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예요
이승재 지음 / 좋은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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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주변에서 책을 자주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소설이나 인문학 책을 주로 읽지 시집을 읽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시집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다들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시집을 아직까지 읽고 있는 사람들이 특이한 이들이 되어버렸다. 낄낄거리면서 시집에서 가장 예쁜 시를 골라 마음에 드는 소년, 소녀에게 편지와 함께 쓰던 모습은 60년대~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아름다운 언어, 함축된 시어, 극도로 정제된 말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시가 이제 유별난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참 아쉽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와 영영 멀어져버리고 만다. 도서관에서도 시집은 참 인기가 없다. 어쩌다가 인기 드라마나 영화에 노출이 된 시라면 모를까, 시집의 대여율은 저 바닥의 바닥에 있다. 그나마도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인들의 시집 이외에는 아주 깨끗해서 요새는 누가 시를 쓰고 읽나 싶다. 아직까지 꿋꿋하게 시를 쓰고 시집을 출판하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 속 깊이 찬사를 보낸다.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는 이승재 시인의 시집으로 '이별'을 주제로 한 시들이 실려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춘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2022 한용운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몇몇 시들은 한용운 시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러시아에서 시간을 보낸 이용악 시인의 감성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시집 표지에는 예쁜 치즈색 고양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고 그 위에 작은 소녀가 요정처럼 잠들어 있다. 남색 밤하늘에 구름을 이불 삼아 포근하게 잠든 고양이 한 마리와 사람 한 명. 아마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의 시인은 나중에 고양이와 이곳에서 행복하게 만날 것을 꿈꾸고 있지 않나 싶다.

​상처와 마주 보았네

​혼자였는데
더 혼자이고 싶어서
정신없이 너에게 달려가던 그날
가시 돋친 시멘트길에
빨갛게 피어오르는 무르팍 피를 보며
한참을 앉아있었네
​붉은 방울이
나 대신 울고 있는 거 같아
미안,
내 그림자에서조차 벗어나고 싶었어
​오래전에 버려진 가슴앓이
견디지 못했던 기억
그렇게 너는 사라지겠지
나도 사라져버릴 거야 그래서
나도 널 잊을 거야
​핏빛도 잃어가는
상처에게 얘기하며
한참을 울었네


​-이승재 시인-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슬프다. 희망찬 내일을 약속하지 않으며, 떠난 이를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연인이든, 반려 동물이든 마음 속 깊이 사무치게 좋아하던 이와 이별을 했을 때의 심정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음속 깊이 침투한 상처를 무리해서 치료하려고 하지 않으며 그 슬픔을 모두 받아들이는 과정이 여러 시 곳곳에 나와 있다. 담담했다가 그렇지 않았다가, 일상 생활을 하다가도 한없이 가라앉았다가, 너무 그리워해서 그 감정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었다가.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에 나오는 시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별에 죽도록 아파도 되고, 열심히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상처를 받아들이면서 쓴 싯구들이 다른 상처받은 이를 조용히 위로한다.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에요>는
시가 죽은 이 시대에, 아직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픔을 시로 위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시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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