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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지금까지 김영하의 소설은 네 권을 읽었단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열광적인 팬이 되기에는 아빠의 기대치에는 약간 못 미친 책들도 있었어. 그래도
기회 되면 읽어볼 만한 작가 명단에는 포함되는 그런 작가란다. (아빠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야). 그런데, 그의 산문집은 어떨까?
하고 한번 집어 들어보았단다. 이 책은 <보다>, <말하다>, <읽다>로 이어지는 김영하 산문 삼부작의 마지막 책이라고 하는구나. <보다>, <말하다>는 아직 읽지 않았어. 연재 소설도 아니고 순서야 중요하지 않겠지. 이번에 읽은 <읽다>라는 책은 책에 관한 이야기였단다. 특히 소설에 관한 이야기들이야.
요즘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하더구나. 아빠도 그러고 싶긴 한데, 낯가림도
있고, 여유도 없으니, 그런 것을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쓰면서
대신하고 있는 것이란다. 아빠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이
책은 작가 김영하가 일방적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그런 책 토론회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에서 아빠가 읽은 책들이 꽤 있었단다. 김영하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어보면서, 아빠가 읽었던 느낌을 떠올리게 할 수 있었어. 어떤 부분은 격하게 공감을 하는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분은 아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새로 알게 되기도 했단다. 예를 들어 아빠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를 그저 스토리만 쫓아가면서 읽었는데, 김영하의 설명에 따르면
작가의 구성력이 돋보였다고 하더구나. 원래 그 이전부터 전래되어 내려오던 이야기를 지은이가 새롭게 구성을
해서,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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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를 쓴
호메로스처럼 소포클레스 역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할 필요를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연대기적 서술을 포기합니다. 게다가 그가 쓰려고 했던 것은 몇 시간 안에 끝을 내야 하는 연극의
대본이었으니 과감한 압축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래서 연극이 시작되면 우리는 이미 왕좌에 오른 오이디푸스를
보게 됩니다. 이런 서사기법을 ‘결정적 순간의 바로 직전에서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2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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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나, 위인들에 대해서도 많은 작가들이 그 나름대로 소설로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생각이 나더구나. 소설은 스토리 뿐만 아니라 구성력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야.
책 이야기를 하면서, 책이 가득 모여있는 도서관 이야기를 하면서, 장클로드 카리에르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의 말에 아빠는 공감을 했단다. 많이 꽂혀 있는 책만 바라보는 것만으로 무언가가 느껴진다는 그 말. 아빠가
요즘은 책을 읽는 것보다 모으는 것에 더 뿌듯함을 느끼거든. 너희들이 웃으면서, 아빠 읽지 않으면서 왜 또 책을 사냐고 묻기도 했잖아. 그런데, 그 책을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두고 바라만 봐도 뿌듯함을 느끼곤 했는데, 그것이
아빠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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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다시피 도서관은
책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누구라도 그곳에 들어가면 어떤 신성함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저자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책등은 묘비처럼 느껴집니다.
그곳은 죽은 이와 산 자가 가장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이고 엄밀한 의미에서 저자가 죽어 있는지 살아 있는지 신경쓰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쓴 책에 묻힌다’는 말의 의미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도 바로 도서관일 겁니다. 움베르토 에코와 대담을 하던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내가 책이 많이 있는 어떤 방으로 가서 그중 한 권도 손을 대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한답니다. 그러면 무어라고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를 받게 돼요. 그것은 어떤
강한 흥미라고도 할 수 있고, 어떤 안도감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라고
말할 대, 책을 사랑하는 우리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단박에 짐작할 수 있습니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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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은 대부분이 우리가 보통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이란다. 고전이라고
하면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장르로 보면 고전 소설과 비소설 고전이
있을 거야. 이 책에서는 소설 장르의 고전을 소개해 주었어.
사람들은 고전은 왜 읽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한단다. 무엇인가 거창한 답변이 있을 수도 있고, 고전 작품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읽기도 전에 고전은 어려워서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평균적으로 봤을 때, 아빠가 생각하기에도 고전이 오늘날 소설보다
읽기가 어려운 것은 맞는 것 같아. 그럼에도 아빠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구나. 몇몇 고전을 읽으면서 재미를 발견한 이후로 고전에 대한 편견을 깼어. 간혹 어려운 고전을 만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다들 재미를 가지고
있었단다. 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한단다.
누군가 아빠한테 고전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이 책에서도 소개한 <돈 키호테>, <마담 보바리>도 포함될 것 같구나. 그리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일순위로 뽑고 싶더구나.
아빠가 읽은 고전 소설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거든… 결론은 아빠는 고전을 읽기
전에 늘 이 책은 또 어떤 재미를 줄까? 기대를 하면서 첫 장을 넘긴단다. 그런데 소설이 아닌 고전의 경우는 재미를 기대하는 것보다, 과연
내가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거나 얼마나 어렵게 써 있나? 를 생각하면서 책을 편단다. 지은이 김영하는 고전이라는 것에 당대의
진부함을 깨는 것들이 고전이 된다고 했단다. 그렇게 당대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이 되고, 그것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된 거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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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고전이 진부할
것이라 지레짐작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오래 살아남은
고전은 처음부터 나름의 방식으로 새로웠는데 지금 읽어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읽어도 새로운
것은 쓰인 당시에도 새로웠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전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 역시 당대의 진부함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고전은 당대의 뭇
책들과 놀랍도록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진부함과는 정반대에 서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낡거나 진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들은 살아남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후대로 전승되었을 겁니다.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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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은이 김영하는 책 마지막 부분에서 정리하면서, 책 읽는 것을 아주
거창하게 정리하였단다. 책을 읽는 것은 우주에 접속하는 거라고 말이야.
세상에 수많은 책들을 다 읽기에는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단다. 그리고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은
그 생명력 또한 무척 길단다. 그 책을 쓴 작가나 그 책들이 초판본을 읽은 이들은 이 세상에 모두 사라졌지만, 그 책은 여전히 살아남아서 새로운 독자들을 만난단다. 그래서 우주와
같다는 거야. 이 광활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우주 속에서 우리는 아주 좁은 지역에 잠시 살다가 사라지니까
말이야. 우리가 삶을 마감해도 도 다른 사람들은 <돈
키호테>를 읽고, <오딧세이아>를 읽고 <마담 보바리>를
읽을 테니 말이야. 거창한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적절한 비유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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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독자로 산다는 것에
현실적 보상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짧은 생물학적 생애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우주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 잠시나마 그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보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별들이
수백 수천 년 전에 보내온 빛이 이제야 우리 망막에 와닿듯이 책 역시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도달하고 영향을 미칩니다. 밀란 쿤데라의 통찰처럼, 비록 우리 현대인의 시야가 마치 요제프 K의 그것처럼 좁아져 있고 모두가 세속적 이해와 단기적 전망으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세계가 돈키호테와 같은 모험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에게는
이 좁은 전망을 극적으로 확장해줄 마법의 문이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바다’로 뛰어들어 ‘책의 우주’와 접속하는 것입니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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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요즘 바빠서 우주에 접속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구나. 그리고
우주 여행을 하고 다녀와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그것 또한 시간을 내기 어렵구나. 그래서 이렇게 한 밤 중에 눈을 비비며, 잠을 쫓아 가며 쓰고 있단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이 글은 거의 비몽사몽에 썼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야.^^ 아, 이제 아빠도 잠을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