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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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제 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집이란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수상작을 지은 황정은 작가한테는 미안하지만, 수상후보작에 오른 김언수 작가 때문이란다. 아빠가 김언수 작가의 책은 지금까지 두 권밖에는 안 읽었지만 그의 팬이 되었거든.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무슨 책인가 아빠도 기웃거려봤지. 웃는 남자? 고전 중에도 빅토르 위고가 지은웃는 남자라는 책이 있는데, 그것과 관계가 있는가? 이러면서 인터넷 서점에 책소개를 읽고, 지은이 소개를 보는데, , 어디서 낯익은 사진.. 김언수 사진. 비록 수상작은 아니지만, 수상후보작에 올랐더구나. 나머지 작가들도 쭉 보니, 이기호도 있고편혜영도 있고사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도 있었지만제법 유명한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었어. 책 가격도 착한 가격이네.. , 이 책을 사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단다. 덥석. 책이 배달되어 와서 후다닥 김언수의 소설부터 읽을 수도 있었지만수상작에 대한 예의를 갖추며, 수상작인 황정은의 <웃는 남자>를 먼저 읽었단다.

 

1.

웃는 남자. 아빠도 사실 잘 웃는 편인데.. 어렸을 때부터 웃음으로 생긴 눈주름이 짙게 패여서 노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 그런데 황정은 소설 <웃는 남자>는 그리 밝은 소설은 아니더구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 약하고 힘없는 이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내고 있었어. 바삐 변하고, 바삐 스쳐 지나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 시간을 잡으면서 생활하는 이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지은이 d는 어린 시절 목공소에 딸린 다락방에서 살았어. 왜냐하면 아버지가 목수였기 때문에..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실력 없는 목수.. 그래서 생활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단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의 생활이 쭉 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랑하는 사람 dd가 생겼다는 것. d dd는 목동의 반지하 빌라에서 같이 생활했어. 그런데 어느날 집에 오는 길에 dd가 탄 시내버스가 교통사고가 나서 dd가 죽고 말았단다.

dd가 죽은 이후 d는 삶의 의미가 없었어. 삶에 환멸을 느끼고, 회사도 안가고집안에만 박혀 지냈지. 그러다 보니 집세가 밀려 쫓겨나게 되고, 간신히 한 몸 누울 수 있는 쪽방 고시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계속 이러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세운상가 택배분류기사로 취직을 해서 일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d는 삶의 이유를 알지 못했어. 그냥 일하고, 그냥 밥먹고, 그냥 잠자고그런데 어느날 어깨 뒤쪽을 누군가 손가락을 찌르며나 알지?”라고 물어봤어.

여소녀. 특이하긴 하지만 사람이름이란다. 이름과 달리 남자 이름이야. 세운상가 5층에서 전기, 음악기기 등을 수리하는 수리상이야. 1946년생이니까 나이도 꽤 있고. 그가 세운상가에 온 것이 꽤 오래 전이었어.. 세운상가의 흥망성쇠를 같이 했다고 볼 수 있어. 아참.. 세운상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자제품을 파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단다.. 물론 다른 불법적인 것을 파는 것으로도 유명하긴 했지만서울 인근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깃들여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 아빠는 서울에 살지 않았는데요, 처음으로 미니카세트를 산 곳도 바로 세운상가였단다. 언제부터 급격하게 쇠망의 길에 들어섰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빠가 기억하기로는 인터넷 쇼핑몰이 등장하면서였던 것 같아. 이 책에서 보니 아직 근근이 세운상가가 연명을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구나. 비록 예전과 같은 활기 넘치는 곳은 아니지만 말이야. 아무튼, 세운상가 하면 전성기를 다 보낸 내리막의 상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 그런 곳을 소설의 공간적 배경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대충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겠더구나.

여소녀는 다들 떠나고 몇 남지 않은 사람이었어. 택배가 잘못 배달 와서 택배사를 찾아가 보니, 매일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젊은이가 눈에 띠어 손가락으로 찌르고 나 아냐고 물어봤단다. d는 나를 아냐고 물어본 여소녀를 빤히 쳐다보지만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었어. 그 짧은 대화로 좀더 친분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단다. d는 여소녀의 가게에 들렀다가 자장면을 얻어먹게 되고 더욱 가까이 지내게 되었고, 여소녀가 고치고 있는 아날로그 오디오 장비를 사고 싶다고 했어. 여소녀가 알아봐주어 가격대비 괜찮은 중고 오디오를 하나 구해주었어. d는 중고오디오를 좁은 고시방에 설치를 했는데, 구겨 넣었다고 하는 편이 낫겠구나. 그런데, 들을만한 음반이 없었어.. 문득 dd LP판들이 생각났어. dd가 죽고 나서, dd의 음반을 모두 그녀의 집에 가져다 주었거든. 그녀의 집에 찾아가서 다시 dd의 음반을 받아와서 들었는데사방팔방 좁은 고시원의 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고, 다음날 일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오디오는 고시원 문앞에 쫓겨나 있었어.

LP판을 가지고 오면서, dd의 다른 짐들도 같이 가져왔는데, 그 안에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박조배가 dd에게 준 책이 있었어. dd, d, 박조배는 모두 초등학교 동창이었어. d는 그 책을 읽고, 박조배에게 돌려주려고 그를 찾아갔어. 한때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했던 전도유망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명동에서 음반이나 양말을 파는 일을 했어. 박조배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했어. 그를 따라 광화문으로 향했는데, 그날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2015 4 16일이었단다. 박조배는 그것을 알고 일부러 광화문으로 향했던 거야. 많은 인파와 경찰들의 통제로 결국 광화문까지는 못했어. 박조배는 비록 삶은 3류일지 모르지만, 그의 영혼은 1류인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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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배와 헤어진 d는 다시 세운상가로 왔어. 고시원에서 퇴출된 오디오를 여소녀에게 부탁해서 여소녀의 수리실에 두었어. 그리고 가끔씩 찾아와 음악을 듣겠다고소설은 그렇게 잔잔하게 끝을 맺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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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구나.. 다들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면서 말이야.. 문득 아빠의 세계를 생각해봤어.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늘 가는 곳만 가고아빠의 세계는 무척 작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2.

두번째 소설은 김숨이라는 작가의이혼이라는 소설이란다. 이혼이라는 것이 요즘에는 일상이라서, 그것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것이 뭐 그리 신선함은 없겠다 싶었어.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여자들에게 상당히 힘든 상황에 놓이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그런 소설이었어. 민정과 철식은 합의 이혼을 하기로 하고 법원에 왔단다. 민정은 시인인데, 7넌 전 유방암 선고를 받아서 호르몬 치료를 계속해왔고 그것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었어. 남편 철식은 사회 약자들을 위한 사진을 촬영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긴 하지만, 그런 일들로 집안일에 소홀했어. 민정의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도, 집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철식은 항상 집에 없었어. 그런 것들이 쌓여서 그들은 결국 이혼을 합의하기로 했던 거야.

민정은 법원에서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주변 사람들을 생각했어. 민정의 부모님도 행복한 부부는 아니었어. 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엄마는 중졸이었어. 그런 학력 차이 때문인지 민정의 아버지는 엄마를 시녀부리듯 하고 폭력도 일삼았어. 엄마는 예순 살이 되던 해에 더 이상 못 참겠다면서 이혼을 결심했었어. 민정이도 엄마의 이혼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민정의 엄마는 결국 남편의 폭력과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이혼 생각을 접었어. 나중에 어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는데, 엄마도 병이 생겨서 오래 살지 못하시고 아버지를 따라갔단다. 인생이란

민정의 선배 중에 이혼 경력이 있는 영미 언니가 있었어. 얼마 전에 10년 만에 연락을 해서 만났어. 영미 언니는 일류대학을 나와 복지센터에서 취업을 해서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어. 그런데 영미 언니는 이혼을 하고, 유부남과 썸씽이 있었어. 그 유부남은 같은 회사 상사였지. 그 일이 발각되면서, 영미 언니는 회사에서 짤리고, 그 유부남은 해외 파견 조치가 내려졌다가 다시 국내에 들어와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어. 이런 불평등한 처사를 받았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지. 영미 언니는 이후 몇몇 직업을 구하려 했지만, 이혼녀라는 경험이 걸림돌이 되었어. 감자탕 집에서도 일하기도 했는데, 결국 지방에 내려가 이혼녀라는 경험을 숨기고 학습지 선생님을 하고 있었어. 민정은 이혼 후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직 이혼을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 사회의 시선을 감당할 수 있을까?

 

3.

드디어, 김언수의 소설. 제목도 무려존엄의 탄생영화감독이 꿈인 박진수. 예전에 조감독의 일도 했었는데, 지금은 백수.. 집에 틀어박혀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 며칠째 집밖을 나가지 않는 게 일상이었어. 그러다 보니 잘 씻지도 않고…. 그렇게 며칠째 씻지 않은 상태로 동네 슈퍼마켓에 갔다가 떠돌이 개에게 발가락을 물렸어. 홧김에 떠돌이 개를 때렸다가 지나가던 냥이 맘한테 동물학대 했다고 혼났어. 박진수도 억울해서 전후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냥이 맘이 미안하다며 다정하게 상처를 봐주겠다고 했어. 문제는 그 냥이 맘에 젊고 예쁜 아가씨였던 거지. 자신은 며칠째 씻지 않아서 얼룩진,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고, 창피하지만, 그 예쁜 아가씨의 보살핌을 거절하기도 억울하고그런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준 그 떠돌이 개에게 고마움까지 느낄 정도로 예쁜 아가씨였어.

그 일이 있고.. 며칠 뒤진수의 유일한 취미인 밤에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어. 자전거를 타는 거 말이야. 백수이지만, 자신의 취미를 위해서 아끼고 아낀 돈으로 삼백만 원짜리 자전거가 있었어. 그가 라이딩을 즐기는데 슈퍼마켓 앞에서 만난 그 떠돌이 개가 도로 한가운데 있는 거야. 당연히 개가 피할 줄 알고 속도를 줄이지 않았는데, 그 떠돌이 개, 아참, 그 개 이름은 쫑끼라고 했어.. 그 쫑끼가 피하지 않고 멀뚱 쳐다보고 있어서 결국 진수가 마지막 순간 핸들을 틀었고, 그 바람에 자전거와 몸이 분리되었고, 그 비싼 자전거도 망가지고 몸도 다 까지고 다치고 말았어. 화가 나서 다시 쫑끼를 발로 찼는데, 요리조리 피했어. 한 대도 때리지 못했어. 그만 됐다고 생각하던 순간, 예상치 못한 쫑끼의 반격쫑끼가 달려들어 진수를 물어버린 거야. 다시 화가 난 진수는 길가에 버려진 커튼 봉을 들고, 쫑끼를 쫓아갔어.. 어느집 현관으로 도망간 쫑끼진수도 보이는 게 없었어. 현관문을 커튼 봉으로 마구 쳤어. 결국 고성방가와 동물학대로 경찰서에 불려갔고, 벌금 15만원형을 받았어. 그것도 낼 돈이 없었어 선배에게 빌려서 갚고 풀려났단다. 며칠 뒤 다시 슈퍼마켓에서 예쁜 냥이 맘과 함께 있는 쫑끼를 만났단다. 쫑끼의 눈에도 적의는 볼 수 없었어. 아마 냥이 맘과 함께 있어서겠지. , 진수도 냥이 맘 때문에 쫑끼의 대한 적의가 풀어졌지만 말이야.

짧은 단편이었지만, 김언수의 소설만이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소설은 끝났지만나중에라도 진수와 냥이 맘과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4.

이 책에 모든 소설을 다 이야기해주려 하니,, 시간이 꽤 걸리는구나. 그래서 하나만 더 이야기할까 해.. 이기호라는 작가의최미진은 어디로’. 이기호 작가의 책은사과는 잘해요라는 책 한 권만 읽었었는데, 그의 명성을 들은 지라 기대를 꽤 했었는데 별로였던 기억이 있구나. 그런데 이 책에 실린 그의 단편최미진은 어디로라는 소설로 다시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지은이 이기호 자신이었어. 인터넷 중고사이트에서 자신의 책이 판매되는 것을 우연히 보았어. 그것도 판매자인제임스 셔터 내려에 의해 하위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어. 심지어 다른 책 다섯 권을 사면 무료로 끼어 주겠다는 멘트까지 달려 있었어. 심지어 싸인본인데 말이야. 작가로서 자존심이 팍 상하는 일이지. 책들에 대해서제임스 셔터 내려는 짧게 서평도 적었는데, 이기호의 책에 최악의 서평을 달아놓았단다.

주인공은 그 사람을 확인하고 싶었어자신이 다른 책 다섯 권을 구매하겠다고 하고 직거래를 하고 싶다고 했어. 거래는 성사되었고, 주인공 이기호는 광주에서 일산까지 KTX를 타고 갔단다. 그리고 직거래 도중, ‘제임스 셔터 내려는 이기호를 알아봤어당황해 하며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이기호와 이야기를 나눴어. 이기호는 자신의 책을 보니, 최미진이라는 사람에게 준 싸인본이었는데, 자신이 한 싸인이 맞았어. 그 불편한 상황은제임스 셔터 내려뿐만 아니라 이기호에게도 마찬가지였어. 자신을 알아볼 거라곤 생각 못했거든무슨 대화를 해도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였어.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고, 그와 헤어져 다시 광주행 KTX를 탔어. 광주에 도착하자 술이 잔뜩 취한제임스 셔터 내려로부터 전화가 왔어. 최미진은 그녀의 여자친구였는데, 지금은 헤어졌다고 울먹이면서이기호는 여전히 불편해서 별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끊었어. 며칠 뒤 그 중고 사이트에서제임스 셔터 내려는 사라졌어. 아빠가 무미건조하게 줄거리만 이야기했지만, 블랙 유머가 여기저기 심어져 있었단다. 좋았어.

아빠가 이야기해주지 않은 윤고은의평범해진 처제’, 윤성희의여름방학’, 편혜영의개의 밤

괜찮은 작품들이었어. 그저 아빠가 게을러서 이야기를 안 한 것뿐이야. 그들의 소설도 술술 잘 읽혔어. 이 책에 실린 소설 대부분이 괜찮았단다. 새로운 작가들도 아는 좋은 기회였어.

아참, 이 책이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었지.. 그러고 보니 아빠가 김유정 소설을 읽은 게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지, 그녀의 대표작봄봄을 읽었고, 봄봄에는 특별한 사연도 있었어. 대학교 일학년 때 교양국어 시간의 숙제가 소설봄봄의 후속작을 쓰는 것이었단다. 글짓기에 소질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학 초년생이 그런 숙제 할 시간이 있었겠니. 노는 데 바쁘지대충 정해진 리포트 장수를 채웠던 기억이 있어. 그런데 아빠 친구 중에 정말 김유정의 원작의 흐름이 이어지듯 잘 쓴 친구가 있었어. 그 친구는 자신이 쓴 걸 수업시간에 발표까지 했어. 공대생에도 저런 문학적 감각을 갖고 있는 친구도 있네. 하는 생각을 했어.. 나중에 그 친구의 진면목은 이었다는 반전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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