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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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어렸을 때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고 했잖아. 중학교 때던가, 숙제로 한국 문학을 읽는 게 있었어. 당시 책에 대해 안내를 받을 만한 곳도 없고, 그렇다고 아빠가 책을 고를 능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었던 이상의 "날개"라는 책을 집어 들어 읽었던 적이 있단다. 이상의 단편 모음집이었는데, 이상의 대표작인 "날개"를 책제목으로 뽑았던 것 같아. 읽기 전에는 재미있겠지? 그러니까 유명해진 거겠지? 하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첫 장부터 집중해서 읽어나가기 어려웠고, 수십 장 이어지던 이야기가 끝났을 때, , 이건 뭐지? 하는 생각... 전혀 지은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뿐. 당시 아빠에게는 큰 충격이었단다. 그리고 한국 문학에 대한 선입견도 생겼던 것 같아. 읽어내기 어렵다라는.... 그래서 이후 책을 더 멀리 했던 것 같기도 해.

어른이 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상이 활약했던 시대의 한국문학도 하나 둘 읽었단다. 그런데 아직 중학교 때 시절의 충격 때문인지, 이상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어. 이번에 읽은 김연수의 <굳빠이, 이상>이라는 책은 제목은 알고 있던 책이었단다. 얼마 전 알라딘 인터넷 중고서점에서 둘러보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단다. 중학교 때 이상의 소설을 읽었을 때의 기억과 함께...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했단다. 지은이 김연수. 이 분은 많은 히트작을 내셨는데, 아빠는 이번 소설이 첫 번째란다. 아빠가 읽은 것은 2016년에 나온 개정판이고, 이 책의 초판은 2001년이라고 하는구나.

 

1.

이상. 그에 대해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본명은 김해경이고, 1910년에 태어나 1937년에 죽었다고 하는구나. 우리 나이로 스물여덟의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그의 삶과 죽음, 작품은 많은 의문을 남긴 것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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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세 살 때 큰아버지한테 입양되었고, 큰어머니한테 학대를 받으면서 자랐다고 하더구나. 이런 불우한 어린 시절이 그의 삶과 작품에 오롯이 녹아 있는 것 같구나. 아빠는 이상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이상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의 삶과 죽음에 물음표가 많아서인지, 그의 유고라면서 나오는 경우가 많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진위논란도 많고실제로 1960년에도 그의 유고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진위논란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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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라는 잡지사 기자가 있는데, 그에게 어느날 자신을정씨라고만 밝힌 사람으로부터 한 전화를 받는단다. ‘서씨’라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 이상의 유고라면서 발견했다고 이야기를 할 텐데 그것은 모두 거짓말이니 믿지 말라는 전화였단다. 그런데 정말 며칠 뒤 서혁수라는 사람이 전화해서 자신이 이상의 유고뿐만 아니라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했어. 데드마스크는 죽은 사람의 얼굴을 석고로 뜬 것인데, 이상의 데드마스크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대. 이상이 죽고 나서, 임종을 지켰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만들었다는 소문이야. 그런 소문들이 난 이유는 이상의 임종을 지킨 이들이 대부분 일찍 죽거나 납북되거나 월북을 해서 정확한 증언을 해줄 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김연화는 며칠 전 정씨로부터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기자의 본분으로 서혁수의 말의 진위 여부를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서혁수가 알려준 인사동의 식당으로 갔어. 그곳에는 서혁수뿐만 아니라 이상에 전문가로 알려진 최창수 교수도 있었고 이 관장님(어디 관장님이었더라?)도 있었단다. 서혁수는 자신의 형 서혁민이 남긴 수기와 함께 데드마스크를 보여주었어. 이 관장님은 거액을 주고 데드마스크를 전해 받았단다. 김연화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단다. 김연화가 서혁민의 수기를 읽어 보았어데드마스크를 떴을 것으로 소문이 돌았던 조우식이나 길진섭이 아닌, 서혁민 본인이 데드마스크를 떴다는 내용과 함께서혁민 본인이 평생 이상과 이상의 작품을 추적한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어. 김연화 기자는 고심 끝에 기사를 썼단다. 이상의 데드마스크가 발견되었다고

그런데 그 기사가 나간 직후, 서혁수는 사라졌어. 그리고 서혁수와 함께 있던 최창수 교수는 가짜였고, 그 가짜 교수도 사라졌어. 완전 사기극이었던 것이지. 데드마스크를 산 이 관장님은 서혁수를 고소하였고, 김연화 기자까지 공범이라고 같이 고소했어. 김연화는 검찰 조사를 받고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더 이상 기자생활을 할 수 없었어. 그렇게 가짜 데드마스크의 헤프닝 사건은 끝이 났단다.

 

2.

김연화 기자가 건네 받았다고 하는 서혁민의 수기 전편이잃어버린 꽃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었단다. 읽어보니 김연화 기자가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인사동의 고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의 아마추어 고서 수집가 와타나베가 일본 작가의 유품 중에 이상의 글을 봤다고 해서, 서혁민은 일흔다섯의 노구를 이끌고 이상의 자취를 찾으려고 일본으로 향했단다. 와타나베가 본 이상의 작품은 유실된 소설 <백병>과 오감도의 미발표 작품 16호라고 했어.

오감도. 이상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오감도. 제목은 들어보았지만, 어떤 작품인지는 아빠도 몰랐어. 이상의 오감도는 1호부터 15호까지만 발표가 된 것으로 되어 있어. 이상이 원래는 30호까지 계획했지만, 15호까지만 발표를 했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934 7 24일부터 8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했는데, 독자들이 내용을 알 수 없다는 항의가 있어서 15호까지만 연재되고 중단되었다고 하는구나. 이런 사연이 있어서 오감도의 나머지 15편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들 하는구나. 그런데 그 중에 한편이 발견되었다고 한 거야. 서혁민은 일본에 갈 때 그냥 비행기 타고 휙 가는 것이 아니라, 이상에 그 옛날 일본에 유학을 갈 때 갔던 코스를 따라 갔단다.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 항에 도착을 해서 도쿄로 향했어. 이상이 처음에 도쿄를 싫어했다가 나중에 좋다고 했다는구나. 이상이 도쿄에서 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살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대. 서혁민은 본인도 이 여행의 최종 종착지는 이상과 같은 선택으로 작심하고 극약도 가지고 왔어. 그의 이번 생의 마지막 여행.

그의 수기에는 이상을 사랑했던 여인들도 대한 에피소드가 있었어. 사랑 이야기는 그냥 넘어갈 수 없잖니..^^ 이상의 아내 변동림과 이상을 사랑했던 권순옥이라는 여인변동림은 이상이 죽은 다음에 뉴욕으로 갔고,. 그곳에서 화가 김환기와 결혼을 했고, 변동림은 이름을 김향안으로 바꾸어 수필도 쓰고, 서양화가로 등단하기도 했고,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구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 소설의 초판본이 나온 2001년에는 생존해 계셨지만, 2004년에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권순옥그녀는 당시 인텔리 여성으로 이상을 사랑했었고, 이상의 친구였던 정인택이 권순옥을 사랑하면서 삼각관계에 빠지기도 했대. 결국 정인택과 결혼을 한 권순옥은 남편 따라 북으로 갔대. 정인택이 죽고, 이상과 정인택의 친구였던 박태원과 재혼을 했어. 박태원은 아빠도 좋아하는 작가란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천변풍경>의 지은이. 그리고 권순옥은 박태원이 장님이 된 후 쓴 <갑오농장전쟁>의 구술을 받아 적었다고 하는구나. 박태원이 북으로 가서 노환으로 눈이 멀고 구술로 <갑오농장전쟁>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때 구술을 받아 적은 이가 권순옥이었던 거구나. 한때 경성 모던보이로 불렀던 세 친구 이상, 박태원, 정인택과 모두 인연을 맺었던 권순옥. 그녀의 삶 또한 기구하구나. 그리고 이상을 사랑했던 또 다른 여인과 전혀 다른 삶의 궤도를 그린 것 또한…. 운명이란 무엇인지

다들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지만, 그들의 삶을 생각하고 있자니짠해지는구나.

다시 서혁민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서혁민은 와타나베를 만나게 되는데, 뜻밖에 소식을 듣는구나. 와타나베가 이상의 유고를 태워버렸다고 했어. 그는 그것이 이상의 문학을 영원히 지켜주는 것이라고 했어. 서혁민은 화를 냈어평생 이상과 이상의 작품을 쫓아다닌 그였는데진정을 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와타나베의 말도 맞는 것 같았어. 와타나베와 헤어진 서혁민은 삶의 마지막 여행을 위해, 이상이 죽은 병원으로 향했단다.

  

3.

2000년 이상 탄생 90주년을 맞이하여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단다. 피터 주. 그는 재미동포로써 미국에서 문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겠다면서, 한국 현대 문학, 그 중에 이상을 연구한 이상 전문가 중에 한 사람이었어. 지금은 한국에 와서 연구를 하고 있으면서, 이 학술 심포지엄에서 이상의 작품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어. 오감도 15편 이후 발표하지 않은 15편의 내용에 대한 연구였어. 그런데 피터 다음으로 권진희라는 사람이 그의 발표와 상충되는 발표를 했단다. 오감도 16호를 발견하여 그 자리에서 발표한 것이야. 피터 주가 그 직전에 발표되지 않은 오감도 15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곧바로 그 15편 중에 한 편을 발견했다며 발표를 했으니, 피터 주는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했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인데, 김태익이라는 자가 와서 피터 주의 논문에 대해 꼬투리를 잡으면서 질문을 했어. 피터는 심포지엄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날의 창피함으로 미국으로 곧바로 돌아갈 생각까지 했어.

그런데, 그때 김연화로부터 연락이 와서 만났어. 김연화. 가짜 데드마스크 사건으로 망신을 당하고 잡지사도 못 다니게 된 그 사람. 김연화는 심포지엄에서 피터 주를 보고, 연락을 했다고 했어. 서혁민의 수기를 주면서 그 수기 안에 오감도 16호가 들어있다고그런데 그 수기 속에 들어 있는 오감도 16호는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오감도 16호와 내용이 다르다고자신은 서혁민의 수기에 있는 것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모르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피터 주에게 판단하라며 수기를 넘겨 주었단다.

피터 주는 그 수기를 읽어보고 어쩌면 데드마스크와 수기 속의 오감도 16호가 진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더욱이 오감도 16호야말로 정말 이상의 글다웠어. 그가 생각하기에 오히려 이상의 작품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어. 피터 주는 기사에 공개하기로 했어. 이내 심포지엄에서 공개한 권진희의 오감도 16호와 피터 주가 기사에 공개한 오감도 16호 중에 어떤 것이 진짜이냐며 논란이 일었어. 하지만 이내 피터 주에게 시련이 찾아왔단다. 심포지엄에서 만났던 김태익이라는 사람이 피터 주를 찾아왔어. 그리고 피터 주가 공개한 오감도 16호가 가짜라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어. 피터 주가 공개한 오감도 16호는이상의 오감도 15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들을 차례대로 배열한 것에 불과했던 거야. 피터 주는 크게 좌절했고, 심포지엄 때 받은 당혹과 창피함에는 비교할 수도 없는 모멸감을 느꼈어. 이상의 전문가라 하면서 가짜임을 밝혀내지 못하다니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까지 끌어들여 자책했어.

사실 그는 미국계 한국인이 아니었어. 자신은 미국계 한국인인줄 알고 살았는데, 성인이 된 후 우연히 자신이 한국인부부에게 입양된 타이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거야. 이미 한국 현대 문학과 이상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었는데 말이야. 자신은 타이완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미국 사람인지 몰랐어. 정체성을 잃고 살던 그에게 이상에 대한 연구는 그래도 한국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왔는데, 이 오감도 16호 사건으로 그는 심하게 좌절하고 심한 상처를 받았단다.

그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어그러나 그는 극단적인 행동 직전에 깨달았어. 진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진짜처럼 보이고, 가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가짜처럼 보인다고 말이야. 진짜와 가짜는 별 차이 없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라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받은 상처도 서서히 아물어갔어. 그리고 우연히 피터 주는 권진희가 발표한 오감도 16도도 가짜라는 증거를 발견하게 돼. 하지만, 퍼터 주는 반박하지 않았어. 어차피 진짜라고 믿으면 진짜이고, 가짜라고 믿으면 가짜이니까 말이야….

..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단다. 아빠가 이상에 대한 사전 시식이 없어서, 쉽게 읽을 수는 없었단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말이야. 김연수라는 작가. 아빠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런 소설을 쓴 것을 보니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상에 대한 연구를 보통 해서는 나올 수 없는 작품.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더구나.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단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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