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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과 잠자리 - 2020 보스턴 글로브 혼북, 2020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수상작 ㅣ 사계절 1318 문고 140
케이슨 캘린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사계절 / 2023년 5월
평점 :
‘다양성’은 가치가 아닌 팩트다. 팩트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양해를 바라고 부당한 폭력과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상황은 잘못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고 현실이 바뀌진 않는다. 그러니 반성과 개선을 위한 고민과 행동을 계속해야한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해외 문학을 접할 때마다 감정적이 된다. 한국은 다양성 인지와 고민이 너무 부족한 사회이며, 이미 비가시적임에도 더 강력한 배제의 외력이 작용한다. 성소수자 이웃이나 친구가 있는가. 만나본 경험도 극히 적다는 것이 곧 설명이 된다.
이 소설에서는 아주 다양한 인간관계의 면면들을 담고 있다. 심지어 주제조차 한 줄로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넉넉한 스펙트럼을 가진 듯하다. 그 폭만큼 독자가 사유할 여지가 늘어난다. 성장 소설임에는 분명하지만, 성장은 미성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도 다인종 가족이 존재하고, 더 늘 것이다. 결혼이란 방식이 아니어도, 인종, 성정체성, 국적,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이다. 필요한 포용력은 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 작품은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가능할까.
차별은 대개 복합적이다. 누구의 정체성도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출신지, 학벌, 부모의 경제력, 직업, 경력, 거주지, 성별... 이 우연한 조합으로 정체성들은 만들어지고, 해당되는 사회 조건에 따라, 구성원들의 욕망이 반영되는 순서에 따라,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다.
흑인 성소수자라는 정체성들이 결합해서 생기는 새로운 차별에 대한 이야기하는 무척 세심하고 자연스러운 설득력이 있다. 누구나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깨달아 간다는 것도 비대면이 점점 더 편해지는 시절에 새롭게 뭉클했다. 타인에게 힘이 되고 싶을 때 말하는 법, 슬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유가족이 치유되는 방식을 고민하게 해주었다.
궁금한 우리 집 십대들의 독서 감상평은 듣기 전이고, 어쩌면 한참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신들만의 것으로 정리될 지도 모르지만, 차별과 혐오가 가시적이고 심지어 권력을 획득할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회의 나이 든 독자로서 무겁게 희망하고 깊은 감사를 느낀다.
이제 나는 무언가를 멋지게 성취하는 이들보다, 무언가를 잘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 오래된 편견, 과거를 핑계 삼은 버릇, 수명이 다한 의미와 가치 등과 결별하는 결단력이 부럽다. 포기 후에야 새롭게 추구할 수 있으니. ‘내게 익숙한 것들’에 대한 방어와 고집은 당사자와 모두의 불행이다.
한국에 디즈니 영화 투자자가 이렇게 많았나 싶게, 주인공 ‘생긴 게 마음에 안 든다고’ 진지해서 더 웃기게 떠들어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볼 생각도 없고 권할 생각도 없지만, ‘제 생각에’ 그렇다는 모든 가해의 언행이, 복합 차별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부끄럽다.
! 킹과 잠자리 관련 영상. 사계절 TV, 호호책방
https://youtu.be/46s7CkirZ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