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 - 춤을 만나고 인생을 배웠다
팝핀현준 지음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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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과 동거했던 봄에는 수면의 질이 엉망으로 떨어졌다. 도를 닦는 기분으로 아무도 할퀴지 않고 살아보자고 매일 결심해야했다. 6월에 접어들며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자는 밤이 늘고 있다. 눈을 뜨면 사라진 시간에 놀란다.

 

언제까지 계속될 행운일지 모르지만, 방심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에 너무나 졸린다. 잠들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고민을 토로했더니 <댄스가수 유랑단>이란 프로를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정말 같은 종일까 싶은 근육과 골격 활용법이다. 관련 추억이 많으면 울면서도 본다던데, 나는 춤에 놀라서 일단 잠은 확 깼다. 가수 보아의 No.1에 홀려서 연속 재생하고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정말 멋지다. 애니메이니션처럼 온 세상이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한 장면을 상상해본다.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가서 시작한 발레 수업은 엄지발톱이 빠지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주었고, 한국전통무용은 의상이 불편했다.

 

스포츠가 좀 더 재미있었다. 유학 중에 왈츠와 탱고 수업을 듣기도 했지만, 춤을 기억하고 욕망하는 몸이 아니다. 그래서인가 춤추는 이들, 몸을 잘 쓰는 이들을 좋아한다. 마임 연기를 보고 반해서 몇 년이나 무대를 찾아간 적도 있다.

 

물론 이 책은 춤 잘 추는 비법서가 전혀 아니다, 춤에 관한 철학은 깊고 구체적이다. 춤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춤처럼 아름다워서 기분이 경건해지기도 했다. 춤이란 옛적엔 분명 제례 의식이었을 것이다. 순수하고 전부인 표현.

 

춤은 언어, 곧 소통이기 때문에 나의 춤이 누군가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 우리의 말 중에는 희망의 언어가 있다. 마음을 적시고 희망을 품게 해주는 그런 말처럼, 나의 몸의 언어인 춤은 희망이고 싶다.”


 

팝핀과 힙합을 거의 모르지만, 힙합 아티스트들은 그라피티도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 속에, 직접 그린 그라피티와 아트워크를 한참 보았다. 스냅 사진 역시 좋았다. 이미 분야와 장르 구분이 무색하게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도 잘 생각해보면 한 번 더 갈고닦고, 다듬어야 할 일들이 있다. 이걸 가다듬는 행위가 바로 예술이다.”

 

자기답게 살기 위해서는 타협을 거부하는 시기와 경험이 필수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재확인한다. 그가 바라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 개관하면 언젠가 방문해보고 싶다.

 

각자가 서로 필요한 자리에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있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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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꽃향기 -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과 함께한 침묵의 고백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재형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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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여행을 떠나서 혼자 너무나 설렌 사람처럼 작은 책을 아껴 읽었다. 미술, 예술, 문학에 대해 골고루 무지해서, 모든 짐작과 예상이 빗나가는 문장 전개와 이야기의 펼쳐짐에, 들뜬 호흡을 자주 의식하며 골랐다.

 

소설을 쓰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 규칙은 아니오, 라고 말하는 거예요. (...) 아니오, 라는 말을 되풀이하다 보면 병적일 정도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거만한 인간 혐오자 취급을 받게 돼요.”

 

내밀한 고백 같은 글의 농도가 짙어서 모든 문장이 뜨거운 온도로 떠올랐다 사라져갔다. 이처럼 진솔하고 절절한 글에, 생존을 위한 도피처나 힘을 내기 위한 식량으로 문학을 소모하는 얄팍한 독자가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등장인물들이 곁에 있으면 나의 삶 전체가 이 강박관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외부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 나는 은밀하게 살아간다.”

 

치열하고 솔직하게 살지 못해도, 그저 살아간 시간이 쌓이면, 단단한 심지 같은 게 조금 생기기도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거나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에 흔들리거나 현혹되지도 않는다. 하기도 싫지만 참 듣기도 싫은 말이다.

 

관심의 과잉, 빛의 과잉은 우리 내면의 어둠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없애버리는 듯하다.”

 

문득 뜻대로 되는 일 별로 없는 모두의 삶이 애처롭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뜻대로 흘러갈 수 있는 삶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풍경은 모호해도, 내 자신의 삶의 태도를 가능한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떤 의견을 표명하든 폭력과 증오에 노출되고, 예술가는 여론을 따라야 하는 우리 시대를, 충동적으로 백마흔 개의 글자를 쓰는 시대를 어떻게 생각할까?”

 

베네치아와 미술관 사진들을 괜히 뒤적거리다가, 아래향나무를 찾아보고 밤의 서늘한 온도에서 피어나고 퍼져나가는 신기하고 신비로운 향을 상상해본다. 아쉽도록 적은 분량에 퍼진, 감각과 감수성과 감정이 번지듯 공기 중에 떠돈다.


 

새로운 생각, 도전, 삶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고 한다.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아무도 없어 나(의 것들)로 가득했던 미술관에서의 밤은 우아한 환상임에도 그 결실이 탐스럽다.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한 것은 바로 갇힌다는 사실이었다. (...) 나도 나갈 수 없고 다른 사람도 들어올 수 없는 장소에 혼자만 있는 것. 의심의 여지없이 이것은 소설가의 환상이다.”


 

아니면 말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그런 건 어쩌면 꿈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꿈을 이루는 건 자신을 만들어가는 조각과 같을 지도 모른다. 이 꿈이어야 하는 수많은 이유들은 고유한 나를 구별하게 하는 정체성일 지도 모른다.

 

레일라 슬리마니Leila Slimani 작가가 던지고 문답하는 문학, 글쓰기, 삶에 대한 사유는 패배를 결코 염두에 두지 않는 고군분투의 전장 같았다. 불안하고 허약하지 않다. 결연하고 단호하고 섬광처럼 빛난다.


 

작가란 암흑 속에서도 어떻게든 써내는 그런 존재라는 생각은 이 책 덕분에 믿음으로 변화했다. 떨렸다. ‘(레일라, Leila)’의 이름으로 불리는, 경계인이 아니라 두 세계 모두에 사는 그에게. 문학에게.

 

모든 것이 허용되며, 실수는 잊히고 잘못은 용서 받는다고 상상한다. (...) 밤은 현실적인 것과 평범한 것이 더 이상 우리를 강제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장소다. 밤은 (...) 무수한 목소리와 무한한 세계가 간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꿈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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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 - 나의 겨울 방학 이야기 위 아 영 We are young 1
윤단비 외 지음, 양양 그림 / 책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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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애틋하고 간질거리는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엽서는 세 장이나 함께 왔는데

하나에는 감사하고 뭉클한 손편지가 있습니다.

덕분에 표지를 만져 보고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삶에서 사라져버린 방학들과 계절들을 한껏 그리워합니다.




 

나의 진짜 마지막 겨울 방학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기를. 그때는 혹독하고 잔인한 풍경을 가리던 눈물이 아니라, 따뜻한 눈송이처럼 하얗게 웃을 수 있기를.”



 

여름방학은 이상하게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방학동안에도 보충수업을 나오라던 중등 시절부터는 더 그렇습니다.

여름은 견디고 더 좋아하는 겨울은 기쁘게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엔 눈만 내려도 공기 속에 음악이 흐르듯 즐거웠습니다.

마음의 성장이 더 필요한 나이가 되어 영young한 겨울을 방문해봅니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에서 많은 꿈들을 만납니다.

덕분에 에 대한 생각을 한참 했습니다.

이제 와서 꿈을 찾겠다거나 이루겠다는 건 아니고

꿈의 탄생과 성장은 정체성의 형성 자체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꿈이 많은 시기, 꿈이 바뀌는 시기는 가능하지만

꿈을 포기했어, 어쩔 수 없었지, 꿈 없이도 살 수 있지,

이런 표현들은 문득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가지게 된 이유와 꿈을 이루며 살아야 할 이유는

나를 형성하고 고유하게 만드는 존재 이유들일 거란 생각.

그런 게 아닐까, 진짜 꿈이란. 그런 생각.

기억으로 남은 현실에서도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도

겨울은 제게 여전한 성장의 계절인가 봅니다.

 

돌이켜 보면, 나는 겨울에 자란 것 같다.”

 

십 대인 아이들의 겨울방학과 야자시간의 풍경은 어떤지

책도 함께 보고 아이스크림도 함께 먹으며 들어보고 싶습니다.

더워진 공기의 무게가 달라지는 여름의 직전입니다.

모두들 주말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시기를

여름 내내 무탈 강건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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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범도 1~2 - 전2권
방현석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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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그 이상의 괴랄한 상황, 유해를 모셔오던 때가 오래 전이 아닌데...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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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파우치 케냐 야라 AA TOP - 40ml*5ea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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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구매 내겐 완벽한 휴식과 충전의 향과 맛! 포장 색감조차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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