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가 어제 밤에도 놀이터에 가자고 졸랐다. 밤에는 어흥 호랑이가 나와서 안된다고 하면 대충 통하곤 했는데, 어제는 어림 없다는 듯, 잠자리에 누워서도 비니는 놀이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비니야, 엄마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비니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네..."
"옛날에 옛날에 어느 마을에 비니라는 아주 귀여운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는데, 비니는 놀이터에 나가 노는 걸 너무너무 좋아했대~"
비니가 칭얼거리기를 멈추고 솔깃해서 듣는다.
"어느 날, 그날도 비니는 아침, 점심, 저녁 그렇게 세 번이나 놀이터에 가서 놀다 들어왔는데도,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니까 또 놀이터에 가서 놀고 싶단 생각이 드는 거야."
옆에서 같이 꼽사리 껴서 누워 있던 뽀가 듣고는 키득거린다. 내가 팔꿈치로 가격하며 엄한 눈빛을 쏘아 주의를 주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 놀이터 가자, 놀이터에서 또 놀고 싶어."하고 졸랐대. 그런데 엄마는 그 날 비니라는 그 애를 따라 세 번이나 놀이터에 갔다 오기도 했고, 집안 일도 많이 했기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비니야, 지금은 깜깜한 밤이라서 안돼. 대신 코~자고 내일 아침에 해가 반짝 떠올라 세상이 환해지면 그 때 또 놀이터에 가서 놀자."고 했는데, 비니는 너무너무 놀이터에 가고 싶어서 엄마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대. 그래서 엄마에게 놀이터에 가자고 더 더 자꾸 자꾸 졸랐지."
이제 옆에 누워 있던 뽀까지 관심을 갖고 들어준다. ㅋㅋㅋ 귀여운 자식~
"그래서 엄마는 할 수 없이 비니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어. 밖은 아주아주 깜깜했지. 사람들도 하나도 없었고, 나무들이 기다랗게 그림자를 드리우곤 바람에 이리 저리 흐느적거리고 있었어. 비니는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가 같이 있으니까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 꼭 참았어.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거든.
엄마랑 비니는 서로 손을 꼭 잡고 놀이터를 향해 걸어갔어. 그런데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놀이터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거야. 엄마랑 비니는 놀라서 놀이터 나무 울타리 뒤에 숨어서 놀이터 안을 몰래 들여다 봤대.
그랬더니, 글쎄, 놀이터에 동물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거야.
어흥 호랑이랑 사자는 그네에 앉아 나즈막하게 어흥어흥 노래를 부르며 그네를 타고 있었고,
미끄럼틀 위에는 코끼리가 올라가 앉아 있었는데, 기다란 코를 미끄럼틀 지붕위에 턱 걸쳐놓고는 달을 향해 뿌뿌 나팔을 불고 있었대.
정글짐과 방방이에는 원숭이 백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도 아니었는데, 정글짐 맨 위에는 심술쟁이 고릴라가 버티고 앉아서는 원숭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치고 있었다지, 뭐야.
이빨이 뾰족뾰족한 늑대랑 아주아주 커다란 곰 한마리는 같이 시소를 타고 있었는데 늑대랑 곰이 웃는 소리가 어찌나 으스스한지 비니랑 엄마 팔뚝에 소름이 쫙 돋았대.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비니랑 엄마 어깨를 툭툭 치는 거야. 그게 누구였냐면 바로 나무 위에서 쉬고 있던 뱀이었어.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무지개 빛깔에 분홍색 혀를 낼름 거리는 예쁜 뱀이었는데, 이름이 푸라틀라코리오니(내맘대로)라는 뱀이었대. 그 뱀이 말하기를,
"어째서 사람들이 이 밤에 놀이터에 나온 거야? 밤엔 우리 동물들이 놀이터를 이용하게 되어 있다구. 사람들은 낮에 많이 놀았잖아. 그러니 밤엔 우리 동물들이 놀게 해 줘야지. 어서 들어가. 다른 동물들이 알면 무척 화를 낼거야. 너무 화가 나서 어쩌면 미끄럼틀을 그네 기둥에 매달아 놓고, 시소를 정글짐 꼭대기에 올려 놓을지도 몰라. 어서 들어가, 어서.."
그래서 비니랑 엄마는 동물들이 눈치채기 전에 빨리 집으로 들어가서 얼른 코~~~ 잤대. 그리고 비니는 그 다음부터는 절대로 절대로 밤에는 놀이터에 나가 놀겠다고 떼쓰지 않았다더라. 끝~!!!"
뽀는 옆에서 "에이~~"하고 시시하다는 티를 팍팍 내고, 비니는 기특하게도 놀이터에 나가겠다는 투정을 접고 잠을 청했다. ㅋㅋㅋㅋ
암튼, 어제의 옛날 이야기는 목적달성을 한 셈이다. 종종 이용해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