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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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된 책 한 권.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다윈이라고 그 유명한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사람이잖아. 책 제목에 다윈이라는 말과 <종의 기원>과 비슷한 <악의 기원>이라는 말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연상되더구나. 이 소설에 대한 사람들의 평도 괜찮고 해서 읽어보려고 샀어. 그런데 책 두께가 소위 말하는 벽돌책이더구나. 이렇게 두꺼운 책인지 몰랐어. 이렇게 두꺼운 책을 써내는 필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지? 이러면서 책날개에 써 있는 지은이 소개를 봤는데, 박지리라는 분이야. 책을 구입할 때 지은이를 슬쩍 보긴 했는데, 아빠가 처음 보는 한국 작가이네, 이렇게만 봤지 자세하게는 보지 않았거든. 박지리 님은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그런데 8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을 쓰다니문학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인가 싶었단다.

소설은 어떤 시대인지 확인이 안되는 디스토피아가 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단다. 소설의 짜임새가 좋고,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힘이 있었어.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가 마거릿 애트우드에 견주어도 지지 않는다고 아빠는 생각했단다. 그래서 박지리라는 분을 아빠의 관심 리스트 작가에 올려 놓았어. 그 분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얼마 전에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 제1회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품이라며 어떤 책을 소개했단다. 박지리 문학상? 보통 이름을 딴 문학상은 돌아가신 분의 이름을 따서 짓는데이상 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김유정 문학상 등등그런데 박지리 문학상? 설마? 아빠가 알기로는 젊은 작가였던 것 같은데그래서 인터넷을 찾아왔더니…. ㅠㅠ 박지리 님은 2016년에 32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셨다고 하는구나. 그제서야 박지리 님에 대한 인터넷 글들을 자세히 찾아보았어. 2010년 사계절 문학상 대상을 받으면서 등단을 하고 이후 1년에 거의 한 작품씩 내면서 활발히 활동하셨는데…. 왜 그리 일찍 가셨는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박지리 님의 마지막 책이었고, 이 책을 출간하고 며칠 뒤에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단다. 너무 슬프구나. 천재 작가의 짧은 삶. 사계절 출판사에서는 박지리 님을 기리는 차원에서 박지리 문학상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착한 출판사로구나. 아빠도 박지리 님을 추모하면서 박지리 님의 작품들을 좀더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박지리 님의 마지막 작품이 된, 역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1.

8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다 보니, 구성도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많이 나와서 너희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에라 모르겠다 정신으로 해볼게. 제대로 설명이 안되면 그 나름대로 스포일러가 덜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정확히 모르겠더구나. 인류 역사상 없는 시스템이라서 미래인 것 같은데, 핸드폰이나 인터넷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과거인 것 같기도 하고. 평행 우주의 또다른 지구에서 벌어진 일일까? 아무튼,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상을 이야기하면, 철저한 신분 사회란다. 1지구부터 9지구로 사람들뿐만 아니라 구역도 나뉘어져 있어. 각 지구간의 이동도 제한적이고, 발전 수준도 달라서 1지구와 9지구는 천지 차이였어. 이렇게 구역이 나뉜 것은 오래되었는데, 60여년 전에 이런 차별을 깨기 위해서 9지구가 주도하여 폭동이 일어난 적이 있단다. 12월의 폭동이라고 불렀는데, 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그 사건 이후 차별은 더욱 심해졌고, 지구간 이동도 더 어려워졌단다.

주인공 다윈 영은 1지구에 살고 있는 16살 남학생이었어. 프라임스쿨이라고 1지구에서도 엘리트만 다니는 최고 명문에 다니고 있었어. 다윈 영의 아버지 니스 영은 문체부 차관인데, 문체부 차관은 미래의 대통령 자리라고 부를 정도로 명망 있는 지위였단다. 그러니까 다윈 영의 집안은 명문 가문이라고 할 수 있어. 다윈 영이 다니는 명문 프라임스쿨에 대해 좀더 이야기를 해보면,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곳으로 유명한데 모든 학생들이 기숙 생활을 한단다. 예전에는 학기 내내 기숙생활을 했는데, 얼마 전부터 한 달에 한번 주말에 집에 갈 수 있었어. 그때마다 다윈 영은 아버지 니스 영과 함께 할아버지 러너 영을 뵈러 갔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 것만 빼고는 참 보기 집안 분위가가 좋은 것 같구나.


2.

니스 영은 매년 어렸을 때 죽은 친구의 추도식을 주최하고 참석한단다. 올해로 벌써 30년째 이어졌어. 30년이라면 가족들도 더 이상 추도식을 안 가질 것 같은데, 니스 영은 해마다 추도식을 주최하고 참석하고 있단다. 그 친구의 이름은 제이 헌터였어. 다윈 영은 아버지를 따라 해마다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어. 죽은 제이의 동생 조이도 참석을 하고, 조이의 딸 루미도 참석을 하는데, 다윈 영이 루미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었어프라임스쿨은 남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데, 루미는 그에 버금가는 여학교인 프리메라 여학교에 다니고 있었어. 올해 추도식에 니스 영의 오랜 친구 버즈 마살이 찾아왔단다. 버즈 마샬은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버즈미디어의 대표야. 그리고 버즈 마샬의 아들 레오 마샬도 프라임스쿨에 다니고 있고, 다윈 영처럼 모범생은 아니고 약간 반항기도 있고, 돌출 행동도 해서 프라임스쿨에서 벌도 받고 그랬어. 다윈 영과 레오 마샬은 반은 달라서 서로 모르고 지냈는데, 추도식 이후 학교에서 우연히 만나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단다.

추도식이 끝나고 얼마 뒤에 다윈 영은 루미로부터 연락을 받았어. 제이 삼촌의 방에서 구한 사진이 있는 그 장소에 같이 가자고 했어.. 사유는 모르겠고, 짝사랑하던 루미가 만나자고 하는데 당연히 만나야겠지. 다윈 영은 그러겠다고 했어. 루미는 허름한 옷을 입고 나오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사진 속 장소가 9지구이었기 때문이야. 각 지구간 제한적이긴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어. 직접 갈 수는 없지만 하나 아래 지구로 이동은 어느 정도 허용되어 그런 식으로 9지구까지 갔고, 1지구의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허름한 옷을 입고 간 거야. 그들이 도착한 9지구는 폐허 사회였고, 멸종해 가는 사회였단다. 아이들은 없어서 미래도 없어 보였어. 다윈 영과 루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9지구에 갔다가 실체를 보고 돌아왔어.


3.

다윈 영은 한 달에 한번씩 할아버지 집에 간다고 했잖아. 어느 달은 루미와 함께 갔는데, 루미도 다윈 영의 할아버지를 반가워 했단다. 루미도 다윈 영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

루미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인데, 루미는 30년 전 제이 삼촌의 죽음을 추적하려고 했어. 제이 삼촌은 9지구에서 온 정체 불명의 사람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그 사람을 잡지는 못했다고 했어. 후드 티를 입은 사람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그러면서 다윈 영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루미를 좋아하는 다윈 영이 거절할 리 없었지. 루미의 할아버지 해리 헌터는 유명한 사진 작가셨어. 12월의 폭동 때도 해리 헌터는 직접 9지구에 가셔서 사진들을 찍었다고 했어. 그 사진들은 모두 국가 기록 저장소인 아카이브란 곳에 저장되어 있었는데, 거기는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었어. 다윈 영은 아버지 니스 영의 아이디를 알아내어 접근을 했는데, 사진 3장이 사라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것이 중요한 단서라는 걸 직감했단다.

루미는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제이 삼촌은 1지구의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 그래서 제이 삼촌의 친구들을 조사했고, 유력한 사람으로, 지금은 검사가 된 로이드라는 사람을 찾아갔는데, 그와 이야기를 해보니 무죄라 생각했어. 소설을 읽다가 중간 부분에 오면 제이 삼촌을 죽인 사람이 누군인지 쉽게 추리를 할 수 있는데, 지은이 박지리 님도 그걸 숨지기 않고 알려주었단다. 이 소설은 그저 제이삼촌을 죽인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니까 말이야. 중간에 범인을 알게 되어도 긴장감은 늦춰지기는커녕 더 세진단다. 이 소설의 강점.

그럼 사건의 내막을 알려줄게. 다윈 영의 할아버지 러너 영은 사실 9지구 출신이란다. 러너는 16살 때 9지구에서 일어난 12월의 폭동을 주도한 사람 중에 한 명이었어. 그들의 폭동은 성공적이었고, 8지구, 7지구, 6지구가 차례로 통합되었어. 그러던 중 러너 영은 배신을 하고(이유는 생각이 잘 안 나는구나…) 주동자들을 고발하였어. 그러면서 어떤 2지구의 집에 양아들로 들어갔는데, 폭동이 진압되고 나서 그 공이 커서 그들은 1지구로 승격이 되었단다. 이런 내막이 있었던 거야. 아빠가 처음 이야기할 때는 다윈 영의 집안이 1지구의 명문이라고 했는데, 사실 9지구 출신이었던 거야. 30년 전 제이는 12월의 폭동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했는데, 그때 친구인 니스 영의 아버지 러너 영이 9지구 출신이고 12월의 폭동에 가담했던 사실을 알게 돼. 그리고 니스 영도 그 사실을 눈치채고 말이야.

제이가 그 사실을 온 세상에 퍼뜨리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래, 제이를 죽이는 거야. 그 사실이 온 세상에 드러나면 니스는 참을 수 없는 모욕과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 뻔했거든. 니스 영은 후드를 입고 9지구의 사람처럼 위장을 한 다음에 제이를 죽였던 것이란다. 니스 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죄책감은 상당히 컸어. 오랫동안 잠도 자지 못했어. 그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지우기 위한 방법이 바로 추도식이었던 것이고, 오랫동안 해마다 추도식을 열었던 것이란다. 하지만 러너 영이 12월이 폭동의 주도자였다는 증거가 사진으로 남아 있는 것을 알았어. 그것을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고위관리직이라는 것을 알고, 그는 사진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 한가지 이유로 문체부 차관이 되려고 노력했던 것이란다. 이것이 바로 30년 전 사건의 전말이었단다.

아무도 이 사실을 30년간 모르고 있었는데, 루미가 다시 캐고 다니는 거야. 사실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야. 제이의 동생이자 루미의 아빠인 조이가 알고 있었어그런데도 가만히 있었냐고? 사실 조이가 형 제이를 엄청 싫어했거든. 조이는 엄마가 바람 피워 낳은 아이인데, 제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어서 조이를 푸대접하고 엄청 싫어했어. 물론 조이도 제이를 엄청 싫어했어. 조이는 우연히 니스 영이 제이를 죽인 것을 알게 되었는데, 조이는 오히려 그런 니스 영을 더 따르고 좋아했어. 비밀도 끝까지 지켜주었고 말이야. 무서운 비밀들이 있었구나.


4.

니스 영도 루미와 다윈 영이 30년 사건을 다시 캐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했어. 그 사건은 여전히 그에게 트라우마였거든그리고 괴로워하다 술을 먹고, 술주정으로 혼잣말로 그 일에 관해 주저리 이야기했는데, 그 말들을 다윈 영이 의도치 않게 들었어. 다윈 영은 사실을 다 알게 된 거지아버지에 대한 심한 배신감에 아파하고 괴로워했고, 아버지와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고 했어. 하지만 다윈은 아버지가 제이 삼촌을 죽였다는 사실만 알았지, 왜 죽였는지는 몰랐어.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더 진행될 것 같니? 지금부터는 최대한 축약해서 이야기를 할게루미가 제이 삼촌이 죽은 날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 있는 카세트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것은 다름 아닌 레오 마샬의 아빠인 버즈 마샬의 것이고, 그 카세트는 그럼 어디에 있느냐그것은 버즈 마샬이 어렸을 때 살았고 레오 마샬의 할아버지 피터 마샬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루미는 버즈 마샬에게 도움을 청했고, 버즈는 그 카세트를 가져오게 되고 그걸 버즈 마샬과 다윈 영이 함께 들었어. 다윈 영은 그 녹음테이프에 그 날 있었던 일이 녹음이 안되었기를 바랬지만, 그 테이프에는 제이삼촌이 죽기 전에 니스 영과 제이삼촌이 나누었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었어. 니스 영이 제이 삼촌을 죽였다는 이야기도 모두이때 다윈 영의 그때 한 행동은 무엇일까? 너무 뻔한 답일수도 있지만, 마지막 결론만 남겨두고 오늘 독서 편지를 마쳐야겠구나.

책을 덮으면서 정말 대단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단다. 아빠가 오늘 이야기한 내용은 굵은 줄거리만 쫓아가면서 이야기했는데, 소소한 에피소드들 더 많이 담겨 있단다.

….

지은이 박지리 님께서 요절하시지 않았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남겼을 텐데, 참 안타깝고도 슬프구나. 박지리 님이 남긴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다시 한번 지은이 박지리 님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면서, 오늘 편지는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옛 수도원 건물을 기반으로 재건축한 프라임스쿨 교정 한가운데에는 위엄 어린 양식의 종탑이 하나 서있는데,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학교 정책의 일환에서인지 수도원의 색채가 많이 지워진 오늘날에도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이 되면 종지기가 직접 탑으로 올라가 종을 친다.

책의 끝 문장: 루미는 주저 없이 다윈의 손을 잡고 다윈이 이끄는 곳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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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12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재밌게 읽은 작품이에요~ 권했을 때 거의 실패 없었던.. 박지리 작가님의 짧은 생은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ㅠㅠ

bookholic 2021-10-12 19:57   좋아요 0 | URL
다른 책들도 좋으셨군요~~ 박지리 님의 다른 책도 들쳐 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1-10-12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 저희집 딸이 좋아하는 책이라서 집에 있는데요. 저는 딸이 중학생 때 읽은 책이라 청소년용이겠거니 생각하고 안봤는데 북홀릭님 글 보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팍 드네요. ^^

bookholic 2021-10-12 20:25   좋아요 0 | URL
독서 내공이 남다른 식구들 같아요..
중딩이 벽돌깨기 게임이 아닌 벽돌책을...^^

행복한책읽기 2021-10-12 0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바람돌이님 야그 즉슨, 중딩도 좋아할 만한 책이라는 거죠. 두께가 만만찮지만 일단 도전을 시키겠슴요. ㅋㅋ 북홀릭님 이 편지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시나요?? 궁금합니다.^^;;;

bookholic 2021-10-12 20:02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은 아직 이 편지의 존재를 몰라요^^

scott 2021-10-12 0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북홀릭님 아들과 따님이 엄청 좋아 할 것 같습니다.

아~ [루미는 주저 없이 다윈의 손을 잡고 다윈이 이끄는 곳으로 걸어 나갔다.]
엔딩이 아니길 !

bookholic 2021-10-12 20:03   좋아요 2 | URL
우리 애들이 무서운 걸 안 좋아해요 ㅎㅎ

scott 2021-11-05 16: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아들과 딸에게 는 👆쉿 ^^

bookholic 2021-11-05 23:23   좋아요 4 | URL
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넵 아이들에게는 쉿!!!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1-05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편지도 쓰고 당선도 되고...행복!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1-11-05 23:25   좋아요 4 | URL
ㅎㅎ 그러네요..
어설픈 편지에도 당선작으로 뽑아주다니...
행복합니다..
모두 님들 덕분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mini74 2021-11-05 16: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11-05 23:26   좋아요 4 | URL
엄청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고요..^^

서니데이 2021-11-05 18: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1-11-05 23:27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ㅎㅎ
따뜻한 주말 되세요!!!

새파랑 2021-11-05 18: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매달 늘어나는 비밀 ㅋ 북홀릭님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11-05 23:27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새파랑 님..^^
늘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고맙고요...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11-06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런 두꺼븐 책 읽기도 버거운데, 정리해 쓰는 분들 그저 경외스럽습니다^^

bookholic 2021-11-06 07:2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재미만 있다면 두꺼운게 더 좋아요...^^
읽을 거 아직 많이 남았네, 하면서 읽으니까요 ㅎㅎ
쌀쌀하진 날씨에 따뜻한 주말 되세요~~~

초딩 2021-11-0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너무 너무 멋지세요 ^^

bookholic 2021-11-08 23:10   좋아요 0 | URL
앗,,, 고맙습니다~~
멋진 건 초딩 님이 훨씬~~~^^

이하라 2021-11-07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1-11-08 23: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많이 쌀쌀해진다고 하던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따뜻한 11월 되시길~~~
 















(49)

아그리파는 질투나 야망의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옥타비아누스를 향한 그의 감정은 늘 순수한 애정, 온전한 존경, 부드러운 보호반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옥타비아누스를 비난하고 혐오하고 조롱할지 몰라도, 아그리파만큼은 옥타비아누스를 비난하고 혐오하고 조롱할지 몰라도, 아그리파만큼은 옥타비아누스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으며 옥타비아누스의 성격에서 가장 극단적인 면마저 나쁘게 보지 않았다. 카이사르의 지성이 그를 점점 더 하늘 위로 뜰어올렸다면, 옥타비아누스의 아주 다른 사고방식은 그를 땅속까지 내려갈 수 있게 해준다고 아그리파는 생각했다. 옥타비아누스는 인간의 결점을 놓치는 법이 없었고 약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의 무게를 꼼꼼히 따졌다. 그의 본능은 파충류를 닮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섣불리 움직이는 실수를 범할 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움직일 때는 너무 빨라서 흐릿하게 보일 뿐이거나, 혹은 너무 느려서 가만히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70-71)

로마는 로마입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로마의 종복일 뿐 로마의 주인이 아닙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과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로마에 더 큰 영광을 가져다주고 로마의 국력을 키우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당신과 저, 마르쿠스 레피쿠스가 꼭 경쟁해야 한다면 로마의 더 큰 영광에 기여했다는 명성을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오늘 이 전투에서 죽든, 아니면 이후 평화로운 시기에 죽든 간에 우리는 유한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로마는 영원하죠. 로마는 우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272)

그것이 바로 내 아버지의 큰 실수였다. 아버지는 오래된 귀족들을 유지하고자 하셨고, 자신의 파벌을 오래된 귀족 가문 출신들의 이름으로 유지하고자 하셨다. 그의 독재는 표면상 민주적인 틀 안에서 제대로 확립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내 건강 상태와 취향은 화려함과 어울리지 않고, 나는 내 아버지의 웅장함을 절대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는 최고신관의 의복을 입고, 용기의 상징은 시민관을 머리에 쓰고, 천하무적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포룸 로마눔을 거닐고 다니셨다. 그를 쳐다보는 여자들은 활홀해했다. 그를 쳐다다보는 남자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떠올리며 괴로워했고, 자신의 무능함을 떠올리며 괜스레 그를 증오했다.


(276)

로마 공화정 시대에 끌린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다른 작가들에 의해 지겹도록 많이 다뤄지진 않았다. 둘째, 우리 사회의 사법, 정치, 상업 체계가 대부분 로마 공화정에 뿌리를 두고 있을 정도로 현대 서구문명과 연관이 깊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그토록 비범한 재능을 지닌 여러 인물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서로 알고 지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카이사르는 마리우스와 술라, 폼페이우스를 모두 알았고, 이들 모두 어떤 식으로 카이사르의 인생항로에 영향을 끼쳤다. 그 밖에 카토 우티켄시스나 키케로 같은 다른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월의 말> 끝자락에 이르면 카이사르를 포함해 그들 모두 세상을 떠난다. 남는 것은 그후로도 계속되는 후대에 그들이 남긴 유산이며, 그 주인공은 카이사르의 생질손으로 훗날 카이사르 임페라토르, 최종적으로 아우구스투스가 되는 가이우스 옥타비우스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나는 절대 멈추지 못할 것이다!  - <작가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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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 제 5권을 읽었단다. 드디어 미술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르네상스시대의 이야기란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의 장점은 늘 그렇듯 대화체로 쉽게 미술을 설명해주는 것이라 부담 없이 책을 펼쳐들 수 있단다. 책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컬러 도판 사진으로 설명을 읽으면서 바로 미술작품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단다. 중간중간 정리해 주는 것도 좋고… 5권까지 읽었다고 아빠가 미술에 대한 상식이 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마렴기억력은 빠르게 퇴화하고 있으니 말이야. 예전에 쓴 너희들에게 쓴 편지와 발췌록들을 읽어보면 어찌나 새로운지


1.

유럽은 1300년대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발전했는데, 특히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 많이 발전했대. 그렇게 사회가 발전하다 보니 미술도 덩달아 발전을 했고 말이야.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많은 도시국가들의 혼재하는 형태로 지냈다고 하는구나. 한때 200여개의 도시 국가가 있었을 때도 있다고 하는데, 1300년 즈음에는 50여개 도시국가들이 있었고…(여전히 많네)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는 등이 특히 강한 도시국가들이었대.

이 시절 향후 미술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문학작품이 하나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단테의 <신곡>이란다. 이 책은 아주 유명한 책이지만, 어려울 것 같은 생각에 아빠는 읽어보지 못한 책이란다. 이 책은 지옥, 연옥, 천국을 단테 본인이 여행하는 이야기로, 당대 실존 인물들이 많이 많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부패한 정치인이나 성직자들도 출현하여 현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쓴 소리를 하기도 했대.

이 책에서 나오는 연옥이라는 곳이 천국과 지옥의 중간 지역이야. 부자들은 원래 천국에 가질 못하는데, 이 연옥이라는 곳에서 일정 시간 죄를 뉘우치면 부자들도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단다. 그럼 어떻게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느냐그것은 바로 예배당을 짓는 거야. 부자들과 상인들이 지은 예배당들이 하나둘 나타나는데 그 중에 파도바라는 도시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을 소개해 주었단다. 고리대금업으로 큰 돈을 본 엔리코 스크로베니가 속죄하기 위해 세운 예배당당시 유명한 화가인 조토에게 의뢰하여 벽화를 그리게 했는데, 그것이 오늘날까지 유명한 작품으로 남아 있단다. (조토는 아빠가 학창시절 배울 때는 지오토로 배웠는데, 요즘에는 조토로 부른다고 하네.) 조토가 벽화를 꾸민 것은 프레스코 기법이라고 하는데, 석회 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리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색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의 예배당은…. 프란체스코 성인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한 평생을 살았고, 그가 죽고 나서 아시시라는 도시에 프란체스코 수도회 성당을 지었는데, 이 수도회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위해 쉬운 말론 강론을 이야기했고, 글을 모르는 그들을 위해 벽화로 프란체스코 성인의 일대기로 그렸다고 하는구나. 그 그림은 모두 28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역시 앞서 이야기했던 조토가 그렸다고 하더구나. (모두는 아니고 대부분…) 당시의 도시국가들 중에 당시의 모습을 오늘날까지 잘 유지하고 있는 도시들이 있는데 그 중에 시에나라는 도시가 있단다. 그곳에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팔라초 푸블리코와 시에나 대성당이 있는데, 팔로초 푸블리코는 시에나의 시청사로 이 건물 안에는 로렌체티의 유명한 벽화가 있대. 그리고 시에나 대성당에는 마에스타 두초가 그린 시엔나 대성당의 제대화가 있고이 마에스타 두초는 앞서 몇 번 이야기했던 조토와 더불어 당대 쌍벽을 이루는 미술가로 조토는 신체의 입체감과 무게감을 두드러지게 표현을 했고, 두초는 화려한 옷에 초점을 둔 차이가 있다고 하는구나.

….

이렇게 성장을 거듭하던 유럽 세계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단다.


2.

그 위기는 다름 아닌 1347년 발생한 흑사병. 유럽 인구의 절반을 죽음을 몰아 넣은 죽음의 병이란다. 어벤져스의 빌런 타노스가 이루려던 꿈. 전염병이 유행을 하면 꼭 언급되는 흑사병은 삶의 모습까지 바꾸었단다. 작년부터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자주 흑사병과 비교되잖니당시 도시는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위생 시절도 마찬가지고, 거기에 정확한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흑사병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단다. 병이 생긴지 2~3일 내에 죽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아. 이 흑사병은 삶의 모습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영향을 미쳤단다. 어떤 성모자상이 병을 치유한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주변으로 성당이 지어지고, 그 성당에 벽화들이 그려졌어. 흑사병이 끝나고 살아남은 자들은 오히려 삶의 질을 좋아지면서, 중산층까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면서 미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는구나.

이탈리아 도시 국가 중에 가장 잘 나가던 피렌체는 기근과 전염병과 전쟁으로 도시가 전체적으로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혼란에 빠진 이 도시를 다시 살리자는 사업이 시작되면서, 르네상스는 서서히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르네상스의 본거지는 피렌체라고 하는구나. 르네상스는 워낙 유명해서 그 핵심이 화려했던 고대 문명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란다. 그런 점에서도 피렌체는 고대 유물을 많이 남아 있어서 유리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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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결국 르네상스의 핵심은 고대 문명의 부활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피렌체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자신감을 가질 만합니다. 고대를 부활시키려면 고대라는 역사를 지니고 있어야 하겠죠. 피렌체는 그 어느 도시보다 고대의 전통이 강하게 이어져 내려오던 도시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고대의 전통이 도시에 각인되어 있었던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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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안정된 경제와 정치를 들 수 있는데, 지중해를 통한 중계 무역과 은행을 통해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고, 다른 도시에 비해 오랫동안 공화정을 유지되었다고 하는구나. 한때 메디치 가문이 정치 권력을 독차지하기도 했지만, 여론이 등을 돌리게 되면서 추방당하기도 할 정도로 시민들의 권력이 센 도시가 바로 피렌체였단다. 피렌체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그 유명한 피렌체 대상당이 있는데, 30층 높이의 거대한 성당인데, 상상만 해도 엄청나구나. 우리가 계획했던 유럽 여행이 코로나 때문에 무한 연기가 되었는데, 나중에 다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더구나.

그렇다면 이 피렌체 대성당은 누가 지었을까. 특히 피렌체 대성당의 거대한 돔을 만든 사람은 브루넬레스키라는 사람이란다. 이전에 피렌체에서는 세례당 청동문을 만들기로 했고, 그걸 경연에서 이긴 사람이 만들기로 했는데 브루넬레스키는 그 경연에서 기베르티라는 사람한테 졌다고 하는구나. 그 경연에서 진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를 떠나 로마 여행을 했대. 원래는 미술가였던 브루넬레스키는 로마 여행을 마치고 건축가로 변신해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지었다고 하는구나. 당시 피렌체에서는 피렌체 대성당의 직경이 45미터라서 거대한 돔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거든.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브루넬레스키였어. 그는 로마 판테온에서 힌트를 얻어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완성했다고 하는구나. 수평쌓기와 수직쌓기를 교차하는 헤링본 기술과 돔을 이중을 하여 무게를 가볍게 하는 등 혁신적인 방법으로 지었대. 그래서 피렌체 사람들이 모두 자부심을 갖게 하는 피렌체 대성당의 거대한 마침표를 찍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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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294)

당시 인문학자이자 미술이론가였던 알베르티는 하늘 높이 솟구친 피렌체 대성당 돔이 토스카나의 모든 사람을 그늘로 덮을 듯하다는 표현을 씁니다. 이 시기 피렌체 사람들에게 돔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알 것 같죠. 물론 과장처럼 들리기도 해요. 하지만 막상 피렌체에 가서 직접 이 돔과 마주하면 단순한 과장으로 들리지만은 않을 겁니다.

나지막한 건물들 사이에 30층 높이의 대성당이 우뚝 솟아올라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거대한 돔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하고, 가파르게 솟아오른 윤곽선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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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 미술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원근법이 생겨났다는 점이라고 하는구나. 소실점을 기준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단다. 아빠도 학창 시절 소실점을 처음 배우고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떠오르더구나.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던 아빠도 소실점을 이용해서 그리니 보이지 않던 입체감이 보였던 기억그런 원근법이 그리 오래 전이 아닌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생겨난 거구나. 앞서 이야기한 브루넬레스키가 발명하고 마사초라는 사람이 그림에 적용하였다고 하더구나.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대부분 후원을 받았고, 그런 후원 아래서 미술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런 후원은 돈이 많은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대표적인 가문으로 메디치 가문이 있단다. 메디치 가문은 의사와 약재상으로 시작했으나, 이후에는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성공하면 피렌체와 인근을 다스리는 대공이라는 지위까지 오르게 되었대. 이들의 막강한 후원을 통해 많은 미술가들이 성장했고, 도나텔로와 미켈란젤로도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시대마다 미술의 유행도 변하게 되는데, 15세기 후반 피란체에서는 관념론이 유행하면서 비너스 같은 감각적 주제의 그림이 유행했다고 하는데, 관념론과 비너스가 어떤 관계이지?^^

....

르네상스 미술가라고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빠는 사실 그에 대해서 잘 몰라. 그저 몇몇 유명한 작품들의 작가로만 알고 있지. 그런 그의 작품 중에 청동 기마상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는구나. 아니, 있을 뻔 했다고 하는구나. 높이가 무려 7.5미터에 달하는 이 기마상은 스포르차 가문을 기념하기 위해 계획했으나 끝을 보지 못했다는구나. 실험정신이 대단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완벽주의자이다 보니 미완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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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

사실 레오나르도의 생애에서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났습니다. 뭐든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작업 기간이 한없이 길어지다가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지나치게 완벽주의자였던 작가 개인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대작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만한 아량을 가진 후원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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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계획했던 청동기마상은 그 설계도가 남아 있어서 현대에 와서 미국의 어떤 작가가 실제로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사진이 실려 있는데 엄청난 크기인데 뛰어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더구나..

, 이렇게 르네상스를 다룬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5권의 이야기를 마무리를 해야겠구나. 역사가 발전하면서 미술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고, 인간에 있어 예술과 미술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고, 책 속에서 본 건축물과 미술작품들은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단다. 중간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전세계를 2년 가까이 장악한 코로나 바이러스.. 그것은 이미 우리 삶의 모습을 많이 바꾸어 놓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바꾸어 놓을 것 같구나. 이젠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가라고 하지 말고, 같이 살아줄 테니 힘 좀 빼라고 이야기하고 싶구나. 감기 수준으로 힘 좀 빼고 같이 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종종 저에게 유럽 여행을 가면 어떤 미술 작품을 보고 오는 게 좋을 지 추천해달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책의 끝 문장: 언제나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광대하게 찾아오는 거죠.


스탕달 신드롬이 뭔데요?
미술 감상에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빠지면 겪을 수 있다는 증상입니다. 감상에 너무 몰입하다가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데 심하면 실신에 이르기도 한다고 해요. 실제로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 스탕달이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하다가 겪게 되면서 알려진 증상입니다. 요즘도 피렌체 여행객 중에는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 P18

유럽인에게 후추는 그야말로 새로운 미각의 세계를 열어 주었습니다. 아예 맛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후추 없이 고기를 먹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기 싫어진 거죠. 그렇게 점점 유럽인들은 더 많은 후추를 낙타에 싣고 콘스탄티노플이나 알렉산드리아 같은 지중해 동쪽의 도시까지 가져와야 비로소 유럽의 상인들이 살 수 있었습니다. 후추 값이 거의 금값이라고 할 정도였죠. - P32

그런데 이 옷 색을 한번 보세요. 커피에 우유를 탄 색처럼 보이지 않나요? 여담입니다만 프란체스코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는 ‘카푸친 수도회’ 사람들이 입었던 옷이 카푸치노 커피색과 똑같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유를 넣은 커피에 카푸치노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 P95

우리의 모든 꿈은 추진할 용기만 있으면 이뤄질 수 있다.
- 월트 디즈니
- P106

이성주의가 흑사병 때문에 나온다고요?
네, 그렇게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르네상스 때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건 상당 부분 흑사병이라는 재앙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화가가 해부학을 연구한 이유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하고 관련이 있었던 겁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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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09 0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약도 참 좋고 또 꾸준히 읽으시는 모습 👍 작가님이 빨리 7권도 내셔야 할텐데 말이지요 ㅎㅎ 안녕히 주무세요 ~

bookholic 2021-10-09 10:35   좋아요 1 | URL
설마 6권에서 배신하시는 건 아니겠죠?^^
코로나 때문에 현장 답사를 못하시나???

scott 2021-10-09 0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 이번엔 흑사병이 돌던 시대 이네요!
르네상스 시대 의학이 발전 한것 처럼

내년 코로나 치료제 알약으로
우리 모두 마스크 없이 살았으면 ,,,,

bookholic 2021-10-09 10:36   좋아요 2 | URL
네, 내년에는 꼭 마스크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41)

솔직히 말씀드리건대 나는 꽤 오래 살았습니다.햇수로 보나 명성으로 보나 말이죠. 하지만 나는 아직 인생에 그리 싫증이 나지 않았으며 살해당하는 것으로 삶을 끝낼 생각이 없습니다. 나를 제거해보십시오, 그러면 장담컨대 로마는 독재관 카이사르보다 훨씬 더 나쁜 병폐들을 겪게 될 겁니다. 로마의 현상황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가 독재관 직을 맡을 때와 다릅니다. 로마는 하나의 강력한 손이 필요하고, 그 손을 내게서 찾았습니다. 내 법들을 확립시키고 로마가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게 살아남을 거라는 확신이 들면 나는 독재관 직을 내려놓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 일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며, 그때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경고하겠습니다. 내게 예전의 영광으로 공화국을 되돌려 놓으라는 부탁은 이제 그만하십시오.


(203-204)

문제의 핵심은 어느 특정 단체에 있지 않았다. 카이사르가 실패한 지점은 바로 그가 이 모든 일을 사실상 혼자 했다는 사실이었다. 독재관으로서. 그런데 로마에는 자기도 카이사르와 똑같이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이사르가 독재관을 지내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었다. 그는 여생 동안 독재관 직을 유지해야 할 터였고, 그가 죽은 후 로마가 부디 충분한 교훈을 깨달아 후퇴가 아닌 전진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전진이란 말인가? 그것은 그도 몰랐다. 카이사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그가 도입한 변화들이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를 따르는 자들이 그 훌륭함에 충분히 감화되어 이 변화들을 지속해나가리라고 믿는 것뿐이었다.


(231-232)

원로원 의원 여러분, 나는 이 우스꽝스러운 아첨을 당장에 그만두라고 말하겠습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요구한 적도 바란 적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결코 받지 않을 겁니다. 이것이 나의 지시이며, 이 지시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합니다. 원로원에서 나를 로마의 왕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는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로마에서 왕정은 폐지되었고 그 대신 공화정이 탄생했습니다. 나는 왕정을 혐오합니다. 나는 결단코 로마의 왕이 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나는 합법적으로 임명된 로마의 독재관이며 이 독재관 직만이 내게 필요한 전부입니다.”


(325)

해방자들이 광기 어린 눈빛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브루투스는 손등에 흐르는 피를 멎게 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하지만 무언의 동의라도 한 듯 일제히 돌아서서 문을 향해 달렸다. 데카무스 역시 넋이 나가 있었다. 평의원들은 현장을 목격하자마자 이미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달아난 터였다. 그가 죽었다, 카이사르가 죽었다! 해방자들마저 정원으로 뛰쳐나오자 밖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공황상태에 빠졌다. 해방자들의 토가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끈적끈적한 주먹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400)

편지를 끝맺기 전에 꼭 말해두어야 할 게 있다. 네가 상속받은 유산 말이다. 옥타비우스, 제발 유산을 물려받지 마라! 재산을 똑같이 나눠서 8분의 1만 받겠다고 하고 입양되는 것은 거부하렴. 이대로 유산을 받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짓이야. 너는 안토니우스와 해방자들과 돌라벨라의 등쌀에 올해를 넘기기 힘들 거야. 그들은 열여덟 살 어린애인 너를 박살대고 말 거라고. 안토니우스는 고작 어린애한테 밀려서 유산을 상속받지 못했다고 화가 나서 제정신이 아니야. 나는 그가 카이사르의 암살자들과 공모했다고까지 말하진 않겠다. 그랬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자가 도덕이나 윤리 따윈 없는 인간이라는 건 분명해. 그러니 널 만났을 때 카이사르의 유산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는 말을 듣길 기대하마. 오래오래, 늙은이가 될 때까지 살아라, 옥타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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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
엘렌 그리모 지음, 김남주 옮김 / 현실문화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풍월당 박종호 님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단다. 그 시리즈에서 많은 음악가들을 알게 되었어. 클래식을 소개해주는 책이니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 이미 유명한 작곡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아빠가 알지 못했던 많은 연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그렇게 알게 된 연주자들 중에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그 연주자들에 대한 책들도 찾아보곤 했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도 그런 책들 중 하나란다. 이 책은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책이 품절이라서 구하기 어려웠고, 알라딘 인터넷서점의 중고 등록 알람을 설정을 해도, 알람이 오고 나면 바로 사라지곤 했어. 아빠처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지..^^ 그러다가 운 좋게 이번에 구할 수 있었단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이렇게 좋은 책이라면, 출판사에서 재출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단다.

엘렌 그리모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란다. 피아노 실력도 대단하지만, 아마 미모의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지 않을까 싶구나. 하지만, 엘렌 그리모의 미모는 부수적인 것이고, 피아노 실력이 일단 대단하단다. 그리고 엘렌 그리모에게는 또 다른 독특한 별명이 있단다. ‘늑대를 키우는 피아니스트’. 늑대를 길들여질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늑대를 키우고 있다니늑대와 피아니스트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지만, 엘렌 그리모는 사라져가는 늑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는구나. 이 책에서도 보니, 엘렌 그리모는 직접 뉴욕 늑대 센터를 설립하여 늑대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구나. 엘렌 그리모는 책들도 쓰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은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이라는 책 한 권뿐이더구나.

아빠가 책의 좋은 구절이 있으면 발췌하곤 하는데, 이 책은 발췌한 곳이 수십 페이지나 된단다. 칼럼리스트 이동진 님이 책을 살펴볼 때, 책의 3분의 2 지점을 들쳐본다고 했어. 대부분의 작가가 그 시점에서 가서 필력이 떨어진다고 말이야. 아빠도 이동진 님의 그런 관점에 대해서 공감을 했단다. 그런데 이 책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은 그런 점을 찾아볼 수 없었어. 끝날 때까지 좋은 글들도 공감하게 했단다. 엘렌 그리모가 음악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늑대를 사랑하고 자유를 사랑하는 글들이 가득 찼단다.


1.

유명한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빽빽한 연주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이 당연할 거야. 엘렌 그리모도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뉴욕에서 연주 녹음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3주간의 공백이 생긴 적이 있었대. 그 동안 힘들고 빽빽한 일정 속에서 갑자기 생긴 여유힐링을 하기 위해 참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엘렌 그리모는 여행을 가기로 생각했단다. 그리고 몇몇 후보지를 생각했었는데, 그 중에 가장 무난한 유럽을 선택하고 이탈리아와 독일 등지를 여행하게 된단다. 그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단다.

그런데 그 우연히 만난 사람들 치고는, 사람들이 다들 명상가 같은 사람들이었단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그렇게 친분을 쌓고, 그 사람이 부탁했다고 해서 한 번도 본 적을 없는 사람을 방문하는 등 아빠로서는 다소 어려운 모험 같은 만남을 갖더구나.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전부 삶을 깨친 듯한 이야기를 해 주면서, 엘렌 그리모의 힐링 여행에 큰 도움을 주었어. 그걸 글로 옮겨서 읽는 독자들도 같은 힐링을 느낄 수 있었고 말이야. 독특한 기행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에서는 여러 좋은 문장들이 많이 실려 있단다. 그 중에는 몇 가지 소개를 해볼게. 너희들이 학생이다 보니 아래와 같이 좋은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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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

그러면 선생님, 어떤 학생이 좋은 학생, 최상의 것을 성취하는 학생일까요?”

간단하게 대답하지요. 이전의 지식을 답습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 학생, 그렇다고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을 만들어내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학생. 아울러……”

아울러?”

현재 존재하는 걸 포착할 채비가 되어 있는 학생, 순간의 신비를 관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이지요. 그렇습니다. 좋은 학생이란 순간을 타는 곡예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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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생이란 순간을 타는 곡예사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말로 이해가 되는구나. 지금 이 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곡예사는 다칠 수 있으니 말이야.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이 이야기되는 것 같구나. 너희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있는데, 아빠도 어렸을 때 학교 가기 싫었으니,  공감하면서 안타까움만 느끼게 되는구나. 그런데 학교(school)이 여유(schole)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뜻밖이구나. 학교는 자유를 수련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이랑 너무 상반되는 이야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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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그런대로 애를 쓰긴 했지요. 학교(school)의 어원이 된 여가라는 뜻의 그리스어 스콜레(schole)’에는 시제가 없답니다. 자유의 시제인 셈이지요.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시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도록 위한 것입니다. 학교는 자유를 수련하는 곳이고 학생이란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에게서 필요한 것, 잉여의 것을 덜어내는 존재입니다. ‘스콜레는 본질적인 시제인 셈이지요. 현실 속에 실재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여는 시제이자, 가장 인간적인 행위, 곧 글, 사랑, 세계의 발견 같은 영혼의 활동에 스스로를 내어주는 시제입니다. 스승은 가르침을 주지만 작품 역시 사랑을 가르치지요. 당신은 음악가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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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렌 그리모는 책들도 많이 읽는 것 같았어. 하기야 책들을 그렇게 많이 읽으니 이런 글들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엘렌 그리모처럼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어찌나 반가운지더욱 좋아하게 만드는구나. 언급하는 작가들마저 아빠가 좋아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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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140)

오랫동안 나는 톨스토이와 더불어 지냈고,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광란의 밤을 보냈으며, 독일 소설들과 더불어 때로는 격분하고 때로는 즐거워했다. 고갈되었다는 느낌이 들거나 속수무책의 악의와 맞닥뜨릴 때면 언제나 책 속에서 도움을 구했다. 책 속에서는 심술궂은 이들조차 저속하거나 비루하지 않았다. 책 속에서는 속속들이 어리석은 이를 거의 만날 수 없었다. 독서는 언제나 나를 언제나 지복의 경지에 이르도록 해주었다. 강렬한 감정, 다시 말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열정적인 가슴을 갖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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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고 하면 짧은 이 여행을 통해서 엘렌 그리모는 한 단계 좀더 자른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 것 같아. 자신을 한 단계 더 자라게 하는 이런 여행이라면 정말 값진 여행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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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진정한 엘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은 내 영혼의 가치에 어울리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아주 특별한 천분, 곧 자신만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내 스타일은 피아노, 믿음, 글쓰기에 대한 희망이 아닌가. 내 몸은 또 다른 생명을, 음악을, 결혼을, 음을 품고 있다. 내게 도전하는 음악, 나를 충족시키는 음악은 나를 무화시킬 수도, 나를 나 이상으로 들어 올릴 수도 있다. “당신의 삶이 음악의 연장선상에 놓이기를.”이라고 그 교사는 초입에서 그는 나에게 열쇠를 주었다. 세상을 여는 그 열쇠는, 나누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황폐하다는 의미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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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늑대를 키우는 피아니스트답게 이 책에서도 늑대에 대한 에피소드도 실려 있고, 늑대를 예찬하는 글들도 실려 있단다. 늑대를 키우면서 늘 늑대와 친하게 지내고 엘렌 그리모. 예전에 콜로라도에 있는 어떤 낯선 늑대와 다큐멘터리를 찍을 일이 있었대. 그 당시 몇몇 우연이 모여서 늑대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여 엘렌 그리모는 늑대로부터 공격을 받아서 목과 엄지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는구나. 피아니스트에서 엄지손가락이 다쳤다면 큰 일인데 말이야.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 후에 잠시 트라우마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엘렌 그리모의 늑대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어. 늑대의 울음소리가 으뜸이라고 하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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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한밤중 달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제겐 그렇답니다. 또 너울거리는 대양 속에 울려 퍼지는 고래의 노랫소리도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늑대의 커다란 외침소리가 으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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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그리모에게 늑대는 음악와 동급이라고 하니, 엘렌에게 늑대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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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136)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언제든 무력감이 솟구칠 수 있고, 그와 더불어 절망이 엄습할 수 있다. 그럴 때면 온 힘을 기울여 자신을 통합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환기시켜야 한다. 그런 빛살, 그런 열정, 그런 문장 없이는 자신 안에서 그 무엇도 완벽해질 수 없다. 내게는 그것이 음악과 늑대인 셈이다.

어떤 행위에 속에 어떤 생각 속에 완벽하게 몰입하기 위해서는 강한 에너지와 견고한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 무수한 상황들을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충족시키기 어려운 바람이다. 하지만 그런 바람 없이 기적은 과거에도 일어날 수 없고, 지금도 일어날 수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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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구한 책인 만큼 값진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지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늑대, 영혼, 행복, 인생, 너희들 등등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명상하듯 엘렌 그리모의 음악을 찾아 들어봐야겠구나. 찌든 영혼의 때 좀 걷어내기 위해서


PS:

책의 첫 문장: 나는 심한 허기를 느끼며 잠에서 깼다.

책의 끝 문장: 잠에서 깨니 정오였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수습하리라. 내게는 여유와 사랑과 고독이 필요했다. 그러면 은밀히 나를 괴롭히는 불안, 나를 압박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의문의 근원과 그에 대한 대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 P18

그의 얼굴 전체가 환하게 밝아졌다. "행운이 함께해 집중할 줄 아는 학생들을 만났을 때 내가 그들의 마음에 새기고자 했던 게 바로 그거랍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공부하고 심화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적절한 때에 ‘전인미답의 것’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이런 열의야말로 배움이고, 이런 배움의 과정 가운데 열심히 헌신하기만 한다면 인간은 최상의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현재 있는 것을 무시하지 않는 겸손,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소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오만을 가져야 하지요." - P43

"그렇지요. 많은 예술가와 영웅과 성자들이 그런 위대한 교훈을 주고 있지요. 자유로워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역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유로워지는 것은 위대한 창조의 알파벳을 배우기 위한, ‘지금 여기’에 낙원을 쓰기 위한 준비일 뿐입니다. 따라서 모든 글쓰기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의 편지가 됩니다. 시인 오든은, ‘글을 쓸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개념을 좀 더 밀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오직 사랑 때문에 죽어야 하고 그런 죽음은 비극이 아닙니다. 인간이 뭔가를 창조하는 건 바로 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서고, 그 창조가 끝나는 것도 오직 이 죽음에 의해서지요." - P50

"개개의 공간에는 독특한 소리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도시를 생각해 보세요. 두 눈이 천으로 가려지고 청각만을 쓸 수 있는 상태에서 당신이 어딘가에 떨어졌다고 해보죠. 그렇다 해도 거의 즉각적으로 그곳이 프랑스의 어느 도시란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거예요. 성당의 종탑에서 시간을 알리는 소리, 뛰어노는 아이들의 외침 소리, 아침마다 열리는 하수구의 물소리, 창문 아래로 지나가는 유리 장수의 외침 소리 같은 게 들릴 테니까요. 그것이 도시라는 것, 하지만 파리나 리용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대도시라면 줄곧 이어지는 자동차 소리, 전철이 우틍거리는 소리, 열차가 삐걱대는 소리, 소방대와 구급차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상점이나 자동차의 경보음이 줄곧 들려올 테니까요. 가엾은 사이렌들! 과거에는 노래를 부르더니 오늘은 울부짖고 있네요." - P81

뉴욕을 떠나면서 나는 휴가, 곧 여행이 내게 필요한 휴식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의 판에 박힌 일정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빡빡한 일정이 표시된 시간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나 자신에게 생각을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이란 사물함 속에 넣어두고 떠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 끝에 이르러도, 극지나 적도에 가도 사람은 여전히 자기 고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옥이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 P119

고백하건대, 나는 잠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잠이 건방진 애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엄하게 대한다. 잠자는 것을 좋아하고 육체적으로 잠이 몹시 필요한 나는 아주 기분 좋게, 관능적인 쾌감까지 느끼면서 잠의 품에 안겨 몸을 웅크린다. 침대에 들어가 눕는 순간 내 몸은 서양가새풀이 된다. 가장 깊은 꽃잎 속까지 나는 잠을 초대한다. 하지만 종종 연주회에 대한 신경성 긴장이나 피로가 잠에 맞서 바리케이드를 친다. 그럴 때면 다가온다 해도 잠의 포옹은 표면적인 것에 머문다. 이따금 결합이 이루어지면 잠은 나를 일으켜 이끌어간다. 내 꿈은 그와 하나가 된다. - P183

구름에도 음악이 있다. 모차르트 소나타 같은 작고 둥근 흰 구름. 모리스 라벨과 에릭 시터 같은 풀어헤쳐진 긴 구름. 베토벤 같은 묵직하고 검은 안개구름. 브람스의 구름에는 성당의 하늘 같은 갈라진 틈이 있는데, 그 틈으로 빛줄기로 이루어진 붉은 광채가 비쳐 나온다. 그 광채가 어디에서 솟아나오는지는, 태양에서인지 지옥에서인지 혹은 희망에서인지 알 길이 없다. - P216

그렇습니다. 자유, 다시 말해서 원치 않는 것을 사랑으로 거부하고, 원하는 것, 받아들일 만한 것을 받아들이는 선택권 말입니다. 저는 불필요한 것들에서 벗어나 빛에 도달했습니다. 청빈의 정신을 넘어서만이 도달할 수 있는 빛 말입니다. - P235

갈매기 한 마리가 작은 배의 돛 위에서 웃음을 터뜨렸고, 세 마리 제비가 하늘을 가르며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다.
나는 나 자신을 축소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을 활짝 펼치고 싶었다.
또다시 나는 내 운을 시험해 보리라.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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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8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밤중 늑대의 울음소리 ㅋ구름에도 음악이 있다는거 그리모 음악연주뿐만 아니라 일상의 구도자 철학자 였네요 ^^

bookholic 2021-10-08 23:38   좋아요 1 | URL
훌륭한 음악가이자, 훌륭한 명상가였고, 훌륭한 환경학자인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