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본가, 그러니까 너희들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에 가게 되면 가끔씩 들르는 곳이 있었단다. 파주출판단지에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보물섬이라는 헌책방이었어. 헌책방은 비단 싼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는 것은 아니야. 헌책방에 한참 둘러보다 보면 아빠가 미처 알지 못했던 좋은 책들과 작가들을 알게 되는 행복이 있어. 그야말로 숨겨져 있던 보물을 얻는 기분이었어.. 보물섬이라는 헌책방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구나. 그 보물섬에서 김수영 작가에 관한 책을 하나 산 적이 있어. 아빠가 당시 양장본 책을 유달리 좋아해서 양장본에 선뜻 눈이 갔었거든. 양장본의 우수에 찬 포즈의 김수영이라는 작가의 얼굴이 끌렸어. 그때는 김수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지. 그렇게 산 김수영에 관한 책은 책장에 한 자리를 차지하였지만 읽지는 않았어. 사실 엄두가 좀 나지 않았어. 아빠가 김수영이라는 사람을 잘 알지도 못했고, 책이 워낙 전문서적처럼 보였거든. 그 책의 정체는 문광훈이라는 분이 쓴 <시의 희생자 김수영>이라는 책이야. 나중에 김수영이라는 시인의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

그리고 그 이후, 한참 시간이 흐르고녹색평론에서 김수영을 한 꼭지로 다루었는데, 그때서야 김수영이 4.19혁명 때 저항시인이었다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어. 그리고 정재찬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김수영의 멋진 시 한 편을 알게 되었어. <우선 그 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라는 시였어.. 이렇게 다른 책들을 통해서 우연히 김수영이라는 시인의 자취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그 책이 생각이 나서 읽어 보려다가좀더 읽기 쉬운 책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다 검색을 하다 보니, 몇 년 전에 강신주가 김수영에 관해 쓴 책이 있더구나. 강신주. 예전에 아빠가 그의 책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너무 잘 읽고 나서 그의 다른 책들도 몇 권 더 읽었었거든. 강신주의 자유로운 영혼을 부러워했고, 그의 글발을 좋아하게 되었지. 그런 강신주가 아빠가 궁금해하던 김수영의 관한 책을 썼다? 읽어봐야겠다 싶었어. 책의 제목은 <김수영을 위하여>. 책 제목도 한번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읽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라고 하면강신주가 어떻게 그런 자유로운 영혼을 갖게 되었는지 알겠더구나. 강신주는 김수영을 정신적 아버지라고 생각할 만큼 존경하였다고 하는구나. 그런 김수영의 삶은 그저 저항시인으로 표현하기에는 위대하고 더 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시인 김수영은 진정한 자유를 꿈꿨고, 그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시대에 저항할 수 밖에 없었던 거야. 그 이야기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단다. 이 책은 몇 년 전에 강신주가 김수영에 관한 강좌를 열었었는데, 그 강좌를 정리한 책이란다. 아빠가 이 책을 읽을 때 어떤 부분은 집중해서 읽고, 어떤 부분은 건성으로 읽었어. 건성으로 읽을 때는 글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집중해서, 간혹 메모도 하고 꼼꼼하게 읽을 때는 뭔가 꽉 찬 느낌이고, 아빠의 영혼에도 차곡차곡 무엇인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단다.

 

1.

이 책에서 참 많은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결론을 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바로자유란다. 우리는 지금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은 자유를 누린다고 이야기할 거라 생각한단다. 강신주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하면서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읽어주면 대부분 대학생들이 불편해 한다고 하는구나. 그 시는 이런 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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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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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불편하게 느껴졌단다. 그런데 이 시는 50여 년 전에 김수영이 쓴 시라고 하는구나. 이 시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체제 안에서 제한적으로 누리는 자유라는 것을 깨우치게 하고자 지은 시라는 구나. “김일성만세”를 보고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제한적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야. 그런 자유는 조선시대 규방 안에 있는 여인의 자유와 다를 바가 없다는 거야. 그에 반해 시인 김수영은 진정한 자유를 노래했어. 그런 진정한 자유를 표현하는 것이 시라고 생각했어. 그러면 시인은 어떤 사람을 이야기하는가? 시인은 평범한 사람과 달라야 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했어. 그렇게 자시만의 목소리를 내다 보니 세상과 불화는 필연적이었던 것이야. 이것이 바로 시인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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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이제 더욱더 궁금해진다. 김수영은 가슴에 어떤 이상을 품고 살았던 것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김수영은 시인이 되려고 했고, 시인으로 살고자 했다. 다시 말해 김수영의 이상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시인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인이란 어떤 사람인지 숙고해 보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먼저 시인은 평범한 일반 사람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다. 일반 사람은 관습이나 교육에 따라 사물이나 자신을 이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이 세계와 불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미 세계가 조율한 대로 소리를 내니, 타인이나 사회와 불화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려면, 시인은 투철한 자기 이해에 이르러야만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관습의 목소리나 타인의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에서 추방할 수 있고, 나아가 잃어버린 자신만의 목소리를 되찾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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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은 어떻게 이런 자유를 신봉하게 되었고, 자유를 노래하는 시인이 되었을까?

 

2.

1921년생인 김수영은 태어났어. 그리고 1941년 친구의 여동생을 짝사랑해서 그를 쫓아 일본 유학을 갔대. 하지만, 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어. 다시 귀국한 그는 1950 4월 이화여전 출신의 김현경과 동거를 시작했어.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지, 결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어. 그에게 행복한 시간의 시작이었어. ... 1950 4월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 가장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기 직전이었어.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어. 6, 전쟁이 일어나자 그는 의용군에 강제 징집되었단다. 그곳에서 도망을 쳤지만, 다시 붙잡혀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도망을 쳤어. 서울에 왔다가 이번에는 의용군이라면서 경찰에 붙잡혀 집에도 가보지 못하고 바로 거제포로수용소로 끌려갔어. 집에는 연락도 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김수영은 2년 동안 지냈어. 이 거제포로수용소의 강력한 억압을 통해 그는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2년이 지나고 서울 집에 왔는데, 아내 김현경은 생사를 모르는 남편은 둘째 치고, 아들 준까지 시댁에 맡기고, 김수영의 친구인 이종구와 재혼을 해서 부산에서 살고 있었어. 김수영은 심한 배신감에 빠지고, 부산에 내려가 김현경을 만났지만, 김현경은 김수영을 따라오지 않았어. 김수영은 다시 서울에 올라왔어. 그러다가 포로수용소 간호사였던 노봉실과 사랑에 빠졌어. 그런데 노봉실은 이미 유부녀였고, 노봉실은 선을 넘지 않고 지켰어. 그 와중에 1954년 김현경이 돌아왔어. 하지만, 그 이전의 사랑을 회복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부부생활을 했어. 자유의 영혼을 정착한 김수영은 김현경을 끝내 용서하지 못한 것이야.

그리고, 19686 16일 동료 문인들과 술을 먹고 크게 취해서 늦은 시간 집에 가다가 교통사고로 젊은 나이에 운명하고 만단다.

 

3.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에 대한 예찬이란다. 자유와 비슷하게 쓰인 말들로 단독성, 포즈, 자신만의 제스처 등으로 표현했어. 혹시 그 차이가 있다고 하면 아빠가 잘못 이해한 것이란다. 아빠는 같은 것으로 이해를 했거든. 책에서 위 단어들을 자주 나오는데, 그것을 자유로 받아들여도 된단다. 그는 자유롭기 때문에 비판도 솔직하게 했어. 당대 동료 시인들을 평하기도 했는데, 아주 가혹한 평이더구나. 다른 동료 시인들이 그를 싫어하기에 충분한 혹평들이었어. 김수영이 시를 보는 기준은 자유의 회복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시인들을 혹평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가 바라보는 시와 다른 시인들이 바라보는 시가 달랐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왜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를 모르는 것일까? 제한적 자유를 누리면서 자유를 누린다고 이야기할까? 그것은 교육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교육은 단독성을 개화시키기보다는 기성세대가 신봉하는 가치를 주입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야. 그걸 깨닫고 단독성을 회복하려고 하면 탄압을 받게 된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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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불행히도 모든 교육은 단독성을 개화시키기보다는 기성세대가 신봉하는 가치를 주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단독성을 회복하려는 순간, 당연히 가정이든 학교든 군대든 회사든 권력을 쥔 자들로부터 탄압받기 마련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생긴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로부터 스스로 단독성을 부정하는 개인들이 탄생한다. 외적인 탄압과 억압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과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들과 달리, 이런 불행한 개인들은 오히려 타인이 자신과 같은 옷을 입고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 쉽다. 그들이 유니폼, 즉 동일한 형식을 즐기는 것은 이런 이유인지 모른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제스처를 버리고 권력이 허용하는 제스처를 취해서 자신의 단독성을 은폐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싫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는 자신들이 애써 은폐하려던 단독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들은 조금씩 자신이니까 살 수 있는 삶, 자신이니까 느낄 수 있는 감성, 자신이니까 생각할 수 있는 사유를 영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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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학교에서 자유를 방종과 구별해야 한다고 배웠던 기억이 있단다. 책을 읽으면서 강수영이 이야기하는 자유와, 아빠가 생각한 것은 방종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이지?라는 의심이 계속 갔어. 김수영은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했어. 사랑이 아닌 자유는 방종이라는 것이지. , 그가 자유 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나 싶구나. 비록 아내 김현경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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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자유의 방종은 그 척도가 기준이 사랑에 있다는 것만을 말해 두고 싶습니다. 사랑의 마음에서 나온 자유는 여하한 행동도 방종이라고 볼 수 없지만, 사랑이 아닌 자유는 방종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호흡입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에도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사회환경에서는 여간 조심해서 보지 않으면 분간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사랑이 순결하면 순결할수록 더 그렇습니다. 기도가 눈에 보이지 않듯이 사랑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유의 방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사회에서는 백이면 백이 거의 다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의 자유가 사랑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를 방종이라고 탓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는 자유가 없습니다.” -<요즈음 느끼는 일>(19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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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책은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많이 발췌하여 싣고 있단다. 그 발췌하고 싶은 글들이 상당히 많았어. 그 시와 산문들은 모두자유를 주제로 하고 있어. 이 책에 김수영의 글들 중에서 일부러 그런자유에 관련된 글들만 실은 건지, 아니면 김수영의 모든 글에자유라는 색깔이 칠해져 있는지는 모르겠구나. 아무튼,, 강신주는 김수영을 통해 초지일관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가 1961년에 발표한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시를 보면, 팽이를 통해 고독한 자유 정신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어. 팽이는 혼자 자유롭게 평면에 돌아야 잘 돌잖아. 그런데 평면이 아니라면 돌 수 있는 힘이 있다 해도 저항이 생기잖아. 자유를 누릴 마음이 있어도, 세상이 그것을 막는다면 저항이 생기는 것을 팽이에 빗대어 노래한 것이란다.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시의 전문은 아래와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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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都會) 안에서 쫓겨 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小說)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生活)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餘裕)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別世界)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 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壁畵)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運命)과 사명(使命)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放心)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記憶)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數千年 )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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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은 이 시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일까? 이 시에 대한 강신주의 설명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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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86)

모든 돌고 있는 팽이는 자시만의 중심을 가지고 돈다. 그런데 두 팽이가 마주친다는 것은, 어느 하나가 다른 팽이의 회전 스타일을 수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허망하게도 팽이는 쓰러지고 만다. 팽이만 그런가.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지 못하고 남의 스타일을 답습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 내지 못한다. 김수영의 말대로생각하면 서러운일이다. 보통은 인간이 고독하기 때문에 누군가와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거나 완성되기 위해 지혜로운 사람이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통찰이 옳다면, 이게 우리는 누구에게 기대서도 안 되고, 누가 기대는 것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 오직 철저하게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삶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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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강신주의 설명이 없었다면, 아빠는 이 시를 통해서 그런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못 찾았을 것 같구나. 강신주는 또 이야기한단다. 시인은 자유를 노래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김수영은 7할의 고민과 3할의 시화가 행동이었대. 그런데 예술파 시인으로 부르는 사람들은 7할의 고민, 즉 사상이 없었다고 비판했대. 당시에 순수 문학과 실천 문학이 대립하는 양상도 보였는데, 실천 문학에 있던 그었지만, 순수 문학뿐만 아니라 참여파 시인도 비판을 했다는구나. 당시 참여파 시인들이 너무 투박한 나머지, 민족주의와 민중중의에만 근거를 두었다는 거야. 그게 뭐가 문제냐고? 강신주는 그 민족주의와 민중중의 또한 자유를 누리는데 제한이 된다는 것이었지.

강신주는 시인이란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 시인은 자유를 노래라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뿐만 아니라 시인은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를 형식을 부정해야 한다고 했어. 그는 참여파 시인들이 그들 내부의 잠복해 있는 지배욕을 극복하는데 실패했다고 이야기했어. 그렇게 양쪽을 비판하면서도, 그래도 시인은, 모두 자유를 노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어. 그리고 시인은 각자 가진 경향을 긍정하면서 내용이나 형식에서 모두 자유를 충족하는 시를 쓰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했어. 시인의 최고 긍지는 자유이기 때문에 현실과 불화는 불가피했던 것이고 시는 형식이 없어야 한다고 했어. 진정한 시는 절대성과 단독성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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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 <시여, 침을 뱉어라>(19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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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간혹 문학과 삶은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오해를 만든 것은 문학자 자신들이라고 강신주는 이야기하면서, 문학의 본질은혁명이란 이념민족이나 인류의 이념에 있다고 덧붙였어. 여기서 혁명이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의 힘을 얻는 것을 이야기했어. 문학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정치이데올로기를 피력은 하는 것은 배신이지만, 그러나 이것은 가능한 것이라고 했어.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까 말이야. 어떤 사회가 하나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권력은 자신이 신봉하는 이념과 사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시인이라면 침묵할 수 없다고 그는 이야기했어. 그가 비록 50년 전의 당시 상황을 빗대 이야기한 것이지만, 오늘날에도 그런 정치가 문화를 탄압한 일이 불과 얼마 전까지 있었단다.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MB정권부터 이어진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그 더러운 권력들은 시민의 힘의 위대함을 몰랐단 말인가? 그들에 대한 처벌은 공정하고 엄정하게 이루어지길 바라고 기도하고 있단다. 그리고 그 권력이 심어놓은 썩은 내 진동하는 씨앗이 아직 방송국들을 장악하고 있단다. 아직 언론 권력은 적폐 세력이 그대로 점령하고 있는 것이야. 최근 벌어지고 있는 마봉춘, 고봉순의 파업에 절대 지지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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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이 꿈꾸는 세상.

앞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자유 그 자체였어. 인간의 자유를 불온하다고 보지 않는 세상. 자시만의 삶을 살아내려는 의지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것이 그가 꿈꾸는 세상이란다. 사랑이 가득한 집안은 침묵할까? 늘 시끄럽고 야단법석일까? 당연히 늘 시끄럽겠지. 나라도 마찬가지야. 자기만의 삶을 살다 보면 시끄럽겠지. 그것을 저항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바로 자유의 소리인 것이란다.

이 책을 읽고 아빠도 아빠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제한적 자유였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단다. 그리고 좀더 유연한 생각으로 자유의 폭을 넓혀볼까 싶다가도 소심한 아빠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한단다. 지은이 강신주가 김수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철학전공을 하면서 자신이 이상과 현실이 상충할 때였다고 하더구나. 그때 김수영을 처음 알게 되고, 이후 김수영은 그의 정신적 멘토가 되었대.

, 이제 김수영의 책을 읽어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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