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99%를 만들어낸 1% 가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놀라운 99%를 만들어 낸 1% 가치 명진 어린이책 10
윤승일 지음, 심인섭 그림 / 명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에 나는 이 책이 자녀교육서인 줄 알았다. 에디슨이 했다는 “천재는 1%의 영감..” 어쩌구 하는 말이 떠올라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목을 보면서 한 치의 여유도 없이 1%마저도 남김없이 쏟아 붓는 훈련을 받아야 하나보다, 뭐 이런 느낌을 받았다. 아흔 아홉 마리 양을 가진 사람이 한 마리 양을 가진 이웃의 양을 뺏는다는, 성서에 담긴 탐욕에 대한 경구는 왜 떠오르는지... 에디슨과 이 책 제목을 연결 짓는다면 99%는 피땀을 쏟아가며 노력으로 메워야 하고 1%는 또 죽어라고 영감을 다듬기 위해 훈련받아야 하는, 지친 어린 영혼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100%가 되면 도대체 뭐가 된다는 거야? 괴물?’하며 공연히 책을 노려보기도 했다.

그래도 어디 읽어나 보자, 그따위 자녀교육서라면 서평에 잔뜩 흉을 봐줄 테다, 하는 꼬인 심사로 책을 펼쳤는데, 내 예상이 빗나갔다. 천만다행이다.

첫장에 김순권 박사의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무슨 씨앗일까』(박효남등저/유준재그림/샘터)처럼 동시대의 소위 위인급 인사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숙제를 잘 해서 유명한 음료회사를 혼쭐내준 안나 데바타산과 제니 수오처럼 평범한 두 소녀라든가, 빨간 클립 하나로 이층집을 마련한 엉뚱한 청년 카일, 파키스탄의 카펫공장에서 탈출해서 노예처럼 일하는 어린이들의 비참함을 세계에 알리다가 암살당한 12세 소년 이크발 마시흐, 초콜릿 가격이 대폭 인상하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초콜릿 값을 내려달라고 시위한 캐나다의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인슈타인, 오프라 윈프리, 헬렌 권, 한비야, 리처드 파인만 등처럼 유명인사의 이야기와 나란히 놓여있었다. 심지어 불량품으로 만들어져 무려 5년간 서랍 속에 처박혀 있어야 했던 포스트잇 접착제와 지나치게 번성하여 목화 농사를 망치게 한 덕분에 한 마을을 부자 마을로 만든 목화씨 바구미라는 벌레까지 그 가치를 100% 인정받는다.

이 책이 좋은 건,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1%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는 1%의 작은 가치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꿈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 1%의 가치도 죽어라 노력하고 다듬어서 내 것으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의 두 소녀의 집요함, 빨간 클립의 카일의 엉뚱함, 김순권 박사의 작은 눈, 헬렌 권과 아사누마 도시오의 꾸준함, 오프라 윈프리의 친구가 된 세 권의 책들처럼 지금 내 안에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고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글쓴이가 머리말에서 제목에 썼던 “작고 볼품없는 것들의 힘 센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나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초등 저학년 아이가 있다면 잠자리에서 한 챕터씩 읽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고학년 아이라면 스스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저녁을 먹으면서 중학생 아들 녀석에게 빨간 클립의 카일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무척 신기해했다. 그러더니 밤에 이 책을 슬며시 빼들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겐 노력에 앞서 꿈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꿈은 제쳐두고 노력하라고 다그치기만 한다. 이 책은 꿈과 노력을 모두 이야기하면서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 억지를 부리거나 엉뚱한 짓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재촉하지 않아 좋았다. 그래, 세상은 우리가 앞만 보고 빨리 달린다고 바뀌는 게 아니라 무슨 꿈을 꾸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거니까, 내 안에 있는 작은 1%의 가치에서부터 꿈이 시작되고,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의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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