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턴 숲의 은둔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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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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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권이다. 14권의 제목은 <에이턴 숲의 은둔자>야. 이전 13권의 이야기는 1142년 6월부터 시작했는데, 이번 14권의 이야기는 1142년 10월에 시작한단다. 이턴 영지라는 곳이 있었어. 이턴 영지는 원래 모드 황후 지지자인 피챌런의 땅이었는데, 스티븐 왕 진영에서 차지면서 리처드 루델의 소유가 되었어. 리처드 루델은 스티븐 왕편의 사람으로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입었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치료를 받다가 죽고 말았어. 리처드 루델의 아내는 오래 전에 죽고 상속인으로는 아들 리처드뿐인데 이제 고작 열 살이었다. 리처드 루델이 죽기 전에 리처드를 극성스러운 할머니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 수도원에서 지내면서 공부를 시켰어. 리처드의 할머니 디오니시어 부인은 드세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어.

휴 베링어는 리처드 루델의 사망 소식을 전하러 라둘푸스 수도원장을 만나러 왔어.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아들 리처드의 후견인이었단다. 폴 수사는 어린 리처드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했고, 오래 전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서인지 리처드는 담담히 받아들였어. 그러면서 폴 수사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했어. 할머니가 자신을 이웃 영지의 상속녀와 결혼시키려고 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상속녀는 나이가 자신보다 많이 많다고 했어.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제 고작 10살짜리 소년인데 벌써 결혼시키려고 하다니. 그것도 강제로 말이야. 폴 수사는 이 이야기를 리처드의 후견인 라둘푸스 수도원장에게 이야기를 했고, 수도원장은 자신이 그 결혼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단다.

...

디오니시어 부인은 아들이 죽자마자 리처드를 데리고 가려고 집사를 수도원에 보냈는데, 원장이 이를 거절했단다. 후견인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있었어. 그래도 장례식장에는 참석해야 하므로 폴 수사, 안젤름 수사, 캐드펠 수사를 함께 보냈단다. 할머니가 리처드를 안 보낼 것을 대비하여 수사들이 함께 간 것이야. 할머니는 소송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할머니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커스러드라는 사제였어. 커스러드는 순례중인 사제인데, 지금은 에이턴 영지의 오두막에서 은둔하며 지낸다고 했다. 그는 종복인 히아신스와 함께 지냈다. 그 히아신스가 수도원에서 와서 커스러드의 말을 전했어. 리처드를 할머니에게 보내지 않아서 최근에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는 논리로 이야기했어. 이상한 논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사이비처럼 보이구나.

수도원장은 디오니시어 부인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어. 히아신스가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리처드가 그를 불러 한참 이야기를 했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와 친분이 쌓인 것 같았어. 히아신스가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수에 불어난 물에 빠진 삼림감독관 에일먼드를 구해주었어. 에일먼드는 홍수 때문에 둑 작업하다가 나무와 흙이 몰려와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어. 에일먼드를 구해준 히아신스는 사람들을 불러와 함께 에일먼드를 에일먼드의 오두막에 데려다 주었어. 그곳에서 히아신스는 에일먼드의 딸 에넷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캐드펠이 소식을 듣고 와서 에일먼드의 부러진 다리를 맞추고 치료해 주었어. 그리고 히아신스와 에넷 사이에 싹트는 사랑의 감정을 알아차렸단다.

 

1.

최근에 옥스포드에서 탈출하여 방황하는 말 한 마리가 발견되었어. 휴와 캐드펠은 그 말을 조사했는데 안장에는 온통 핏자국이고 주인은 없었어. 말의 주인은 르노 부르시에라는 사람으로 밝혀졌는데 그는 모드 황후가 신임하던 사람이었다고 했어. 그런데 르노 부르시에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누가 르노 부르시에를 공격했는가?

....

어느 날 수도원에 드로고 보시에라는 사람이 그의 마부 워린과 함께 수도원을 찾아와 도망간 젊은 농노 브랜드를 찾는다고 했어. 왠지 에이턴 영지에 은둔해 있는 커스러드 사제와 그의 종복이 연관성이 있는 것 같더구나. 드로고는 폭력적인 영주인데 워린도 드로고에게 맞아서 얼굴에 부상을 입었어. 농노 브랜드가 왜 도망갔는지 짐작이 되는구나. 캐드펠이 워린의 다친 얼굴을 치료해 주었어. 드로고는 수도원 총회에 참석해서 도망간 농노 브랜드의 인상 착의를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했어. 그런데 제롬 수사가 따로 드로고를 만나 브랜드가 히아신스의 외모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어. 드로고는 곧바로 커스러드의 오두막을 찾아갔지만 히아신스를 만나지 못했어. 그 이유는 제롬 수사가 드로고와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리처드가 들었는데, 히아신스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히아신스를 찾아 숲으로 갔고, 그곳에서 에넷과 함께 있는 히아신스를 만났어. 그리고 히아신스에게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

한편 에일먼드를 치료하고 돌아오는 길에 캐드펠은 우연히 단검에 찔려 죽은 드로고를 발견했어. 드로고는 히아신스를 만나러 오두막에 길을 나섰었는데 그렇게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야. 캐드펠을 이 사실을 수도원장과 휴 베링어에게 이야기하고 수사를 시작했단다. 제롬 수사는 히아신스를 유력한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자신이 드로고에게 히아신스가 의심된다고 이야기를 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쉽게 범인이 밝혀지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아니지.

휴 베링어와 캐드펠은 은둔자 커스러드를 만나러 갔다. 커스러드가 말하길 어젯밤 드로고가 왔었지만 히아신스가 없어서 그냥 돌아갔다고 했단다. 커스러드는 히아신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처음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함께 다니게 되었는지... 정황상 히아신스가 도망친 농노 브랜드가 확실한 것 같고, 지금까지는 드로고를 죽인 강력한 용의자가 되겠구나.

..

그런데 그날 폴 수사는 뒤늦게 리처드가 사라진 것을 알고 당황했단다.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리처드는 제롬 수사와 드로고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망아지를 타고 수도원 밖으로 나갔다가 안 들어왔다고 했어. 점점 히아신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리처드는 어디로 간 것인가. 폴 수사는 캐드펠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했어. 캐드펠이 이 내용을 휴와 공유하고, 그들은 리처드가 히아신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어. 그리고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텐데,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휴는 부하들을 시켜 수도원 안팎을 수색하게 했다.

...

휴 베링어는 인력을 동원하여 리처드의 원래 집, 은둔자의 집, 에일먼드의 집과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리처드도 못 찾고, 히아신스도 못 찾았단다. 캐드펠은 에일먼드에게 줄 목발을 만들고 그의 집을 찾아갔단다. 이전에 히아신스와 에넷 사이를 눈치챈 캐드펠은 수도원에 돌아가는 척 하면서 에넷의 뒤를 밟았는데, 역시나 에넷이 히아신스를 숨겨두고 있었어. 캐드펠은 본 그들을 깜짝 놀랐지만 히아신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단다. 캐드펠도 시간상 히아신스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어. 캐드펠은 그들을 설득하여 에넷의 아버지 에일먼드에게 데리고 왔단다. 그리고 일단은 히아신스를 숨겨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침대 밑에 숨겨두었어.

히아신스는 자신이 커스러드의 종복이 된 이야기를 했어. 히아신스는 어떤 여자를 강제추행 하는 집사를 때려눕히고 도망을 갔다고 했어. 그러다가 커스러드를 만나 그의 종복이 되었다는 거야. 히아신스가 비록 죄를 짓긴 했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탓이었구나. 에일먼드는 캐드펠에게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이실직고했어. 최근 삼림에 홍수가 난 것은 양떼가 삼림에 들어와서 땅이 엉망이 되어서 그런 것인데 그렇게 양떼가 삼림에 들어온 것은 디오니시어 부인이 시킨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했단다. 캐드펠은 휴 베링어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자고 했지만 에일먼드는 관리들을 믿을 수 없다면서 극구 반대했단다. 캐드펠도 어쩔 수 없이 에일먼드의 의견을 따라야 했어.

...

그 날 레이프라는 매 사냥꾼이 수도원에 방문했는데, 캐드펠은 레이프가 드로고나 히아신스를 아는지 떠봤는데 모르는 것 같았어. 캐드펠은 레이프와 이야기를 하다가 레이프가 가지고 있는 은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 은화를 통해 레이프가 모드 황후 진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캐드펠은 레이프에게 르노 부르시에의 살인범을 찾으러 왔냐고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는데 아니라고 했지만, 캐드펠은 그의 정체를 눈치챈 것 같았어. 음.. 도대체 레이프는 누구인가.

한편 히아신스는 자신을 구해준 리처드를 돕기 위해 사라진 리처드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어. 히아신스는 리처드는 할머니 디오니시어 부인에 데려갔을 것이라 확신하고 수색했어. 결국 리처드는 리처드가 갇혀 있는 곳을 알게 되었지만, 너무 단단히 잠겨 있어서 그를 구출하지 못했어. 말로나마 리처드에게 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에일먼드의 집으로 돌아왔단다. 히아신스는 에넷에게 부탁해서 리처드가 감금되어 있는 곳을 휴 베링어에게 알려주라고 하고 자신은 리처드를 구할 방법을 궁리했어. 리처드는 히아신스가 이야기해 준 대로 할머니에게 순종하는 척 했어. 그리고 할머니한테 심심해서 힘들다고 하자 약혼녀로 점 찍은 힐트루드를 리처드에게 보냈어. 리처드는 힐트루드와 이야기를 해보니 힐트루드도 이 정략결혼을 무척 싫어했어. 심지어 따로 사랑하는 남자도 있다고 했어. 리처드는 자신이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힐트루드는 도와주겠다고 했어.

할머니가 힐트루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나 보구나. 리처드는 힐트루드의 도움으로 자신이 타고 왔던 망아지를 타고 탈출했고 리처드의 탈출을 힐트루드의 아버지가 뒤늦게 알고 추격했지만 간발의 차로 수도원에 도착했단다. 리처드는 수도원장의 뒤에 숨었으나 힐트루드의 아버지 풀크 애스틀리는 리처드가 어젯밤에 결혼했으니 수도원에 머물 수 없다고 했어. 리처드에게 물어보자 결혼 서약을 하긴 했는데 그건 도망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 이라고 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혼을 주재한 신부님이 진짜 신부가 아니라고 했어. 그래서 결혼은 무효라고 했어. 이건 모두 히아신스가 시킨 대로 이야기한 것이야. 리처드의 결혼서약을 한 신부는 바로 은둔자 커스러드였어. 라둘푸스 수도원장님은 일단 리처드는 수도원에 머물고 내일 다함께 커스러드를 만나러 가자고 했어.

다음날 라둘푸스, 캐드펠, 휴, 리처드는 커스러드의 오두막에 도착했는데 칼에 찔려 죽은 커스러드를 발견하게 되었어. 얼마 후 풀크 애스틀리, 디오니시어 부인도 도착했어. 커스러드는 누군가 단검을 가지고 싸운 흔적이 있었어. 상대방도 부상을 입었을 것 같았지. 캐드펠은 범인이 대충 누구인지 알아 채린 것 같았지만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그리고 오두막에 있는 상자 안에 물건이 사라지고 없었어. 커스러드의 시신을 일단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단다.

 

2.

드로고의 아들 에이마 보시에가 아버지의 시신을 고향으로 옮기려고 수도원에 머무르고 있었어. 에이머는 커스러드의 시신을 보더니 아는 사람이라고 했단다. 아버지와 여행 중 만난 적이 있는 뜨내기라고 했어. 아버지와 체스도 같이 두었다고 했어. 그렇다면 드로고가 히아신스를 만나러 그 오두막에 갔다가 서로 마주쳤을 테고, 서로 알아봤을 테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 드로고를 죽인 것이었어. 휴 베링어와 캐드펠은 히아신스를 만나러 갔단다.

히아신스는 커스러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다시 해주었어. 커스러드는 떠돌이 건달이자 도망자 신세라고 했어. 히아신스 자신도 도망자 신분이라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 신부와 종복으로 위장을 했다고 했어. 앞서 이야기했던 도망친 농도 브랜드는 히아신스가 맞았어. 그러니까 커스러드가 가짜 신부라는 걸 히아신스가 알고 있었던 거야.

....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짜맞춰졌구나. 캐드펠은 다시 수도원에 와서 길을 떠나려고 준비하는 레이프를 만났어. 캐드펠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치료받고 가라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들은 레이프도 놀라지 않았어. 레이프의 정체는 모드 황후 진영의 피츠카운트의 가신이었어. 모드 황후가 피츠카운트에게 보석과 편지를 보냈는데 그것을 전달하던 사자 르노 부르시에는 사라지고, 보석과 편지도 함께 사라졌어. 레이프는 그 보석과 편지를 찾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커스러드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했고, 그를 죽이고 모드 황후의 보석과 편지를 찾았다고 했어. 캐드펠은 레이프를 치료해주었고, 치료를 받고 난 레이프는 길을 떠났단다. 레이프가 떠난 후에 캐드펠은 휴에게 레이프의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레이프가 이야기하지 않은 진짜 이야기를 하나 더 했어. 사라진 르노 부르시에가 바로 다름 아닌 커스러드였다는 거야. 마치 누군가에게 공격받은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은 신부로 위장한 채 도망간 것이었어. 모드 황후를 배신하고 보석을 훔치려고 했던 것이지...

....

이번 14권도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대충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 것인지 짐작이 되고, 캐드펠의 시선에서 등장인물을 바라보다 보면 범인도 대충 눈치챌 수 있게 된 것 같구나. 앞으로 7권 남았는데 올해 안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마.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42년 10월 18일, 대대로 이턴 영지를 물려받아 경작했던 루델 집안의 리처드 루델이 스티븐 왕의 편에서 링컨 전투에 참전하여 싸우던 중 부상을 입고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책의 끝 문장: 글줄뿐 아니라 그 행간을 읽어내시는 분, 정의의 문제뿐 아니라 연정의 문제에 있어서도 결정권을 행사하실 하느님만은 예외로 하고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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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방정식 - 궁극의 이론을 찾아서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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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 며칠 회사 일이 좀 바빠서 아빠가 독서편지가 계속 밀리고 있구나. 그 이야기는 독서편지가 또 밀렸다는 것.^^ 밀린 독서편지를 따라잡기 위해 오늘은 좀 짧게 이야기할게. 사실 오늘 이야기할 책이 아빠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어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오늘 이야기할 책은 미치오 카쿠의 <단 하나의 방정식>이라는 책이란다. 지은이 미치오 카쿠는 아빠가 예전에 읽은 <평행우주>를 사람이기도 해. 어려운 현대 과학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읽기 편한 문체로 되어 있어서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책이란다. 그래서 <단 하나의 방정식>이라는 책의 지은이를 보고, 낯이 익어 찾아보니 <평행우주>의 지은이라서 이 책도 읽게 된 것이란다. 책 제목을 보면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감이 좀 오더구나.

<단 하나의 방정식>. 과학계의 오랜 숙제가 하나 있단다.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과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이론, 소위 통일장이론을 찾으려고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단다. 이 책의 제목 단 하나의 방정식도 그 통일장이론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아인슈타인도 이 통일장이론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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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그 노트에는 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라 불렀던 궁극의 이론이 미완의 상태로 적혀 있었다. 그의 목표는 “신의 마음이 담겨 있는” 단 한 줄짜리 방정식으로 우주의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것이었으나, 끝내 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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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많은 과학자들이 세상을 설명하는

그 단 하나의 방정식에 대한 연구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1.

그런데 세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은 현대 물리학에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 중세 시대에도 그런 노력이 있었어. 르네상스와 함께 과학이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과학의 업적이 이루어졌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뉴턴이란다. 너희들도 이제 뉴턴의 운동 법칙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하잖니. 뉴턴의 뉴턴 법칙은 최초의 통일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당시 세계관은 하늘과 땅이 전부인 세계였는데, 그 세계의 모든 물체의 운동을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했으니 말이야. 영국의 시인은 그런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시까지 썼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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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뉴턴이 발견한 운동 및 중력이론은 기존의 운동법칙을 하나의 원리로 묶은 최초의 통일이론이자, 인간의 지적 능력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포프는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자연의 법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뉴턴이 있으라!”는 신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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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부터 약 200년 후 또 하나의 통일 이론이 만들어진단다. 당시 자기와 전기를 별도의 물리적 특성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패러데이가 자기와 전기가 ‘장’ 때문에, 그러니까 자기장과 전기장 때문에 특징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어. 그리고 맥스웰은 벡터와 미적분학을 통해 전기장과 자기장을 수식으로 설명했어. 이 계산으로 전자기파의 속도를 구했는데, 빛의 속도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어. 그래서 빛도 전자기파라고 주장을 했단다. 자기와 전기를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은 또 하나의 만물의 이론이었어. 이 맥스웰 방정식은 오늘날 라디오, 휴대폰 등 무선 통신의 기초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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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수학적으로 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방정식에는 ‘이중성(duality)’이라는 대칭이 존재한다. 빛(전자기파)에 포함된 전기장을 E라 하고 자기장을 B라 했을 때, E와 B를 맞바꿔도 맥스웰의 방정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기와 자기가 동일한 힘의 두 가지 측면임을 의미한다. 맥스웰은 E와 B 사이의 대칭을 이용하여 전기와 자기를 통일했고, 그 덕분에 19세기 과학은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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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헤르츠라는 사람은 맥스웰 방정식을 실험으로 증명하여 라디오를 발견했고, 마르코니는 이것을 무선 통신에 이용했단다. 1894년의 일이었단다. 얼마 전 Jiny가 국사 공부한다면서 열심히 외웠던 1894년이네.

…

2.

20세가 되면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였단다. 아인슈타인은 광속불변의 법칙을 발견하여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단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여러 번 이야기해서 간단히 이야기하고 넘어갈게.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속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란다. 이루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주변의 공간이 휜다는 것을 설명했단다.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는 혁신적인 이론을 발표한 거야. 그 이론들은 나중에 모두 증명되어 사실임이 밝혀졌단다.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일장이론을 연구했지만 결국 발견하지는 못했단다. 그리고 아빠가 전에 현대물리학과 양자역학 관련된 책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했듯이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기초를 놓았지만 평생 인정하지 않았단다.

…

당시 과학자들은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연구를 한창이었단다. 점점 미시세계를 연구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양자역학까지 이어지게 되었단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결정론적 세계관과 상충되는 불확실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그래서 양자역학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과학자들 사이 논란이 많았단다. 양자역학에 과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어록도 이 책에서 다시 한번 만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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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두고 “성공을 거둘수록 더욱 멍청한 이론처럼 보인다”고 했고, 전자파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슈뢰딩거조차도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률적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파동이론의 철학적 의미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당신이 어떻게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내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한 가지뿐이다. 그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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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통일장이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단다. 슈뢰딩거와 파울러가 통일장이론에 대해 발표를 했지만 모두 오류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단다. 과학자들은 핵력, 즉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을 연구가 활발했단다. 강한 핵력은 양성자와 양성자, 양성자와 중성자를 원자핵 속에서 강하게 묶어주는 힘이고, 약한 핵력은 입자의 성질을 변화시켜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힘이란다. 머리 겔만과 그의 동료들과 핵력을 연구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가 기본 입자가 아니고 그보다 저 작은 입자들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입자가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쿼크란다.

…

이 입자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어 표준모형까지 만들어졌는데,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구나. 과학자들의 간단하고 깔끔한 식들을 좋아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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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42)

둘째, 표준모형은 각기 다른 힘을 서술하는 여러 이론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다소 부자연스러우면서 누더기 같은 인상을 준다(한 물리학자는 ‘표준모형을 칭찬하는 것은 마치 오리너구리와 땅돼지, 고래를 하나로 묶어서 희한한 동물을 만들어놓고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을 예뻐할 생명체는 엄마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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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게릭 병에 걸렸지만 많은 업적을 낸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 병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2년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고 중력에 양자역학을 접목하는 문제에 도전했다는구나. 그리고 기존 알려져 있던 블랙홀 이론의 오류를 발견했대. 자세한 내용은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발췌로 대신하고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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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블랙홀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블랙홀에서는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호킹은 이것이 양자이론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블랙홀이 완전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때문인데, ‘완벽한 암흑’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확정성원리에 위배된다. 양자세계에서는 암흑조차도 불확실하다. 그리하여 호킹은 블랙홀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양자복사quantum radiation를 방출한다는 혁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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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연구하면서 블랙홀이 빨려 들어간 것들은 어디로 갔나를 설명하기 위해 웜홀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러면서 시간여행이 가능한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는데, 시간 여행에 대한 역설은 평행우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는구나. 그런 이야기만 있다는 것으로만 체크하고 또 패스.

…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 또는 수축을 해야 하는데, 당시 우주는 정적인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넣어 보정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1929년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되었어.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잘못 넣었던 거야. 그것 없이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의 팽창을 설명했던 거야.

…

자, 이제 마지막으로 끈이론이 등장한단다. 끈이론은 양자중력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라고 하는데, 끈의 진동 패턴에 따라 앞서 이야기했던 쿼크, 전자 등 다른 미립자들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야. 끈이론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다른 책에서도 보긴 했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어. 끈이론을 설명하려면 10차원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시간까지 포함해도 4차원 세상인데 10차원 세상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니.

그런데 끈이론으로 중력과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했어. 한마디로 그토록 찾던 통일장이론이자 만물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10차원에 대한 이야기도 홀로그램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어. 홀로그램이 3차원의 정보를 2차원에 저장하는 것처럼 끈이론의 10차원과 11차원이 현실에서는 3차원에 저장되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거야. 그럴 듯하긴 하지만 10차원은 너무 고차원이구나.

끈이론이 이론적으로 오류가 없어 통일장이론의 강력한 후보이긴 한데, 검증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구나. 끈이론이 등장한지 수십 년 동안 검증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검증을 하지 못했대. 우주가 흩어지지 않게 하는 중력의 근원 물질인 암흑물질을 분석을 해서 검증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은가 보구나. 앞으로는 가능할까? 모르겠다는구나. 끝내 검증하지 못할 수도 있대. 대략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비록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그 이론을 찾으면서 다른 이론들을 만들고 과학계의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연금술처럼 말이야. 그러니 앞으로도 만물의 이론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야겠구나. 인류는 과연 통일장이론을 찾을 수 있을까. 혹시 너희들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니?^^ 짧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궁극의 이론이란 우주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하나로 통일하고, 팽창하는 공간에서 소립자의 미세한 운동에 이르는 우주 만물의 안무(按舞)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책의 끝 문장: 오랜 세월 동안 무지한 상태로 살아왔던 인간이 드디어 신의 마음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 빅뱅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무엇이 빅뱅을 유발했는가?
* 블랙홀의 내부(또는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우리 우주에는 웜홀(wormhole)이 존재하는가?
* 4차원 이상의 고차원 공간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가? 즉, 다중우주 또는 평행우주가 존재하는가?
- P12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체중은 증가한다. 그런데 이 초과질량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움직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초과 질량의 출처는 바로 운동에너지이다. 이는 곧 운동에너지의 일부는 질량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 P55

양자의 개념은 190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제기한 간단한 질문에서 탄생했다. ‘뜨거운 물체는 왜 빛을 발하는가?’ 물체를 불에 달구면 특정한 색의 빛이 방출된다. 인류는 이 사실을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릇을 만드는 도공들은 가마의 온도가 수천 도에 도달하면 그 안에 넣은 도기가 적색에서 황색을 거쳐 청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것은 성냥이나 촛불, 또는 라이터만 있으면 즉석에서 확인 가능하다. 촛불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아래쪽은 푸른색을 띠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면서 노란색-붉은색으로 변한다.) - P83

지난 100년 사이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색이 없는 트랜지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조그만 회로소자는 장거리 통신 네트워크와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혁명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간단히 말해서,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일종의 밸브이다. 수도 파이프에서 장착된 밸브를 돌려서 수량을 조절하는 것처럼, 트랜지스터는 홍수처럼 밀려오는 전자들 중 극히 일부만 통과시키는 초미세 전자밸브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면 작은 신호를 크게 증폭할 수 있다. - P119

1920년대에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대부분이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지도, 수축되지도 않으면서 항상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얻은 해는 우주가 격렬하게 팽창하거나 수축된다고 강변하고 있었다(아인슈타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리처드 벤틀리가 제기한 질문의 해답이었다. 중력이 작용해도 우주가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팽창하는 힘이 중력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 P179

그러나 이 세상을 이해할 때에는 ‘증명 가능하고 재현가능하며 반증도 가능한’ 과학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이 논지의 핵심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마다 각양각색인데, 이 상황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흐를수록 몇 개의 방정식으로 축약되면서 더욱 단순하고 강력해진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의 매력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과학을 넘어선 영역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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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

이 사진을 찍은 박헌영, 주세죽, 현앨리스 등 세 청춘 남녀는 다가올 가혹한 운명의 전조를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희망으로 가득했던 상하이의 인연이 30여 년 뒤 자신을 파멸로 이끌 것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헌영은 1933년 상하이에서 체포된 이후 다시는 주세죽과 해후할 수 없었다. 주세죽은 박헌영의 혁명동지 김단야와 재혼했지만, 그마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처형되었다. 노동교화형에 처해졌던 주세죽은 1953년 박헌영의 재판 소식을 듣고 딸의 안위를 걱정하며 유배지 크질오르다에서 모스크바로 가던 중 폐렴으로 사망했다. 박헌영과 현앨리스는 1956년 평양에서 처형되었다. 뜨거웠던 청춘들은 ‘혁명동지’들의 손에 의해 처형되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 글은 이들의 열정과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시대와 역사의 수레바퀴에 으깨진 한 여성의 운명에 관한 보고서다.

 

(90)

현앨리스가 네 번째로 하와이에 도착했다는 기사가 정확하다면 이는 현앨리스가 1903년(출생), 1924년(이민), 1927년(임신, 출산), 1930년(재입국)에 한 차례씩 하와이에 입항한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1924년 이후 한국으로 돌아간 앨리스는 결혼 문제를 정리했고, 1927년 웰링턴을 출산한 후에는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녀가 1923년 블라디보스토크 향할 때의 비밀 임무와 같은 종류였을 것이다. 1920년대 후반 현앨리스는 여전히 중국에서의 독립운동 및 혁명운동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112)

이들은 하와이에서 출생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식민지 한국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미국 시민이 되었지만, 이들의 정체성과 정신은 그들의 시민권이 속한 미국에도, 그들의 강제된 국적 일본에도, 미국 내 객관적 위치였던 동양계 이민에도 속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여타 한국인 이민 2세들과도 다른 정신세계에 속해 있었다. 이들의 정체성과 정신은 상하이 시절 받은 독립운동과 혁명 활동의 세례에서 발원했다. 이들은 진정한 한국인이길 희망했다. 하와이에서 남매의 삶은 여전히 1920년대 초반 상하이의 꿈결 같은 순간들이 계승되거나 변형된 형태로 지속되었던 것이다.

 

(179)

이들의 한국 귀환과 추방 과정은 이들이 장차 미국 사회에서 깃들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자 한반도가 당면할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현앨리스와 피터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진정한 해방, 진정한 완전 자주독립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 독립운동과 혁명운동의 길을 따라 옛 친구, 동지들과 함께 길을 가고자 했을 뿐이다. 반면 ‘해방자’로 등장한 미국은 이들의 행동을 공산주의 단정하고 이들을 해임한 뒤 추방했다.

 

(197)

그렇지만 이들은 재미한인 사회 내에서 주류적 존재가 되기는 어려웠다. 이미 1920년대부터 재미한인 사회는 이승만, 박용만, 안창호라는 걸출한 3명의 지도자에 의해 사회, 교민 조직이 잘 분할된 상태였다. 특히 이승만 계열의 동지회와 반이승만 계열의 국민회, 흥사단의 대결이 치열했다. 민족혁명단 미주지부는 그 밖의 진보적 소수파였다. 태평양전쟁 전후 재미한인사회는 통일과 분열을 반복했는데, 그 핵심에는 여전히 이승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표면적으로 분열은 재미한인들이 조직하고 임시정부가 승인한 주미외교위원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임시정부와 그를 오랫동안 지지해온 재민한인, 나아가 재미한인 진보진영에 재앙적 결말을 초래하게 된다.

 

(269-270)

동유럽에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확산되었고, 이들이 페코로 건너오는 시기에 중국에서는 공산혁명이 완성되고 있었다. 세계의 대세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해석되었고, 남한에서도 4.3사건과 여순사건 등 유격대의 ‘무장항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남한의 무장혁명이 승리한다면 약동하는 “승리와 건설의 북한”과 통일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였다. 북미조선인민주전선은 북한의 조국전선 결성(1949년 6월)에 맞춰 체코에 있던 이경선과 현앨리스를 대표로 선정해(1949년 9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이들은 재미한민 <독립> 진영의 대표이자 북미조선인민주전선의 대표로서, 또한 미국공산당 당원으로서 자신들이 꿈에도 그리던 사회주의 조국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284-285)

현앨리스의 이름은 1953년 8월 이승엽, 이강국 등 남로당 핵심 간부 12명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처음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재판은 민간법정이 아닌 군사재판으로 진행되었다. 공판 과정에서 현앨리스는 현피터, 이윌리엄과 함께 언급되었다. 공판 기록에 따르면 현앨리스는 모두 네 번 언급되었는데 기소장, 검사 논고, 판결문 등에서 조금씩 혐의 사실이 다르게 표현되었다. 현앨리스와 이윌리엄의 이름은 이강국 재판 과정에서만 거론되었을 뿐, 다른 관련자의 재판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즉 현앨리스와 이윌리엄(이득환)은 이강국을 ‘미제의 고용간첩’으로 특정하는 데에만 활용되었던 것이다.

 

(298)

첫째, 박헌영이 1949년 현앨리스의 입북을 허가한 이유가 1948년 6월 하지로부터 지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새로 제시되었다. 하지의 지령은 남한에 파견되었던 서득은을 통해 박헌영에게 전달되었다고 했다. 즉 박헌영이 하지의 직접 지령을 받는 “미제의 고용간첩”이며, 현앨리스는 그것을 실행한 미국 간첩망의 우두머리임을 입증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박헌영과 현앨리스의 관계가 단순히

 

(311-312)

현앨리스, 이사민(이경선), 이윌리엄(이득환) 등 태평양전쟁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재미한인 진보진영의 핵심 인물이자 스스로 진실한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했던 재미한인들은 남한의 상황에 절망했고 북한을 희망이자 조국이며 정치적 사상적 이상향이라 생각했다. 이들은 1947~1949년 미국에서 체코와 소련을 경유하는 실낱 같은 경로를 개척해 북한을 찾아갔다. 역경을 거쳐 북한에 진입한 이들의 사례는 재미한인 공산주의자들에게 행운으로 비쳤다. 몇 년 뒤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이들의 운명은 모두 비극으로 종결되었다.

 

(322)

우리는 가능한 범위에서 현앨리스의 삶을 복기할 수 있게 되었다. 3.1운동이라는 독립과 혁명의 찬연한 빛에 매료되었던 한 청춘은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 하와이, 뉴욕, 도쿄, 서울, 로스앤젤레스, 프라하, 부다페스트, 평양으로 줄달음질치며 역사와 가기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비극적 역사의 경로만큼 쓰라린 개인적 불행과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의지와 열정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마침내 이상향에 도달했다고 믿던 순간 샹그릴라는 죽음의 하데스임이 드러났다. 그녀와 함께 북한에 도달했던 이경선, 이득환은 물론 1950년 중반 미국에서 추방당하자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한 김강, 전경준, 곽정순 등 재미한인들도 같은 운명의 희생자가 되었다.

 

(333)

현데이비드에게는 미국공산당 당원이라는 혐의가 적용되었지만, 이 팸플릿들은 ‘공산주의’라는 단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데이비드가 얼마나 ‘미국화’를 갈망하고 ‘미국화’되었는지를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팸플릿에 거론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데이비드는 일곱 살에 미국으로 이민왔고, 존경받는 현순 목사의 아들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으며, 웅변대회에서 ‘미국 헌법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연설하기도 했다. 하와이 대학 ROTC에 지원했을 때 시민권이 없어 가입할 수 없었지만, 군복과 장비를 스스로 구입했고, 마침내 ROTC 후보생 대위 계급까지 진급했다. 태평양전쟁 중에는 미군 복무를 할 수 없게 되자 하와이 방위군에 참가했다. 그의 부인은 미국 태생이며, 2명의 미국 태생 자녀를 두었고, 미국의 이상에 충성하고 헌신했다. 그는 미국인이 되고자 귀화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현데이비드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백인 노동자보다 소수민족이 임금을 덜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산업별노동조합회의(CIO)의 집행위원에 임명되자 1946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 파업을 주도했다.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주 ‘빅파이브(big five)’는 현데이비드의 노동운동을 ‘전복’ 또는 ‘공산주의적’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 혐의로 1949년 현데이비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체포되었다. 이상이 팸플릿에 기재된 현데이비드의 모습이다.

 

(390-391)

현앨리스의 존재론적 기반은 미국, 기독교, 민족주의였다. 그녀는 목사의 딸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교회와 기독교 학교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그녀는 1920년대 초반 사회주의에 공명한 이래 진보주의자, 혁명가로 삶을 추구했다. 역설적으로 그녀를 진보주의와 사회주의로 이끈 중요한 동력은 3.1운동과 그 여파였다. 3.1운동의 거대한 에너지가 한 소녀의 뇌리에 새겨졌고, 그녀가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나머지 인생은 결정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3.1운동의 후예였고, 나머지 삶은 3.1운동의 후기였다. 상하이의 시대조류와 시대정신은 1920년대 초반 민족주의에 사회주의로 급선회했다. 민족주의자 목사의 딸은 상하이에서 사회주의와 당면했고, 3.1운동의 여진 속에 혁명적 전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상하이 시절의 관성이 미주 시절 현앨리스의 삶을 규정했다. 그녀는 상하이의 독립운동와 사회주의 운동, 하와이에서 노동운동, 해방 후 남한 혁명운동의 민족주의적 에너지에 매료되었다. 정확히 말해 그녀가 매료된 것은 사회주의 이념이라기보다는 민족주의와 결합한 사회주의적 이상주의 혹은 이상주의자들이 뿜어내던 열정과 시대정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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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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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프랑스의 작가 발레리 페랭이라는 사람이 있어. 이 분은 오랜 기간 시나리오 작가이자 사진작가로 일하다가 뒤늦게 작가로 데뷔했다는구나. 그리고 두 번째 작품 <비올레트, 묘지지기>가 여러 문학상도 수상하고,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었대. 그래서 그의 첫 번째 작품이 재조명되면서 크게 유행했다고 하는데, 그 책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이라는 책이란다. 그야말로 역주행 신화를 쓴 작품이구나. 아빠는 발레리 페랭을 유명하게 만든 <비올레트, 묘지지기>라는 책은 읽지 않았고,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을 신간 코너에게 알게 되어 읽게 된 것이란다. 아빠의 문학 스펙트럼이 넓지 않아서, 데뷔작부터 읽게 되는 행운이 있구나.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은 약간의 문화적 이질감이 있었지만, 대체로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이 정도 필력이라면 페랭을 널리 알려게 된 <비올레트, 묘지지기>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 그 책도 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구나.

…

1.

자, 그럼 곧바로 책 이야기를 해볼게. 주인공 쥐스틴은 21살로 집 근처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있어. 쥐스틴은 사촌 쥘과 함께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단다. 그들이 조부모님과 살고 있는 것은 아픈 이유가 있었어. 쥐스틴의 아버지와 쥘의 아버지는 쌍둥이 형제였는데 부부동반으로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 이후로 쥐스틴과 쥘은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거야. 두 아들을 잃은 할머니는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하셨는데.. 이제는 손주들을 위해서 자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단다.

...

쥐스틴이 일하는 요양소에는 나이 많은 분들이 많았어. 쥐스틴은 조부모님들과 자라서 그런지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과 친하게 지냈단다. 특히 19호실에 계신 엘렌 엘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어. 엘렌은 딸 로즈가 주기적으로 방문을 했어. 그런데 어느 날 젊은 남자가 엘렌을 방문했는데 순간적으로 엘렌이 늘 이야기하던 뤼시앵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엘렌의 손자 로망이었단다. 쥘스틴이 첫눈에 반한 것 같았어.

…

자, 그러면 엘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엘렌은 1917년에 태어나 1933년 뤼시앵을 처음 만난 바닷가를 늘 그리워하고 있었어. 요양원에서는 엘렌을 바닷가의 연인이라고 불렀어. 1926년 엘렌이 9살일 때도, 엘렌은 글씨 읽기를 어려워했어. 너무 속상해서 어린 마음에 자살하려고 학교 교실의 분필가루를 먹었어. 그것도 모자라 잉크도 먹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창문에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 멈추고 밖에 나가보니 갈매기가 다친 채 떨어져 있었어. 갈매기가 쥘스틴을 구하기 위해 방해를 한 것 아닐까?.

물론 분필과 잉크를 먹는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쥘스틴은 다친 갈매기를 집에 데리고 와 치료해주고 보살펴서 날려보내주었단다. 그 이후 쥘스틴의 주변에는 늘 갈매기가 있었대. 세월이 흘러 엘렌이 십대 소녀가 되어도 여전히 글을 읽지 못했어. 엘렌은 부모님의 의상실에서 재봉일을 했어. 그런데 어떤 결혼식 당일날 뜯어진 신부의 드레스를 수선해주게 되었는데, 신부 드레스를 들어주면서 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뤼시앵을 처음 만났어.

…

뤼시앵 집안의 남자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모두 시력을 잃어버리는 유전병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뤼시앵이 어렸을 때 엄마는 도망가고 뤼시앵은 시력 잃은 아버지와 둘이 지냈단다. 아버지가 어린 뤼시앵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뤼시앵의 눈은 정상이라는 거야. 하지만 뤼시앵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시력 잃을 것을 대비하여 미리 연습했단다. 눈을 감고 지내거나 밤이 되어도 집에 불을 켜지 않고 점자책 읽는 것도 공부했어.

…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엘렌과 뤼시앵은 함께 바닷가로 산책을 갔는데 뤼시앵이 손으로 글을 읽는 것을 보고 엘렌은 자신도 손으로 글 읽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어. 얼마 후 엘렌은 손으로이긴 하지만 드디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엘렌과 뤼시앵은 루이 할아버지의 카페를 인수하여 운영했단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1939년에서1940년까지 뤼시앵은 군대를 다녀오기도 했어. 그런데 뤼시앵이 유대인 시몽을 지하실에 숨겨주었다가 발각이 되어 시몽은 그 자리에서 사형당하고 뤼시앵은 어디론가 끌려갔단다.

이렇듯 어떤 할머니의 옛사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영화 <노트북>이 생각나기도 했단다.

...

요양원에서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일요일 저녁에 누군가 환자의 가족에 전화를 걸어 사망했다고 거짓말을 한 거야. 월요일에 그 환자들의 가족들이 깜짝 놀라 찾아와서 살아있는 환자들을 보고는 다시 돌아갔어. 그런데 그 전화의 주인공들은 한번도 면회오지 않은 환자들이었단다. 일요일은 가족들의 공식적인 면회가 있는 날인데 그날 저녁 그런 전화를 한다는 것은 요양소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 같았어. 소설의 제목처럼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이었지.

....

쥐스틴은 엘렌이 해주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하고 다 쓰게 되면 엘렌의 손자 로망에게 주려고 했어. 쥐스틴은 로망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그러면서도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단다. 일요일 전화사건 때문에 쥐스틴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부모님들의 교통사고가 난 이후 수사가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어. 단순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수사를 했었다니...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확답을 주시지 않았어. 아무래도 아픈 기억이다 보니 그러신 것 같았어. 그래서 쥐스틴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단다.

...

다시 엘렌의 이야기를 이어서 해줄게. 엘렌은 뤼시앵이 체포된 이후 뤼시앵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단다. 그러다가 수용소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 엘렌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계속 찾아 다녔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초상화까지 그려서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단다.

....

1945년 에드나라는 간호사가 있었는데, 머리가 으깨지고 얼굴에 자상을 입은 중상 환자를 한 명 치료해주었단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기억상실증에 걸렸어. 그러다가 이름이 생각났는지 자신을 시몽이라고 했어. 애드나는 시몽을 치료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뤼시앵이라는 남자를 찾는 전단지를 보게 되었는데 그 뤼시앵이라는 남자는 다름 아닌 시몽이었어. 에드나는 시몽을 빼앗길까 봐 그 전단지를 태워버렸단다. 그래도 시몽을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전단지에 적혀 있는 카페까지 찾아갔다가 아무 말도 안하고 다시 돌아왔단다. 얼마 후 에드나는 임신을 하고 딸을 낳았어. 이름은 로즈로 지었단다.

....

에드나는 로즈를 낳고도 계속 괴로워했어. 자신이 뤼시앵을 빼앗은 기분이었어. 결국 에드나는 다시 엘렌을 찾아가 뤼시앵과 자신의 이야기를 했단다. 엘렌도 충격을 받았을 것 같구나. 그래서 바로 뤼시앵을 찾아가지 못하고, 6개월이 지난 뒤 뤼시앵를 찾아가 만났단다. 엘렌이 어떻게 행동을 했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구나. 그래도 평생 찾던 사랑인데 한번쯤은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야. 뤼시앵은 여전히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어서 자신이 무슨 일들을 했었는지 기억을 못했어. 그래도 엘렌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어.

엘렌은 챙겨온 뤼시앵의 물건들을 건네주고 다시 돌아왔단다. 그리고 카페를 그만 두려고 카페를 판다고 표지판을 세웠어. 카페를 계속 유지하고 있던 것은 뤼시앵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했던 것인데, 이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카페의 단골 손님들이 작전을 펼쳤단다. 그 카페를 사러 오는 사람들을 못 오게 막아서 카페를 계속 운영하도록 했어.

…

뤼시앵도 엘렌을 만나고 당황해 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잃은 듯 했어. 로즈만이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뤼시앵을 바라보고 있는 에드나도 괴로웠어. 결국 에드나는 뤼시앵과 로즈를 엘렌에게 보냈단다. 음.. 에드나도 불쌍한 사람이구나. 그런데 아빠 생각으로는 로즈는 에드나와 함께 있는 것이 낫지 않나 싶구나. 엘렌을 만난 뤼시앵은 옛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어. 엘렌은 뤼시앵과 함께 온 로즈를 딸로 받아들이고 잘 대해주었단다. 그들은 나중에 더 나이 먹어 뤼시앵이 갑자기 쓰러져 죽을 때까지 함께 지냈단다.

뤼시앵이 죽고 나서 엘렌은 카페를 그만 두고, 로즈는 결혼하여 따로 살았어. 로즈는 엘렌뿐만 아니라 에드나도 가끔 만났단다. 뤼시앵이 쓰러져 죽을 때까지 아빠는 어디선가 살아 있어서 마지막 부분에 엘렌과 재회할 줄 알았는데, 이 소설이 현실적인 면도 있구나.

2.

쥐스틴은 부모님의 교통사고를 알아본다고 했잖아. 쥐스틴은 경찰서에 몰래 들어가서 부모님의 교통사고 조사기록을 보고 조사서에 적혀있는 목격자도 찾아가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었어. 빙판길에 미끌어지기 전부터 자동차가 엄청 빠른 속도로 달렸다고 했어. 왜 그랬을까?

…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쥐스틴의 가족 관계를 먼저 이야기해야겠구나. 할아버지 아르망. 할머니 외제니. 두 분 사이에서 낳은 쌍둥이 형이 크리스티앙, 동생이 알랭. 크리스티앙은 상드린과 결혼하여 딸 쥐스틴을 낳았고, 알랭은 아네트와 결혼하여 쥘을 낳았단다. 아네트는 스웨덴 사람으로 상드린과 펜팔 친구였어. 그래서 프랑스에 상드린을 만나러 왔다가 쌍둥이 형제들을 만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 거야. 아네트의 부모님은 아직 스웨덴에서 지내고 있어. 관계가 좀 정리되니?

..

이쯤에서 쥐스틴의 할아버지 아르망의 시점을 통해 비밀 이야기 하나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단다. 오래 전에 쌍둥이들이 약혼녀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아르망은 그만 알랭의 약혼녀 아네트를 보고 첫눈에 빠지고 말았어. 아들의 약혼녀에게 그럼 감정을 갖게 된 것에 아르망 자신도 당황해 했어.

....

쥐스틴의 사촌 쥘은 언젠가부터 스웨덴에 계신 외조부모를 무시하고 싫어하곤 했어. 쥐스틴이 쥘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자, 자기가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뭐라고? 그게 사실이라도 손주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쥐스틴은 쥘 몰래 스웨덴에 계신 쥘의 외조부모님을 찾아갔단다. 그리고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듣고 돌아왔어. 그 내용이 할아버지와 관련된 내용인 듯 했어. 할아버지와 아네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설마 할아버지가 쥘의 친아버지? 그렇다고 쥘의 외조부모도 그런 걸 다 이야기해다니... 입이 너무 가벼우신 거 아냐?

....

쥐스틴이 스웨덴에서 돌아왔을 때, 엘렌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했어. 쥐스틴은 엘렌을 만나러 병원에 방문했는데, 그곳에는 로즈와 로망이 있었어. 그리고 처음 보는 여자가 있었는데 로망이 소개하기를 자신의 아내라고 했어. 충격… 당연히 총각인줄 알았는데… 쥐스틴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속으로는 좌절감을 느꼈어. 그런데 그 병원에서 또 다른 지인을 만났단다. 아빠가 앞서 이야기했던 쥐스틴의 욕망의 파트너,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을 만났어. 인사를 했는데, 그 남자는 그 병원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어. 그런데 느낌으로 보면 그 남자는 쥐스틴과 달리 쥐스틴을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았어. 얼마 후 엘렌은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어. 그제서야 뤼시앵을 다시 만났을 것 같구나.

….

이제 다시 쥐스틴의 가족들 이야기를 해줄게. 다시 할아버지 아르망의 시점. 알랭과 아네트가 결혼식을 앞두고 아르망은 늘 괴로운 날이었어. 아네트를 볼 때마다 외면해보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마음만 아팠어. 방법도 없었어.

스웨덴에서 돌아온 쥐스틴은 할아버지에게 돌직구를 날려 아네트 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할아버지도 거짓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셨단다. 할아버지는 결국 아네트와 몰래 사랑을 나누게 되었고, 아네트도 할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어 서로 오랫동안 몰래 사랑했었다고 했어.

…

쥐스틴은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눠봤어. 할머니 외제니는 쥐스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지금 와서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나 봐. 할머니 외제니와 할아버지 아르망은 어쩌다 결혼한 사이라고 했어. 그래서 아르망이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했어. 그런데 어느 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아르망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건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다는 거야. 아네트와 함께 있을 때 그런 얼굴이 되었다고 했어. 외제니는 한번에 아르망의 속마음을 알게 된 거야. 그리고 교통사고가 있기 전날,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두 아르망과 외제니의 집에 모였어. 그런데 늦은 밤 앨랭이 자신의 아버지와 아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 거야.

앨랭은 충격에 빠졌어. 그 모습을 엄마인 외제니가 바라보았단다. 한참 침대를 비웠다가 새벽에 돌아온 아르망에게서 외제니는 여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어. 앨랭과 외제니가 하는 태도로 보아 그들이 다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아르망도 알았어.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몰랐어. 그걸 알면서도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단 말인가. 아르망은 그날 오후에 식구들이 외출하였을 때 자살할 계획을 세웠단다. 한편, 외제니는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외제니가 아버지로부터 온갖 기술을 배워 차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 아네트가 이곳에 올 때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차를 몰고 가서 조깅을 했었어.

그래서 어두운 새벽에 몰래 외제니는 아네트가 타고 갈 차의 브레이크를 고장을 냈단다. 그러나 그날 아네트는 조깅을 하러 가지 않았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쌍둥이들과 며느리들이 그 차를 타고 외출을 하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만 거야. 외제니는 충격을 받았어. 왜냐하면 그들이 타고 간 자동차는 자신이 브레이크를 고장낸 차가 아니었거든… 아니, 아닌 것 같았거든… 어두운 새벽에 비슷한 차종에, 비슷한 색깔의 차를 헛갈린 것인가… 그러니까 아들들이 그렇게 죽은 것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었던 거야. 그래서 외제니 할머니가 몇 번을 자살 시도를 했던 것이란다.

…

그 사고로 아르망의 자살 계획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어. 일단 사고를 수습해야 하니까..사고를 수습하고 나서는 어린 손주 두 명을 보살펴야 했으니까… 영화 <노트북> 분위기의 잔잔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 생각하면서 읽다가 충격적인 결말에 말문이 막혔단다. 쥐스틴 식구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단다. 쥐스틴이 진실을 알고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

그리고 이 소설의 제목과 관련이 있는 일요일에 요양원의 환자 가족에게 거짓 전화를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소설은 끝이 난단다.

쥐스틴이 한 이야기를 듣고 면회를 오지 않는 환자들의 식구들이 환자들을 만나러 오도록 전화했다는 것이래… 선의의 거짓말이었구나. 쥐스틴은 그제서야 이 남자를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이름을 물어보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이 소설은 쥐스틴의 가족의 비밀 이야기와, 엘렌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전해주고 있단다. 두 이야기가 나중에 가서는 하나로 합쳐지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렇지는 않고 독립적으로 끝맺음을 했단다. 그런데 소설 제목은 그 두 이야기와는 다른 별 개의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 같더구나. 그래서 아빠에게는 좀 독특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은이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 <비올레트, 묘지지기>도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프로스트 할아버지네 가게에 공책을 사러 갔다.

책의 끝 문장: 이름이 뭐야.


조는 앙드레 부인의 손금에서 그 고기압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재능이 하나 있다. 손금으로 미래를 읽는 것. 우리 요양원의 입소자들은 주기적으로 조에게 손금을 보인다. 조에 따르면 노인들의 손금을 읽는 건 불가능하다. 그들의 손은 낡은 LP판처럼 긁힌 자국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는 노인들의 미래를 지어낸다. - P62

노인들은 도망치지만 어디로 갈지 모른다. 그들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길을 잊었다. ‘그들의 집’은 다달이 오르탕시아 요양원의 거주비를 대느라 매물로 나왔다. 그들의 정원은 텅 비고, 그들의 고양이는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이제 그들의 집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만, 그들 각자의 서가에서만 존재한다. 나는 그 각각의 서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 P62

그동안 그녀는 이 순간을 수천 가지 상황으로 상상해왔다. 낮에, 잠에, 저녁에, 겨울에, 정오에, 일요일에, 여름에. 하지만 그녀가 카페 밖에 있고 그가 안에 있는 이런 상황은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카페 문을 미는 것이 그가 아닌 그녀가 되리라는 것은. 그녀는 자신이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면 그가 그녀를 안아 올려 빙 돌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하여 찬란한 광휘와 환희가 분출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왜 항상 우리가 기대하는 일들은 우리가 그것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결국 타이밍의 문제일까? - P308

그녀가 명언을 남기고 떠났다. 세상엔 사람 수만큼의 새들이 있다. 그리고 사랑이란, 여러 사람이 같은 것을 나누는 것이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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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301)

나는 어머니를 편히 안았다. 이렇게 깊이 잠들 수가 있을까? 평온하고 천진하기가 꼭 애기 같았다. 어머니는 지쳐 있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을 턱 놓았기 때문에 더욱 깊은, 마치 혼수상태 같은 잠에 빠져 있었다. 정말 애기 같았다. 나는 마치 내가 내 어머니의 어머니가 된 듯, 내 깊은 곳에서 자비심 같은 게 솟구치는 걸 느끼며 가엾은 내 어머니를 안았다.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서럽고도 서러운 업일까. 어머니를 안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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