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갈 때 꼭꼭 약속해 -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고 예방 어린이안전 365 4
박은경 글, 김중석 그림 / 책읽는곰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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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건 위험하다’ ‘저건 함부로 만지지 마라’ 고 주의를 주지만 문제는 이게 엄마의 지겨운 잔소리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가 지겹게 해대는 잔소리를 나 몰라라 해버리고, 그러면 엄마는 다시 무수히 반복된 그 잔소리를 다시 되풀이하고.. 그 악순환은 엄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내가 이 책을 고른 건 그런 악순환 없이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하려고 하면 버스에서나 지하철에서나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모른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카트를 자기가 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카트 안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서기도 한다. 이제 좀 컸다고 횡단보도도 자기 혼자 건너가겠다고 떼를 쓰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도 계단을 오르내리며 까분다. 사람이 좀 많거나 복잡한 곳을 가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다행히 주변에서 금방 찾긴 했지만 그럴 땐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게 어떤 건지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일일이 아이들을 야단치는 것도 여의치가 않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 아이를 야단치는 게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랑 이 책을 같이 읽는데 아이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여러 예들이 자기가 많이 경험했던 장소와 상황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아이와 외출을 했는데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면 잔소리 길게 할 것 없이 “OO야, 꼭꼭 약속해 책에 이러면 안 된다고 나왔지?”하고 한 마디만 하면 될 것 같다는 이기적인 계산에 엄마인 나는 읽어주면서 꽤 흡족했다.  

내년이면 딸아이도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입학을 할 예정이다. 워낙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아이라서 어린이집에서 현장학습이라도 나가게 되면 제대로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위험을 예방하거나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미리 주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 미아예방법이라든가 길을 잃었을 때의 행동요령 같은 게 꼼꼼히 다루어져 있어서 나에게도 좋은 공부가 된 셈이다.

외출하기 전, 오늘따라 아이가 너무 들떠 있다고 느낄 때 한 번씩 꺼내어 읽으면서 아이를 차분하게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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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밑그림 가지고 씨름을 했다.  놀이터에 갈 때마다 디카를 들고 나가 모래밭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들, 자전거 타는 아이들, 씽씽이 타는 아이들, 방방이 타는 아이들, 미끄럼 타는 아이들을 마구 찍어댔다.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도 찍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막상 흰 도화지 위에 그리려고 연필을 들면 '그게 어떻게 생겼더라?'가 되어버리는 부분이 생겨서 그리다 말고 나가서 디카로 찍어 들어와 다시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고.. 를 반복해서 완성한 밑그림이다.  밑그림을 디카로 찍어 그림에 들어갈 글과 함께 권윤덕 선생님께 보냈더니, 다행히 매우 흡족해하셨다고 해서 기분이 한결 가벼웠다.   

오늘, 도서관에서 선생님과 만났다. 
지난 여름, 권윤덕 선생님 댁으로 찾아 뵙고 나서 처음이다.
그동안의 작업을 권윤덕 선생님 앞에 펼쳐 놓으려니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럽던지.  다른 책고르미 엄마와 도서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림책이 어떻게 진행되어 나가야 하는지, 글에서 이상한 점은 없는지 등등을 세세하게 봐주셨다.  우리가 부끄러워하면 좋다, 좋다,  잘 했다, 잘 했다 하시면서 칭찬만 하셨다.
얼마나 세심하고 상냥하신지, 누구 말처럼 자상한 언니같다는 생각이...
밑그림을 대고 먹선을 뜰 '순지'라는 종이와 먹과 벼루, 세필까지도 직접 챙겨들고 오셨다. 
선생님이 보시는 데서 세필 끝으로 먹선을 뜨려니 손이 부들부들... 

사실, 오늘만 봐주시면 처음 '작가 따라하기' 명목으로 부탁드렸던 두 번의 만남이 모두 이루어진 셈인데, 권윤덕 선생님은 첫번째 장 그림 다 그리고, 두 번째 장 밑그림이 완벽하게 완성되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신다.  그럼 그 때, 채색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겠다고.  

놀러 온다 생각하고 도서관에 오겠다시면서 3년 동안 밭을 일군다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들어보라셨다.  선생님의 그림에서도 꼼꼼함과 치밀함이 느껴지더니, 역시 작은 것 하나라도 깔끔하고 완벽하게 잘 마무리 지으셔야 하는 성격이신가 보다.  약속한 두 번의 만남을 위해 시간을 내주신 것만 해도 (그것도 거의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감지덕지하겠는데 그토록 열성을 쏟아주시니 요령을 피고 대충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작가 따라하기'를 해보니까, 그림책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성과 공이 들어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나 권윤덕 선생님은 불화기법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시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지난 여름에 권윤덕 선생님이 그리신 불화들과 <일과 도구>의 원화, 그리고 <시리동동 거미동동>이 나오기 전까지 작업했던 더미북들을 보면서 놀라고 감탄하다 못해 기가 질리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돌아오는 내내 함께 갔던 사람들과 얼마나 한숨을 푹푹 내쉬었었는지. 

선생님 말씀대로 3년이 될지도 모르고, 5년이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다른 분들과 앉아 먹선을 뜨면서 3년동안은 가구도 바꾸지 말고 동네도 바꾸면 안된다고 농담하면서 웃었지만, 3년이든 5년이든 권윤덕 선생님이라서 가능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내년쯤 새로 출간될 그림책 작업에 신경을 쓰시느라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는 권윤덕 선생님.  두시간 남짓 먹선을 뜨다 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 그림책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내 이야기가 들어있는 공동 작업의 그림책이 생긴다는 건, 나에게도 그리고 유빈이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집에 갖고 있던 <일과 도구>를 챙겨가서 선생님께 싸인을 받았다.  지지난해던가.  도서관에 오신 선생님께 부탁해서 도화지에 싸인을 받은 게 있는데,,  ^^  책에 받으니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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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2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인 정신이 느껴져요. 섬사이님의 그림책도 그렇게 정성을 쌓아 완성되겠죠. 소중한 시간 아름답게 보내셨어요.^^

섬사이 2009-10-22 00:44   좋아요 0 | URL
네. 힘들고 부담스럽긴 했지만, 밑그림이라도 그려놓고 보니 뿌듯했어요.
권윤덕 선생님이 지적하신 부분이 있어서
앞으로 또 얼마나 고쳐야할지 모르겠어요.
권윤덕 선생님, 작품에 대한 애정도 깊고 호흡도 긴 분인 것 같아요.
뜻깊은 경험을 했어요.

하늘바람 2009-10-21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궁금해요. 너무나.
님이 만드실 작품이요.

섬사이 2009-10-22 00:4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뭐, 작품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고등학교 미술시간 이후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던 터라
아무리 기를 써도 엉망진창이랍니다.
권윤덕 선생님은 우리가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라 우리 엄마들 그림의 엉성함이 귀여워서(?)'잘했다'고 하시는 거죠. ^^;;

세실 2009-10-2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스승님이 멋지시니 님도 분명 멋진 그림책 작가가 되실듯. 화이팅입니다^*^
습작 그림 보여주세요~~

섬사이 2009-10-22 00:53   좋아요 0 | URL
그림책 작가요? 이번에 발가락 끝만 적셔보고도 저같은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절절히 깨달았어요.
권윤덕 선생님은 물론 작가로서의 재능도 뛰어나시지만요,
끈기, 열성, 치밀함, 집요함에 있어서도 단연코 금메달감이세요.
많이 만나 뵌 건 아니지만 같이 작업하는 엄마들의 공통의견이랍니다. ^^

순오기 2009-10-2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림책 도전했군요. 멋져요~~
권윤덕 선생님 그림 정말 꼼꼼해서 놀라요.

섬사이 2009-10-25 04:44   좋아요 0 | URL
권윤덕 선생님의 꼼꼼함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어요. ^^
도전을 하기는 했는데, 마무리가 잘 될지 걱정이에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만 믿고 있어요. ^^;;
 
숫자로 보는 세상 1 - 나의 우주 숫자로 보는 세상 시리즈 1
조대연 글, 강무선 그림, 고의관 감수 / 녹색문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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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유난히 수학을 어려워했던 사람은 ‘숫자’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숫자로 우주를 보잔다. 분명히 적응이 쉽지 않은 단위의 수가 나올 거라는 짐작은 했다.

차례를 살펴보니 첫 장의 제목이 ‘10의 26제곱’ 세상의 끝이다. 다행히 다음 장으로 넘어갈수록 단위는 점점 줄어서 맨 마지막엔 ‘10의 7제곱’쯤으로 마무리 된다. 내가 감당하고 적응할 수 있는 수의 범위를 넘어서서 그냥 멍~한 상태로 그 숫자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냥 무지무지하게 넓고 어마어마하게 무겁고 엄청나게 멀구나, 쯤으로 모든 숫자가 두루뭉술하게 뭉개지고 그 질량과 질감을 한꺼번에 상실하고 만다.

어차피 ‘우주’라는 것이 나에겐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미지’의 세계였으니 숫자를 들이대던 세상에서 제일 성능 좋은 천체망원경을 들이대던 별로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선 작가가 “자연과학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낯설 뿐입니다.”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다행히도 이 책에선 숫자뿐 아니라 일상의 사물을 빗댄 크기 비교라든가, 설명을 돕는 일러스트들이 있어 이해를 돕는다.

이 그림은 태양계 행성들과 태양을 비롯한 여러 별들의 크기를 비교하는 그림이다. 아이들과 이 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하루살이들이구나...”했더니 우리큰딸이 “하루살이는, 먼지야, 먼지.”한다. 이렇게 거대한 세상과 마주하면 갑자기 착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가끔 뉴스나 신문에서 들리던 ‘초신성 폭발’의 의미도 여기서 확인했다. 아무 별이나 펑! 하고 터지지는 않는다는 것, 적어도 태양보다는 크고 무거워야 한다는 것, 폭발하고 나면 자기 중력에 이끌려 작게 쭈그러들고, 중성자별이 되거나 블랙홀이 되고 만다는 것. 흠, 그러니까 지구가 폭발할 위험은 없다는 거다. 그보다 더 큰 위험은 46억 살인 태양이 55억 살 쯤이 되면 지금보다 10% 더 뜨거워져서 땅위의 생명체가 거의 멸종할 거라는 거다. 그리고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하늘을 찌르는 인류의 오만이 스스로 멸망을 자초할 거라는 것.

이 책에 나오는 가장 큰 수는 ‘구골’ 이다.  구골은 1뒤에 0이 100개 붙는 수인데 블랙홀이 서서히 증발하여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이란다. ‘구골’의 시간 앞에서 난 묵묵해지고 만다. 구골의 시간 속에 티끌처럼 끼어든 나의 시간들이 한없이 사랑스러워진다. 그 티끌같은 시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너무나 예뻐 보인다.

아무래도 우주처럼 낯설고 거대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은 접하고 살아야 할까 보다. 과학책을 읽었는데, 우주보다는 나의 보잘것없음이 더 잘 보인다. 구골의 시간 속에서 유일무이한 보잘것없음. 그게 나다. 우리다...

아이들은 이 책을 나처럼 읽지는 않을 것이다. 싱싱하게 펄떡이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볼지도 모른다. 미지의 세계는 아이들을 꿈으로 인도할 것이고 새롭게 알아가는 세상은 아이들을 지적탐구의 재미에 빠뜨리지 않을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 끝에 ‘찾아보기’가 없다는 것이다. 비교적 잘 정리된 차례가 있고 ‘중력’같은 낱말은 책 여기저기에 산재되어 있어서 ‘찾아보기’에 올린다고 해도 너무 광범위해지겠지만, 그래도 ‘중성자별’이나 ‘적색왜성’같은 낱말 등등은 나중에 찾아보려면 책 전체를 뒤져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우주에 관한 여러 책들을 꺼내어 한 가지 주제로 찾아야할 일이 생길 경우에도 책 뒷부분에 ‘찾아보기’가 있는 편이 훨씬 일하기에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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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99%를 만들어낸 1% 가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놀라운 99%를 만들어 낸 1% 가치 명진 어린이책 10
윤승일 지음, 심인섭 그림 / 명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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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는 이 책이 자녀교육서인 줄 알았다. 에디슨이 했다는 “천재는 1%의 영감..” 어쩌구 하는 말이 떠올라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목을 보면서 한 치의 여유도 없이 1%마저도 남김없이 쏟아 붓는 훈련을 받아야 하나보다, 뭐 이런 느낌을 받았다. 아흔 아홉 마리 양을 가진 사람이 한 마리 양을 가진 이웃의 양을 뺏는다는, 성서에 담긴 탐욕에 대한 경구는 왜 떠오르는지... 에디슨과 이 책 제목을 연결 짓는다면 99%는 피땀을 쏟아가며 노력으로 메워야 하고 1%는 또 죽어라고 영감을 다듬기 위해 훈련받아야 하는, 지친 어린 영혼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100%가 되면 도대체 뭐가 된다는 거야? 괴물?’하며 공연히 책을 노려보기도 했다.

그래도 어디 읽어나 보자, 그따위 자녀교육서라면 서평에 잔뜩 흉을 봐줄 테다, 하는 꼬인 심사로 책을 펼쳤는데, 내 예상이 빗나갔다. 천만다행이다.

첫장에 김순권 박사의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무슨 씨앗일까』(박효남등저/유준재그림/샘터)처럼 동시대의 소위 위인급 인사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숙제를 잘 해서 유명한 음료회사를 혼쭐내준 안나 데바타산과 제니 수오처럼 평범한 두 소녀라든가, 빨간 클립 하나로 이층집을 마련한 엉뚱한 청년 카일, 파키스탄의 카펫공장에서 탈출해서 노예처럼 일하는 어린이들의 비참함을 세계에 알리다가 암살당한 12세 소년 이크발 마시흐, 초콜릿 가격이 대폭 인상하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초콜릿 값을 내려달라고 시위한 캐나다의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인슈타인, 오프라 윈프리, 헬렌 권, 한비야, 리처드 파인만 등처럼 유명인사의 이야기와 나란히 놓여있었다. 심지어 불량품으로 만들어져 무려 5년간 서랍 속에 처박혀 있어야 했던 포스트잇 접착제와 지나치게 번성하여 목화 농사를 망치게 한 덕분에 한 마을을 부자 마을로 만든 목화씨 바구미라는 벌레까지 그 가치를 100% 인정받는다.

이 책이 좋은 건,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1%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는 1%의 작은 가치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꿈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 1%의 가치도 죽어라 노력하고 다듬어서 내 것으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의 두 소녀의 집요함, 빨간 클립의 카일의 엉뚱함, 김순권 박사의 작은 눈, 헬렌 권과 아사누마 도시오의 꾸준함, 오프라 윈프리의 친구가 된 세 권의 책들처럼 지금 내 안에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고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글쓴이가 머리말에서 제목에 썼던 “작고 볼품없는 것들의 힘 센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나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초등 저학년 아이가 있다면 잠자리에서 한 챕터씩 읽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고학년 아이라면 스스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저녁을 먹으면서 중학생 아들 녀석에게 빨간 클립의 카일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무척 신기해했다. 그러더니 밤에 이 책을 슬며시 빼들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겐 노력에 앞서 꿈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꿈은 제쳐두고 노력하라고 다그치기만 한다. 이 책은 꿈과 노력을 모두 이야기하면서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 억지를 부리거나 엉뚱한 짓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재촉하지 않아 좋았다. 그래, 세상은 우리가 앞만 보고 빨리 달린다고 바뀌는 게 아니라 무슨 꿈을 꾸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거니까, 내 안에 있는 작은 1%의 가치에서부터 꿈이 시작되고,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의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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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스플랫이 사랑에 빠졌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양이 스플랫이 사랑에 빠졌어! 고양이 스플랫 시리즈 2
롭 스코튼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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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스플랫을 처음 만난 건 지난여름이었다. 도서관에서 다섯 살 딸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고르다가 무심코 빼든 그림책이 『고양이 스플랫은 유치원이 좋아』였다. 앙고라 스웨터 같은 부드러운 털에 작고 동그란 눈을 가진 까만 고양이가 제법 귀여운 데다 마침 내년쯤엔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하던 참이라 유치원에 대한 두려움 없애기용 그림책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처음 가는 유치원이 두려워서 가지 않으려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스플랫의 모습을 보며 딸아이는 깔깔 웃어댔고, 그림책 화면 가득히 스플랫을 반겨주는 유치원 친구들의 밝은 얼굴 그림에 딸아이의 얼굴도 덩달아 환해졌었다. 딸아이에게 스플랫은 그렇게 금세 친한 친구처럼 다가왔었다. 
 

이제 유치원에 잘 적응한 스플랫이 사랑 문제로 고민하며 다시 나타났다. 마침 딸아이도 이웃에 사는 동갑내기 꼬마 ㅈ에게 마음을 뺏긴 터였다. 매일 ㅈ에게 편지를 쓴다며 내게 글자를 물어보고 하트를 그리며 소란을 떠는 딸아이에게 적당한 맞춤 그림책이구나, 했다.



그 귀여운 스플랫이 『고양이 스플랫이 사랑에 빠졌어』에서는 첫 장부터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다. 스플랫이 마음에 두고 있는 새하얀 털에 머리에 분홍 리본을 단 예쁜이 고양이 키튼 때문이다. 스플랫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튼은 스플랫을 만나면 늘 귀를 쭉 잡아당기고, 배를 콕콕 찌르고, 꼬리를 꽁꽁 묶어 놓고, 흠흠 냄새가 난다고 하고는 달아 버리니 스플랫의 입에선 한숨이 끊이지 않고, 머리위에서는 먹구름이 비를 뿌릴밖에......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잘난 고양이 스파이크가 라이벌이 되어 나타나는 바람에 더 속상해하며 좌절해버리고 마는 스플랫이 내가 보기에도 처량하고 불쌍하다.


키튼에게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콧수염도 잡아당겨 정리하고, 털도 단정하게 빗고, 이도 더 뽀득뽀득 닦고, 아주 특별한 카드도 준비한 스플랫의 마음을 키튼이 알아줄는지, 딸아이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림책을 꼼꼼히 들여다 보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키튼이 스플랫에게 준 카드를 읽어주니 딸아이의 표정이 금세 환해진다. 키튼이 왜 스플랫의 귀를 쭉 잡아당기고, 배를 콕콕 찌르고, 꼬리를 꽁꽁 묶고, 흠흠 냄새가 난다고 했는지, 그 이유가 적혀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도 빨간 우산을 펴서 스플랫의 머리 위에서 뿌려대는 빗방울을 가려주는 키튼의 마음씀씀이를 보나,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오만 고양이 스파이크에게 끌리지 않을 정도로 똑똑한 것을 보나, 스플랫의 여자 친구감으로 키튼은 손색이 없다.



딸아이는 책을 덮자마자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곤 이웃 꼬마 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ㅈ아, 사랑해’라고 꼭꼭 눌러쓰더니 하트를 남발해서 그려놓는다. 사랑은 다섯 살에게나 예순 살에게나 설레기는 마찬가지고, 사랑은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엔돌핀이 솟게 하며, 사랑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섯 살 딸아이가 쓴 러브레터를 보며 기막혀 하지 않으려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자꾸 애쓰게 된다.

스플랫은 이번에도 딸아이의 마음에 쏙 드는 친구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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