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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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책제목이 눈에 띠어 알게 된 책이란다. 좀 과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지은이는 이랑이라는 분인데 아빠는 처음 보는 사람이야. 지은이 소개를 읽어보니, 이랑이라는 분은 가수이기도 하고, 영화연출을 전공하여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웹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는구나.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사람인가 보구나. 아빠도 너희들과 최신 가요를 가끔 듣는데, 이랑이라는 분은 기억에 없구나. 음악 장르가 포크라서 우리가 듣는 음악과 좀 거리가 있던 것 같구나.

아무튼, 이 책의 독특하고 과격한 제목으로 눈에 띠어 책 소개와 책 리뷰를 읽어보았는데, 아빠와 좀 다른 영역에서 생활하고 다른 사고 방식으로 생활하시는 분이라 흥미가 더 가서 읽게 되었단다. 특히 이 책을 읽고 쓴 리뷰 중에 이 책이 상당히 솔직하게 쓴 책이고 그것이 큰 장점이라는 식의 평이 있었어. 사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속마음을 좀 숨기거나 각색해서 쓰는 것이 사람 마음인데, 글을 그렇게 솔직하게 썼다면 진실된 에세이를 읽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참고로 지은이 이랑은 가명처럼 보이지만 본명이라고 하는구나.

 

1.

, 그러면 책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지은이 이랑은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책도 여러 권 쓰신 작가이기도 해. 2019년에도 자신의 가족에 대한 에세이를 준비하다가 범위를 줄여서 자신과 엄마와 언니의 기록을 쓰려고 했대. 그런데 2021년 겨울 갑자기 언니가 자살을 했다는구나. 매일 함께 살던 가족의 자살은 정말 아픈 기억과 상처로 마음 속에 남을 것 같구나. 지은이도 언니의 자살 이후의 글들은 고통과 아픔 속에서 글을 써야 했다. 그 고통과 아픔 때문에 글도 천천히 쓸 수밖에 없었다는구나. 이런 고통과 아픔의 내용이다 보니 책을 출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다가 출간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책으로 출간했다는구나. 책도 우리나라보다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번역출간 되었고,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다고 하는구나. 좀 독특한 출간 이력을 가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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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신의 가족을 소개했어. 지은이의 가족은 지은이와 부모님과 언니와 남동생 이렇게 다섯 명이었어. 자신의 집안은 대대로 가족 폭력이 비일비재했던 집안이라서, 자신과 언니와 남동생은 그런 폭력적인 가족의 대를 끊자면서 비혼 선언을 했다는구나. 부잣집 딸인 엄마가 오빠의 친구의 아버지와 결혼을 했는데 결혼하게 된 사연은 이렇대. 엄마가 젊은 시절에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집에서는 엄마를 미친 년으로 취급을 했대. 오빠가 자신의 친구에게 그런 엄마를 구제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엄마는 그런 내막도 모르고 지금의 아버지와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이라고 했어.

결혼 후에도 엄마의 우울증 증세는 가끔씩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산에 올라가서 소리 지르고 오기도 하셨대. 그런데 그렇게 혼자 산에 갔다가 강간 당할 뻔한 일이 있었어. 그 일이 있고 나서 산에 가지 못하는 엄마는 집의 옷장에서 소리를 지르곤 했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하셨어. 지은이의 엄마가 그렇게 우울증이 있었던 것은 가족 환경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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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난 우리 엄마 김경형의미친년 인생은 엄마 탓이 아니다. 엄마 탓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나 또한 미친년으로 자라났다. 그나마 나는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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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폭력적이라고 했다는구나. 지은이 이랑도 우울증을 보이는 엄마와 폭력적인 아버지의 가정환경이라서 그런지 고등학교는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봤다고 했어. 언니 이슬은 그래도 모범적인 생활을 해서 특수 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었어. 그리고 취미로 친구들과 댄스팀 드웨즈퀸즈를 만들어 활동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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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이니까 엄마와 자신의 이야기 말고 언니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언니는 일명 장녀병에 걸린 사람이었어. 외할머니가 계셨는데, 외할머니는 100억 재산을 상속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재산을 죽은 아들의 아내, 그러니까 며느리와 손자에게 모두 빼앗기고 말았대. 외할머니가 편찮으실 때 간병하는 것은 엄마와 장녀인 이슬이었고 병원비도 언니가 꼬박꼬박 냈다고 했어. 하지만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언니는 100억 상속을 받은 외숙모의 자식들, 그러니까 사촌들에게 같이 지불하자는 메일을 보내려고 했어.. 하지만 소심한 언니는 이 메일을 써 놓기만 하고 몇 번을 다듬고 수정하였는데, 결국 보내지 못했단다. 지은이는 언니의 자살의 원인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힘을 소진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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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언니는 가족이 싫다고 10대 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부럽고 미웠을까.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없던 언니에게 나는 수차례그만두라고 말을 했다. 언니는 그때마다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 필요하다며 울었다.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버렸다. 나는 언니의 죽음이자살이라기보다 힘이 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消盡死)?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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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은이 주변에는 삶을 일찍 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어. 2016년에는 친구 M이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고, 2017년에는 친구 D가 간암 말기를 선고를 받고 2020년에 삶을 마감하였고, 2021 12월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언니가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단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잇단 죽음으로 지은이도 힘들고 때론 자신도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지은이에게도 죽음의 그림자도 드리웠단다. 2021년 자궁경부암을 선고 받고 치료를 받았다고 했단다. 그리고 2023년에는 갑자기 두 눈이 잘 보이지 않았대. 혹시 뇌종양은 아닐까 걱정해서 병원에 갔는데 원추각막이라는 병인데, 이 원추각막이라는 병도 희귀 질환으로, 완치는 어렵고, 진행을 늦출 수만 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눈 수술을 세 번이다 했대. 그리고 공황 장애로 자신도 모르게 쓰러지기도 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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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땅에 발을 붙이고, 정신과 몸을 붙여내고야 만다. 반면에 나는 너무 오랫동안 머리만으로 산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몸을 놓고 살았다. 감정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방법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겪는 공황은 머리의 파업일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끼니 몸 전체를 셧다운시켜서 몸도 머리도 멈추게 해버리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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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던 지은이에게 큰 힘이 되었던 반려묘 준이치가 있었어. 그런데 그 준이치도 2025 2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구나. 지은이 주변에 죽음이 있어서 혹시 지은이가 힘들거나 아플 때 자살을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지은이는 죽음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때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책을 마무리했단다. 그래, 지은이의 다재다능한 재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아빠보다 젊은 사람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더 좋은 글과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면 좋겠구나.

유튜브에서 이랑의 음악을 찾아봐서 들었는데, 아빠 스타일의 음악은 아니지만 개성 넘치는 음악이더구나. 지은이 이랑 님이 좋아하는 인간상에 대해서 이야기해준 부분이 있는데, 그 인간상이 아빠 마음에도 들더구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은 해보고 싶구나. 이 나이에 그 동안의 성격과 성품이 바뀌기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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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06)

나는 자신의 약함을 아는 인간을 좋아한다. 약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인간이 좋다. 살아나가는 두려움을 아는 인간이 좋다. 살아갈 방법을 무언가에 의탁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인간이 좋다. 자신의 방법을 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좋다. 더 탁월한 방법으로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 좋다. 겪기 않은 이야기로 끝없이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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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글의 분위기라든가, 자신의 허물과 개인사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명랑한 은둔자>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의 지은이 캐럴라인 냅이 떠오르더구나. 아빠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시간이 날 때 두 분의 책을 한번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을 듯.. 지은이 이랑의 삶에 응원을 보내며 오늘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이랑 님의 다른 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사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책의 끝 문장: 잘 자.

 



내 감정들에 이미 정해진 간단한 이름들이 있다는 것을 진작 배웠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까. 이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도 이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나는 ‘나만의 이름 짓기’를 했기 때문에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걸까. 이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걸 몰라서, 모든 것에 새로운 이름을 짓고 싶어하는 지금의 내가 된 걸까.
이미 만들어져 있는 말을 이리저리 조합해, 원래 있던 것과 새로 나타난 모든 것에 이름을 짓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 P22

온 가족 구성원이 화가 많고 예민한 우리집에선 언제나 고성방가가 끊이질 않았다. 동시에 예술적 기질도 많아서 엄마 아빠는 시를 쓰고 노래를 하고, 동생은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하고, 언니는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그리고는 또 박 터지게 싸우다 한 번씩, 한 명씩 부엌에서 칼을 쥐고 나와 휘둘렀다. 어떻게 보면 스펙터클, 어떻게 보면 지옥 같은 광경이 자주 펼쳐졌다. 장례식상에서마저 댄스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욕하고 소리지르며 싸운 것까지도 전부 괴롭고 웃긴 우리 가족의 풍경이었다. 귀신이 된 언니가 그 모습을 봤다면 다들 미쳤다며 껄껄 웃을 것 같았다. - P80

언니는 가족이 싫다고 10대 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부럽고 미웠을까.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없던 언니에게 나는 수차례 ‘그만두라’고 말을 했다. 언니는 그때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 필요하다’며 울었다.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버렸다. 나는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라기보다 힘이 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消盡死)?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 P110

깊은 사랑과 냉철한 이성과 오래된 우울감이 함께 존재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언니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받지 못해서, 사랑을 모른다고 서로 말하던 우리 두 자매였는데, 언니가 떠난 뒤에 나는 강렬하게 원하는 것이 생겼음을. 그래서 무척 아프고 괴롭지만 굉장한 것을 배우고 있음을 언니에게 꼭 말하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으로 어쩐지 언니에게 전해질 거라고 느낀다. - P149

(204-205)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정신과 몸은 사실 하나였다. 영혼, 정신, 마음이라고 불리는 그것들 모두가 결국 ‘몸’ 자체였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찰나의 순간으로 결정되는 부재를 감당할 수 없어서 온몸으로 영혼의 실재를 기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닿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들의 부재와 나의 외로움을 달래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들의 몸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내 몸을 가지고 그들의 기억과 함께 살고 있다. 내가 살아 있고, 기억하는 동안 내 세계에 그들은 함께 있다. (다만 영혼이나 유령으로서가 아니라 기억으로서.)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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