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괴담걸작선
쓰쓰미 구니히코 지음, 박미경 옮김 / 소명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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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에서 만든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소설, 영화 등에는 유독 공포물이 많다. 요괴나 귀신을 주제로 한 작품은 셀 수도 없이 많고, 이를 모티프로 사용한 작품은 더더욱 많다. 예를 들면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귀멸의 칼날>에 나오는 혈귀와 이들을 둘러싼 여러 비극적인 이야기 또한 일본에서 전해내려오는 설화, 전설, 민담 등에 나오는 귀신이냐 요괴 이야기를 바탕으로 변형된 것이 많다. 

<에도괴담걸작선>의 저자 쓰쓰미 구니히코는 일본의 요괴나 유령에 대한 괴담물, 공포 영화의 원점이 에도 괴담에 있다고 말한다. 일본 에도시대에 대중문화가 시작되었으며 17세기에 시작된 출판문화는 서민들에게 다양한 오락용 읽을 거리를 제공했다. 동시에 도쿠가와 막부의 강권적인 지배 하에 서민들은 가혹한 복종과 억압을 견뎌내야 했고, 이 권력 하에 신분이 낮은 자, 특히 약자였던 여성이 유령이 되어 에도 괴담의 주역이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에도괴담의 공포스러운 이야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묻어나는 당시 일본 민중의 생활과 감정, 문화 등을 함께 읽어낼 수 있다.

독자는 <에도괴담걸작선>을 통해 에도 괴담의 명작들부터 시작하여 모노가타리조시, 강담, 실록에 이르는 괴담 문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에도 시대에 유명했던 공포담을 책에서는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다섯 개의 주제는 우리도 익히 아는 일본 문화 저변에 깔려 있는 내용으로 여자의 질투, 연쇄되는 불행, 슬픈 사랑이야기, 인간과 이계의 만남, 인과응보이다.


이 중에서 여자의 '질투'에 대한 이야기에는 소름끼치는 내용이 많다. 처음엔 애틋하게 시작했다가도 엇갈리는 마음, 사랑의 배신, 멀어지는 연인 등 사랑의 어두운 측면은 항상 존재한다. 에도시대 소설들은 남편, 아내, 첩 사이의 갈등이나 여자들 사이의 다툼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괴담에도 이런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에도괴담걸작선>에는 남편의 재혼을 시기하는 아내의 망령, 후처를 저주하는 전처, 남자의 배신에 미쳐버린 여자의 복수극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내와 첩>이야기에는 꽤 무서운 내용으로 뇌리에 남는다. 에치고(나가타현)지역의 영주 부하인 '요시다 사쿠베'라는 사무라이와 그 부인이 나온다. 이 사무라이는 고향인 젠코지 마을에 아내를 남겨둔 채 다른 지역에 부임해 있었는데 안주인의 신변을 돌보던 시녀 한 명이 갑자기 사라진다. 알고보니 이전부터 이 시녀는 사쿠베와 정인이었으며 주인이 오누마로 불러들여 첩으로 삼았던 것이었다. 안주인은 이 사실을 알고 분노와 질투의 불길에 휩싸여 거의 미친 지경에 이른다. 대관 저택에서는 안주인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 부헤이라는 관리를 고향에 보낸다. 부헤이는 안주인이 어릴 때부터 길러준 정을 이기지 못하고 첩의 목을 쳐서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들어준다. 안주인은 첩의 목을 받고 너무 기뻐 병이 거짓말처럼 나았다. 그러다 연적의 머리에 뺨을 비비며 깔깔대다가 갑자기 분노가 솟구쳐 잘린 머리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머리카락을 잡아뜯고 질근질근 깨물기까지 한다. 이 장면이 히라가나본 『인가모노가타리』의 그림과 함께 나와 있는데 기괴하기 그지 없다.

우리나라에도 본처가 첩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벌이는 끔찍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 정도까지 잔혹한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우리의 문화권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끔찍한 내용들이 종종 등장하여 눈길을 끈다. 공포이야기, 호러소설 등을 좋아하거나 일본 문화권, 특히 요괴나 괴물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면 <에도괴담걸작선>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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