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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2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자, 이제 그럼 군함도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1권에서 지상은 군함도로 부르는 하시마섬을 탈출했잖아. 지상은 해변가에 밀려와 정신을 잃었는데, 어떤 마음씨 좋은 일본인
노부부에 의해 발견되었어. 이 노부부는 이미 전에도 하시마섬에서 탈출한 조선 사람들을 도와준 적이 있어서
지상을 발견하고도 그리 놀라지 않고, 전에 한 것처럼 집에 데리고 와서 숨겨주면서 보살펴 주었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위가 일하는 나가사끼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게 해주었단다.
지상이 일본어를 잘 한다는 것을 알고, 그 조선조에서는 지상에게 징용
오는 조선인들에게 일본말을 가르쳐 주는 일을 시켰어. 일본말을 가르치는 시간 이외에는 조선소의 일도
해야 했지. 그렇게 지상은 나가사끼의 조선소에서 일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 소식을 고향집에는 보낼 수 없었단다. 자신은 아직 하시마섬을
무단 탈출한 상태이고, 편지에 대한 검열은 심했으니까.
한편, 고향에 있는 지상의 아내 서형은 소식이 끊긴 지상의 안부에
걱정이 많았어.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참아냈지만, 이웃 사람
중에 징용 갔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많이 보다 보니 더욱 지상에 대해 걱정을 했어. 결국
서형은 소식이 끊긴 남편 소식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일본에 가기로 마음먹었어. 서형은
어린 명조를 데리고 하시마 섬까지의 먼 길을 갔단다.
그리고 하시마 섬에서 지상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에 노무계에게 화를 냈어.
국가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며, 큰 소리를 냈어.
그때까지는 지상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몰랐거든. 노무계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명국을 서형에게
만나게 해주었고, 서형은 명국으로부터 지상의 탈출 소식을 듣게 되었고,
오래 머물고 있으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으니 빨리 조선으로 돌아가라고 했어. 서형은 그렇게
하시마섬까지 왔다가 지상을 만나기는커녕 소식도 알아내지 못하고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단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리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지.
1.
하시마 섬에서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가 일어났어. 우석, 신철 등이 주동을 했지. 노동쟁의가 일어나는 동안 한쪽에서는 집단
탈주를 시도하기도 했어. 노동쟁의로 시선을 흩어트리고 그 어지러움 사이에 탈주를 하려고 했던 것이지. 하지만 이 집단 탈주는 대부분 죽거나 잡히는 것으로 실패를 했어. 노동쟁의가
심해지자, 일본 노무계는 군대까지 동원해서 그들을 진압하려고 했어. 우석과
함께 주동을 했던 신철은 붙들려가서 모진 고문 끝에 나가사끼로 끌려 갔어. 노동쟁의가 길어지면서 주동자였던
우석은 더 이상 하시마섬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석도 하시마섬을 탈출하기로 했단다.
우석은 힘겹게 탈출에 성공해서 나가사끼에 도착을 했고, 나가사끼에
있는 먼 친척인 육손을 찾아갔어. 1권 이야기하면 육손이 잠깐 등장했었는데, 기억나니? 일본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조선인인 육손. 그 밑에 조선에서 온 아버지를 찾아왔던 길남이 일하고 있었잖아. 육손은
군수공장을 짓기 위한 터널공사장을 맡고 있었어. 육손은 우석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그래도 먼 길을 찾아왔으니 받아주었어.
우석은 터널 공사에 투입되어 일을 하였는데, 힘듦은 하시마섬과 다르지
않았단다. 길남은 우석과 친구를 하자고 해서 하긴 했는데,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달라 말다툼도 했어. 우석이 하시마섬에 있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인 장태복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물어봤어. 장태복이라는 사람은 일본인 노무계에게 중상을 입혀 조선인들 사이에 영웅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나가가씨 형무소를 끌려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어.길남은
알아보자 자신의 아버지가 근처 형무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면회를 가서 결국 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단다.
…
노동쟁의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하시마 섬… 다리를 다친 명국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어. 징용 온 조선인들을 관리해달라는 일을 제안 받았어. 일본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에 듣자마자 거절을 했지만, 그런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조선인들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노무계에 요청을 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
한편 전쟁에 대한 소문에 따르면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했어. 점점
폭격 소식이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어. 나가사끼에도
공습경보가 잦아지면서 반공호로 대피하는 일이 비일비재였어. 보통 반공호에 있다가 아무 일 없이 다시
나왔었는데, 결국 실제로 나가사끼에 대대적인 폭격이 일어났단다. 지상이
일하던 조선소에게 폭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징용을 와서 일하고 있는 조선인 노동자들 중에 징병되어 군대로 끌려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는 거야.
….
이렇게 일본이 전쟁에서 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석은 자신도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뜻 맞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들이 작업하고 있는 터널을 폭파하는 계획을 세웠어.
그러나….
2.
우석의 이런 계획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어. 얼마 전에
히로시마에 떨어졌다고 하는 신형폭탄이 나가사끼에도 떨어진 거야… 바로 팻맨(Fat Man)이란 애칭을 가진 핵폭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핵폭탄이
어떤 존재인지도 몰랐어. 폭심지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유리창까지 부서지게 할 수 있는 매우 위력적인 폭탄이니, 사람들이 받는 피해는 얼마나 심하겠니…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도 핵폭탄 사용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는 많은 논란거리를 일으켰단다. 이미 기울어진 전쟁인데, 핵폭탄까지 쓸 필요가 있었냐 하는 이야기가
있었어. 그로 인해 전쟁과 무관하게 생활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죽음 속에는 강제로 끌려와 노예처럼 일하던 불쌍한 조선인들도 엄청 많았거든. 잊혀진 사람들…. 정말 가슴이 아프구나.
그리고 왜 우리 조선인들이 많이 징용 온 나가사끼였단 말인가. 원래
후보지도 아니었다고 하는데… 원래 후보지는 교토였다고 하는데, 그곳은
역사유적지가 많아서 나가사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나가사끼에는 역사유적지보다 더 소중은 수많은 생명들이
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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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405
쪽)
이날 단 한발의 원자폭탄에
의해 24만명으로 추산되던 나가사끼 인구 가운데 7만 4천명이 그해 연말까지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그들의 죽음을 사몰(死沒)이라도 표현한다. 시신조차 찾을 길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져내린 시가지의 폐허 속에 매몰되거나 한순간에 타버려 가루가 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 비극적인 수치 안에 2만여명의 조선인 피폭자가 포함된다. 사망 1만명에 부상자 구조활동을 위해 투입되어 2차 방사능 피해를 입은 1만명의 징용공들을 합친 숫자이다.
나가사끼에서 원폭으로
죽어가야 했던 징용공들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되는 속에서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그때 거기 있었다는 우연과
미쯔비시의 수많은 군수공장이 포진한 나가사끼에 끌려온 징영공이라는 필연이 교직하면서 만들어낸 나가사끼 조선인 피폭자의 죽음은 그토록 허무하고 무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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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떨어진 핵폭탄은 소설을 이끌어가던 주요 인물들도 피해갈 수 없었어. 나가사끼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우석도 죽고, 길남이도 죽고, 길남이의
아버지도 죽고, 지상을 도와주었던 일본인 부부도 모두 죽었어.
…
지상은 다행히 살아남아서, 다른 생존자들과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단다. 지상이 비록 살아나긴 했지만 분명 엄청난 피폭을 당했기 때문에 고향땅에
와서 후유증에 시달렸을 것 같구나. 지상은 나가사끼를 떠나면서 나라 없음에 대한 설움을 깨닫고 고향에
가면 아이들을 가르칠 마음을 먹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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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쪽)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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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100% 허구였으면 좋겠지만, 단지 허구가 아니고, 어쩌면 소설보다 더 마음 아픈 사연들이 많았을
거야. 그것도 100년도 안된 과거에 말이야. 정말 가슴 아프구나.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질 않길…..
3.
아빠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영화 <군함도>를 뒤늦게 보았단다.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했다고 보기에는 줄거리는
많이 다르단다. 모티브를 따 온 수준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한데, 영화라는 것이 원래 허구이고, 극적인 요소를 담아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단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는, 우리 역사책에서도 찾기 쉽지 않은 아픈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단다. 자, 오늘은
이만….
(468 쪽)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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