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1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언젠가 <녹색평론>에서 지금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 시대에 살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단다. 그 전 다섯 번의 대멸종과는 다른 형태의 여섯 번째 대멸종. 인간 스스로가 원인이 되어 수많은 종을 멸종의 길로 빠트리고, 결국 인간도 멸종하게 되는 길… 그 멸종의 시대가 이미 열렸다는 그런 글이었어.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멸종’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게 되었단다. 순간 그 이야기를 하겠구나 싶어 책소개를 보았단다. 몇 년 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보충해서 책으로 엮은 것이었어. 아빠가 예상했던 그 멸종에 관한 이야기였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심각한 지구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였어. 무서움과 함께그리고 과연 잘못된 것을 제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야…

 

1. 

학창시절에 학교 과학시간에 아빠는 지질시대의 역사를 배우면서, 선캄브리아대고생대중생대신생대 등으로 시대를 구분하는 것을 배웠어. 그리고 그 시대의 구분은 새로운 동물의 출현이나 멸종으로 구분했다는 것도 배웠어.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지구는 많은 동물이 출현했다가 또 어떤 이유에서 사라져가곤 한 것이지. 지구상에 있던 종들 중에 70% 이상이 사라지고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하는 대멸종이 지금까지 다섯 번이 있었대. 그리고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고 그것도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지금 지구 상의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고 말이야. 앞서도 이야기했지만지금까지와는 다른 멸종의 원인… 인간 스스로 원인에 의한 멸종이 책에서는 미필적 고의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러면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은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이루어졌는가.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먼저 지구 밖 천체에 의한 원인이 있어. 여기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른 천체와 충돌이 있고, 주변 별의 초신성 폭발도 지구 생태계의 영향을 준다고 하는구나. 공전의 변화도 지구 환경을 변화시킨대. 이 지구 공전의 변화는 아주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긴 지구의 역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인류 역사에서는 지구 공전의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긴 지구의 역사를 봤을 때 지구 공전에는 변화가 있었다는구나. 그 변화라는 것은 지구의 공전이 약간 타원형 궤도로 돌고 있는데, 타원형 정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거야. 원형에 가까운 타원형일 때도 있고좀더 퍼진 타원형일 때도 있고 말이야. 이런 것들이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어 종의 멸종을 일으키기도 한대. 그리고 23.5도 기울어져 있는 지구 자전축도 사실은 팽이 돌 듯 돌고 있어서, 아주 오래 전에는 반대편으로 기울어져 있을 때도 있었대. 이것도 기후에 영향을 주어 종의 멸종을 일으키는 것이지.

지구 내부의 원인에서도 멸종의 원인을 찾을 수 있어. 대형 화산으로 부르는 수퍼화산이 심심치 않게 폭발하였단다. 이 수퍼화산은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발생하고 이 화산재들이 성층권에 올라가서 햇빛을 가리게 돼. 그러면 오랜 시간 지구에 겨울이 찾아오는데 이를 화산겨울 또는 핵겨울이라고 한대. 이 기후 변화로 종의 멸종을 불러오지. 그리고 화산이 폭발할 때 방출하는 수많은 유독가스들은 그 가스 자체로써도 해롭지만 지구 온난화를 빠르게 진행시킨단다. 토양도 산성화 시켜.. 이런 것들이 모두 생물체의 멸종을 불러오게 되는 거야. 그리고 어떤 원인에 의해서 해수면의 변화하게 되는 것도 멸종의 원인이 돼. 화산 폭발에 의하거나 대륙의 이동에 따른 지구냉각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것도 멸종의 원인이 된단다.

 

2. 

멸종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탄생을 이야기해야겠지. 아주 오래 전 지구에서 생명체가 전혀 없었을 때 생명체 탄생에 있어서 네 가지 단계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일 단계생명 그 자체의 탄생. 이 단계시아노박테리아의 등장이 시아노박테리아의 등장으로 무기물을 유기물로 만드는 존재가 발생한 거래. 삼 단계진핵 생물의 출현진핵 생물은 미토콘드리아를 갖게 되었어. 생명체들이 체온을 유지하고 활동을 하고 생식을 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ATP 형태로 저장하는데 그 ATP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이고, 이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서 고성능 에너지 생산자를 몸 안에 둘 수 있게 되었대. 사 단계는 다세포 생물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다양한 생명체들의 출현하게 되는 거야.

새로운 생명체의 출현이나 멸종으로 시대를 구분한다고 했잖아.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생명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시기를 은생이언이라고 하고 화석이 풍부한 고생대 이후의 시기를 현생이언이라고 한단다. 고생대 전기는 약 5 4000만원 전인데, 이때 삼엽충완족류고배류 등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출현해. 5억 년 전이라고 하면 상상하기 힘든 시간이지만, 그때도 이미 지구상에 다양한 생명체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거야. 그 당시에는 최상위포식자가 있었는데대표적인 포식자는 아모말로카리스와 오파비니아라는 절지동물이란다. 책에 그 모습이 나와 있는데, 그리 귀여운 모습은 아니더구나.

그 이후에 두족류인 카메로케라스와 절지동물인 바다전갈이 출현했다고 하는구나. 이 동물들은 각각 11미터와 12미터의 거대한 동물이었대. 고생대를 좀더 세분하게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에 4 5천만년 전에서 4 4천만년 전…. 오르도비스기에서 실루리아기로 넘어가는 시기.. 이때 첫 번째 대멸종이 찾아왔단다. 이 당시 지구의 대륙인 하나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대륙이 이동을 한 게 큰 원인이었어. 대륙의 이동으로 해류의 변화를 불러왔고이로 인해 빙상이 늘어났대. 바다에 얼음이 늘어나면 전체적으로 해수면은 내려가게 돼. 그렇게 해수면이 내려가면 대륙 근처 얕은 바다에 사는 수많은 바다생물들이 죽고 만단다. 이때 과의 27% 속의 57%, 종의 82~88%가 멸종했다고 하는구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멸종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대멸종의 시기를 겪고다시 새로운 생명체들이 생겨나는 데까지는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고생대 실루리아기에 들어서 드디어 육상생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대. 세균과 이끼양치류 등의 식물들… 이때부터 또 오랜 시간이 흘러서 수많은 절지 동물이 생겨났대. 오늘날도 절지 동물이 지구상에 엄청 많다고 하는구나. 현존하는 종 중에 8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아빠가 제대로 읽은 건가 싶을 정도였어. 원래 절지동물들도 바다에 살았는데바다의 거대한 최상위 포식자들한테 밀려서, 절지동물들이 육상으로 올라왔다고 하는구나. 고생대 데본기에는 이빨 어류의 전성기였대. 9 미터에 무게가 3.6톤이나 되는 이빨 어류 둔클리오스테우스가 대표적이 최상위 포식자였고, 양서류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틱타알릭이란 동물도 이 때 출현했대. 그러다가 두 번째 대멸종을 맞게 되는데, 이번에도 지구 대륙이 이동 때문이었어. 당시까지만 해도 지구 대륙이 안정되지 못한 시기였었지. 거대한 산맥이 형성되고칼레로니아 조산운동이 일어나서 바다가 없어지기도 했어. 그래서 사라진 생명체는 과의 22%, 속의 57%, 종의 77~81%가 이때 멸종했다고 하는구나. 다른 멸종도 긴 시간에 이루어졌지만이때 멸종은 2천만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었다는구나. 이때 원인이라면서 대륙의 조산 운동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한가지 추측이고, 이때 멸종의 원인은 정확히 모른다고 한대.

세 번째 대멸종은 폐름기에 일어나서 폐름기 대멸종이라고도 해. 지구 내부의 원인으로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때 중국 사천성 아미산 화산이 폭발했는데이때 화산이 백만 년 동안 계속 되었대. 이로 인해 지구 냉각화 현상이 일어났고, 유독 가스들로 인한 온난화가 시작되었고, 이 온난화로 인해 다시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고, 바다 속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폭발하였대. 이 폭발로 메탄가스가 다량 분출되었고, 다시 지구 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산소결핍현상이 발생했다는구나. 당시 지구 대기의 30%가 산소였는데, 15%까지 줄어들었대. 이런 지구 환경의 대변화로 95%의 종이 사라졌고... 양서류파충류 등을 비롯하여 당시 모든 영역의 생물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구나.

 

3. 

중생대 전기에 다시 생명체들이 꿈틀거렸어. 지난 대멸종 때 살아남은 소수의 양서류단궁류파충류들이 살아남았대. 모기바퀴벌레 등도 역시 살아남았고… 다시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는 오백만 년을 기다려야 했단다. 이 시기에 다양한 종으로 진화가 이루어졌는데, 거북이공룡악어익룡 등이 출현하였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이후 판게아 대륙이 분리되면서 산맥과 해령이 생기는 등 지구 대륙의 모양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하는구나. 트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로 넘어가면서 또 한번 멸종이 일어났대. 화산대륙이동의 영향으로 거대 양서류들이 멸종을 하게 되는데, 이 거대 양서류의 빈 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 바로 공룡이란다.

쥐라기 시대는 공룡으로 인해 너무나 유명한 지질지대가 되었단다. 초창기 공룡 아르코사우루스에서 다양하게 진화한 공룡들은 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까지 번성을 하면서 지구의 지배자 역할을 했단다. 중생대 때 수궁류에서 진화한 포유류도 적은 양이지만 출연하게 되었단다. 쥐라기에 이어 백악기 역시 공룡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어. 이때 특히 덩치 큰 공룡들이 많이 출현했다고 하는구나. 덩치 큰 공룡들이 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대기의 산소 농도가 올라가서 덩치 큰 동물들이 몸 곳곳에 피를 보내기가 쉽고, 둘째키 큰 식물들이 전성을 했고, 셋째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대. 그밖에 체온 유지를 위해서 몸을 키웠다는 설도 있다는구나. 결국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인지…

공룡들은 백악기 대멸종을 맞이하게 된단다. 공룡의 멸종에 대한 것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단다. 그 중에 소행성 충돌이 가장 일반적인 것 같구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칙슬루브 지역에 떨어진 소행성 충돌그로 인한 핵겨울의 출현… 하지만그 전부터 공룡의 개체수는 줄고 있었대. 그래서 공룡의 멸종은 한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는 게 맞다고 하는구나. 첫 번째가 앞서 이야기했던 칙슬루브 소행성 대충돌. 이 소행성은 TNT 1억 메가톤급 폭발과 맞먹는 엄청난 폭발이었다고 하는구나. 지금도 그 흔적이 있는데, 170Km 지름에깊이가 15~20Km라고 하는구나. 정말 크구나. 이 소행성 충돌로 핵겨울이 찾아왔고지구 표면온도 0도까지 떨어졌대. 두 번째 공룡 멸종의 원인은 인도 데칸 고원의 용암 분출이라고 하는구나. 이 용암 분출이 어느 정도였냐면유럽 면적만큼을 용암이 뒤덮었대. 그리고 세 번째 원인은 해퇴 현상이 있었는데, 이 해퇴 현상은 해양 생물의 멸종을 불러왔단다. 당시 이러한 일들로 인해 육지에서는 새를 제외한 모든 공룡들이 사라졌고, 양치류 등의 생물들곤충들도 많이 멸종했다고 하는구나. 공룡과 함께 중생대를 대표하는 연체동물이었던 암모나이트도 이때 멸종했대.

 

4. 

신생대는 포유류의 전생시대라고 하지만, 공룡이 멸종한 이후 조류가 최고 포식자의 자리를 차지하였단다. 진정한 포유류가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어. 포유류의 진화가 본격화되면서, 현존하는 40% 이상의 설치류가 이때 대거 출현하였단다. 식물도 속씨 식물들이 겉씨식물을 밀어내고 주인공이 되었어. 신생대 제3기 초기 드디어 유인원과 인류가 출현하였대. 좀 의아했던 사실 하나풀도 이때서야 출현했다고 하는구나. 그 전에는 풀이 없었대… 인류가 출현하고 또 오랜 시간이 흘렀단다. 그리고 또 한번의 대멸종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여러 과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단다. 그 전의 다섯 번의 멸종 때 보였던 지구의 변화, 오존층 파괴사막화/온난화 등 지구 기후의 변화해수면의 변화 등등. 하지만 징조들이 기존과 다르게 인간들의 의한 인위적이라는 것이야. 이로 인해 지구 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일이라고 지은이들은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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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지구 생태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대단히 억울한 일이다다른 멸종처럼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고 대륙이 갈라지고 빙하기가 닥치고 산소가 사라지는 등의 원인이야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업보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인류라는 하나의 종 때문에 전체 생물이 멸종된다는 건 마치 10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의 폭발 때문에 지구 생물이 떼죽음을 당하는 거나아니면 전혀 예상도 못했던 소행성이 지구로 끌려와 충돌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떼죽음을 당하는 것보다도 더 억울한 일이지 않겠는가적어도 그 경우는 멸종의 이유가 생태계의 나쁜 이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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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고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단다. 그런데 이 지구 전체를 뜨겁게 만든 인류는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그대로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하게 될까. 그 전의 대멸종의 공통점은 최상위 포식자는 모두 멸종했다는 점이고, 현재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인데.. 이러한 사실을 알고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를 보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이보다 어리석은 생명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제 때 이른 폭염이 낯선 것이 아니게 된 기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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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인류는 어찌 보면 지구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암과 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암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 아니다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죽고몇 번의 세포분열이 이루어지면 더 이상 세포분열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세팅된 다세포 생물의 조직 일부가 그 약속을 깨고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증식으로 나아가면 그것이 바로 암이 된다모든 세포와 조직 기관은 하나의 개체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된다몸의 일부 조직이 자신의 역할 이상을 바라고 비대해지면 몸 전체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마침내 개체 전체의 죽음으로 마감되듯이 생태계도 마찬가지이다그런데 인류는 이 생태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실제로 갈취하고 있다당연히 생태계는 인류에 의해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이 인류라는 생태계의 암을 제거하거나혹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제약하지 않으면 죽음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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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태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대단히 억울한 일이다. 다른 멸종처럼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고 대륙이 갈라지고 빙하기가 닥치고 산소가 사라지는 등의 원인이야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업보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인류라는 하나의 종 때문에 전체 생물이 멸종된다는 건 마치 10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의 폭발 때문에 지구 생물이 떼죽음을 당하는 거나, 아니면 전혀 예상도 못했던 소행성이 지구로 끌려와 충돌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떼죽음을 당하는 것보다도 더 억울한 일이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 경우는 멸종의 이유가 생태계의 나쁜 이웃은 아니니 말이다.

(221)
인류는 어찌 보면 지구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암과 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 암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 아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죽고, 몇 번의 세포분열이 이루어지면 더 이상 세포분열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세팅된 다세포 생물의 조직 일부가 그 약속을 깨고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증식으로 나아가면 그것이 바로 암이 된다. 모든 세포와 조직 기관은 하나의 개체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된다. 몸의 일부 조직이 자신의 역할 이상을 바라고 비대해지면 몸 전체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마침내 개체 전체의 죽음으로 마감되듯이 생태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인류는 이 생태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 갈취하고 있다. 당연히 생태계는 인류에 의해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이 인류라는 생태계의 암을 제거하거나, 혹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제약하지 않으면 죽음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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