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반디의 <고발>이라는 책은 책의 사연부터가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책이었단다. 실제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쓴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이야기. 그의 원고가 다른 탈북자에 의해 북한 밖으로 빼돌려 출간한 책. 그래서 실명을 숨기고반디라는 필명으로 출간된 책. 작가의 이름만 들어보면 순정만화의 작가처럼 보이지만, 그가 쓴 이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묵직하였고, 읽는 이를 저절로 숙연하게 만들었단다. 이 책은 이미 세계 20개국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다고 하는구나. 영국에는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번역상을 받기도 했대. 이런 사연에 아빠도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적어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단다.

얼마 전에 읽은 <녹색평론 157>에 이 책에 관해 실려서 읽는데 더 도움이 되기도 했어. 이 책은 단편 7편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럼 그 이야기들에 대해 하나씩 짧게 이야기해줄게. 이 소설은 대부분 1990년대에 쓴 소설들이란다. 오늘날 권력자들은 바뀌었지만 북한 사회는 변한 것이 별로 없어. 소설이 쓰여진 연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읽어도 될 것 같더구나.

 

1.

첫 번째 소설은 <탈출기>라는 소설이야. 일철이라는 사람이 탈북을 하면서 친구 상기에게 남긴, 긴 편지 형식의 소설이란다. 일철은 결혼 2년 차. 아직 아이는 없었어. 그래서인지 아내 명옥은 조카 민혁을 끔찍이 잘 대해주었어.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아내 명옥의 피임약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로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었어. 그래서 출근했다가도 뭔가 빠뜨렸다면서 집에 다시 오기도 했는데 그때 명옥은 개죽을 끓이고 있었고, 아무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 그도 의심을 접었는데, 어느날 일찍 집에 퇴근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검은 그림자가 급히 빠져나가는 걸 보고, 그의 의심이 맞다고 생각하고 피임약을 가져와 다그쳤어.

그리고 명옥의 일기장을 보게 되는데…. 그 안에는 명옥이 왜 피임약을 먹었는지, 조카 민혁을 그렇게 잘 대해주었는지 다 적혀 있었어. 명옥의 출신성분은 좋은데 반해 일철은 좋지 못했어. 일철은 아버지가 반동으로 처단되어 아들들과 손자까지 차별 받고 있었거든. 명옥은 자신의 아이들도 태어나면 차별 받을 것을 생각하여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남편이 당원이 된 다음에 아이를 낳을 생각이었던 것이고, 남편이 당원이 될 수 있도록 자신도 여기저기 알아보았어. 그러던 중 당원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부문장비서가 명옥에게 접근을 한 거야. 접근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추행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런데도 남편의 당원을 위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자주 조카를 불러와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조카를 방패 삼았던 거야. 사실 명옥이 끓였다고 했던 개죽도 사실 명옥 자신이 먹기 위함이었어.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남편이 마음상할까 봐 개죽이라고 이야기했던 거야. 일철은 명옥을 의심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고, 탈북 계획을 세웠단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형네 가족과 자기 부부, 모두 다섯 명이 탈북을 하기로 했단다. 소설은 여기서 끝이 났어. 과연 일철의 일행은 성공적으로 탈북에 성공을 했을까?

 

2.

<유령의 도시>

한경희의 집은 평양의 광장이 보이는 곳에 있어. 광장에는 국경절을 맞이하여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어. 한경희의 어린 아들 명식이 마르크스의 사진을 보고 경기를 일으키면서 울었어. 그것은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볼 때마다 그렇게 울었어. 어쩔 수 없이 한경희는 그 사진이 보이지 않게 커튼을 칠 수 밖에 없었어. 그러자 신고가 들어왔다며 위에서 찾아왔어. 한경희는 이유를 설명했어. 그런데 왜 커튼이 마르크스 쪽뿐만 아니라 김일성 쪽도 쳐져 있냐고 물어보자, 한경희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이 말은 김일성을 솥뚜껑에 비유했다고 또 문제가 되었어. 결국 한경희의 남편도 이 일로 회사에서 짤리고, 그들은 추방을 당하게 되었어. 한경희는 반항을 할 수조차 없었어. 이 도시는 한경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니까 말이야. 그들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어쩌겠어. 그들이 평상시 인민의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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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면상이 온통 털 속에 묻힌 마르크스와 매섭게 입을 다문 김일성의 초상화였다. 그 두 붉은유령은 지금 한경희에게 분명 이렇게 호령하고 있었다.

“나가라믄 찍소리 말구 나갈 거지 무슨 허튼 생각이야. 이게 내 도시지 네 도신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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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북한의 어떤 행사에 많은 일반사람들이 군집해 모습을 보는 경우가 있어. 그 장면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세뇌를 당할 수 있을까? 하곤 했어. 그런데 그것은 그저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어. 도시는 그들 것이니까, 그들 도시에 살고 싶으면 그들의 말을 따라야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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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7)

한경희는 돌연 우들우들 온몸이 떨려왔다. 9월의 밤 냉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삶을 부지하자면 벌써부터 알고 있어야 했을 무섭고도 무서운 그것이 불시에 가슴에 콱 실려와서였다.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인원을 사십오 분 안에 광장으로 끌어들였던 그것이 무엇이었던지도 이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만약 남편이 지금 또당신은 저기 저 마르크스의 모든 이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이 뭔지 아오?”하고 물어준다면 한경희는 보다 학술적으로, 그리고 보다 진지하고도 뼈저리게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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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준마의 일생>

설용수는 평생 당에 충성을 하고, 나라에 충성을 한 사람이란다. 전쟁과 노동 현장에서 어디든 그는 최선을 다했고, 훈장 14개를 받기도 했어. 설용수는 이미 저 제상 사람이 된 전영일의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어. 그래서 전영일도 설용수를 큰아버지로 모셨어. 그런데 어느날 전영일은 통신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설용수가 통신선로를 방해하고 있으니,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어. 설용수의 집에 느티나무가 있는데, 통신선로에 방해되어 베려고 하니 베지 못하고 했고, 그 과정에 도끼까지 들고 설쳤다고전영일이 설용수를 찾아갔어. 훈장 14개나 받은 인민의 영웅인 설용수가 배급이 안되어 땔감이 없어 냉방에서 지내고 있었어. 사실 도끼까지 들 생각은 없었대. 그런데 그들이 오기 전에 아내와 말다툼을 하여 화가 난 상태였는데, 그들이 와서 느티나무를 베겠다고 하자.. 홧김에 그렇게 된 거라고

설용수에게 그 느티나무는 사연 깊은 나무였어. 전영일의 아버지와 함께 젊은 시절을 입당을 할 때 기념으로 심은 나무였거든. 그리고 좋은 일을 있을 때마다 그 나무에 고맙다고 했대. 그런데 그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설용수의 마음속에 담아주었던 생각들을 전영일에게 했어. 전영일이 생각하기에 반동이라고 느껴지는 말들도 있었지만, 설용수의 그런 말들은 틀린 말들이 아니었어. 전영일은 설용수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설용수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심장마비라고 하지만설용수는 도끼로 손수 느티나무를 다 찍어서 쓰러뜨리고 난 후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하는구나. 설용수도 결국 느티나무를 지키지 못할 것을 알았을 거야. 그리고 그럴 바에야 자신이 직접 느티나무를 자르려고 했고..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베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숙연해지는구나.

 

4.

<지척만리>

명철은 엄마가 위급하다는 전보를 세 번이나 받았어. 그래서 집에 다녀오려고 여행증 신청을 했으나, 세 번 모두 부결 판정을 받았어. 외아들이 자신이 꼭 가야 한다고 사정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명철이 지금 광부로 일하고 있지만, 그것도 그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었어. 군대 제대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내고 싶었지만, 그는 그것도 허락 받지 못하고, 광부로 차출된 것이었어. 명철은 여행증을 받지 못하고, 우연히 만난 친구와 술을 먹고, 술김에 무작정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어. 간신히 검열을 수차례 피해서 고향땅에 도착을 했지만, 마지막 검열에서 그만 걸려서 집을 코 앞에 두고 노동단련 20일 벌을 받아야 했어. 집에 와서 새장에 갇혀 있는 종달새가 자신의 처지라고 생각했어. 종달새라도 자유를 주려고 풀어주었는데, 그 종달새는 다시 돌아왔어. 종달새도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 새장 안의 익숙함에 길들여져 있던 거야.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명철.. 며칠 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단다. 슬픈 소설들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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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당신이 놔주고 간 이튿날 아침에 보니 저것들이 다시 날아오지 않았겠어요. 그래 조롱을 다시 달아주었더니 저렇게…”

“길들었구나!... 불쌍한 것들!”

명철은 한마디 한마디 씹어 뱉듯 중얼거렸다.

“삐쫑삐쫑 삐쪼르릉…” 종달새가 다시 우짖었다. 마치 명철에게당신도 길들었기에 그렇게 그냥 돌아왔죠하고 반박이라도 하듯이

‘그래, 나 역시 지척도 천리 밖으로 살아야 하는 조롱 속의 짐승인가보다! 조롱 속의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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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복마전>

오씨 부부는 북한에서 그래도 상위층이고, 지식인이었어. 지금은 은퇴했지만, 오씨는 력사 선생님이었고, 영감은 수학 선생님이었거든. 오씨 부부는 딸이 둘째를 임신하고 만삭이라서 딸 집에 갔다가 첫째 아이는 자신들의 보살피는 것이 딸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첫째 아이 영순을 데리고 오다가 1호 행사 때문에 역에서 발이 묶였어. 1호 행사 때문에 열차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끊겼거든. 1호 행사라고 함은 최고 권력자에 관한 행사인데, 그가 주변을 지나가기 때문에 모든 교통수단이 중단된 거야. 역에서 32시간이나 있었어.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들었어.

오씨는 딸이 걱정되어 영감과 영순이를 역에 두고 다시 걸어서 딸 집에 가기로 했어. 가다가 수령동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김일성 수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씨는 얼마 전까지 1호 행사에 대한 불만은 접어두고, 침에 발린 찬양을 했고, 차까지 얻어 타게 되었어. 오씨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어. 그런 일이 있을 때 역에서는 기차가 개시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 영감과 손녀도 그 인파에 휩쓸려 다치고 말았단다. 영감은 허리를 다치고, 손녀 영순은 다리가 부러진 중상을 입었어. 병원을 거쳐 집에 머물고 있는데, 오씨가 그 둘을 보살펴야 했어.

오씨는 이 일에 크게 죄책감을 느꼈어. 손녀 영순은 날마다 울면서 엄마만 찾고한편, 그날 김일성 수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얻은 탄 일로 방송까지 타게 된 오씨. 그 일은 수령을 찬양하는 용도로 연일 방송에 나왔어. 하지만, 역에서 많은 인민들이 고통을 받은 일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 오씨의 속마음이 어땠을까? 우는 영순을 달려주면서 들려준복마전이라는 이야기가 그들의 사회를 대변해주는 듯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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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옛날 어느 곳에 열 길 울타리를 빽빽이 둘러친 한 동산이 있었다우. 거기선 늙은 마귀가 수천의 종들을 거느리구 있었구요. 한데 놀라운 건 그 동산의 열 길 울타리 안에선 언제나 웃음소리밖에 들려나오는 것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사시절 하하호호 하고 말이지요. 그건 바로 늙은 마귀가 자기의 종들한테 다 온통 웃는 마술을 걸어놓았기 때문이었다나요. 왜 그런 마술을 걸어놓았냐구요? 그야 물론 종들을 학대하는 자기 죄행을 가리우구 우리 동산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합니다 하는 속임수를 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고 다른 동산 사람들이 넘볼 수도, 드나들 수도 없게 열 길 울타리두 쳤던 거구요. 그러니 글쎄 생각 좀 해보시우. 그 동산 사람들의 입에서는 어디가 아프거나 슬퍼서 엉엉 울어도 그것이 하하호호 하는 웃음소리만 되어 나왔으니 세상에 그처럼 악한 마술이 어디 있고 그처럼 무시무시한 동산이 또 어디 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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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대>

보위지도원 홍영표. 그는 보위부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어. 홍영표의 아들 홍경훈이 김일성 장례식 추도기간에 술 먹고 김숙이라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고 말이야. 특히 김숙은 반동분자의 딸로 이미 전에도 만났다가 반동분자의 딸이라고 해서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아들 홍경훈은 예전에 군복무 중에도 불순한 사상으로 자아비판을 받기도 했었어. 홍영표는 나중에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홍경훈도 억지로 산에 가서 꽃을 땄대. 장례식에 꽃을 바쳐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뱀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몸에 메틸알코올을 뿌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에게 술을 먹었다고 한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 김숙이 반동분자의 딸이라고 하는데, 김숙의 아버지는 그저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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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글쎄 제가 부모님 앞에서 다짐했으니 그와 결혼할 생각까지는 안 합니다. 그러나 이성 간이 아닌 인간적인 사랑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 솔직히 말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처녀인 그가 기를 못 펴고 사는 데 대한 동정심을 금할 수가 없어요. 그의 아버지의 죄라는 게 뭡니까. 김정일이 후처를 한 사실을 말했다는 그 하나뿐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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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홍경훈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어. 홍경훈의 이야기는 반동 수준이 점점 심해지고, 아버지 홍영표도 아들의 말에 격분을 하게 되어 아들에 총까지 겨누게 되었어. 그 순간 정전이 되었어.. 정전 같은 돌발적인 일이 없었다면 정말 죽였을까? 홍영표는 나중에 아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어. 아들의 말대로 사람들은 전부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어. 모두 연극 배우처럼그리고 생각해보니 자신도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총으로 스스로 자신의 연극을 끝냈단다.

 

7.

<빨간 버섯>

기자인 허윤모에게는 죽마고우 절친인 송명근이 있어. 송명근은 시병원 진료과 의사인데, 송명근의 오촌이모부 고인식이라는 사람이 있어. 고인식은 평생 장을 만들어온 장인이야. 여기서 이야기하는 장은 간장, 된장.. 이런 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고인식은 장공장 기사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고, 허윤모는 예전에 고인식의 열정에 대해 취재를 하기도 했어. 고인식이 얼마나 장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면아내가 죽고 나서 어린 오누이만 집에 두고, 장을 만드는 일에 모든 열과 성을 다했을 정도로 진정한 장인이었어그런데 그런 고인식이 직무태반으로 묶여갔다는 거야. 된장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로 말이야. 그것은 원료 배급이 줄고 그 해 날씨로 인해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말이야. 그러나 시당청사인 빨간벽돌집에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어.

그 뿐만 아니야. 의사인 송명근은 사당청사의 부인이 왕진 요청을 해서 갔더니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니고 송명근을 유혹하려고 왕진을 불렀던 것이래. 송명근은 간신히 뿌리치고 나왔는데.. 그것이 혹시 고인식이 잡혀간 것과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인식은 공개재판을 했는데, 며칠 갇혀 있으면서 실성한 듯했어. 그도 더 이상 연기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는 울부짖었어. 다른 사람들이 마음 속에 두고 있던 말을 밖으로 울부짖었지. 빨간 벽돌집을 사람들이 빨간 버섯이라고 불렀는데, 고인식은 빨간 버섯을 뽑아버리라고 외쳤어.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은 겉으로는 연기하고 있지만, 속으로 통쾌해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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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으스러지게 주먹을 들어 쥐고 벽돌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허윤모의 가슴속에서는 고인식의 다 외치고 가지 못한 그 절규가 피타게 울려오고 있었다.

“저 빨간 버섯, 저 독버섯을 뽑아버려라. 이 땅에서, 아니 지구에서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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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삶이라는 것은… <무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극인 것 같구나. 그들은 그저 생존을 위해 주어진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연기자. 그렇게 연기를 잘 함에도 불구하고, 억울함을 당할 때 <준마의 일생>의 설용수나 <빨간 버섯>의 고인식처럼.. 연극 무대에 내려와 실제가 되는 것 같구나. 그렇게 연기를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 그런 그들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더욱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구나. 언젠가는 우리나라와 북한이 통일을 하게 될 텐데. 그 전에 모든 면에서 벌어진 격차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언제 북녘 땅에도 따뜻한 햇살이 내리쬘까.

...

이 책에는 북한에서 쓰는 순수한 우리말이 많이 소개되었단다. 주석으로 뜻을 모두 적어 주어 읽는 것은 문제없었어. 그런 말들을 보면서, 말과 글도 많은 격차가 생겼구나 싶었단다. 잘못하면 이 상태로 더 가다가는 서로 말도 통하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 그 전에 하나가 되어야 할 텐데하나가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으니휴…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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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4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