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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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이언 매큐언의 <레슨>이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책표지에 한 소년이 피아노 치는 그림과 함께 책제목이 <레슨>이다 보니 피아노 레슨에 관한 소설인가 싶었는데, 책소개를 읽어보니, 이언 매큐언의 첫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아빠가 이언 매큐언의 소설은 서너 편 읽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른단다. 지난 번에 파리 리뷰의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그의 인터뷰를 한번 읽어보긴 했지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잘 몰라. 이언 매큐언의 소설들은 모두 좋았던 기억으로 있어서 이번 신간도 눈이 갔단다. 책도 어찌나 두꺼운지, 완독하고픈 도전 정신이 마구 솟아났단다.

이 책의 주인공 롤런드는 1948년생인데 지은이 이언 매큐언도 1948년생이란다. 그리고 이 소설이 이언 매큐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서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의 대부분이 이언 매큐언이 경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읽다 보니 놀람의 연속이었단다. 이런 삶을 살았단 말이야? 그리고 이런 삶은 공개해도 된단 말이야? 그런데 책 뒤편의 저자의 말을 읽고 그럼 그렇지했단다. ,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

 

1.

소설은 1986년 서른일곱 살 때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현재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어. 그가 지금의 삶을 만드는데 어린 시절의 일들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과거와 현실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아빠는 그냥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할게.

….

1959년 롤런드 나이 11. 롤런드의 아버지 로버트 베일스는 군인으로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6년을 살다가 런던으로 이주했어. 그리고 롤런드의 어머니 로절린드는 아버지와 두 번째 결혼을 하신 거야. 첫 번째 남편 잭 테이트가 2차 세계대전 중 사망하고 로버트 베일스와 재혼을 한 거란다. 첫 번째 남편 사이에서 헨리와 수전을 낳았고 로버트와 재혼하여 이 소설의 주인공 롤런드를 낳았지.

1959년 런던에 돌아온 롤런드는 자신이 아닌, 아버지의 의지로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단다. 피아노를 가르쳐 준 선생님은 미리엄 코넬이라는 젊은 여자 선생님이야. 사춘기에 막 들어서려고 하는 소년에게 첫사랑에 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구나. 그런데 코넬 선생님은 롤런드를 아이 취급하면서 옷 매무새도 직접 정리해주시고 코 푸는 것도 도와주시곤 했어. 하지만 롤런드는 그런 애 취급 받는 것을 싫어했지. 코넬 선생님을 사랑하는 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얼마 후에 선생님이 바뀌었어. 코넬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시간... 선생님은 롤런드에게 입맞춤을 해주셨어. 롤런드에게는 황홀한 추억이겠구나. 롤런드의 십대 시절 머릿속에는 온통 코넬 선생님이 가득 자리잡고 있었어. 롤런드는 코넬 선생님을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3년이나 지난 다음인 14살이 되었을 때 선생님 댁을 무작정 찾아갔어. 다행히 코넬 선생님은 롤런드를 반갑게 맞이해주셨어. 롤런드는 그 동안 다른 선생님한테 피아노는 꾸준히 배워서 피아노 실력도 어느 정도 되었어. 그리고 롤런드가 피아노에 소질도 어느 정도 있었어. 코넬 선생님 집에서 코넬 선생님과 함께 모차르트도 연주했어. 그런데 롤런드는 더 색다르고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된단다. 코넬 선생님의 리드 속에 사랑을 나누게 된 거야. 열네 살 남학생과 이십 대 젊은 여자 선생님의 사랑. 논란이 되기 충분했지. 둘이 비밀만 잘 지키면 되겠지만 말이야.

롤런드는 코넬 선생님과 사랑을 나눈 후에는 함께 요리하고 당시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미국과 쿠바 사이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 그 이후 틈만 나면 코넬 선생님 댁에 들렀고, 사랑을 나누었어. 그리고 롤런드는 다시 코넬 선생님한테 피아노 레슨을 받게 되었단다. 지역 콘서트에서 코넬 선생님과 피아노 협주회 연주를 했는데 큰 호응을 받았고 지역 신문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단다.

코넬 선생님과 피아노 협주를 마치고, 진급 시험이 있었는데 낙제했단다. 사랑에 빠져 공부를 제대로 했을 리 없었겠지. 다행히 다른 선생님이 그의 피아노 실력을 보고 구제해주어 진급할 수 있었어. 그러나 코넬 선생님은 자신의 집에서 지내자면서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어. 롤런드도 학교에 가고픈 마음이 별로 없어서 선생님 말대로 코넬 선생님 집에서 사랑만 계속 나누었단다. 롤런드가 16살이 되는 날, 코넬 선생님은 롤런드에게 스코틀랜드로 가자고 했어. 그곳에는 16살부터 결혼이 합법이라면서 그곳에서 결혼하자고 했단다. 롤런드는 당황했어. 코넬 선생님을 사랑하는 건 맞지만 이 나이에 결혼이라니... 롤런드는 안 된다고 하자 코넬 선생님은 화를 냈고 둘은 말다툼 끝에 롤런드는 코넬 선생님의 집에서 나왔어. 이후 학교도 그만 두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젊음을 불태웠어.

 

2.

시간이 흐르고 롤런드는 20대 후반이 되었어. 피아노에 재질이 있었지만 전공으로 살리지는 못했고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로 가끔 피아노 연주를 하는 수준이고 시를 쓰려고 했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았어. 롤런드는 독문학 공부를 해보려고 괴테 문화원에 다녔는데, 그때 독문학 선생님으로 앨리사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그냥 강사와 학생이었어. 독문학을 공부하는 친구 중에 외교관 아버지를 둔 프랑스인 친구 미레유가 있었는데 미레유와 함께 동베를린도 가 보았단다. 당시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져 있어 영국 사람이 동베를린에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 그것도 동베를린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음악 앨범과 금서인 <동물농장>을 몰래 가져가서 미레유의 동독 친구들에게 건네주었어.

시간이 4년이 지나고 괴테문화원 강사였던 앨리사를 우연히 한번 만났는데 그때 앨리사는 남자 친구가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또 2년 뒤 이번에는 앨리사가 롤런드를 찾아왔어. 롤런드도 늘 앨리사를 마음 속에 두고 있었는데, 문을 열었더니 문 앞에 앨리사가 딱 서 있었으니 얼마나 기뻤겠니. 그들은 드디어 사귀게 되었어. 롤런드 나이 35살이었어. 그리고 얼마 후 결혼을 하고 로런스를 낳았단다.

….

그런데 있잖니, 그들의 아들 로런스가 7개월 되었을 때, 앨리사는 메모 한 장 남기고 집을 떠났어. 앨리사가 갑자기 떠날 만큼 부부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야. 어린 아기를 남겨두고 집을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앨리사가 떠나고 네 번의 엽서가 도착했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어. 마지막 엽서는 뮌헨 남부 지역에서 온 거야. 그래도 걱정되어 롤런드는 경찰서에 아내 실종 신고를 했는데, 경찰은 오히려 롤런드를 용의자 취급을 하면서 필적조사를 하고 지문 조사 등을 했단다.

롤런드가 있는 곳은 영국인데도 당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방사능 수치가 상승했다는 소식에 영국도 소동이 일어났어. 다들 요오드화칼륨과 생수를 사재기하고 창문을 밀폐하는 작업을 하는 등 다들 불안해 했단다. 어린 아기가 있는 롤런드는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지..

....

얼마 후 앨리사의 다섯 번째 엽서가 도착했어. 앨리사는 미안하고 사랑한다면서도 자기 길을 찾아가겠다고 했어. 일단 독일에 계신 부모님 집에 갈 건데 전화하지 말라고 당부했단다. 앨리사의 아버지는 완강한 보수주의자이고, 어머니 제인 파커는 영국인 기자 출신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어. 앨리사도 자신의 어머니를 닮은 것 같구나. 하지만 앨리사와 어머니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어. 제인 파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하던 백장미단을 취재하면서 백장미단의 뜻에 동조하며 저항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어. 스스로 백장미단의 명예회원이라고 생각하고 책도 준비하고 있었어. 취재 중 만난 백장미단 멤버 하인리히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가 바로 앨리사의 아버지란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곧바로 결혼을 하고 아기도 낳았어. 이로 인해 제인 파커는 취재하던 것도 중단하고 기자 일도 그만두고 출간하려던 책도 그만두어야 했어.

이후에는 시골의 변호사의 아내 역할을 했단다. 앨리사의 어머니는 기자 일을 그만 두고 글쓰기를 그만 둔 것을 늘 후회하기도 했지. 그런데 앨리사는 자신이 어머니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고 생각한 거야. 그냥 있다가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갈 것이 눈에 뻔히 보인 거야. 그래서 집을 떠난 거지.

...

앨리사가 집을 떠난 지 3년이 지났어. 앨리사가 갑자기 떠난 것처럼 갑자기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롤런드는 여자를 진지하게 사귀지도 못했지. 로런스는 어느덧 세 살이 되어 말을 하기 시작하였고 엄마에 대해 자주 물어봤어. 롤런드가 답하길 엄마는 긴 여행을 갔다고 했어. 독일에 계신 앨리사 부모님이 손주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롤런드는 로런스를 데리고 독일로 갔단다. 앨리사의 부모님께 앨리사의 소식을 물었더니 3년 전에 앨리사에 집에 들렀었는데 그 이후에는 소식이 끊겠다고 했어. 도대체 앨리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어. 롤런드는 독일에 다시 온 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야. 동독 친구들이 혹시 오면 만날 수 있을까 하고 갔지만 사실은 혹시 앨리사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지.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기적같이 앨리사를 우연히 만났단다. 앨리사는 롤런드를 알아보고는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였어. 롤런드도 그 눈빛을 알아 봤어. 하지만 앨리사도 조금은 미안했는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자신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그러니까 글쓰기를 위해 떠난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이제 막 첫번째 결과물이 나왔다면서 자신이 쓴 책을 건네주었단다.

앨리사도 엄마라는 죄책감이 있는지 로런스의 안부를 물었어. 롤런드가 직접 와서 보라고 하자 앨리사는 갈 수 없다고 했어. 그렇게 되면 자신의 꿈은 끝이 난다면서... 너무 이기주의적인 것 같구나. 얼마나 대단한 꿈이길래... 런던에 돌아와서 롤런드는 앨리사가 건네준 책을 읽었는데 그녀를 용서해줄 수 있는 만큼 걸작이라고 생각했어. 그녀가 떠나지 않고 자신의 아내로, 로런스의 엄마로 살았다면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

 

3.

시간은 흘러 1995.. 앨리사는 결국 작가로 성공하였단다. 하지만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고 어디에 사는지 알려지지 않아 은둔작가로도 유명해졌어. 롤런드는 어느덧 47살이 되었고 아들 로런스도 10살이 되었어. 친구와 이웃으로만 지내던 대프니와 사귀게 되었지. 대프니가 남편 피터와 헤어졌거든. 대프니의 아이들과 로런스도 함께 놀곤 했어. , 그 이전에도 계속 함께 놀긴 했지. 그렇게 함께 몇 년 생활하다가 대프니는 피터와 다시 합치기로 했대. 롤런드는 다시 혼자가 되었고, 시간은 또 흘러갔어.

2002년 로런스도 어느덧 10대 후반이 되었어. 독일로 혼자 배낭여행을 갔고 엄마의 출판사에 찾아갔다가 우연히 엄마의 주소를 알아내게 되었어. 로런스는 그 주소를 찾아갔어. 아주 한적한 마을이었지. 드디어 엄마와 대면했어. 하지만 엄마는 반가워하기는커녕 로런스를 외면했단다. 로란스는 실망감만 가득 앉고 돌아왔어.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와 14살 때 선생님과 사랑을 나눈 것에 대해 물어봤어. 선생님이 미성년자를 꼬셔서 성행위를 한 것은 일종의 성폭력이었거든. 롤런드는 끝내 선생님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어. 롤런드는 코넬 선생님을 찾아보기로 헸어. 수소문 끝에 코넬 선생님을 찾아갔단다. 1964년에 헤어지고 2002년만에 만났으니 거의 40년 만이었어. 코넬 선생님은 그를 보더니 처음에는 쌀쌀맞게 대했어. 당시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앙금이 아직도 있는 것인가. 코넬 선생님은 당시 이야기를 해줬어.

남자친구가 있었고 뜻하지 않은 임신을 했다가 낙태를 했고 이 일로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쫓기듯 시골 학교의 피아노 선생님으로 갔다고 했어. 그곳에서도 다른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으며 지내다가 피아노에 재능 있는 롤런드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점점 롤런드에게 끌려 자신이 소아성애자인지도 모르겠다면서 괴로워하기도 했대. 그래서 작정하고 롤런드를 멀리하려고 그의 레슨을 다른 선생님한테 넘긴 거래. 하지만 롤런드를 볼 때마다 괴로워했다고 계속 그를 피해 다녔지만 3년 뒤 자신의 집에 찾아온 롤런드를 보고 무너져 내렸다고 했어. 그 이후에는 롤런드를 독점하고 싶은 욕망뿐이었다고..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는 롤런드가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지 계속 알아봤다고 했어.

뒤늦게 롤런드가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어.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롤런드를 상대로 한 사랑은 죄를 지은 것이라고 인정하고 경찰 조사를 원한다면 조사를 받고 죗값을 치르겠다고 했어. 코넬 선생님은 결혼을 했었고 남편은 11년 전에 죽고 아이는 없다고 했어. 코넬 선생님도 참 불쌍한 삶을 산 것 같구나. 지금 다시 그들 사이에 사랑의 불을 지필 수는 없겠지? 그렇게 진심을 다해 이야기해주셔서 롤런드도 조금 있던 앙금마저 모두 씻겨 내려갔단다.

..

시간은 잘도 흘러 2010년이 되었어. 앨리사는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고 매년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어. 어느 해는 롤런드도 도박사이트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앨리사에게 돈을 걸었다가 500달러를 잃기도 했어. 아들 로런스는 착실하게 잘 자라서 기후 관련된 연구를 하는 직업을 얻었어. 나이를 먹으면서 겪는 두려운 일이 롤런드에게도 일어났단다. 어머니 로절런드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받았어.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 숨겨둔 비밀을 이야기했어. 어머나와 아버지가 정식 결혼하기 전에 그러니까 불륜을 저지르던 시기에 아기를 낳았다가 입양을 보냈다고 했어.. 그러니까 롤런드에게 의붓형, 의붓누나가 아닌 친형이 있었다는 거야. (이 설정은 지은이의 실제 경험을 빌려온 것이라고 하더구나.)

롤런드는 수소문해서 자신의 친형 로버트를 만났어. 다행히 입양가족들이 잘 해주어서 잘 사신 것 같았어. 로버트는 벌써 육십 대 초반이 되었지. 가족 중에 로버트 형을 기억하는 이는 조이 이모 한 명 뿐이어서 롤런드는 형과 함께 조이 이모를 만났어. 그리고 로버트는 엄마의 장례식장에도 참석했단다.

또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롤런드도 어느덧 62살이 되었어. 그 사이에 대프니는 피터가 또 도망가 버려 혼자 지냈어. 롤런드는 그제서야 대프니에게 청혼을 했고 대프니도 받아들여 둘은 결혼했어.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어. 대프니가 암, 그것도 말기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리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단다. 다행인 것은 대프니가 죽기 전 롤런드와 대프니 단 둘이 여행을 다녀왔단다. 대프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유골을 간직하다가 7년이 흐르고서야 대프니가 이야기한 곳에 유골을 뿌려주려고 했어. 그런데 그곳에 어떻게 알고 대프니의 전남편 피터가 쫓아왔단다. 자신이 대프니와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서 유골을 달라고 했어. 롤런드도 안 된다고 해서 둘은 대판 싸우기까지 했는데, 결국 피터가 대프니의 유골을 빼앗아 자신이 뿌려주었단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

2020년이 되었어. 너희들도 아는 것처럼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쳤지. 코로나 봉쇄로 롤런드는 집에서 혼자 지냈어. 혼자 하는 것이 모두 힘든 나이가 되었지. 아무것도 아닌 집안일 하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했어. 어느날 앨리사의 편집인 뤼디거로부터 전화가 왔어. 앨리사가 왼쪽다리를 절단했고 앨리사가 롤런드를 만나고 싶다고 했대. 알겠다고 했지. 그리고 앨리사의 신간이 나와서 보내준다고 했어. 알겠다고 했지.

책을 받아서 읽어보았는데 처음으로 롤런드와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폭력적인 남편으로 그려져 있고 아기를 못 만나게 한다는 내용도 있었어. 새빨간 거짓말이었지. 기분이 완전 잡쳤어. 심지어 그 책을 읽은 아들 로런스도 롤런드에게 소설의 내용이 맞냐고 물어왔어. 롤런드는 바로 편집자 뤼디거에게 전화를 해서 화를 냈어. 이런 책을 출간할 수 있냐면서... 롤런드는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바로 앨리사를 만나려고 했어. 롤런드는 코로나 봉쇄를 뚫고 독일로 날아가 어느 시골 마을에 은둔해 살고 있는 앨리사를 찾아갔어. 앨리사는 예전과 달리 큰 소리로 반기면서 반갑게 맞이했어. 롤런드는 앨리사가 진통제를 많이 맞아서 그런가 싶었단다. 롤런드는 자신에 대해 악의적으로 쓴 것에 대해 따지자 소설일 뿐이라고 항변했어. 그러면서 자신이 사랑한 남자는 롤런드가 유일하다고 했어. 남자보다 글쓰기를 더, 훨씬 더 좋아하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그들은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 동안 잔뜩 쌓인 앙금을 어느 정도 풀었어. 앨리사는 폐암에 걸렸고 그것 때문에 다리도 자른 것이라고 했어. 하루에 담배를 수십 개비씩 수십 년 동안 폈으니 폐가 남아나질 않았겠지. 이제 지금 쓰고 있는 마지막 작품을 쓰고 죽을 거라고 했어. 롤런드는 앨리사에게 로런스를 만날 것을 권유했어. 앨리사도 그제서야 알겠다고 했어. 앨리사는 로런스에게 메일을 보냈어. 로런스는 오랜 고민 끝에 거절했단다. 로런스가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싶구나. 앨리사는 로런스에게 선물을 보냈어. 로런스의 외할머니의 일기장들과 청기사 연감이었단다. .외할머니 제인은 결혼과 함께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글을 쓰셨단다.

....

롤런드의 말년은 그래도 행복했어. 로런스의 식구들, 대프니의 아이들의 식구들과도 자주 만남을 가졌어. 롤런드는 때론 힘들게 때론 행복하게 걸어온 자신의 우여곡절 인생이라는 길을 뒤돌아보며 삶을 정리하며 보냈단다. 정말 너무 짧은 인생이구나.

소설이 제법 두꺼워 다 읽는데 며칠이 걸리긴 했지만 그 며칠 동안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났다는 것에 인생무상이 느껴졌어. 읽는 동안 아빠도 아빠의 삶을 되돌아오게 되더구나. 아빠의 삶은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엮을 분량이 안 되지만 역시 세월은 엄청나게 빨리 지나가서 어느덧 인생의 가을을 보내고 있구나. 앞으로 삶은 또 얼마나 빨리 지나갈까. 하루하루 시간이 소중함을 명심하고 살아야겠구나. 아빠가 오늘 독서 편지의 앞부분에 저자의 글을 읽고 다소 안심했다고 했는데, 그건 롤런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코넬 선생님은 허구의 인물이라고 하더구나. 지은이 이언 매큐언의 삶에는 없는 캐릭터였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그건 불면증에 동반된 기억이지 꿈이 아니었다.

책의 끝 문장: 그러곤 걱정이 되어 이마를 찌푸린 채 할아버지의 남은 손을 잡고 앞에서 이끌어주었다.

 


스스로 만든 지옥은 흥미로운 구조물이다. 누구나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만들게 되어 있다. 어떤 이들의 삶은 그런 지옥일 뿐이다. 성격이 불행을 자초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롤런드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특정한 작업 혹은 술이나 마약 중독 혹은 발각될 위험이 있는 범죄 등 각자에게 맞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 금욕적인 종교도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다. 전체적인 정치체제가 고통을 자초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그때 한때 동베를린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결혼은 이인용 고문 기계로 킹사이즈의 가능성, 공유 정신병의 모든 변종을 아우른다. - P35

유럽 전역에 자기기만의 구름이 드리웠다. 서독의 한 텔레비전 채널은 방사능의 독기가 복수라도 하듯 소비에트 제국만 오염시키고 서구는 안전할 거라고 확신했다. 동독의 한 정부 대변인은 인민의 발전소를 파괴하려는 미국의 음모에 대해 언급했다. 프랑스 정부는 방사능구름의 남서쪽 가장자리가 프랑스와 독일 사이 국경과 일치한다고, 그 구름은 국경을 넘을 권한이 없다고 믿는 듯했다. 영국 당국은 대중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사천 개의 농장을 폐쇄하고, 사백오십만 마리의 양을 판매 금지하고, 수천 톤의 치즈를 거둬들이고, 어마어마한 양의 우유를 배수로로 흘려보냈다. 모스크바에서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아기들과 아이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우유를 마시게 내버려뒀다. 하지만 곧 이기주의가 만연해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상사태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고, 그런 일은 비밀리에 일어날 수 없었다. - P104

천재가 인생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요트도 타고, 명성도 좋아하고, 자신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순수한 기쁨도 느끼며 충분히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지저분하게 이혼하고, 양육권 싸움을 하고, 여자 문제로 골치를 앓으며, 다비트 힐베트르가 자신의 업적을 가로챌 거라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양자역학을 비판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빚진 뛰어난 시달리고, 양자역학을 비판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빚진 뛰어난 젊은이들과 갈등을 빚었다. 차라리 멍청하거나 평범한 게 나을까? 그렇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멍청이도 불행에 이르는 자기만의 길이 있다. - P150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어쩌면 내가 틀렸는지도 몰라. 난 완전히, 그리고 빨리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어. 잔인한 짓이었고, 미안하게 생각해. 정말 미안해…… 그게 늘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야. 당신이 매일 섹스를 요구하는 거. 하지만 아기는…… 아기의 요구는, 아기는 나를 소멸시켰지. 아기와 당신……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어. 생각도, 인격도, 바라는 것도, 바라는 건 잠뿐이었지. 난 침몰하고 있었어. 벗어나야만 했어. 집을 떠난 날 아침……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그게…… 그 이야긴 안 할래. 당신은 좋은 아빠고 래리는 어리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당신도 괜찮아질 거라고, 조만간. 난 괜찮지 않았지만 이미 선택을 했으니 내가 해야 하는 걸 했어. 이거."
그녀는 다시 토트백에 손을 넣어 그가 카페에서 본 책을 꺼냈다.
- P344

현대 가정의 중심은 더 이상 거실이나 응접실, 가장의 서재가 아니다. 이제 주방이 중심이며, 주방의 중심은 식탁이다. 아이들이 대화와 관련된 무언의 규칙, 타인과 어울리는 법 같은 기본적인 예의를 배우는 곳이니까. 아이들은 평생 습관이 될 규칙적인 식사의 중요한 리듬과 의식을 습득하고, 식사 후 정리를 도와주는 간단한 첫 의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식탁은 우편물을 뜯어보고, 주인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손님으로 온 친구들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 P393

소중한 내 사랑, 언제든 당신이 원할 때 나를 강에 뿌려줘. 이십 년이 걸린다 해도 상관없어. 당신 혼자 힘으로 다리까지 와서, 우리가 서 있었던 곳에 서서 우리에 대해, 그때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만 하면 돼. 난 십대 때 불가리아인과 사랑에 빠졌지. 그는 언젠가 유명한 시인이 되겠다고 했어. 그 꿈을 이뤘는지 궁금하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으니까. 나는 사십 년 넘게 지난 뒤 같은 장소로 돌아가서 당신과 사랑에 빠졌지. 아니, 오래전까지 당신을 사랑했음을 깨달았지. 차를 몰고 당신과 함께 산길을 달리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옆에 앉아서 지도도 봐주고, 펜션의 조율도 안 된 피아노로 내가 신청한 감상적인 곡을 연주해준 당신, 정말 고마워. 다 고마워. 이 여행이 당신에겐 고통이리라는 거 나도 알아. 당신에게 고마워해야 할 또하나의 이유지. 이 아름다운 강을 당신 혼자 찾아오게 해서 정말 미안해. 내 사랑,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지 마! 대프니. - P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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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나는 괴물을 잘 알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친족 성폭력, 부모의 방임, 심각한 폭행과 추행, 강간까지 온갖 종류의 폭력으로 고통받았다. 10대가 되어 제프리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을 만나기 전부터 나는 다른 소아성애자들에게 성착취를 당했고, 두 사람은 내 고통을 배가시켰다. 그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들은 부유하고 권력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빌려주었다. 나는 반복적으로 이용당하고 모욕당했으며, 목이 졸리거나 구타를 당해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들의 성노예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막 넘긴 무렵,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2002년에 탈출했다.


(123-124)

소원을 빈다고 다 이루어진다면, 거지도 말을 탈 수 있겠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만으로는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고, 그를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그 생각이 좋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밀고 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애핑거에게 감금되어 있던 시절의 나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나를 구하려고 했다가는 붙잡혀 체벌을 당하거나 그보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믿게 되었다. 오칼라에서만큼은, 내 소원이 정말로 그 말들처럼 사는 것이었음을, 창밖에 있던 말들은 내가 갖지 못했던 자유, 내가 간절히 원하는 자유 그 자체를 상징했다. 느긋하게 풀을 씹으면서도 위험의 기척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세우고 있던 말들을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언젠가는 내 삶이 나아질지도 모른다고 감히 상상할 수 있었다.


(138-139)

알레시는 지시대로 차를 세웠고 차에서 내린 맥스웰이 내 뒤를 따라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또다시 포식자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이번 포식자는 이전에 만났던 누구와도 달랐다. 아버지와 포리스트, 론 에핑거, 혹은 에핑거가 떠넘긴 남자와도 달랐다. 맥스웰은 최상위 포식자였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침착하며 자신감이 넘쳐 보였지만, 속은 그만큼 탐욕스럽고 욕심도 많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맥스웰의 매혹스러운 외면을 꿰뚫어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말처럼 본능적으로, 내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인지 알아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맥스웰에 대한 첫인상은 마러라고에서 만났던 다른 부유한 손님들을 처음 맞이할 때와 다르지 않았다. 나도 나중에 그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57-158)

세간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며 갈기갈기 파헤쳐진 내 삶의 한 대목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나온 세월을 되풀이해 말하는 일은 하나도 유쾌하지 않다. 내가 저지른 과오와 내게 가해진 폭력을 곱씹는 과정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벌어진 일들을 순서대로 낱낱이 기록하다 보면, 끔찍한 세부 사항들에 매몰되어 자칫 본질을 놓칠까 봐 두렵기도 하다. 분명 나는 성적으로 학대당했다. 내 육체는 나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이용당했다. 하지만 엡스타인과 맥스웰이 내게 가한 가장 잔인한 폭력은 육체가 아닌 정신을 향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나를 교묘히 조종하여 나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에 가담시켰고, 끝내 현실 감각을 마비시켜 최소한의 방어 기제조차 작동하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애초에 나는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는 일에 공범이 되도록 철저히 길들여졌다. 두 사람이 내게 남긴 수많은 상처 중에서도, 강요된 공모야말로 가장 파괴적인 흉터였다.


(224)

마음속에는 또 다른 복잡한 감정들이 엉켜 있었다. 일곱 살 때와 마찬가지로, 열일곱 살이 된 나도 윗사람들한테 칭찬받고 싶어 했고 실제로 칭찬도 자주 들었다. 다른 남자들을 상대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면 돈만 건네받는 게 아니었다. 당시 내게 돈보다 간절했던 말도 함께 들었다. 엡스타인은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수치심과 창피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도 나는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만족이라고 여겼다. 이처럼 서로 어긋나는 감정이 한곳에 엉켜 새긴 매듭을 풀어내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


(254)

가혹 행위가 이어지던 와중에 엡스타인은 내게 브로드웨이 연극 <오페라의 유령> 관람권을 건넸다. 공연 관람은 생전 처음이었기에 화려한 무대 장치에 압도당하기도 했지만, 극중 유령의 모습에서 엡스타인이 겹쳐 보여 큰 충격을 받았다. 뛰어난 학자이나 마술사, 건축가, 발명가이면서 작곡가이기도 했던 유령은 일그러진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 인물이었다. 유령이 납치한 소녀에게 억지로 웨딩드레스를 입히던 장면은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소녀는 유령의 흉측한 겉모습이 아니라 유령의 내면에 도사린 본성이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노래 싱크 오브 미(Think of ms)’를 들을 때면, 나를 사실상 납치해 가둔 비틀린 괴물 엡스타인이 떠오른다


(384-385)

네덜란드는 당초 계획했던 목적지가 아니라고,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 킹슬리는 다운증후군 아들을 낳은 뒤 집필한 에세이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그렇게 비유한다.

“’나는 이탈리아에 가야 해요라고 당신은 항변합니다. 평생 이탈리아에 가기만을 꿈꿨으니까요. 하지만 계획은 바뀌었고, 이제 네덜란드는 당신이 머물러야 할 터전이 됩니다. 그렇게 당신은 수긍합니다. 중요한 점은 누군가 당신을 끔찍하거나 혐오스럽고 지저분한 곳으로 끌고 간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저 다른 장소일 뿐이에요. 네덜란드는 이탈리아보다 삶의 호흡이 느리고 화려함도 덜하지만, 풍차와 튤립, 그리고 렘브란트라는 대가가 존재합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이탈리아를 드나들 것이고, 그곳에서 얼마나 멋진 시간을 보냈는지 자랑을 늘어놓을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남은 평생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맞아요, 원래 거기로 가려고 했어요. 내가 계획했던 건 바로 그 여행이었죠.’ 그 고통은 절대로,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토록 간절하게 품어온 꿈을 잃었다는 건 아주, 아주 중대한 상실이기 때문이요.

하지만 만일 이탈리아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한탄하며 남은 인생을 보낸다면, 네덜란드가 가진 아주 특별하고도 사랑스러운 것들을 결코 마음껏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400)

평범한 여자 한 명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하지만 요세프버그 부녀와 이야기했던 것처럼, 남편과도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 앞에 나서는 일을 진지하게 상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딸들이 어떤 일을 견뎌야만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우리가 그 비극 앞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멘토였던 루스 메노어가 말 한 마리로 비영리 단체 빈세례모 센터를 일구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나 같은 이들을 위해 그런 터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잠든 뒤, 로비와 나는 잠들 때까지 서로의 두려움과 희망을 속삭이듯 주고받았다. 나를 짓밟은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에 이제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확신이 뚜렷해졌다.


(403)

삶은 언제나처럼 흘러갔다. 이따금 뉴스나 텔레비전에서 낯익은 이름이나 얼굴을 마주칠 때가 있었다. 엡스타인과 맥스웰이 성적인 행위를 하라고 강요했던 수많은 유명 남성이 그곳에 불쑥 나타났다. 나를 직접 학대하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만났던 저명인사의 사진을 신문에서 볼 때도 그에 못지않게 혼란스러웠다. 가령 빌 클린턴이 조지 W. 부시와 함께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의 복구 작업을 지원하러 갔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득히 전생 같은 과거에 미국의 국군통수권자였던 이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아 아찔해졌다.


(443-444)

그날 늦은 밤에 에드워즈와 나는 다시 포트로더데일로 날아갔고 나는 로비와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다. 성공적인 여정이었지만, 나는 뼈마디가 저릴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 후 며칠 동안 로비는 내가 꼭 퇴행한 사람 같다고 말했다.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세계에 잠시 발을 들인 것만으로도, 마치 그들의 노예였을 때 가졌던 사고방식으로 되돌아간 듯 보였다는 것이다. 타이터스빌의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잠만 잤다. 로비의 말에 따르면 나는 자기나 아이들과 대화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사과했지만, 사실 당시의 나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조차 자각조차 못했다. 강해지고 투사가 되고 싶었지만, 내 안의 일부는 그 과정에 들어가는 엄청난 노력에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실제로 나는 이전의 매복 공격에서 체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전쟁터로 끌려나간 병사처럼,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454)

서른한 살이 된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싸우며 살아왔다. 분명 큰 진전이 있었지만, 가끔은 그동안의 치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나는 휘몰아치는 허리케인 속의 집이 된 기분이었다. 폭풍해일이 너무 깊게 밀려들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외벽이 떨어져 나가 떠내려가는 그런 집 전체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피해는 남는 법이고, 수리가 끝나기 전까지 집은 난장판일 수밖에 없다. 콜로라도로 향하는 길 위에서 한동안 내 상태가 딱 그랬다. 불행으로 점철된 난장판.


(469)

나는 정말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불과 13년 전만 해도, 나는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마수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 채 낯선 타국으로 끌려다니던 처지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스스로 자유를 쟁취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때보다 단단한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그저 세상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랐던 겁 많은 소녀는, 아제 가해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신념의 상징으로 대중 앞에 선 강인한 여성이 되었다. 비방 세력이 부모의 자질을 운운하며 내 아이들까지 공격의 과녁으로 삼았을 때, 내 안의 분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맹렬함으로 타올랐다.


(536)

그러던 중 트위터에서 누군가 미국 연방수사국이 초부유층과 권력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라는 추측성 글을 올렸고, 나는 이에 응답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만약 내가 갑작스럽게 죽는다면, 누구도 사고사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542-543)

실제로 엡스타인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었음에도 자살 감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한때는 수감실 동료가 있었지만, 사망 당일 밤에는 혼자 수감실을 쓰고 있었다. 엡스타인의 수감실에서 불과 15피트( 5미터) 떨어진 책상에 앉아 있던 간수 두 명은 밤 10 30분부터 아침 6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순찰하며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간수들은 잠을 자거나 인터넷 서핑을 했고, 나중에 순찰을 마친 것처럼 기록지를 조작했다. 엡스타인의 자해 행위나,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엡스타인을 살해한 누군가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보안 카메라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작동 중이었던 다른 카메라들을 확인해보니 엡스타인이 사망한 밤에 해당 구역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로써 자객이 몰래 침입했을 가능성은 배제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엡스타인의 동생이 고용한 법의학 전문의의 공식 부검 보고서로 상황은 반전됐다. 그는 엡스타인의 목 부위에서 발견된 골절과 연골 파손 흔적이 타살을 가리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587)

얼마 지나지 않아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CBS 게일 킹과의 인터뷰에서, 27년간 함께한 남편 빌 게이츠와 이혼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엡스타인과 남편의 관계였다고 밝혔다. 멜린다는 킹에게 빌이 제프리 엡스타인과 만나는 것이 싫었고, 그 점을 분명히 말했습니다라고 전하며, 본인 또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어서엡스타인을 딱 한 번만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느낀 소감은 이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후회했습니다. 그는 혐오스러운 자였어요. 악의 화신 그 자체였죠. 피해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621-622)

내가 사라지는 게 모두를 위하는 선택이야.’ 머릿속 목소리가 속삭였다. ‘로비와 아이들의 삶에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만 안겨줄 뿐이잖아. 제프리와 길레인이 나에게 준 고통인데 왜 가족들까지 괴로워해야 해? 난 가족을 실망시켰어. 우리가족에겐 더 나은 엄마와 아내가 필요해. 내가 없어야 그들이 더 행복해질 거야.”


(635)

가슴 아픈 고백이지만,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세상이 변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훨씬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엡스타인 사건을 그저 운 나쁘게 불거진 유례없는 일로 치부하려 든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가 사냥한 피해자의 수가 워낙 막대해 독보적인 괴물처럼 보일 뿐, 그는 결코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여성을 소모품처럼 여기고 함부로 다루는 그 오만한 시각은, 법망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하게 발견되는 현실이다. 그들 중 다수는 지금도 아무런 제약 없이 일상을 영위하며, 견고한 권력의 울타리 안에서 평온을 누리고 있다.


(641-642)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착한 소녀가 되라고 강요한다. 내가 이 책을 쓰며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은, 그 강요의 무게를 누군가에게, 특히 나와 같은 생존자들에게 덧씌우는 것이었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옳은 일을 택하는 이들을 경외하기에 그간 용기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해왔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가해자를 지목하는 용기만큼이나 소중한 것은 바로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다. 독자들은 내가 이 책에서 일부 가해자들의 실명을 언급하면서도, 나를 유린했던 남성들 모두를 밝히지는 않았다는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여전히 이름을 모르는 이들도 있지만, 이름을 입 밖에 내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엡스타인과 맥스웰 곁을 떠나기 직전 나를 무참히 짓밟았던 남자, 내가 진술서에서 전직 총리라 명명했던 그가 바로 그런 존재다. 나는 그의 이름을 알고, 그 또한 자신이 내게 저지른 만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세상 앞에서는 뻔뻔하게 모든 사실을 부인했을지라도 말이다. 나는 그가 두렵다. 이 책에 그의 이름을 올리는 순간,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해치려 들 거란 공포가 나를 짓누른다.


(645)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앤드루 왕자의 합의금이 지급됨에 따라, 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나의 재단 소어를 전문적인 조직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길고 신중한 과정을 시작했다. ‘소어의 목표는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그리고 범죄 예방에 집중하는 단체들을 지원함으로써 인신매매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나아가 대중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의 징후를 더 쉽게 포착할 수 있도록 돕고, 피해자들의 회복을 뒷받침하는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왕실에서 나온 그 돈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데 쓰일 날을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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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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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요즘 전세계적으로 핫한 작가 중에 한 명인 아일랜드 출신 클레어 키건의 신작 <남극>을 이야기할게. 신작이라고 했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데뷔작이라고 하는구나. <남극> 1999년에 쓴 소설이라고 했어. 그리고 이 책은 단편 모음집으로 <남극>을 비롯하여 1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단다. 아빠는 클레어 키건은 대표작 <맡겨진 소녀> 한 편만 읽었단다. 그 책을 읽고 난 아빠의 느낌은 갸우뚱이었단다. 아빠는 그 소설을 통해 클레어 키건이 극찬을 받는 작가라는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 아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작가인가 보다 했어. 그래서 그 이후 클레어 키건의 다른 작품들이 손에 가지는 않았어.

그런데 이번에 읽은 <남극>은 겉표지부터 자극적이었어. 무슨 동물인지 모르겠지만 파란색 눈을 가진 동물이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거든. 그래서 무슨 책인가 소개를 봤더니 클레어 키건의 책이더구나. 이번 책도 많은 사람들의 추천이 이어졌지. 아빠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단다. 아빠가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지만, 클레이 키건의 <남극> <맡겨진 소녀>보다 좋았단다. <맡겨진 소녀>를 읽을 때는 잔뜩 기대를 하고 읽었고, <남극>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서 그럴 수도 있고아무튼,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왜 클레어 키건을 좋아하는지 좀 이해가 갔단다.

 

1.

이 책에는 <남극>을 비롯하여 15편의 소설이 담겨 있어. 아빠가 메모를 한 소설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

<남극>

남극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줄 알았으나 전혀 아니더구나. 어떤 기혼녀의 위험한 생각으로 소설은 시작한단다. 결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자면 기분이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가족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간다고 1박 여행을 한다고 했어.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카페에 들어가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목표대로 그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었단다.

그녀의 목표를 이루었으니 다음날 일찍 집에 오려고 했는데 기차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그의 유혹에 넘어가 다시 한번 사랑을 나누었는데, 이번에는 어제와 달리 그녀의 손목이 채워진 채 사랑을 나누었어. 그리고 그가 건네준 커피 한잔을 먹고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그녀의 손목은 여전히 수갑으로 침대와 묶여 있었어. 그리고 입에는 재갈까지 물렸어. 풀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그녀를 그대로 두고 일하러 나갔단다. 주인공의 위험한 호기심은 자신을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어.

소설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어. 역시 단편은 예상 밖의 끝도 특징 중에 하나이지마치 지은이가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끝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그런데 왜 제목이 <남극>일까. 소설 속에서 나오는 남극 관련된 것은 여자가 남자의 집에 가서 사랑을 나누고 나서 본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가 전부인데남극을 호기심으로만 갈 수 없는 것처럼 호기심만으로 낯선 남자랑 사랑으로 나누지 말라는 의미?

….

<키 큰 풀숲의 사랑>

오래 전 강풍으로 코딜리아의 과수원의 사과들이 다 떨어진 적이 있어. 주인공은 여자야.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의사가 사과를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고,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가 유부남이라는 것의사의 아내가 의사의 불륜을 알게 되고 의사는 코딜리아에게 관계를 끝내자고 했어. 그러면서 세기의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했어. 의사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그 약속을 메모장에 적어 두었어. 아니, 아무리 기억력이 좋지 않아도 그렇지.. 그런 걸 까먹는단 말이지. 과수원 주인만 불쌍한 것 같구나. 아무든 그 메모장은 의사의 아내에게 발각이 되고, 약속 장소에 의사의 아내가 와서 코딜리아에게 이야기를 했어. 다 알고 있다면서그리고 뒤늦게 의사가 도착하고 약속 장소에는 코딜리아, 의사, 의사의 아내가 함께 앉아 있었고, 누군가 나가길 기다리는 것으로 소설이 끝났다. 역시나 어찌 끝낼까 고민하던 끝이 난 것 같은 결말.

<물이 가장 깊은 곳>

서양에는 오페어라는 직업이 있단다. 오페어는 언어와 풍습을 익히기 위해 가정집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 일을 거들며 수식을 제공받는 여자 유학생을 말해. 이 소설 속 오페어는 젊은 부부와 그의 아이와 함께 지냈어. 오페어의 고향은 아주 먼 곳의 바닷가 마을 리프라는 곳이라고 했어. 그 집의 남자 아이는 오페어를 잘 따랐어. 그런데 오페어 젊은 부부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돌았어. 아무래도 젊은 오페어가 젊은 부부의 집에서 같이 지내니 묘한 상황이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들은 함께 여행도 갔는데, 아이의 아빠가 오페어에게 심한 잔소리를 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변태같이 오페어에게 갑작스레 키스를 했단다. 이건 엄연한 성추행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 듯 벌어질 듯 하다가 소설이 끝나버렸단다. 이젠 대충 소설이 어떤 식으로 끝날 지 감이 오는 듯하다.

….

<진저 로저스 설교>

아빠는 잘 모르지만 진저 로저스는 예전에 유명한 영화배우라고 하는구나. ‘ 13살로 집에서는 막내란다. 일곱 살 많은 오빠 유진은 를 어린애 취급했어. 그것에 기분이 상했는지 13살 소녀치고는 과감한 행동을 했단다. 아빠가 새로 고용한 벌목꾼 슬래퍼 짐에게 유혹을 했던 거야. 그러다가 소설이 갑자기 끝났는데, 지은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아빠는 잘 이해를 못했고, 제목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더구나.

….

<폭풍>

엘렌의 부모님은 낙농장을 가지고 계셨어. 엘렌의 아빠는 엄마를 때리는 가정폭력범인데 15년이나 이어졌어. 그렇게 학대를 받던 엄마는 외할머니까지 돌아가시자 정신병이 생겨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 그 다음에 소설이 어떻게 전개되었더라아빠가 읽은 지 오래 가까이 되었더니 뒷이야기가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게으른 아빠를 탓해야지.

<노래하는 계산원>

테스코에서 일하는 언니 코라와 는 단둘이 살고 있었어. 언니는 우체부와 사랑에 빠졌어. 언니는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그 사이에 우체부와 사랑을 나누곤 했어. 어느날 그들의 이웃 중에 한 명이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살인한 후 시신을 자신의 땅 속에 묻었던 것이 발각된 사건이 일어났어. 그 이웃은 집 나간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으로 아버지와 우리집 공사도 같이 했던 사람이라서 언니는 섬뜩하게 생각했지만, ‘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어. 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사람이 우연히 우리 옆집에 살 수 있는 거지하지만 그들 또한 희생되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언니의 반응이 옳은 것 같구나.

….

<화상>

로빈은 아이가 셋 딸린 남자와 결혼을 했단다. 그들에 그 남편은 남편이 전에 살던 시골집을 이사를 가자고 했어. 남편의 전아내는 폭력적이라서 아이들도 많이 때려서 남편의 아이들은 작은 실수에도 깜짝깜짝 놀랐어. 로빈은 그런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고 잘 대해주었어. 함께 집고 새로 꾸몄어. 어느날 이사 간 시골집에 바퀴벌레가 떼로 나왔단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아일랜드 식탁 위로 올라갔다가 바퀴벌레를 하나둘 죽이더니 서로 경쟁하듯 죽이기 시작했고, 로빈도 동참해서 같이 바퀴벌레를 죽였어.집에 돌아온 남편도 그 전쟁에 동참을 하고 다들 땀이 나도록 바퀴벌레를 죽이면서 그들은 새로운 가족을 확고히 했단다. 단편 소설이 성공하려면 특이한 소재를 발굴하라.

<남자한테는 이상한 이름>

는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인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만나 여섯 밤 동안 사랑을 나누었는데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말았어. ,  ‘는 원나잇 스탠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남극>을 읽지 않은 모양이구나. ‘는 뱃속의 아이가 딸이라 생각하고 이름을 대프니라고 하면 어떠냐고 남자에게 묻자 남자한테는 이상한 이름이라고 답변했어. 갑자기 남자가 맘에 안 든다는 생각이 확 들면서 헤어지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이 끝났어. 단편 소설의 정의를 다시 쓰는 듯하구나. 끝이 없는 소설로

….

<어디 한번 타봐>

로슬린은 남편과 10년 동안 함께 생활했는데, 남편은 항상 비밀에 쌓여 있는 사람처럼 느꼈어. 그리고 남편의 속이 텅 비어 있는 것만 확인했어. 남편과 지낸 10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 그래서 로슬린은 남편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했어. 신문광고에서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광고를 보고…(별난 걸 광고에 다 내는구나) 제재소에서 일하는 거스라는 사람과 미팅을 했어. 점심을 함께 먹고 놀이공원에 가서 데이트도 했어. 거스가 놀이공원에서 이런저런 놀이기구를 타자고 하지만 로슬린은 계속 거절했어. 그러다가 몬스터 미끄럼틀을 타게 되었는데, 거스와 짧은 데이트를 하면서 로슬린은 자신이 10년만에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단다. 로슬린이 만약 거스와 10년을 살아도 그런 기분이 계속 될까? 잘 모르겠구나.

….

<남자와 여자>

아버지는 고물상이었는데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고 나서는 집안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엄마가 다 했어. 그렇다고 몸을 아예 못 움직이는 것은 아냐. 파티에서 다른 여자와 춤도 잘 췄어. 오빠 셰이머스는 고등학생인데 집에서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어. 엄마와 아빠는 오래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었는데, ‘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어. 연말 파티에서 아버지는 엄마한테는 신경 쓰지 않고 또 다른 여자들이랑 춤을 추고 그랬어. 당연히 둘 사이는 더 안 좋아졌지. 결국 엄마는 혼자 차를 몰고 숲으로 가버렸어. 그럴만두 하지.. 그럴만두

….

<자매>

베티와 루이자는 자매지간이야. 루이자는 스탠리와 결혼하여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었어. 베티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이후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아버지를 모시며 살다가 결혼도 못하고 어느덧 쉰이 되었어. 그렇게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지만 아버지는 루이자만 예뻐하다가 돌아가셨어. 베티는 이제서야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이 가족들을 이끌고 그곳에 왔단다. 아버지의 유언장에는 아버지의 집에 루이자의 식구들을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적혀 있었어. 루이자의 아이들은 시끄럽고 예의 없고 제 마음대로 행동했어. 남편 스탠리는 일 때문에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헤어진 것 같았어. 돌아갈 생각이 없는 동생 식구들 때문에 베티는 다시 자유를 잃어버렸어. 베티는 루이자에게 머리를 빗어준다면서 루이자의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단다. 화가 난 루이자는 다음날 떠나버렸어. 말로 잘 설득해보니, 베티와 루이자는 자매지만 사이가 무척 안 좋았나 보구나. 서로 의지하며 살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하기야 평생 처음 찾아온 자유를 방해한 죄는 크지

….

<겨울 향기>

변호사 핸슨의 아내 릴리는 세 번째 아이를 임신했어. 핸슨은 두 아이와 보모를 데리고 친구 그리어의 집에 갔어. 그리어에게는 얼마 전 가슴 아픈 경험을 했어. 그리어의 아내가 한 흑인에게 강간을 당했단다. 그 상처로 그리어의 아내는 침대에서만 지내고, 몸무게도 엄청 빠졌어. 그 흑인을 잡아와 재판 전까지 헛간에 가두고 있었던 것 같애. 핸슨이 그리어의 집에 와 있을 때 그 흑인이 탈출을 하게 되었고, 핸슨과 함께 왔던 보모는 흑인을 가두었던 그리어와 핸슨을 보고 야만인이라고 하면서 흑인 방향으로 함께 도망을 갔단다. 가끔 단편 소설은 짧다 보니 숨어 있는 내막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보모가 그리어를 야만인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왜 그 흑인을 쫓아갔을까.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제이이는 뱃사공이었어. 술집에서 알게 된 부치라는 사람이 제이이를 찾아와 낚시를 하겠다고 했어. 둘은 강에 배를 타고 가서 낚시를 시작했어. 부치는 술을 먹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는 끔찍한 이야기. 제이이는 깜짝 놀란 것보다 살인자와 한 배에 단둘이 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어. 부치는 이야기를 계속 했어. 부치가 자신의 집에 왔을 때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보고 죽였다는 거야. 부치와 제이이는 한동안 배에 있었는데, 제이이는 떨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돌아가자는 말도 못 떠내고부치의 옷에 피가 묻어 있었는데, 부치는 자신의 옷을 제이이에게 주고 부치는 제이이의 옷을 입고 떠났단다. 피를 묻은 옷을 갖고 있던 이유로 제이이는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어. 제이이는 있었던 대로 경찰에게 진술을 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제이이가 꾸며낸 이야기이고, 제이이가 진짜 범인이라면제이이가 부치의 아내뿐만 아니라 부치까지 죽인 것이라면뒷이야기가 궁금해 죽겠구나.

….

<불타는 야자수>

이젠 제목은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련다. 엄마와 소년은 할머니 집에 왔어. 엄마는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했는데, 소년은 집에 가기 싫어서 숙제하고 집에 가자고 했어. 집에 가면 엄마와 아빠가 싸우기 때문에 집에 가기 싫어했어. 소년이 숙제를 하고 더 이상 시간 끌 이유가 없어서 집에 가게 되었는데 오는 길에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차에 치여 엄마가 죽었어. 일찍 집에 왔다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소년은 큰 충격에 빠졌어. 할머니는 집에 도배를 새로 하고는 그 집을 불태워버렸단다. 할머니가 왜 이런 행동을 하셨을까? 아빠가 무엇인가 놓친 것이 있나?

<여권 수프>

드디어 마지막 작품이구나. 프랭크의 딸 엘리자베스 코스는 자신의 밭에서 아홉 살 때 실종되었단다. 우유곽에 실종자 사진을 추가하여 찾아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어. 프랭크와 아내에게는 악몽이 끊이질 않았어. 아내는 더 힘들어했어. 프랭크는 아내와 헤어질까 생각도 했어. 그들끼리 있으면 엘리자베스 생각밖에 나질 않으니까어느날 집에 와보니 아내가 잘 차려 입고 음식도 준비했어. 아내가 이제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출발을 마음 먹은 줄 알고 프랭크도 기대를 했단다. 하지만 아내가 한 요리를 모두 충격을 받았어. 딸의 여권을 잘라서 스프를 만들었거든. 프랭크가 화가 나서 그릇을 던지기까지 했어. 그러자 아내는 프랭크를 때리면서, 프랭크 때문에 딸이 사라졌다고 마구 책망했단다. 프랭크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아내에게 용서를 빌었어. 아내는 프랭크의 용서를 받아주지 않고 프랭크에게 계속 분노했어. 프랭크는 그렇게 분노하는 아내를 보니 오히려 기분이 나아졌단다. 그것이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 아니겠니

….

이렇게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조금씩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읽을 때는 책도 술술 읽히고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설이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상태에서 끝이 났단다. 읽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구나. 문득 읽는 이들은 이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소설의 뒷이야기를 자신이 써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출판사나 인터넷 서점에서는 그런 이벤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고 말이야. 그런 이벤트를 생기면 아빠도 한번 도전을 해볼까?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책의 끝 문장: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너는 다른 남자들이 즐기는 것을 보면 늘 좋아했고, 너도 조금 즐겼다. 나 역시 지금 내가 아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전에 나는 앎에는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아무리 배워도 성에 차지 않았다. 나는 침대 옆 장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밤늦도록 읽어치웠고, 책을 팔아서 다음 책을 사는 데 보탰다. 시간이 지나면 배움이 줄어들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지나치게 많이 안다. 나 자신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이야기를 엿들은 사람이 된 기분이다. 그러므로 천천히 해야 한다.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혼자서만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가득 담긴 잔을 들고 있어서 쏟을까 봐 못 움직이는 느낌이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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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편 - 소통하는 한국사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최태성 지음 / 들녘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학창 시절 국사를 잘 못했는데, 크고 나서 역사책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이후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가끔씩 읽곤 했단다. 그런데 최근에 한동안 역사 관련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아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 하나 꺼내 들었단다. 요즘에는 텔레비전 등 매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최태성 님이 쓰신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이라는 책이란다.

이 시리즈는 전근대 편과 근현대 편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 읽은 것은 전근대 편이란다. 아빠가 우리나라 통사 관련된 역사책들을 여럿 읽어서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단다. 아빠가 책을 읽고 머릿속에 잘 기억하지 못해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는 없지만, 다시 읽다 보면 역사적 사건과 역사적 인물들이 떠오르게 되더구나. 그러니 반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반복을 해도 기억이 오래가지 않으니 안타깝기도 하구나.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은 우리나라의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해서 나라를 세운 고조선,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 고려 시대, 조선 시대 후기까지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이 오랜 역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각 시대의 중요한 사건과 경제 문화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교과서 읽는 기분도 좀 들었단다. 아빠의 학창 시절 때 국사 교과서보다는 재미있게 말이야.

 

1.

이미 우리나라 역사의 대해서 너희들도 배웠고, 아빠가 예전에 읽은 역사책을 읽고 쓴 독서편지의 내용들과 많이 겹쳐서 오늘은 간단히 아빠가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독서 편지를 대신하련다.

아빠가 예전에 늘 이상하게 생각한 것국가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청동기 시대에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한반도의 청동기 시대는 기원전 2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시작되었다고 하고, 고조선은 그보다 앞선 기원전 2333년에 세웠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거든..이게 늘 이상하게 생각했어. 그런 이유를 설명해 주었단다. 기록에 의해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은 확실한데, 고고학적 발견에서 우리나라 청동기는 2000년에서 1500년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것도 예전에는 기원전 1000년이었대. 고고학적 연구가 더 진행되면 우리나라 청동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하는구나. 역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두다 보니 그런 차이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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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단군왕검은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건국합니다. 고조선의 건국 시기는 조선시대 역사서인 <동국통감>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원전 2333년으로 잡고 있는데요. 앞서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가 기원전 2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고조선이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건국되었다고 했으니 이러면 시기가 맞지 않지요. 이유를 볼게요. 예전에는 한반도에서 기원전 1000년경 청동기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요. 현재는 기원전 2000년까지 올라갔는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어쩌면 이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요. 현재는 기원전 2000년까지 올라갔는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어떠면 이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지도 모릅니다. 기록과 고고학적 성과가 맞닿게 되는 시점도 곧 올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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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시대의 각국의 전성기 시대를 보면 모두 한강 유역을 차지했잖니. 신라의 전성기의 왕은 진흥왕인 것은 너무 유명하잖니. 그런데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차지한 것은 그의 배신도 한몫 했다는구나. 전략이라면 전략이지만 배신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열 받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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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도읍을 사비로 옮겼지만, 백제의 본거지는 어디까지나 한강 유역이에요. 백제가 명실상부하게 강국의 위치에 오르려면 자신의 근거지임과 동시에 한반도의 중심인 한강 유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성왕은 백제의 근거지인 한강을 되찾기 위해 신라의 진흥왕과 손을 잡아요. 아직까지는 혼자 힘으로 고구려를 상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동맹을 통해 백제는 한강 하류를 되찾지만 진흥왕의 배신으로 한강을 도로 빼앗기게 됩니다. 이에 격분한 성왕이 진흥왕과 일전을 벌였다가 관산성 전투에서 전사하면서 백제는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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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시대는 당파싸움으로 망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단다. 아빠도 조선의 당파싸움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곤 했어. 하지만 당파싸움을 할 수 있던 것은 조선이 선진 정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최태성 님의 의견을 들어보니 맞는 말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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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45)

일제는 자신들의 국권 탈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식민사관을 내세웁니다. 특히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두고 이른바 당파성론을 만들어냈는데요. 한국인은 정치적으로 서로 싸우기를 좋아하는 민족성을 가져 망국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논점이에요. 하지만 이 붕당정치는 일본인은 해보지 못한 선진정치였습니다. 같은 시기의 일본은 꿈도 꾸지 못할 정당정치가 조선 중대에 이뤄지고 있었던 겁니다. 붕당정치는 일종의 정치 투쟁인데요. 주로 상소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한 세력이 독재하지 못하도록 소수파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인데요. 이는 분명 정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측면도 있습니다. 붕당정치는 공존이 바탕이 되는 정치 시스템이었어요. 이랬던 붕당정치가 왜곡으로 치달은 것은 일당전제화가 되면서부터입니다. 특히 조선 후기에 환국정쟁으로 변질되면서 폐해가 불거지는데요. 일제의 식민사학자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바로 이 시기의 모습입니다. 이걸 전체로 확대 해석하여 마치 붕당정치 자체가 모순인 것처럼 한국인의 국민성까지 들먹였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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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전기에서 중기까지 사상의 기반이 되었던 성리학과 조선 후기 부각된 양명학과 실학의 차이점을 예시로 들어주었는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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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학문에서는 양명학과 실학이 나옵니다. 관념을 앞세우는 성리학과 달리 양명학은 실천을 중시해요. 예컨대 사과를 하나 가져와서 이 사과의 맛을 평가하시오리고 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성리학은 이 사과의 는 무엇일까. ‘는 무엇일까, 이 사과가 맛있다고 하면 그것은 일까, ‘일까 하고 자꾸만 관념적으로 해석하려 들어요. 반면에 양명학은 사과를 덥석 깨뭅니다. 먹어봐야 맛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할 수 있다는 거죠. 실학은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합니다. 이는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자는 학문으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내용들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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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까지만 할게.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분들에게 저는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책의 끝 문장: 근대는 또 어떠한 시대정신을 우리에게 요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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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5 소설 보다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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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문학지성사에서 계절마다 출간하는 <소설 보다 : 겨울 2025>를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소설 보다> 시리즈는 이번에 두 번째란다. 전에 겉표지가 예뻐서 책 소개를 보다가 싼 책값에 장바구니에 넣어 처음 읽었었는데, 이번 <소설 보다 : 겨울 2025>도 비슷한 경로로 읽게 되었단다. 먹음직스러운  귤 그림으로 아빠를 쏘셨고, 장바구니에 넣기 좋은 책가격으로 주문 버튼까지 눌렀단다. 지난 늦겨울에 읽었는데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이번에도 3편의 소설과 작가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단다. 이번 호의 소설들의 작가는 박민경, 서장원, 하가람의 작품들이 실렸는데, 미안하게도 아빠는 그들의 이름을 모두 처음 들어보았단다.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서 반갑구나. 이 책에 실린 박민경, 서장원, 하가람 작가님들도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그런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들을 짧게 이야기해줄게.

 

1.

첫 번째 작품은 박민경 님의 <별개의 문제> 성향이 정반대인 와 병주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을 모두 아는 친구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어. ‘는 소심한 현실주의자였고, 병주는 자신감 넘치는 낙관주의자였거든. 병주는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넉넉한 생활을 했어. 하지만 최근에는 아버지의 사업이 잘 안되어 보통의 생활을 해야 했지.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인 씀씀이가 여전했단다. ‘는 디자인 프리랜서였는데 최근에는 AI와 경쟁을 해야 해서 돈벌이가 쉽지 않았어.

그 와중에 병주는 회사를 그만 두고 사업을 하겠다고 했어. 특별한 사업을 하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쪽박 찰 확률이 너무 높은 피자 가게를 한다는 거야. 그래도 병주는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해서 시작은 생각보다 괜찮았어. ‘도 전공을 살려서 피자박스에 그림을 정성껏 그려 넣었어. 좋은 리뷰가 올라오면서 소문이 났고 가게 매상은 점점 올라갔어.

그러던 어느 날 별 한 개를 단 리뷰가 올라왔어. 그 리뷰 때문에 전체 평점이 훅 떨어지고 말았지. 병주는 이것에 너무 신경을 쓰고 민감하게 반응했단다. 그러면서 피자 만들기와 위생 등 작은 것까지 더 신경을 썼단다. 하지만 동일인물이 주기적으로 별 한 개 평점을 주었어. 병주는 직접 만나서 그의 불만을 들어보겠다면서 직접 배달을 하겠다면서 그를 찾아갔어. 그리고 얼마 후 전화가 왔는데, 맛있게 먹었으면서도 그 사람이 장난으로 별 한 개를 주었다는 거야. 그러면서 병주는 잔뜩 화가 나 있고 다급한 목소리였어. 병주가 무슨 안 좋은 일을 벌인 것 같은 목소리였어. 당황하면서 걱정되어 도 가게 문을 닫고 그 집으로 향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 소설은 마치 장편 소설을 위한 프리퀄 같은 느낌이 들었단다. 그렇게 끝날 수는 없어장편으로 재탄생한 작품을 기다려본다. 역시 누군가를 평가하고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로구나. 이 소설의 평점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신중해야겠구나.

 

2.

두 번째 작품은 서장원 님의 <뱀이 있는 곳>이란 작품이란다. 아빠가 정말 싫어하는 동물 뱀이 등장하는 소설인가 하고 긴장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단다. 정인과 하진은 사촌이면서 동갑내기 친구란다. 정인은 서울에 살고, 하진은 사천에 살고 있어서 어렸을 때는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재수를 할 때 둘이 함께 양평에 있는 재수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친해졌어. 정인은 학창시절에 초고도비만이라서 친구가 거의 없어서 하진이 유일한 친구나 마찬가지였어.

하진은 두 달 전 회사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고소를 했으나 오히려 그 무고조로 맞고소를 당했어. 그 상사라는 놈은 대형 로펌에 의뢰하여 증거들을 조작해서 결국 무죄를 받아냈어. 그런 일을 겪고 나서 하진은 회사를 그만 두고 부모님이 계신 사천으로 내려와서 펜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단다. 하진의 어머니는 집안에 우환이 있고 안 좋은 일들이 생겨서 점을 봤는데 집에 있는 뱀들 때문이라고 했어. 집에 있는 뱀?

생각해 보니 하진의 할아버지가 생전에 만들어 놓은 뱀술들이 있었어. 하진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것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뱀술의 수가 만만치 많았어. 하진은 정인에서 그 뱀들을 처치하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정인은 사천에 내려왔단다. 그들이 헤아려 보니 뱀이 무려 16마리였어. 그들도 혼자 하라고 하면 역겹고 무서워서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야. 아빠도 상상만 해도 징그럽구나. 그들은 뱀들을 대야에 싣고 근처 호숫가에 갔어. 땅에 묻으려고 파는 사이 어떤 야생동물이 와서 뱀 한 마리를 물고 도망가 버렸단다.

…  그 야생동물은 술에 찌든 뱀을 먹고 어찌 되었으려나. 정인과 하진은 나머지 열다섯 마리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수고했으니 그날 저녁은 소고기를 먹기로비록 살아 있는 뱀은 아니었지만, 술병에 담긴 뱀들을 생각하니 아찔하더구나. 더 이상 뱀을 생각하기 싫어서 이 책에 대한 소감이 여기서 빠르게 종결.

 

3.

마지막 작품은 하가람 님의 <5월의 창가의 호랑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이란다. 2002년 울산이 소설의 배경이란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엄마와 함께 사는데 낮에는 엄마가 공장에서 일하셔서 11살 호수는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어. 그런데 윗집에 호랑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집사 준을 알게 되어 자주 놀러 갔단다. 준은 서울의 극단에서 연극을 하던 사람인데 그만 두고 울산에 내려와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었어.

준은 연극을 그만 두었지만, 연극대본과 희곡만 파는 서점을 차리는 꿈을 갖고 있었어. 어느날 서울에서 함께 연극을 하던 소라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분위기를 봤을 때 준과 소라는 사귀거나 사귀었던 사이 같았어. 소라가 준을 설득한 것인지, 준과 소라는 집에 머물면서 연극 연습을 같이 하곤 했단다. 연극 연습뿐만 아니라 그 만큼 싸우기도 자주 싸웠지.

준이 외출하고 소라가 혼자 집에 있었는데, 소라가 열어 놓은 창문으로 호랑이가 뛰어 올라가더니 점프해서 가출했단다. 그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 그 일로 준과 소라는 대판 싸우고 소라는 서울로 돌아갔단다. 준은 전단지를 붙이며 호랑이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 사실 호수는 호랑이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랬어. 그래야 준이 호랑이를 찾는다고 울산을 안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그래서 실제로 호랑이가 사라졌을 때,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단다.

준은 결국 호랑이를 찾지 못했어. 준은 호수를 데리고 대관람차를 태워 주고, 얼마 후 결국 서울로 떠나고 말았단다. 준이 울산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늘 연극무대에 있는 것 같았어. 결국 마음이 쫓는 곳으로 돌아간 것이지준이 서울로 돌아간 후 호수는 며칠 동안 크게 앓았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지..

그런데 울산에 대관람차가 있었나? 아빠는 울산에 한번 결혼식 참석차 간 것 밖에 없어서 울산에 대해 잘 몰라서 검색을 해봤더니, 소설에서처럼 약간은 뜬금없이 백화점 옥상에 대관람차가 있더구나. 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든 생각은 건물 옥상에 거대한 대관람차가 튼튼하게 잘 지탱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2001년에 개장되어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었더구나. 이 소설은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단다.

이번 <소설 보다 : 2025 겨울호>에 실린 세 작품 모두 재미 있어 좋았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 작가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다른 작품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소설 보다> 시리즈도 좀더 관심을 가져봐야겠구나. 그러면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병주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책의 끝 문장: 부디 좋은 마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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