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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글 좀 읽어봤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람들 중에 그의 글을 읽어보지 않은 이들이 있을까? 아마 '유홍준'작가가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뭐길래 대부분 읽어 봤다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이 시리즈의 한 토막은 읽었을 것이다. 바로 교과서나 중고등학교 문학 수필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한국 문화 유산을 직접 답사하며 느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쉽고 매력적인 글로 널리 알렸다. 당시에 전통문화, 한국 유적지 등에 대한 내용은 너무 학술적이고 재미없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대한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도 그의 손을 한번 거치면 맛깔 나는 장면으로 변하여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곤 했다.
저자의 신간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저자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모든 독자가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제목에 밝힌 것처럼 이번 책은 '잡문집', 사람이야기는 물론이고 한국 문화, 바둑, 미술교육, 백두산, 한국의 현대 예술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무엇보다 맨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나의 글쓰기'라는 글이 실려 있는데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 문장 수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오기까지의 과정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미 그의 팬이라면 이 책도 순식간에 읽어 내릴 것이고, 저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도대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이번 책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역시 쉽게 읽히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다. 저자가 그 동안 쓴 글 중에서 시의성이 있는 글들은 묻어두고 주제 별로 나누니 '인생만사', '문화의 창', '답사 여적', '예술가와 함께', '스승과 벗' 다섯 장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무려 45년 동안 피운 담배를 끊으며 담배 고별연으로 책을 시작한다. 마치 유씨 부인이 27년간 써오던 바늘이 부러지자 이를 애도하는 「조침문」을 썼듯이. 정희성 시인의 「동년일행」에서 나오는 '담배 피우는 행위'가 주는 위로에 대해서 말하고, 담배를 통해 인간미를 주고 받았던 이용악 시인의 「시골 사람의 노래」를 언급한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 북측 안내원에게 받은 담배를 피웠던 기억, 그리고 담배의 이야기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 17세기 우리나라에 처음 담배가 들어온 때까지 이어진다. 담배를 너무 좋아하지만 시류에 따라 담배를 끊으며, 그는 애정했던 담배에게 이별을 고한다.
우리나라에 '잡초공적비'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저자는 지난 여름 잡초 예찬론자인 김정헌 화백과 함께 이 '잡초공적비'를 보러 갔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군 청옥산 산마루, 육백마지기 고원의 한쪽 산비탈에 펴 있는 샤스타데이지 꽃을 감상하며 산 정상에 올라 잡초공적비에 도착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생태농장의 노부부가 생채기 난 흙을 품고 보듬어 치유하는 잡초의 위대함을 기리고자 세운 잡초공적비, 이 비석 뒤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한다.
잡초는 지구의 살갗이다.
-잡초 공적비 뒷면-
꽃차례는 봄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들의 순서. 저자는 2월부터 피는 꽃을 하나씩 읊기 시작한다. 동백이 피고 매화가 꽃망울을 맺었다는 소식과 생강나무, 산수유, 매화가 거의 동시에 피면서 시작되는 봄꽃들. 백련사 승탑 동백밭에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과 송이째 떨어진 동백꽃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꽃은 나이가 들어야 그 아름다움의 진수를 알게 된다며 송나라 애국 시인인 육방옹의 시를 읊는다.
「유홍준 잡문집ㅣ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읽으면 저자의 넓고도 깊은 시야를 절로 깨닫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 미술, 문학 등에 대한 지식, 현대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주변인과의 이야기까지. 뭐 하나 놓치고 싶은 구절이 없다. 읽는 이가 감탄하고 또 감탄하면서, 더 싣고 싶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 한 권으로 줄였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써 놓은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은 보석과 다름없다. 간단하지만 글에 반영하기 어려운 조건들, 실제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이 모든 조건이 다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밀리언셀러로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 하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진심. 그의 모든 글에는 진심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절로 감탄하며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