은 없습니다. 저자의 용기와 노력이 대단하게 생각되면서 부럽기도 합니다.
사실, 돈을 조금 주고서라도 천연 재료와 정성껏 만든 좋은 식품을 사먹고 싶습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는 이상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믿을 수가 없는거죠. 제 주변에 이런 저자의 빵집이 있다면, 안 살 이유가 없을거 같습니다. 빵 2개 먹을 거 1개 먹는다는 생각으로 사먹으면 되죠. 하지만, 주변에는 온통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빵과 뭔가 재료나 제조 과정을 하나도 모른채 무조건 믿고 사야 하는 비싼 빵만 있습니다.
저도 자본 시스템 밖으로 탈출하고 싶은데,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이윤을 최소화하면서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한다면, 가능할까요? 아니, 이런 전체적인 방향이 아니고, 나만이라도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전문가가 되어도 내 노동력을 판다면, 결국 마찬가지로 판단됩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가격을 청구해도 누군가 더 싼 가격으로 노동력을 판다고 하면, 자본가는 나를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욕심을 버리고, 유한한 자원으로 순환할 수 있는 토대를 가진 지역 공동체에서 정당한 가격으로 제품을 팔 수 있어야 하고, 이 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가치를 설명하고, 공감시켜서 안정된 판매망을 마련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 은퇴하면, 조그만 북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망할 거라고 합니다. 커피, 과일 쥬스 등을 모두 직접 정성껏 만들어서 정당한 가격을 받아야 하겠죠. 물론, 여기에는 책과 독서 공간 제공이라는 교환가치도 가격에 반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이윤, 적당한 노동 시간 등을 확보해야 하니 생활비도 최소한 들어야 하겠죠. 말만이라도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은퇴하고 나서 준비하려면, 너무 늦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뭔가 해야 한다는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아래의 책들을 좀 더 읽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살면,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게 정당한 소비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2015.12.26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