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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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책제목이 눈에 띠어 알게 된 책이란다. 좀 과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지은이는 이랑이라는 분인데 아빠는 처음 보는 사람이야. 지은이 소개를 읽어보니, 이랑이라는 분은 가수이기도 하고, 영화연출을 전공하여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웹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는구나.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사람인가 보구나. 아빠도 너희들과 최신 가요를 가끔 듣는데, 이랑이라는 분은 기억에 없구나. 음악 장르가 포크라서 우리가 듣는 음악과 좀 거리가 있던 것 같구나.

아무튼, 이 책의 독특하고 과격한 제목으로 눈에 띠어 책 소개와 책 리뷰를 읽어보았는데, 아빠와 좀 다른 영역에서 생활하고 다른 사고 방식으로 생활하시는 분이라 흥미가 더 가서 읽게 되었단다. 특히 이 책을 읽고 쓴 리뷰 중에 이 책이 상당히 솔직하게 쓴 책이고 그것이 큰 장점이라는 식의 평이 있었어. 사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속마음을 좀 숨기거나 각색해서 쓰는 것이 사람 마음인데, 글을 그렇게 솔직하게 썼다면 진실된 에세이를 읽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참고로 지은이 이랑은 가명처럼 보이지만 본명이라고 하는구나.

 

1.

자, 그러면 책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지은이 이랑은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책도 여러 권 쓰신 작가이기도 해. 2019년에도 자신의 가족에 대한 에세이를 준비하다가 범위를 줄여서 자신과 엄마와 언니의 기록을 쓰려고 했대. 그런데 2021년 겨울 갑자기 언니가 자살을 했다는구나. 매일 함께 살던 가족의 자살은 정말 아픈 기억과 상처로 마음 속에 남을 것 같구나. 지은이도 언니의 자살 이후의 글들은 고통과 아픔 속에서 글을 써야 했다. 그 고통과 아픔 때문에 글도 천천히 쓸 수밖에 없었다는구나. 이런 고통과 아픔의 내용이다 보니 책을 출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다가 출간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책으로 출간했다는구나. 책도 우리나라보다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번역출간 되었고,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다고 하는구나. 좀 독특한 출간 이력을 가지고 있구나.

….

먼저 자신의 가족을 소개했어. 지은이의 가족은 지은이와 부모님과 언니와 남동생 이렇게 다섯 명이었어. 자신의 집안은 대대로 가족 폭력이 비일비재했던 집안이라서, 자신과 언니와 남동생은 그런 폭력적인 가족의 대를 끊자면서 비혼 선언을 했다는구나. 부잣집 딸인 엄마가 오빠의 친구의 아버지와 결혼을 했는데 결혼하게 된 사연은 이렇대. 엄마가 젊은 시절에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집에서는 엄마를 미친 년으로 취급을 했대. 오빠가 자신의 친구에게 그런 엄마를 구제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엄마는 그런 내막도 모르고 지금의 아버지와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이라고 했어.

결혼 후에도 엄마의 우울증 증세는 가끔씩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산에 올라가서 소리 지르고 오기도 하셨대. 그런데 그렇게 혼자 산에 갔다가 강간 당할 뻔한 일이 있었어. 그 일이 있고 나서 산에 가지 못하는 엄마는 집의 옷장에서 소리를 지르곤 했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하셨어. 지은이의 엄마가 그렇게 우울증이 있었던 것은 가족 환경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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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난 우리 엄마 김경형의 ‘미친년 인생’은 엄마 탓이 아니다. 엄마 탓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나 또한 미친년으로 자라났다. 그나마 나는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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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폭력적이라고 했다는구나. 지은이 이랑도 우울증을 보이는 엄마와 폭력적인 아버지의 가정환경이라서 그런지 고등학교는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봤다고 했어. 언니 이슬은 그래도 모범적인 생활을 해서 특수 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었어. 그리고 취미로 친구들과 댄스팀 ‘드웨즈퀸즈’를 만들어 활동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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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이니까 엄마와 자신의 이야기 말고 언니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언니는 일명 ‘장녀병’에 걸린 사람이었어. 외할머니가 계셨는데, 외할머니는 100억 재산을 상속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재산을 죽은 아들의 아내, 그러니까 며느리와 손자에게 모두 빼앗기고 말았대. 외할머니가 편찮으실 때 간병하는 것은 엄마와 장녀인 이슬이었고 병원비도 언니가 꼬박꼬박 냈다고 했어. 하지만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언니는 100억 상속을 받은 외숙모의 자식들, 그러니까 사촌들에게 같이 지불하자는 메일을 보내려고 했어.. 하지만 소심한 언니는 이 메일을 써 놓기만 하고 몇 번을 다듬고 수정하였는데, 결국 보내지 못했단다. 지은이는 언니의 자살의 원인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힘을 소진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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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언니는 가족이 싫다고 10대 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부럽고 미웠을까.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없던 언니에게 나는 수차례 ‘그만두라’고 말을 했다. 언니는 그때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 필요하다’며 울었다.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버렸다. 나는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라기보다 힘이 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消盡死)?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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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은이 주변에는 삶을 일찍 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어. 2016년에는 친구 M이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고, 2017년에는 친구 D가 간암 말기를 선고를 받고 2020년에 삶을 마감하였고, 2021년 12월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언니가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단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잇단 죽음으로 지은이도 힘들고 때론 자신도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구나.

…

지은이에게도 죽음의 그림자도 드리웠단다. 2021년 자궁경부암을 선고 받고 치료를 받았다고 했단다. 그리고 2023년에는 갑자기 두 눈이 잘 보이지 않았대. 혹시 뇌종양은 아닐까 걱정해서 병원에 갔는데 원추각막이라는 병인데, 이 원추각막이라는 병도 희귀 질환으로, 완치는 어렵고, 진행을 늦출 수만 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눈 수술을 세 번이다 했대. 그리고 공황 장애로 자신도 모르게 쓰러지기도 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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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땅에 발을 붙이고, 정신과 몸을 붙여내고야 만다. 반면에 나는 너무 오랫동안 머리만으로 산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몸을 놓고 살았다. 감정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방법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겪는 공황은 머리의 파업일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끼니 몸 전체를 셧다운시켜서 몸도 머리도 멈추게 해버리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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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던 지은이에게 큰 힘이 되었던 반려묘 준이치가 있었어. 그런데 그 준이치도 2025년 2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구나. 지은이 주변에 죽음이 있어서 혹시 지은이가 힘들거나 아플 때 자살을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지은이는 죽음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때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책을 마무리했단다. 그래, 지은이의 다재다능한 재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아빠보다 젊은 사람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더 좋은 글과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면 좋겠구나.

유튜브에서 이랑의 음악을 찾아봐서 들었는데, 아빠 스타일의 음악은 아니지만 개성 넘치는 음악이더구나. 지은이 이랑 님이 좋아하는 인간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준 부분이 있는데, 그 인간상이 아빠 마음에도 들더구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은 해보고 싶구나. 이 나이에 그 동안의 성격과 성품이 바뀌기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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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06)

나는 자신의 약함을 아는 인간을 좋아한다. 약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인간이 좋다. 살아나가는 두려움을 아는 인간이 좋다. 살아갈 방법을 무언가에 의탁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인간이 좋다. 자신의 방법을 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좋다. 더 탁월한 방법으로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 좋다. 겪기 않은 이야기로 끝없이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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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의 분위기라든가, 자신의 허물과 개인사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명랑한 은둔자>와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의 지은이 캐럴라인 냅이 떠오르더구나. 아빠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시간이 날 때 두 분의 책을 한번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을 듯.. 지은이 이랑의 삶에 응원을 보내며 오늘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이랑 님의 다른 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사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책의 끝 문장: 잘 자.

 



내 감정들에 이미 정해진 간단한 이름들이 있다는 것을 진작 배웠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까. 이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도 이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나는 ‘나만의 이름 짓기’를 했기 때문에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걸까. 이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걸 몰라서, 모든 것에 새로운 이름을 짓고 싶어하는 지금의 내가 된 걸까.
이미 만들어져 있는 말을 이리저리 조합해, 원래 있던 것과 새로 나타난 모든 것에 이름을 짓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 P22

온 가족 구성원이 화가 많고 예민한 우리집에선 언제나 고성방가가 끊이질 않았다. 동시에 예술적 기질도 많아서 엄마 아빠는 시를 쓰고 노래를 하고, 동생은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하고, 언니는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그리고는 또 박 터지게 싸우다 한 번씩, 한 명씩 부엌에서 칼을 쥐고 나와 휘둘렀다. 어떻게 보면 스펙터클, 어떻게 보면 지옥 같은 광경이 자주 펼쳐졌다. 장례식상에서마저 댄스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욕하고 소리지르며 싸운 것까지도 전부 괴롭고 웃긴 우리 가족의 풍경이었다. 귀신이 된 언니가 그 모습을 봤다면 다들 미쳤다며 껄껄 웃을 것 같았다. - P80

언니는 가족이 싫다고 10대 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부럽고 미웠을까.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없던 언니에게 나는 수차례 ‘그만두라’고 말을 했다. 언니는 그때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 필요하다’며 울었다.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버렸다. 나는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라기보다 힘이 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消盡死)?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 P110

깊은 사랑과 냉철한 이성과 오래된 우울감이 함께 존재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언니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받지 못해서, 사랑을 모른다고 서로 말하던 우리 두 자매였는데, 언니가 떠난 뒤에 나는 강렬하게 원하는 것이 생겼음을. 그래서 무척 아프고 괴롭지만 굉장한 것을 배우고 있음을 언니에게 꼭 말하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으로 어쩐지 언니에게 전해질 거라고 느낀다. - P149

(204-205)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정신과 몸은 사실 하나였다. 영혼, 정신, 마음이라고 불리는 그것들 모두가 결국 ‘몸’ 자체였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찰나의 순간으로 결정되는 부재를 감당할 수 없어서 온몸으로 영혼의 실재를 기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닿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들의 부재와 나의 외로움을 달래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들의 몸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내 몸을 가지고 그들의 기억과 함께 살고 있다. 내가 살아 있고, 기억하는 동안 내 세계에 그들은 함께 있다. (다만 영혼이나 유령으로서가 아니라 기억으로서.)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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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나는 어려서부터 남자들에 대해 한 가지를 알아냈다. 그 족속들은 믿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 그것을 나는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배웠다. 차가운 밤마다 되살아나는, 손에 잡힐 듯 선명한 악몽을 통해서였다.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보다 훨씬 더 변덕과 욕정에 휘둘리면서도, 오히려 그런 기질을 우리에게 덮어씌운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위선이다. 인류의 시작부터 존재해 온 위선. 아담과 이브를 생각해보라. 그래, 악마가 이브를 유혹한 건 지식을 얻으려는 욕망 때문이었다. 이브는 자신을 깨우치려 했을 뿐이다. 그렇게 미끼를 물고 나서, 이번엔 아담이 호기심과 질투에 사로잡혀 마치 제 욕심만 아는 어린아이처럼 그 일부를 탐했다. 그런데 다시 보라. 남자는 이성으로, 여자는 감정으로 지배된다고?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왔다.


(378)

나는 늘 내 마지막 순간이 정원에서일 거라 생각했다. 뿌리에서 하늘로 뻗는 약초들의 날카롭고 푸른 향기에 둘러싸여, 축축하고 비옥한 흙이 마지막 베개가 되고, 고양이 수염이 주름진 뺨을 간질이며, 집과 집 멀리 들판에서 아이들, 손주들의 목소리와 웃음이 메아리치는 가운데, 그리고 토마스의 나무를 베고 사포로 문지르는 꾸준하고 참을성 있는 리듬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그런 순간. 나는 항상 그보다 먼저 죽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신이 내 삶의 태양을 먼저 앗아가실 리 없으니까. 토마스 없이 살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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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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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일본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소설이란다. 지은이 기리노 나쓰오라는 지은이는 처음 들어본 작가인데, 약력을 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많이 눈에 띄었던 <아웃>이라는 작품의 지은이더구나. 오늘 이야기할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책은 몇 달 전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서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골랐단다. 아빠는 귀가 얇아서 이 소설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 광고문구에 혹했단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잘 읽히고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일본과 우리나라의 성문화 차이인지, 아빠 세대와 젊은 세대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공감 가지 않는 부분들이 좀 있었단다.

계급 없는 평등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보이는 사회적 계급과 차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어. 그런데 그런 것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아빠의 기준으로 봤을 때) 부자연스러운 설정들이 있었단다. 그런 것들을 차차 다시 이야기할게. 그럼 책 이야기를 해볼게.

 

1.

주인공 리키는 고향에 있는 지방의 요양원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도쿄의 종합 병원에서는 일하고 있는 스물아홉 살 아가씨란다. 보수는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월급의 3분의 1을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은 것은 얼마 없어 늘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단다. 먹는 것도 편의점 음식 등 간신히 끼니를 때우는 정도였어. 그러나 삶의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았어. 그러다가 친구가 난자를 기증하면 50에서 80만엔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이트에 접속해서 등록을 했단다. 그러자 얼마 후에 사이트에서 연락이 와서 상담하러 갔단다.

그 회사의 이름은 플란테라는 곳이고 리키를 담당하는 사람은 아오누미라는 사람이었어. 아오누미와 상담을 했는데, 난자만 기증하는 것이 아니고 대리모를 제안해왔어. 돈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단다. 아오누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리키에게 그런 제안을 한 이유가 있었어. 어떤 불임 부부가 있었는데, 아내와 닮은 사람이 있다면 대리모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거든. 대리모는 난자 기증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단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내 몸 속에 키우고 나중에 낳은 후에는 그 부부에게 아이를 주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일본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이었단다. 대리모를 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난관이 참 많을 것 같구나. 그래도 거금의 유혹 때문에 리키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 그만큼 리키는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단다. 리키는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단다.

…

그럼 대리모를 부탁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구사오키 모토이. 그는 43살로 전직 발레리노이고 아내 유코는 44살로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어. 임신을 위해 인공 수정 등 여러 가지 시술을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단다. 모토이는 큰 문제가 없었고 아내 유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어. 모토이는 아이를 낳아서 발레를 전수하고 싶은 간절한 꿈이 있었어. 그런데 아이를 갖지 못하자 대리모까지 생각하게 된 거야.

사실, 모토이와 유코는 불륜으로 만나 모토이가 이혼한 후 재혼을 한 거야. 모토이의 전 아내는 발레리나였는데, 이혼 후 재혼하여 아들을 둘을 낳았다는 소식들 듣고 모토이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했단다. 그렇다고 모토이가 그런 마음을 유코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어. 모토이의 엄마인 지미코도 발레를 하셨던 분으로 모토이는 엄마 지미코와 함께 발레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단다. 모토이는 자신의 아이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갖고 싶어했고, 유코는 꺼렸단다. 하지만 모토이가 너무 간절하게 원하니까 유코도 결국 동의했단다.

…

 

2.

리키는 고민 끝에 의뢰 부부를 만나보기로 했어. 모토이와 유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고, 리키는 대리모를 하기로 했어. 그 대가로 1000만엔을 받기로 했단다.

…

대리모로 1년 가까이 임신한 상태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리키는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겨나서 호스트바에 갔단다. 그곳에서 다이키라는 남자를 만났단다. 처음에는 대화만 나누려고 했는데, 다이키가 잘 대해주고 그래서 섹스도 나누게 되었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고 공허감마저 느꼈단다. 리키가 대리모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고민하고 갈등했단다. 다른 부부의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이 말이 쉽지, 대리모라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도 컸어. 하지만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탈출구는 보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자기합리화를 했단다.

…

한편, 유코는 절친 리리코를 만났어. 그러면서 대리모를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했어. 리리코라는 사람은 비혼주의자이면서 춘화작가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야. 리리코는 대리모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여성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했어. 유코도 리리코의 말에 동의하지만 남편이 너무 간절히 원하고 아이가 없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

리키는 선수금 200만엔을 받고 병원 일도 그만두었단다. 대리모를 하려면 일년이나 자리를 비워야 하니 먼저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 리키는 이사도 하고 모토이와 유코 부부와 정식 계약서도 썼어. 일본에서 대리모는 불법이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몇몇 절차가 더 추가되었단다. 리키가 모토이의 아이를 낳으면 사생아가 되는 것이었어. 그래서 모토이와 유코가 위장 이혼을 하고, 문서 상으로 모토이와 리키가 위장 혼인 신고를 했단다. 그래서 나중에 아이를 낳아도 모토이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는데 문제가 없는 거야. 리키가 아이를 낳으면 다시 이혼하고 유코와 다시 결혼하게 되는 거야. 뭔가 복잡하면서도 무척 불안하구나.

그렇게 유코는 이혼녀가 되었고, 리키는 결혼한 사람이 되었어. 모토이의 어머니 지미코는 자신의 손주가 생긴다는 생각에 모토이만큼 이 일을 기뻐했단다. 그러면서 리키의 임신 기간 동안 자신의 발레 스튜디오에 머물러 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했단다. 리키는 그것까지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거절했단다. 그리고 리키는 인공수정을 했는데, 두 번이나 실패했단다.

…

다음 인공수정 할 때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고향에 내려갔단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이모의 장례식장에도 못 가서 성묘를 한다는 이유이지만 아빠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동이란다. 대리모로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숨어 지낼 것 같은데, 고향에 내려가다니… 심지어 부모님을 만나서는 결혼했다고 이야기도 했어. 일본 문화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부모님한테 이야기하지도 않고 부모님 초대도 하지 않고 결혼하는 것이 일상인가? 부모님도 섭섭해 한 것은 당연했어. 그리고 결혼한 딸이 고향에 오는데 신랑도 데리고 오지 않고 혼자 오다니… 고향에 와서도 결혼한 사실은 이야기하지 말지, 왜 이야기했을까? 공감 안 가는 행동들이구나.

거기에 고향에서 일했던 요양원 직원들까지 만났어. 예전에 어떤 유부남과 불륜을 저질렀는데 심지어 그 남자도 그 모임에 나왔어. 엄청 불편할 것 같은데… 더 공감 안되고 황당한 것은 그 불륜남과 다시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거야. 리키라는 주인공이 처음에는 불쌍했는데 하는 행동들이 너무 답답하더구나. 리키는 도쿄로 돌아와서는 이번에는 호스트바에서 만났던 다이키를 만나 또 사랑을 나누었단다. 주인공 리키가 인공 수정을 앞두고 이런 문란한 생활을 하는 것이 그 다음 인공 수정에서 임신에 성공했다는 것을 보고는 지은이의 억지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친부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게 하는 설정으로 소설의 재미를 더해보려는 것 같았어. 아빠가 오늘 편지를 시작하는 부분에서 공감되지 않고 지은이의 억지 설정이라고 말한 부분의 대표적인 부분이 이 부분이란다. 리키는 불륜남과 다이키와 사랑을 나눌 때 피임을 했지만 찜찜했단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제 와서 모토이 부부에게 할 수는 없었어.

…

 

3.

모토이는 임신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지만 유코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 모토이는 유코의 기분도 고려하지 않고 그렇게 기뻐하다니, 잘못했네. 유코는 시간이 갈수록 대리모를 선택한 것에 회의를 느꼈어. 자신이 엄마가 되어 대리모가 낳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을 것 같았어.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 같았어. 그래서 모토이와 말싸움을 하기도 했단다.

…

리키는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아기의 아빠가 불륜남이나 다이키면 어쩌나 걱정이 점점 커갔단다. 일 년은 금방 가는데, 그냥 꾹 참지.. 인공 수정을 앞두고 그렇게 사랑을 나누고 임신이 되니 누구의 아빠인지 걱정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구나. 계속 고민을 하던 리키는 유코에게 전화해서 솔직히 다 이야기를 하고 아이를 지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어. 며칠 후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리키는 유코와 만났는데 유코는 그 자리에 리리코를 데리고 왔어. 리리코를 데리고 오는 게 맞나? 리키는 유코하고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것 같은데.. 리리코는 주변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지금의 사태를 이야기하면 이야기했단다. 아빠에게는 공감이 안 가는 설정이구나. 리리코는 당장 낙태하라고 옆 테이블까지 다 들리게 크게 이야기하고 유코는 낳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어.

결국 유코를 만나서도 결정을 하지 못했고 조금 더 생각해 보다가 낳기로 했단다. 시간을 흘러 임신 6개월째로 접어들었단다. 아참, 뱃속 아이는 쌍둥이라고 하는구나. 인공 수정을 하면 쌍둥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모토이의 아이들일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하지만 100퍼센트는 아니니까 리키는 계속 불안해했어. 몸이 무거워지자 혼자 지내기 어렵게 되어, 리키는 유코와 리리코의 제안으로 리리코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병원의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했어. 그래서 몸에 갑자기 이상이 있으면 병원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리키는 리리코의 일도 도와주기로 했단다. 일종의 아르바이트라고 할 수 있지.

…

유코는 모토이와 점점 거리감을 느끼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냥 이혼 상태로 유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아이가 태어나면 모토이와 시어머니가 알아서 잘 키울 것이라 생각했어. 반면 모토이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리키에게 1년 동안 아이들을 키워달라고 부탁했단다. 처음과 달리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구나. 모토이가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유코는 친부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어. 결국 모토이에게 아이들의 친부가 모토이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어. 모토이는 약간 당황하면서 상관없다고 했어. 그리고 산달이 되어 리키는 갑작스럽게 양수가 터져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낳았단다. 한 명은 아들, 한 명은 딸, 이란성 쌍둥이였어.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유코는 다시 마음이 바뀌어 모토이와 함께 재결함하여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어. 그래서 리키에게는 두 달만 아이를 봐주면 된다고 했어.

날마다 유코와 모토이는 리키를 찾아와 아이들을 보았어. 두 달이 지나고… 리키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했단다.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자기 아이들이라는 마음이 크게 생기고 모성 본능이 강하게 자라나게 된 거야.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예상되던 결과였단다. 하지만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가는 것은 유코와 모토이 부부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았어. 유코와 모토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서로 쌍둥이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한 명은 리키 자신이 키워도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리키는 아들 구리는 남겨 두고 딸 구라만 데리고 길을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리키의 마지막 선택은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최선이었을까? 리키가 아이들을 두 달 동안 키우면서 고민했겠지만 앞으로 험난한 삶을 딸과 둘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제목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비는 철새로 봄이 되면 돌아오는 새인데,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떠나기 전의 장소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의미일까? 돈이라면 아기까지 대신 낳아주는 이런 사회에서는 다시 돌아와 살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을까? 아빠 혼자 짐작해 보았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억지 설정과 공감 가지 않는 몇몇 상황을 제외한다면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할 수 있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작은 냄비 안에서 하얀 달걀  하나가 달그락거린다.

책의 끝 문장: 리키의 달뜬 그 말이 전해진 것처럼 구라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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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저는 딱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정도가 회사에서 월급 받은 만큼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신경을 더 쓰면 돈을 더 받아야 맞는 계산인데, 아니, 최소한 복지라도 더 받아내야 정당한 거래인데, 과연 제가 더 신경 쓴다고 회사에서 뭘 더 해주겠어요?”


(144)

“홈페이지에 올릴 프로모션 캠페인 시안을 가져갔더니 ‘여기는 1밀리 자르고 저기는 1밀리 더하고’라더라. 근데 그건 인쇄 광고가 아니고 온라인 시안이란 말이야. 그걸 픽셀도 아니고 밀리미터로 수정하라는 게 웬 말이니? 거기에 색감은 뭐라는 줄 알아? ‘냉랭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게’ 하래.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내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러면 원하시는 스타일의 레퍼런스라도 보여달라고 했더니 뭘 내밀었게? 패션잡지에 실린 나이키 화보였어. 아니, 캠페인 페이지 디자인을 패션 화보처럼 만들라는 거야? 메시지는? 설명은? 심지어 그 화보는 하얀 바탕에 모델들이 나란히 폴짝폴짝 뛰고만 있는 사진이었다고!”


(309-310)

“대연아, 삶은 길이로 가치가 매겨지는 게 아니야. 네가 길거나 짧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하지. 막말로, 우린 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어. 운이 없어서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거나 지나던 다리가 끊기거나. 정말 희귀한 확률로 타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벼락에 맞을 수도 있지. 희박하지만 누구에게나 가능한 죽음이야. 그렇게 보면 평등하지 않아? 우린 그중 하나를 운 나쁘게 만났을 뿐이야. 하지만 또 운이 좋게도 시기는 알 수 있어. 그러니까 그때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지 선택하면 되는 거야. 내 마흔 해의 삶이 누군가의 여든 해보다 과연 가치가 없을까? 어쩌면 이미 난 그들보다 큰 행복을 누렸을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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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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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란다. 책소개도 자세히 보지 않고, 책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란다. 민제이 님의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라는 책이야. 회사원인 아빠로써 책제목은 너무나 공감이 가더구나. 초능력이 필요한 것은 히어로들만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도 필요하다고 말이야. 책표지도 만화처럼 구성을 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고, 먼저 읽은 이들의 평점도 나쁘지 않아서 읽어보았단다.

책제목만 보면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하지만, 초능력이 없어서 힘들게 생활하는 회사생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회사원들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더구나. 주인공들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뺀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회사생활을 그대로 소설 속에 담아놓은 것 같았어. 예상했던 것처럼 재미있었고, 공감할만한 이야기들도 많았단다. 지은이 민제이 님도 글쓰기 전에 회사 생활을 해서 회사생활을 잘 그리신 것 같더구나.

 

1.

이 책에서는 회사와 직책이 다른 네 명의 주인공들이 나온단다.

첫 번째는 광고대행사 신입사원 김가현. 대표의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무서운 대표가 있는 회사란다. 대표로부터 늘 갈굼당하고 욕 먹기 일쑤였단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했어. 분명 아까 있었던 일들, 들었던 지시가 반복되는 거야. 그제서야 자신이 긴장해서 찢은 명함 한 장이 보였고, 학교 선배인 하나 언니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어. 농담인줄 알고 지나쳤던 이야기. 하나 언니는 명함 3장을 주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 그 명함을 찢으라고 했었거든. 그게 농담이 아니고 진짜였단 말이야? 이젠 명함이 두 장 남았어.

어느 날 대표로부터 엄청 심하게 욕을 먹었어. 가현은 그 명함이 생각났어. 가현은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리치며 이야기했어. 속이 다 후련했단다. 대표는 벙찐 얼굴을 했는데, 가현은 하나 언니가 준 명함을 찢었단다. 그러자 자신이 큰소리치기 이전으로 돌아갔단다. 그래서 욕먹지 않게 행동을 하고 그날을 잘 넘겼단다.

이제 남은 것은 한 장… 중요한 때를 위해 잘 남겨두기로 했단다. 그 이후 가현은 이럭저럭 회사 생활을 잘 해냈단다. 시간이 흘러 가현 밑으로 신입이 들어와 가현은 그 신입의 사수가 되었어. 그 신입도 마찬가지로 대표의 갈굼으로 힘들어했어. 회사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가현은 남아 있는 명함 한 장을 신입에게 건네주었단다.

…

두 번째 이야기는 IT 기업의 파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나정 주임이란다. 파견 직원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나정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 파견직이긴 하지만 잘 나가는 IT기업이라서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기대와 달리 나정이 하는 일은 무료하고 하는 일도 단순작업이 전부였단다. 나름 역량을 키워서 정사원이 되거나 더 좋은 회사에 가려고 했었는데 말이야.

파견을 보낸 부서의 파트장이나 파견을 받은 부서의 파트장 모두 나정에게 무관심이었어. 그런데 나정은 힘들고 지칠 때 자신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회사에서의 무관심과 무료함은 나정에게 큰 스트레스였는데, 그때마다 나정은 자신의 몸을 힘들고 피곤하게 해서 해외로 순간이동을 했단다. 그렇게 순간이동으로 간 해외여행은 나정에게 리프레쉬가 되었단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약 연장의 제안이 들어왔는데도 나정은 그만두기로 했단다.

…

세 번째 이야기는 패션회사 팀장 강다영이라는 사람이란다. 강다영은 전팀장으로부터 마음을 읽는 능력을 물려받았단다. 팀장이 마음을 읽는 능력을 준다고 할 때 당연히 농담인줄 알았는데, 전팀장이 퇴사하고 나서 실제로 다영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겼어. 처음에는 당황을 했지만 이것을 잘만 이용하면 성과를 잘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상사의 마음을 읽고 알아서 일을 척척 하다 보니 승진도 빨랐고 팀장의 자리까지 올라오게 된 거야. 하지만 이 능력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어. 마음 속으로 사람들을 흉보는 것이 다 들렸는데 모른 척 해야겠어.

시간이 흐를수록 이 능력은 저주 같은 능력이라고 생각했단다. 어떤 동료는 다영을 귀신이 씌었다고도 했단다. 그 때 새로 들어온 신입 재희가 눈에 들어왔고 재희에게 이 능력을 넘기고 회사를 그만둘 계획을 세웠어. 재희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다른 이들과 좀 달랐어. 다영이 자신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증명도 했는데 신기해 하는 거야. 다른 사람 같으면 다영을 멀리하고 뒤에서 흉을 봤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강다영은 자신의 이 능력을 재희를 돕는데 쓰기로 마음을 먹었단다. 재희에게 그 능력을 준다면 자신과 같은 괴로움도 같이 주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앞으로는 재회와 함께 일을 하면 회사 일이 좀더 좋아질 거라 생각도 들었어.

…

네 번째 이야기는 뷰티 브랜드 대표 최라희의 이야기란다. 100만 유튜버이자 인플루엔서 출신으로 창업을 한 사람이란다. 하지만 회사를 꾸려가는 것은 쉽지 않았어. 특히 자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어. 그리고 직원들과 소통도 쉽지 않았어.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서 편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대표와 직원이라는 벽이 있었어. 그러다가 인플루엔서로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사이트 하나를 알려주었어, 유튜브 구독자와 돈을 바꿀 수 있는 사이트라고 했어. 최라희는 그런 이상한 사이트가 있다고 믿지 않았는데, 더 이상 자금을 끌어들여올 때가 없게 되자,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단다. 그리고 구독자 10만과 돈을 바꾸겠다고 사이트에 입력을 하자 실제로 그렇게 되었단다. 돈이 더 부족해서 이번에는 구독자 30만을 돈으로 바꾸었어. 그래서 회사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단다.

그런데 유튜브 구독자 수가 갑자기 급격히 줄어들게 되자 SNS에서 그동안 구독자 수를 조작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단다. 그 소문은 널리 퍼져서 원래 있던 구독자들도 물밀듯이 빠져나갔어. 결국 유튜브 계정을 없애고 사업에만 집중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회사도 사정이 좋지 않아 함께 일했던 팀장들 중 절반이 퇴사를 했단다. 그래도 이럭저럭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었는데 6개월 뒤 기존 멤버도 확 바뀌고 분위기도 확 바뀌었단다. 신입사원들의 제안으로 회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되었는데,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를 올렸어. 기존과 달리 이 콘텐츠는 신입사원들이 좋아하는 올리는 콘텐츠였고, 솔직함으로 회사 생활을 담고 있었어. 입소문을 타고 구독자도 10만명을 돌파했어. 최라희도 기존과 달리 솔직함으로 사원들을 대하자 회사 분위기도 좋아졌단다. 그러면서 매출도 조금씩 나아졌단다.

마지막 이야기는 구독자수를 돈으로 바꾸는 것이 초능력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부분에 최라희의 진정한 초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단다. 최라희에게 생긴 초능력은 다름 아닌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능력이란다. 대표가 사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서 꼭 갖고 싶어하는 능력이니 말이야.

…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로 소설이 끝이 났구나. 누구나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잖니. 너희들은 어떤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니? 음.. 아빠는 글쎄… 너무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 어렵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제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두근두근 떨려온다.

책의 끝 문장: 계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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