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옹호하다 - 전통의 의미와 재발견, 회복에 관하여 비아 시선들
야로슬라프 펠리칸 지음, 강성윤 옮김 / 비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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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이 주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은 이전의 것에 비해 발전된 듯하고, 좀 더 완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새로움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것은 옛 것을 품고 있습니다. 그 안에 많은 역사와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전통'을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통찰'이 주어집니다.


'전통'과 '통찰'은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무시한 채, 미래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통찰'은 '전통'의 또 다른 목소리와 같습니다. 전통에 귀 기울일 때 더 나은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그리스도교 역사가인 야로슬라프 펠리칸(Jaroslav Pelikan)은 '그리스도교의 전통'에 대한 5권의 저술을 남겼습니다. 『그리스도교 전통』(The Christian Tradition)에서의 그의 방대한 사상을 이 책 『전통을 옹호하다』에서 간명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983년 펠리칸의 제퍼슨 강연을 토대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는 서문에서 평생의 연구를 돌아보며 이 강연을 준비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평생의 연구가 이 책에 녹아져 있음과 동시에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현장감이 느껴지는 언어로 그의 연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마치 전통을 성서와 대립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펠리칸은 오히려 그리스도교의 전체 역사를 통해 보다 폭넓게 전통을 살펴보기를 요청합니다. 그리하여 유구한 전통 가운데 보다 풍요로운 조화가 있을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전통을 면밀하게 관찰하다 보면 새로운 것은 이전의 것을 품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혹여나 전통과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관념이나 사상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새로운 논거는 기존의 사상을 전제하며, 부분적으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의 재발견은 과거를 재발견하며 재구성합니다. 과거의 체계나 사상이 전통을 어떻게 선택하며, 해석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펠리칸은 자신의 연구에서도 이를 중시했다고 밝힙니다. 즉 전통의 비언어 요소 혹은 개념으로 잡히지 않는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죠.


전통에 대한 펠리칸의 개념은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교리의 발전을 이해했으며, 아돌프 하르낙(Adolf von Harnack)과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전통은 그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를 그 안에 가두지 않습니다. 또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자신을 넘어서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보편적 진리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전통은 그것을 안내하며 도와줍니다.


우리는 과거의 것에 사로잡혀 있는, 죽은 신앙인 '전통주의'는 멀리해야 합니다. 반면 살아있는 전통을 통해 통찰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전통을 올바로 계승할 때 우리는 풍요로운 유산을 통해 살아있으며, 더욱 깊이 있고, 힘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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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너희 신이다 - 우상숭배 시대에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길
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한화룡 옮김 / IVP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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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貪慾)을 당연시하는 시대입니다. 오히려 탐심(貪心)을 더욱 부추기며, 조장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돈'은 우상이 되었습니다. 명예나 권력, 이데올로기 등도 여전히 그 힘을 과시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거짓 신에 우리는 이러 저리 끌려갑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눈에 보이는 우상을 섬기지 않음으로 인해 자신들이 하나님만을 경배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우상이 우리 내면 깊숙하게 숨어 있습니다. 하나님보다 우선되는 우상들이 우리 안에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신성한 것과 세상의 것을 분리하는 이원론(二元論)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혼합주의입니다. 자신들의 욕구와 하나님의 뜻을 교묘하게 결합합니다. 부와 경건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인정받으려 합니다. 비록 사람들에게는 칭송받을 수 있겠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은밀한 탐욕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선교』, 『현대를 위한 구약윤리』 등의 저술을 통해 구약의 메시지를 우리 삶에 적실하게 적용되도록 노력한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 그는 이 시대를 우상의 시대로 규정하며, 이러한 상황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어떠한 자세로 살아야 할지를 이 책 『이것이 너희 신이다』를 통해 간명하게 제시합니다.


이 책의 1부는 라이트의 책 『하나님의 선교』에서 제5장 "살아 계신 하나님은 우상숭배와 대결하신다"를 편집하고 다듬은 내용입니다. 이외의 내용은 미국에서 있었던 공개 강연의 내용이 토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1부가 원리를 제시한다면, 2부와 3부는 보다 실제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만물을 다스리시는 살아계신 야훼 하나님을 경배한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의 모습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우상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십계명의 1,2계명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혼합주의의 핵심입니다.


우리 또한 하나님에 대해 말은 많이 하지만 우리의 욕구를 반영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신다고 말을 할 때, 그것이 얼마나 인간적일 때가 많은지요. 우리의 언어에 제국의 관점, 세상의 가치관이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와 있을 때가 허다합니다.


저자는 구약에서 제국의 역사를 나열하며, 그들의 흥망성쇠를 분석합니다. 선지자들의 메시지는 일관됩니다. 아무리 크고 강대하게 보이는 제국이라 할지라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제국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손 아래 있습니다. 그 손안에서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제국이 종말을 맞이하는 것 또한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내적인 부패들 즉, 도덕적인 악행이나 경제적인 불평등이 있습니다.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들로 인한 외적 요인들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구약의 예언자들은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심판임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제국의 멸망에서 보이는 뚜렷한 몇 가지 모습들이 지금 현대 사회에도 보이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는 제도적인 폭력이며, 빈곤과 불평등의 증가, 극단적인 포퓰리즘과 국수주의, 성적 혼란과 가족 해체, 생태학적 황폐, 거짓이 만연한 세상의 모습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거부하시는 우상들을 폭로합니다. 번영과 국가적 자부심, 자기 예찬의 우상은 구약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내적 우상입니다. 하나님 한 분을 신뢰하지 않고, 우상을 의지할 때 멸망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실패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명백하게 묘사됩니다.


타락한 시대에서 우상은 보다 더 교묘하게 우리에게 스며듭니다. 이러한 세상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백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삶 곳곳에 있는 우상에 대해 인지하는 것입니다. 거기로부터 돌아서고, 살아계신 하나님께 돌아가야 합니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세 가지 차원을 살펴봅니다. 이는 하나님의 이야기로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과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 세 가지를 상기하며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야 합니다.


우상의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향하여 나아가야 합니다. 허망한 세상의 욕구는 더 깊은 차원의 공감과 환대, 사랑으로만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울어주고, 아파하며, '너'의 필요를 채워주는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갈 때 우상은 폭로되고, 하나님은 경배 받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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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바빙크의 현대 사상 해석 - 현대의 종교, 학문, 사회에 대한 개혁신학적 비판 헤르만 바빙크의 기독교 변증 시리즈 1
헤르만 바빙크 지음, 박하림 옮김 / 다함(도서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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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급변합니다. 그 흐름에서 중심을 잡기가 힘듭니다. 종교와 학문, 사회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세상의 가치관은 서서히 우리를 옭아맵니다. 우리는 의식하기도 전에 이미 세상의 문화에 젖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또 다른 세계의 가치관으로 살아갑니다. 성경적이며 기독교적인 세계관, 하나님 나라의 가치입니다. 근본적인 사상과 세계관의 차이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합니다. 모두가 경험하는 일반적인 어려움에 더하여 세계관의 차이는 우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합니다.


성경은 기초적인 원리를 제시합니다. 큰 그림을 그려줍니다. 그렇기에 실제적인 삶의 차원에서 올바른 해석과 적실한 적용이 요구됩니다. 특히 개인적인 삶을 뛰어넘는 공적 차원은 보다 세세하고 전문적인 연구와 설명이 필요합니다. 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배경과 사회 문화, 정치 체제 등은 현대의 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혁파 정통주의 신앙이 학문의 영역, 공적 영역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네덜란드 정통 개혁주의 신학자이며 목사인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는 이 책 『현대 사상 해석』을 통해 그 작업을 해냅니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상을 개혁파의 시각으로 유려하게 풀어냅니다.


이 책은 그동안 발표된 바빙크의 소논문 15편을 편집하여 묶었습니다. 이 책을 편집한 존 볼트(John Bolt)는 바빙크의 대작 『개혁교의학』 전권을 영어로 번역하였으며, 『개혁파 교의학』으로 탁월하게 요약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출간된 바빙크의 책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보다 공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빙크는 현대사회의 여러 주제들을 성경의 원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 주제는 성경적 신앙과 계시와 종교, 기독교와 자연 과학, 기독교와 인간 과학, 기독교와 정치학/사회 윤리학입니다. 바빙크는 하나님의 일반 계시에 근거하여 이러한 주제를 포괄합니다.


역시나 바빙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그동안의 철학 사조들은 저마다의 설득력이 있습니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바빙크는 그러한 철학 사조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믿음의 우선성과 중요성을 확증합니다. 그러면서 믿음과 하나님의 계시를 연결합니다.


바빙크는 종교 철학과 종교 연구의 유용함과 통찰을 인정하면서도, 기독교 신학이 가진 독특함을 주장합니다. 또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주제들 또한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가령 심리학과 교육학, 자연과학과 신앙의 문제, 진화와 발달 등의 주제입니다.


특별히 사회 정치적인 분석은 더욱 예리합니다. 아마도 네덜란드 의회의 상원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경험하고 고민했던 부분들이 잘 녹아든 것 같습니다. 지금의 현실과는 분명 차이 나는 부분도 있지만, 핵심적인 통찰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의미합니다.


현대 사상은 바빙크가 살았던 시대와는 또 다르게 흘러갑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탁월한 통찰과 유용함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성경에서는 내적 혁명을 강조하지만, 예수님의 메시지와 삶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였으며, 전복적인 삶과 제도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한 개인으로 머물 수 없습니다. 공적 존재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공적인 담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성경적이고 기독교적인 세계관으로 이러한 사회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할 때 더불어 살아가며, 우리의 품을 내어주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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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한계 안에서의 이성 신학의 전제들에 관한 탐구 3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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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은 늘 불안합니다. 세상의 가치관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침범합니다. 세상의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갈등 상황에 자주 노출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한쪽을 극단적으로 따라가는 선택을 하기가 쉽습니다.


학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는 대의에 헌신하기보다 내 삶의 자리가 우선될 때가 많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지만, 마음 깊숙이 나의 특권을 포기하기 싫은 마음이 공존합니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내적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기독교 철학자인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는 『종교의 한계 안에서의 이성』을 통해, 그리스도인 학자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이 학문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관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독백과 같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믿음'과 '학문'이 조화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종교와 과학(넓은 의미에서는 '엄밀한 학문')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무결성(온전함, 충실함)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이론을 고안하고 평가할 때 종교의 신념을 사용하여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통제 믿음의 역사적 사례로 천동설과 지동설 논쟁, 데카르트와 뉴턴의 논쟁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철학적 신념으로 인해 자신이 수용하고자 하는 과학 이론이 통제됨을 보여줍니다. 더하여 과학조차도 과학자들의 철학적 신념(믿음)에 의해 통제된 형태의 이론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 집단('그리스도교 공동체'와 '동료 학자 공동체')에 속해 있는 그리스도인 학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역사를 통해서 살펴본 바, 한 사람의 종교적 신념은 과학과 충돌할 위험이 있고, 자신의 과학적 지식은 종교적 헌신과 충돌할 위험이 끊임없이 존재합니다.


월터스토프는 고전적 이론인 토대론이 매우 매력적인 이론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 이론이 가진 난점이 존재함을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확고한 토대 위에 있다는 전제는 사실상 믿음이 포함된 것입니다. 어떤 이론도 그 이론 자체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비이성적인 믿음 또한 함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믿음'과 '학문'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것을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증인과 대리자, 증거가 되는 임무에 참여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결정적이고 궁극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진정한 헌신' 안에서 그리스도인 학자는 어떠한 이론을 고안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론을 고안하고 평가할 때 이것이 통제 믿음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믿음과 헌신의 체계 안에서 일관성과 총체성, 무결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그것이 '샬롬'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 창조 세계를 책임지고 사랑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관계(하나님, 나, 이웃, 자연)에서의 평화와 기쁨을 우리는 목표로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이 땅에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학문과 추구는 어떠한 추상적이고, 탈역사적인 것이 아닙니다. 지금 현재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해방시켜주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세상의 가치관과의 치열한 싸움이 있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을 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예언적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의 외침에 다른 쪽 귀를 기울이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믿음'과 '학문'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삶의 자리에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 창조 세계의 자리를 비워둘 수 있는 여유와 넉넉함이 우리에게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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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던 교회는 - 한국 교회의 빛나는 유산
안정혜 지음, 김영화 그림 / IVP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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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픔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나'의 힘겨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입니다. 작은 어려움에 끙끙대다 보니 ‘너’라는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더 안정되고 싶은 마음에 더 이상의 에너지를 내기가 싫습니다. 역설적으로, ‘너’를 돌아보지 않는 ‘나’에게 참된 평안은 없습니다.


교회가 힘을 잃게 되는 순간은 바로 이때입니다. '나'만 생각할 때 말이죠. 교회가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다면 실은 교회의 마땅한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전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렵고 소외되어 있는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합니다. 교회의 유익과 상관없이 그저 자신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러한 성도와 교회가 많아질 때 교회는 빛나게 됩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순간입니다. 믿음을 행동으로 표현할 때 그 믿음은 참이 됩니다. 거창하게 말만 하는 구원이 아니라, 실제로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베풀어야 합니다. 아픔에 공감하며, 나의 곁을 내어주는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안정혜 작가가 글을 쓰고, 김영화 작가가 그림을 그린 『내가 꿈꾸던 교회는』에서는 세상 속에서 이웃들에게 손 내미는 교회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강원도 속초중앙교회의 7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이 책은 한 교회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교회의 미래를 다시금 그려보는 독특한 책입니다.


주인공인 '주찬양'은 자신의 이름이 부끄럽습니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순간이 되면, 더욱 그러합니다. 자신의 이름에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이 드러나기에 친구들의 놀림에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성도들과 교회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것 또한 변명으로 들릴까 봐 그저 속으로만 되뇝니다.


우연한 기회에 다니던 교회의 봉사 단체에서 친구와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교회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지역과 이웃들을 위해 오랫동안 섬겼던 교회의 모습을 보며 다양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찬양'이와 친구 '유찬'이는 당연히 전도를 위한 봉사라고 생각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생각을 알았는지 목사님께서는 한국 교회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개인의 믿음 생활을 넘어서 사회 공적인 선을 위해 힘쓰는 곳이 바로 교회라고 말입니다. 처음 교회가 한국에 세워질 때는 병원과 학교를 세워 병을 고치고 민중을 계몽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마치 억압받던 백성들을 자유하게 하셨던 예수님의 구원 사역과 말입니다.


그렇다면 교회인 우리가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교회의 수많은 봉사를 홀로 감당하는 것일까요? 실제로 '찬양'이는 교회의 역사를 알고 나서, 자신의 일상을 제쳐두고 교회에 가서 섬김을 감당합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뒤로하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포기하고 교회를 섬기는 것이 진정 하나님의 뜻일까요?


이 책은 참 많은 고민과 질문을 안고 있습니다. 아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지만 그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교회에 대한 질문, 성도의 삶에 대한 질문, 여성 지도자에 대한 질문, 거룩에 대한 질문 등. '나'로만 존재하는 교회가 아닌 '너'를 위한 교회로 살고 싶은 교회와 성도들이 유쾌하게 읽고,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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