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스플랫이 사랑에 빠졌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양이 스플랫이 사랑에 빠졌어! 고양이 스플랫 시리즈 2
롭 스코튼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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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스플랫을 처음 만난 건 지난여름이었다. 도서관에서 다섯 살 딸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고르다가 무심코 빼든 그림책이 『고양이 스플랫은 유치원이 좋아』였다. 앙고라 스웨터 같은 부드러운 털에 작고 동그란 눈을 가진 까만 고양이가 제법 귀여운 데다 마침 내년쯤엔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하던 참이라 유치원에 대한 두려움 없애기용 그림책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처음 가는 유치원이 두려워서 가지 않으려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스플랫의 모습을 보며 딸아이는 깔깔 웃어댔고, 그림책 화면 가득히 스플랫을 반겨주는 유치원 친구들의 밝은 얼굴 그림에 딸아이의 얼굴도 덩달아 환해졌었다. 딸아이에게 스플랫은 그렇게 금세 친한 친구처럼 다가왔었다. 
 

이제 유치원에 잘 적응한 스플랫이 사랑 문제로 고민하며 다시 나타났다. 마침 딸아이도 이웃에 사는 동갑내기 꼬마 ㅈ에게 마음을 뺏긴 터였다. 매일 ㅈ에게 편지를 쓴다며 내게 글자를 물어보고 하트를 그리며 소란을 떠는 딸아이에게 적당한 맞춤 그림책이구나, 했다.



그 귀여운 스플랫이 『고양이 스플랫이 사랑에 빠졌어』에서는 첫 장부터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다. 스플랫이 마음에 두고 있는 새하얀 털에 머리에 분홍 리본을 단 예쁜이 고양이 키튼 때문이다. 스플랫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튼은 스플랫을 만나면 늘 귀를 쭉 잡아당기고, 배를 콕콕 찌르고, 꼬리를 꽁꽁 묶어 놓고, 흠흠 냄새가 난다고 하고는 달아 버리니 스플랫의 입에선 한숨이 끊이지 않고, 머리위에서는 먹구름이 비를 뿌릴밖에......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잘난 고양이 스파이크가 라이벌이 되어 나타나는 바람에 더 속상해하며 좌절해버리고 마는 스플랫이 내가 보기에도 처량하고 불쌍하다.


키튼에게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콧수염도 잡아당겨 정리하고, 털도 단정하게 빗고, 이도 더 뽀득뽀득 닦고, 아주 특별한 카드도 준비한 스플랫의 마음을 키튼이 알아줄는지, 딸아이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림책을 꼼꼼히 들여다 보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키튼이 스플랫에게 준 카드를 읽어주니 딸아이의 표정이 금세 환해진다. 키튼이 왜 스플랫의 귀를 쭉 잡아당기고, 배를 콕콕 찌르고, 꼬리를 꽁꽁 묶고, 흠흠 냄새가 난다고 했는지, 그 이유가 적혀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도 빨간 우산을 펴서 스플랫의 머리 위에서 뿌려대는 빗방울을 가려주는 키튼의 마음씀씀이를 보나,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오만 고양이 스파이크에게 끌리지 않을 정도로 똑똑한 것을 보나, 스플랫의 여자 친구감으로 키튼은 손색이 없다.



딸아이는 책을 덮자마자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곤 이웃 꼬마 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ㅈ아, 사랑해’라고 꼭꼭 눌러쓰더니 하트를 남발해서 그려놓는다. 사랑은 다섯 살에게나 예순 살에게나 설레기는 마찬가지고, 사랑은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엔돌핀이 솟게 하며, 사랑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섯 살 딸아이가 쓴 러브레터를 보며 기막혀 하지 않으려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자꾸 애쓰게 된다.

스플랫은 이번에도 딸아이의 마음에 쏙 드는 친구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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