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규칙 - 성 베네딕도 성인과 함께하는 자존감 수업
어거스틴 웨타 지음, 민제영 옮김 / 분도출판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생각이 들 때도,

자신을 내려놓기는 참 힘들다.



'철저하게 낮아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주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영향력을 끝끝내 행사하고 싶어 한다.



겸손은 인간의 본성에 역행한다.

인간은 높아지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낮아진 인간을 높이신다.



성 베네딕도는 수도 생활 중에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수도 규칙』이라는 규칙서를 작성했고, 이후에 대부분의 수도원이 사용하기에 이른다.



세인트루이스 베네딕도 수도회 사제인 어거스틴 웨타(Augustine Wetta)는

『수도 규칙』의 제7장, '겸손'을 주제로 자기 존중을 길을 모색한다.



성 베데닉도는 자기 존중은 거룩함의 형태를 띤다고 생각했고,

거룩함은 자기애가 아니라 자기 버림이라 주장했다.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하나님은 은혜를 위한 지속적인 자기 비움의 과정이다.



성 베데딕도는 자신의 『수도 규칙』 제7장, '겸손에 대하여'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필연적으로 필요한 '겸손'을 12단계로 보여 준다.



이 단계들이 꼭 시간의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모든 단계는 겸손을 위해 필수적이며, 어느 정도 순차적이다.



예를 들어,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욕망보다는 하나님의 뜻에 충실한 삶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자기 부정은 자신의 꿈을 좇지 않고 사명을 위해 살아가게 만들며,

이러한 삶에서 인내와 참회, 평정과 자기 겸허, 신중, 침묵, 품위는 매우 중요하다.



결국 겸손은 지혜로운 삶이며, 그러한 삶은 분별을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단계를 통해 우리는 경건할 수 있으며, 경건은 우리의 머리를 숙이게 한다.



너무도 가벼운 자존감에 관한 논의는

오히려 자기애로 귀결되기 쉽고,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만을 사랑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이웃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좀 더 무게감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랑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참된 사랑은 어쩌면 인내와 고통의 시련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수도 규칙』과 함께 구비해두고 읽기에 유익하다.

한 번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체화될 때까지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 - 신학단상
카를 라너 지음, 장익 옮김 / 분도출판사 / 2023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삶의 대부분은 일상인데,

특별한 시간과 장소만 고대한 듯하다.



마치 우리의 일상은

특별한 날을 위해 허비되는 것은 아닌지.



20세기 위대한 신학자 카를 라너(Karl Rahner)는

우리의 일상이 일상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한다.



일상의 신학이라 하여 일상을 특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자신의 신학적 지식을 뽐내지 않는다.

그저 수수하고 덤덤하게 일상을 훑어본다.



하지만 그의 글은 시원하고 깨끗하다.

에둘러 가지 않고 핵심으로 바로 나아간다.



우리가 일하고 걷고, 앉고, 보는 것,

웃고, 먹고 자는 것에서 하나님의 은혜는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가?



아주 짧은 분량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명료하지만, 곱씹을 내용은 풍부하다.

참으로 인간다운 삶이란 더없이 진지한 자유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포착되는 영원한 하느님의 무게를 지닌 삶인 것이다. - P9

식사는 일상에 있어서의 축제이다. 그것은 모든 것과 모든 이의 염원인, 모든 이를 지켜 주고 고독에서 풀어 주는 저 일치를 알리기 때문이며, 일상에서 조용히, 그러면서도 뚜렷이, 영원한 삶의 잔치를 말해 주기 때문이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 - 온 세상을 품은 청소년을 위한 일상 선교 이야기
강남숙 외 엮음, 홍현민 감수, 크리스토퍼 라이트 원작 / IVP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님 나라 복음은 예수님께서 증거하셨던,

성경의 핵심적인 메시지다.



하나님 나라 복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하나님의 선교, 하나님의 주권적 일하심이다.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인 '하나님의 선교'는

모든 만물을 포괄하면서도 일상을 간과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많은 각론들을 모두 다루어야 하기에

그 논의를 촘촘히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이러한 하나님의 선교를 명확하면서도 가슴 벅차게 우리에게 소개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선교』(Ivp)와 『하나님 백성의 선교』(Ivp)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에서 주요한 논의들을 섬세하게 다룬다.



문제는 성경신학에 기초한 꼼꼼한 논의로 인해

책의 내용이 다소 무겁고 장황해질 수 있다는 점.



성경의 핵심적 내용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님 자녀들의 선교』(Ivp)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하나님 백성의 선교』의 깊고 넓은 논의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좀 더 쉽고 간명하게 '하나님의 선교'를 풀어낸다.



각 장 말미에 있는 '함께 생각해 보아요'와 '함께 기도해요'는

개인 묵상이나 그룹 스터디를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간중간에 삽입된 '하나님 자녀들의 톡'은

각 장의 내용을 만화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청소년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좋은 신앙서적이 턱 없이 부족하다.

우리 자녀들을 위한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 한 신학자의 영성 고전 읽기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2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어야 할 책이 참 많다.

다양한 주제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읽고 싶은 책은 더욱 늘어난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기에,

책 읽을 순서를 안다면 더욱 효과적인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안내자는 자신의 시각이나 가치관에 상대방을 가두지 않는다.

객관적인 비교와 효율적 방법론으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좋은 교사는 학생의 성장을 가로막지 않는다.

오히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의 성숙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렇기에 탁월한 리더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르는 자들의 신뢰가 매우 두텁다.



학자이자 목사이며, 글쓰기 선생인 김기현.

그는 '지금'의 '한국 교회'에 필요한 책을 시의적절하게 내는 작가다.



때로는 야곱을 통해 우리 안의 미묘한 이중성을 밝혀내기도 하고,

욥과 하박국을 통해 고통의 문제와 대면하게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책을 사랑한다.

공격적이고 공감적인 책 읽기는 성경 읽기와 묵상을 넘어, 고전 읽기로 나아간다.



전작인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가 인문 고전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영성과 신학 고전을 망라하고 있다.



책 읽기 스승인 저자를 따라가면

아우구스티누스, 파스칼,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본회퍼 등과 대면한다.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머무는 곳을 함께 거닐면

고전의 글귀가 어느새 마음 곳곳에 자리하게 된다.



특히 어떤 번역본을 읽을지, 무엇부터 읽을지를 소개하는

각 장의 부록은 책 읽기의 내비게이션과 같이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전을 읽고 싶은데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한가?

이 책이 있다면 그런 고민 없이 풍성하고도 즐겁게 여러 책을 탐독하고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이름이 무엇이냐 - 사탄, 그 존재에 관하여
전원희 지음 / 이레서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경은 철저하게 땅의 문제를 다룬다.

하나님의 백성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하늘을 전제한다.

다양한 영적 세력이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영이신 하나님에 대한 견해도 다양하지만,

그 반대편의 사탄에 대한 존재는 훨씬 복잡하게 수용되었다.



랜선 신학교 교학처장 및 구약학 강사로 활동하시는

'네 이름이 무엇이냐'의 저자 전원희.



저자는 인류가 사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1부에서는 구약성경과 중간기 유대 문헌,

신약성경과 유대 문헌을 망라하여 사탄의 개념을 추적한다.



사탄을 받아들이는 개념은 점차 발전하고 확장된다.

영적 실체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통해 우리는 건강하고도 객관적인 지식을 갖게 된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초기 기독교에서의 축귀 현상을 다룬다.

사탄과 귀신 등을 어떻게 수용했는지는 이러한 축귀의 중요성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개인의 영적 경험으로 축소되어 있는 영적 이해를 넘어서서

보다 객관적이며 통일된 영적 실체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된다.



더불어 적은 분량이지만 꼼꼼하게 연구된 이 책은

한 주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많은 통찰을 제공하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