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세상 1 - 나의 우주 숫자로 보는 세상 시리즈 1
조대연 글, 강무선 그림, 고의관 감수 / 녹색문고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처럼 유난히 수학을 어려워했던 사람은 ‘숫자’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숫자로 우주를 보잔다. 분명히 적응이 쉽지 않은 단위의 수가 나올 거라는 짐작은 했다.

차례를 살펴보니 첫 장의 제목이 ‘10의 26제곱’ 세상의 끝이다. 다행히 다음 장으로 넘어갈수록 단위는 점점 줄어서 맨 마지막엔 ‘10의 7제곱’쯤으로 마무리 된다. 내가 감당하고 적응할 수 있는 수의 범위를 넘어서서 그냥 멍~한 상태로 그 숫자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냥 무지무지하게 넓고 어마어마하게 무겁고 엄청나게 멀구나, 쯤으로 모든 숫자가 두루뭉술하게 뭉개지고 그 질량과 질감을 한꺼번에 상실하고 만다.

어차피 ‘우주’라는 것이 나에겐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미지’의 세계였으니 숫자를 들이대던 세상에서 제일 성능 좋은 천체망원경을 들이대던 별로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선 작가가 “자연과학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낯설 뿐입니다.”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다행히도 이 책에선 숫자뿐 아니라 일상의 사물을 빗댄 크기 비교라든가, 설명을 돕는 일러스트들이 있어 이해를 돕는다.

이 그림은 태양계 행성들과 태양을 비롯한 여러 별들의 크기를 비교하는 그림이다. 아이들과 이 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하루살이들이구나...”했더니 우리큰딸이 “하루살이는, 먼지야, 먼지.”한다. 이렇게 거대한 세상과 마주하면 갑자기 착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가끔 뉴스나 신문에서 들리던 ‘초신성 폭발’의 의미도 여기서 확인했다. 아무 별이나 펑! 하고 터지지는 않는다는 것, 적어도 태양보다는 크고 무거워야 한다는 것, 폭발하고 나면 자기 중력에 이끌려 작게 쭈그러들고, 중성자별이 되거나 블랙홀이 되고 만다는 것. 흠, 그러니까 지구가 폭발할 위험은 없다는 거다. 그보다 더 큰 위험은 46억 살인 태양이 55억 살 쯤이 되면 지금보다 10% 더 뜨거워져서 땅위의 생명체가 거의 멸종할 거라는 거다. 그리고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하늘을 찌르는 인류의 오만이 스스로 멸망을 자초할 거라는 것.

이 책에 나오는 가장 큰 수는 ‘구골’ 이다.  구골은 1뒤에 0이 100개 붙는 수인데 블랙홀이 서서히 증발하여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이란다. ‘구골’의 시간 앞에서 난 묵묵해지고 만다. 구골의 시간 속에 티끌처럼 끼어든 나의 시간들이 한없이 사랑스러워진다. 그 티끌같은 시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너무나 예뻐 보인다.

아무래도 우주처럼 낯설고 거대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은 접하고 살아야 할까 보다. 과학책을 읽었는데, 우주보다는 나의 보잘것없음이 더 잘 보인다. 구골의 시간 속에서 유일무이한 보잘것없음. 그게 나다. 우리다...

아이들은 이 책을 나처럼 읽지는 않을 것이다. 싱싱하게 펄떡이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볼지도 모른다. 미지의 세계는 아이들을 꿈으로 인도할 것이고 새롭게 알아가는 세상은 아이들을 지적탐구의 재미에 빠뜨리지 않을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 끝에 ‘찾아보기’가 없다는 것이다. 비교적 잘 정리된 차례가 있고 ‘중력’같은 낱말은 책 여기저기에 산재되어 있어서 ‘찾아보기’에 올린다고 해도 너무 광범위해지겠지만, 그래도 ‘중성자별’이나 ‘적색왜성’같은 낱말 등등은 나중에 찾아보려면 책 전체를 뒤져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우주에 관한 여러 책들을 꺼내어 한 가지 주제로 찾아야할 일이 생길 경우에도 책 뒷부분에 ‘찾아보기’가 있는 편이 훨씬 일하기에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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