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무조건 되는 엄마표 영어 1일 1대화 (스프링)
세리나 황 지음, 소보록(강보경)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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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어 교육'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듯 하다. AI가 발전하여 번역이 잘 될 테니까 우리처럼 아이들은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파와 그래도 영어는 세계 공용어이고 어딜 가나 제일 많이 쓰는 언어 중 하나니까 해야 한다는 파이다. 후자는 영어가 세계인의 필수 언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재미있는 점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도 아이가 학교에서 영어 성적은 잘 받아오길 바라는 편이라는 점이다. 이러나저러나 영어를 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기저에 깔려있는 셈이다.

어릴 때 영어 노출? 무조건 되는 건 아니다. 내 아이의 특성이 중요하다!

우리집 같은 경우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 노출을 시켰다. 그러나 최대한 섬세하게 언어발달 과정을 관찰했다. 유아언어발달, 인지발달 등에 대한 정보를 찾아 꼼꼼히 확인하면서 마음 속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이유는 아이마다 다른 성향의 두뇌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 다른 재능과 특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중언어(또는그 이상)를 쓰는 같은 집에 태어난 아이들 중에서도 어떤 아이는 훌륭하게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언어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언어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쉽게 극복하는 경우도 있고 따로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가 되는 경우도 있다. 내 아이가 어느 쪽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두 가지 언어에 노출해서 언어 혼동 또는 그 외의 부작용을 유의미하게 보인다면 언제든 그만 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든 아이들은 각각 다른 두뇌와 다른 특성을 타고 났다. 무조건 모든 아이에게 맞는 교육은 없다. 모든 상황에서 모든 아이에게 항상 좋은 교육방법, 항상 정답인 교육방법도 없다. 내 아이에게 맞춤형 교육을 가장 잘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양육자이다.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양육자처럼 잘 관찰하고 맞춰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어, 영어, 수학 등등 영유아 교육은 이 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생각보다 더 어릴 때 몇 번의 혼동기가 찾아왔다. 한국말이 트인 건 빠른 편, 문장 구사도 빠른 편이었으나 영어를 함께 노출하니 중간중간 한국어가 정체되는 때가 있었는데 또 그 시점을 지나면 한국어와 영어 모두 빠르게 늘어 있었다. 한국어가 좀 정체되었다 싶을 땐 영어 인풋 완급 조절을 했다.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한국어>>>>>>영어 순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만3세인데 영어도 곧잘 문장으로 구사하고 상황에 맞게 대답하기도 하며, 수용 능력은 더 좋다. 영어로 된 TV프로그램을 거부하지 않고 그냥 본다. 알아듣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꺄르르 웃으며 따라하기도 한다. 물론 한국어가 훨씬 유창한 편인데, 한국어도 또래 아이에 비해 빠른 편이다.

아이에게 영어 노출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생각보다 일상에서 영어로 엄마가 말해주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엄마의 영어가 완전히 유창하지 않아도 상황에 맞게 영어로 말해주면 아이들은 그걸 기억하고 있다.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 듯 해도 어느 순간 자기가 익혀서 말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플래시 카드로 보여주는 것보다 실제로 경험하면서 영어로 말해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따분하게 앉아서 책보고 외우고, 이런 방식이 잘 맞지 않다. 심지어 어른들도 여러 감각을 활용하여 언어를 익히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엄마가 생활 주변에서 자주 쓰는 사물들, 동물들 등을 영어로 외워두고 산책을 하면서 또는 여행을 가서 말해주면 아이들은 신나게 놀면서 영어표현을 기억한다.


<엄마표 영어 1일 1대화>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데 유용하다. 아이와 책상에서 이 책을 보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외워서 실제 일상생활을 하면서 말해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아이만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자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엄마표 영어 1일 1대화>에는 일상, 에티켓, 방과 후, 마인드셋, 놀이, 정서, 휴식 등 7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있으며 바로 오늘 당장 익혀서 쓸 수 있는 문장들도 많다. QR코드를 직어 바로바로 원어민의 mp3음성을 듣고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유사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연습할 수 있다. 


<엄마표 영어 1일 1대화>에는 주제 문장과 함께 대화문이 나와 있다. 대화문은 진짜 엄마들이 아이에게 많이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실용적이다. 오늘의 구문은 '영어 패턴'이므로 외워서 응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유아교육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대화문과 연계하여 '오늘의 포인트'로 제시한다. 아이와 이 '포인트'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다.


엄마표 유아영어교육은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재미있게, 영어가 전세계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서툴러도 걱정하지 말자. 좋은 교재가 많이 나와 있고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많다. 그냥 오늘 하루 한 문장을 외워서 아이와 함께 영어 실력을 늘려가는 느낌으로 접근해 보자.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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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이 평생 써먹는 인생영어
T. John Kim (김태웅) 지음 / PUB.365(삼육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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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사람이 영어권 국가에서 갑자기 살게 되었을 때, 또는 영어를 써야 하는 곳으로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가장 필요한 건 고급 영어가 아니다. 당장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생존 영어이다. 그러나 평소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면 입에서 한국말이 맴돌 뿐 바로바로 번역되어 말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말'이란 그 상황에 맞춰 빠르게 생각하고 자동적으로 나와야 소통이 된다. 영어 회화 초보들이 직관적인 영어를 익혀야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짧고 직관적인 영어를 점점 늘려가다 보면 자신감이 붙는다. 여기서 나아가고 싶다면 문법을 다듬고 더 고급스러운 표현을 익혀 살을 붙여 자연스러운 영어표현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생활 속 진짜 미국 영어 표현 공부하기

<인생영어>는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며 언어 교육으로 학위를 받은 저자가 유학, 육아, 생존을 하면서 몸소 익힌 영어 표현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이 책에는 101가지 표현이 있는데 모두 실생활에서 바로바로 쓸 수 있는 유용한 내용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 등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표현이지만 한국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생활 속 진짜 영어이다. 


heads-up :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미리 귀띔해주는 공지사항/안내

folks, I'll give you a heads-up. 여러분 공지사항이 있어요.

I have a heads-up for you!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heads-up은 미국에서 정말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이라고 한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머리를 위로 들어올려 경청 모드로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한다고 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와 미국에서의 경험에 몹시 공감했다. 실제로 예전에 미국에서 잠시 생활했을 때 이 같은 상황을 항상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 초보자일 수록 이런 표현에 빨리 익숙해져야 쉽게 생활을 정상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 


<인생영어>는 크게 세 가지 챕터로 이뤄져 있다. 각각 일상생활 표현, 학교/유학생활 표현/비즈니스 표현이다. 그러나 완벽히 분리된 것은 아니고 대체로 전문적인 부분은 제외시켰때문에 비즈니스 표현을 일상생활에서나 학교에서 쓸 수도 있다. 반대로 일상생활이나 학교표현도 상황에 따라 직장에서 쓸 수 있는 표현들도 있다. 어쨌거나 모두 미국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알아두면 언제든 써먹을 수 있다.


I'm done. 다 했다, 끝이다!

We're done. (남자/여자 친구가 어두운 분위기에서)이만 끝내자.

I'm so done. 정말 짜증나서 못하겠다, 이제 그만


Good vibes 좋은 기운

No worries, I'll send you good vibes. 기운내 친구야, 내가 좋은 기를 줄게!


Be rusty 실력이 녹슬다


<인생영어>의 가장 큰 장점은 '실천 위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선 책에 실린 표현들이 자주 쓰는 영어라는 점에서 실용성, 활용성이 높다. 열심히 외워서 상황에 맞게 쓰면 훨씬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학습자가 영어표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상세한 상황 설명과 함께 다양한 예문을 주고, 대화문을 통해 표현을 활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 


<인생영어>는 저자가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로켓영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뿐 아니라 모든 영어 표현마다 QR코드를 찍어서 바로바로 mp3파일을 들을 수 있다. 핵심 표현은 물론이고 책에 나온 예문, 대화문 등을 모두 들을 수 있으니 듣고 따라하면서 듣기와 회화를 함께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에도 출판사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기타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는데, 바로 실천 페이지PDF이다. 본격적으로 이 책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다운받아 이 책을 최대로 활용하길 바란다. 4가지 미션을 수행하며 복습하고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면 <인생영어>에 나온 표현을 기억하고 활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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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을 - 인생의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한 당신에게 선물하는 명시와 명언 그리고 사진
김태균 엮음, 이해선 사진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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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와 명언이 가득한 책, 사진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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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을 - 인생의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한 당신에게 선물하는 명시와 명언 그리고 사진
김태균 엮음, 이해선 사진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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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을>은 명시, 명언과 함께 어울리는 사진을 감상하는 책이다. 총 130여편의 명언과 명시가 실려 있으며 이해선 사진 작가가 3년이 넘도록 매주 아름다운 사진을 저자에게 공유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작 책 한 권일 뿐인데 책 속에 담긴 마음이 독자에게까지 전달되는 듯 하다.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좋은 글을 찾기 위해서 저자가 한 노고, 다른 사람에게 잠깐이라도 치유의 시간을 주고 싶어서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사진을 공유한 사진 작가의 마음까지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순간에서 영원을>에는 사진이 함께 하기 때문인지 챕터가 계절 별로 나뉘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사계절을 보내며 한 장 한 장 읽을 수 있다. 넬슨 만델라, 기욤 아폴리네르, 오프라 윈프리, 금강경, 워런 버핏 국경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명사들의 좋은 말과 아름다운 시가 실려 있다. 거기에 각 명사의 소개와 함께 저자의 해설이 들어 있는데 긍정적인 마음과 고찰 끝에 하나하나 새겨 넣었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인생의 날씨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존 러스킨-


<순간에서 영원을>의 봄 편, 가장 첫 페이지에 실린 존 러스킨의 시이다. 존 러스킨은 19세기 영국에서 미술 및 건축 평론가로서 활동하였다고 한다. 이 시와 함께 실린 사진은 스피티 밸리의 안개 가득한 골짜기에 무지개가 있는 풍경이다. 


봄에 보면 좋겠다고 실은 시이지만 요즘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장마철에도 어울리는 글이다. 자주 비가 내리고 구름이 껴서 우울한 날씨가 또 시작되었다며 일어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발을 질척거리게 만드는 물 웅덩이와 진흙탕을 지나며 바지 밑단과 신발이 축축하게 젖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마철은 나쁜 날씨가 아니다.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첨벙거리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그들에겐 세상 행복한 날씨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순간에서 영원을>에는 사랑하는 마음을 물씬 나타낸 기욤 아폴리네르의 <선물>이라는 시, 넬슨 만델라의 굳은 의지가 담긴 말, 내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한가득 느겨지는 <그냥>이라는 시,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한 워런 버핏의 명언, 힘든 어린 시절을 딛고 일어난 오프라 윈프리의 명언 등 읽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 한가득 실려 있다. 어떤 글과 사진이 더 좋다고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글과 사진이 아름답다.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글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시 한 구절을 떠올릴 수 있고, 힘겨운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을 읽으며 미소 지을 수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아픔이 있다. 모두 다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저마다 지고 가야 할 짐이 있고 해야 할 과업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무게에 짖눌려 절망스러운 시간도 있다. 그런 힘든 시간에 어떤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글 한 구절, 사진 한 장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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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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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정보의 바다. 그러나 문제는 좋은 방향과 나쁜 방향으로 모든 정보가 떠돌아다닌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궁금한 정보를 쉽게 찾고 전문가와의 상담도 훨씬 쉬워졌으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우리는 전세계의 온갖 나쁜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운이 나쁜 경우 또는 어떤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행동할 경우 사진, 동영상 등을 찍혀 협박을 당하거나 전세계의 모든 사람이 수치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 성범죄 피해자가 되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영상 때문에 고통받다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본 것>, 부제는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에는 2021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선정된 소설로, 소셜 미디어의 유해 콘텐츠를 검토하고 삭제하는 일을 맡게 된 사람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본 것>에 나오는 소셜 미디어의 어두운 모습은 그 무엇을 상상하든 우리의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다. 앞서 내가 말한 영상들은 물론이고 이들은 매일같이 동물 학대, 자해, 혐오, 폭력 등을 가감없이 봐야 한다. 수없이 많은 인간의 잔인함과 잔혹함에 여과없이 노출된 사람들은 직장에서도 여러가지 학대를 받는다.

주인공 케일리가 입사한 회사 '헥사'는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을 감수하는 곳이다. 여기서 헥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콘텐츠 감수자'로서 일하였고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이들은 점점 피폐해진다. 학대 당하는 개, 나치식 경례, 칼로 자해하는 소녀 등은 이들이 수없이 접하는 전형적인 영상이었다. 심지어 소송에 임하는 변호사가 아무렇지 않게 물어볼 정도로 말이다. 


헥사는 케일리가 입사 면접을 볼 때부터 심상치 않은 곳이었다. 구인 광고에는 기껏해야 '품질 보증 관리자'라고 적혀 있었고 케일리는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20퍼센트 높은 시급에 홀려 지원한다. 실제로 거기서 하게 될 일은 영향력 있는 미디어 대기업을 위한 '콘텐츠 평가'라는 설명을 들었고 어떤 경우에도 그 대기업 회사명을 언급해도 안 된다는 권고를 받는다. 


헥사에 지원한 이들은 플랫폼, 자회사 사용자, 봇에 의해 '유해'라고 보고된 게시물과 영상을 검수하는 일을 맡게 되었고 연수 첫 날 감수팀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적힌 안내서를 받는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다-유해 게시물

모든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이다-게시 가능


무슬림은 여성이나 동성애자, 이성애자처럼 '보호 카테고리'에 속하기 때문에 첫 번째 문장은 유해한 것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는 보호 카테고리가 아닐뿐더러, 무슬림이 유해한 용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이해할 수 없는 게시 가능 콘텐츠는 다양하다.


창문 밖으로 고양이를 내던지는 사람의 동영상은 학대행위가 아니면 업로드 가능

침대에서 키스하는 동영상은 성기나 여성의 유두만 보이지 않으면 가능, 단 남성의 유두는 보여도 괜찮음

질 안의 음경을 손으로 그린 그림은 가능

외음부를 디지털로 그린 그림 금지

벌거벗은 아이의 이미지는 뉴스 관련 자료면 가능, 홀로코스트와 관련되면 금지

소아 성도착자에 대한 살인 협방 게시 가능, 정치인에 대한 살인 협박 게시 불가능


연수 마지막 날 이들은 연수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영상이 게시 가능한지 금지인지 판단하는 시험을 받아야 했다. 성인 여자가 더러운 길바닥에 아기를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자 소년 둘이 아기에게 돌을 던지는 영상, 여성의 유두가 노출된 영상, 몸에 불이 붙은 남자의 영상을 비롯하여 심지어 어떤 남자가 로트바일러 개를 성폭행하는 영상까지 봐야 했다. 


이 외에도 케일리를 포함한 동료들은 게시물 평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확하지 않으면 압박을 받았다. 이들은  휴식시간이 고작 두 번 뿐이었으며 개중 하나는 칠 분밖에 되지 않아 화장실에 줄을 서느라 시간을 다 써야했고 하루에 500개 이상의 위반 게시물을 처리하고 정확도가 90퍼센트 밑으로 내려가면 심각한 경고를 받았다. 정확도가 계속 오르지 않으면 해고되었으며 다리를 펴고 싶어 책상을 떠나면 타이머가 작동하는 곳이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나머지 동료들은 점점 자해를 하거나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을 겪은 케일리는 소송에 참여하기보다는 그저 이 일을 흘려보내고 잊고 싶어한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일상을 유지하며 자신의 빚을 변제하고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자신의 경험을 변호사에게 서술한다. 이 점이 더욱 마음 아프고 소름 끼친다. 회사는 이들을 그저 하나의 부품으로 대하고,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었던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처참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 <우리가 본 것>은 그 동안 우리가 외면해 왔던 소셜 미디어의 큰 문제이다. 저자는 이를 케일리의 목소리로 담담하기 그지없게 서술하고 있으나 독자들은 모든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언제든 겪을 수 있는 또는 이미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본 것>는 그 어떤 스릴러, 공포 소설보다 소름 돋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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