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동물 열전 - 최애, 극혐, 짠내를 오가는 한국 야생의 생존 고수들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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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곽재식 작가가 유퀴즈, 아는 형님, 역사저널 그날 등에 출연하면서 많이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런 매체에 출연하기 전부터 창작가들 사이에서 곽재식 작가의 책은 유명했다. 동양풍 판타지, 또는 한국 역사 소설을 쓰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 리스트에는 그의 책이 꼭 들어가 있었다. 그의 책을 너무 소장하고 싶었던 이들이 많아서 책 출간 펀딩도 몇 차례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 펀딩 기간을 놓치고 후회하는 이들도 많이 보았고, 나도 그 중에 한 명이기도 했다. 이제는 펀딩 없이도 곽재식 작가의 책을 자유롭게 살 수 있어서 감개가 무량하다.

곽재식 작가는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이자 SF소설가, 공학박사, 화학석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여러 분야에 박학다식하다. 그 중에서 과학 분야의 책을 제외하면 한국의 민담, 설화, 전설, 신화 등에 나오는 괴물들 등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팔도 동물 열전>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갸웃했다. 왜 갑자기 '동물 열전'이라는 분야에 진출하셨지? 싶었는데... 책을 읽고 보니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자면 인구 밀도를 고려할 때 한국의 산림 비율은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핀란드같은 경우 인구밀도가 낮은 편이고, 반면 한국은 제곱킬로미터당 500명이 넘는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데 숲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연 보호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동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등의 말이 나오고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자연이 부족한 나라'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처럼 곳곳에 숲과 산이 있는 곳은 많지 않으며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흔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보기 힘든 동물들도 많다고 한다. 그 흔한 까치마저 귀한 새라고 하니... 생각해보니 미국 센트럴파크에 갑자기 원앙이 나타났을 때 너무 예쁘다고 난리가 났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은근 쉽게 보고 그냥 지나치는 새 중에 하나라 미국 사람들의 반응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괴물백과>를 출간한 작가답게, <팔도 동물 열전>에서는 각 지역의 동물과 함께 그 동물에 얽힌 신화나 전설, 민담, 한국사람들의 인식 등이 함께 나온다. <한국괴물백과>를 읽은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느낌으로 <팔도 동물 열전>을 읽을 수 있고 반대로 <팔도 동물 열전>이 너무 재미있었다면 <한국괴물백과>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팔도 동물 열전>에는 충청남도의 고라니, 경상남도 멧돼지, 경상북도 여우, 경기도의 너구리, 전라북도의 담비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라니 이야기의 부제가 너무 재미있는데 바로 고라니가 '한국에는 널리고 깔린 희귀종'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라니는 시골에서는 농작물을 다 파헤치는 유해 동물 또는 어두운 밤 시골길을 주행할 때 주의해야 하는 골치아픈 녀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고라니를 신기해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동물이라고 한다니 많은 한국인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팔도 동물 열전>에서 고라니의 이야기는 '백제 멸망을 예언한 괴물'로 시작된다. 약 1400년 전, 7세기 삼국 시대 백제의 중심지는 충청남도 부여 인근이었다. 작가는 백제 멸망의 해인 서기 660년의 기록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각종 기상이변이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삼국사기>의 기록에는 백제의 도성 근처에 이상한 괴물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문득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기록에서 그 괴물을 '들 사슴을 닮은 개'라고 묘사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가 고라니라고 추정하는 이 동물, 과거에는 오히려 고라니가 드물었으며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고라니가 정확히 어떤 동물이었는지 사람들 사이에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고라니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고 기후 변화에 따른 대비 방법과 고라니 연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렇게 작가는 한국 팔도의 여러 대표 동물을 역사적 기록, 설화, 전설과 함께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며 왜 이런 기록이 남았는지, 현재 우리는 어떤 자세로 우리 땅에 함께 살고 있는 동물들을 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지구를 지배하는 왕이 아니다. 자연과 그 자연의 일부인 동식물 등과 함께 살아야 한다. <팔도 동물 열전>은 우리 땅에 사는 친숙한 동물부터 하나씩 알아보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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