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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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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이번에 읽은 <허즈번드 시크릿>이란 책은 작년에 신간소개에서 알게 된 책이다. 난 귀가 얇은
편이라서, 이 책에 대한 호평을 보고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르도
좋아하는 추리 소설이고… 그러다가 얼마 전 알라딘 중고 매장에 갔다가 이 책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소문대로 재미있었다. 지은이는 리안 모리아티라는 호주 사람이어서인지
소설의 배경도 호주 시드니다. 나의 신혼여행지.이 소설을
읽으면서 잠시 당시의 시드니가 떠오르기도 했다. 허즈번드 시크릿… 우리말로
번역하면 남편의 비밀… 도대체 어떤 비밀일런지… 그리고 그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급하게 책을 펼쳤다.
이 소설은 세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먼저, 세실리아의 가족. 세실리아는
세 딸을 둔 평범한 워킹 맘이다. 남편은 존 폴. 그들은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큰 딸 에스터가 요즘 베를린 장벽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세실리아 자신이 젊었을 때 베를린 여행을 갔다가 가지고 온 벽돌을 찾으러 다락방에 갔다가 우연히 남편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봉투에는 반드시 자신이 죽은 다음에 열어보라는 문구가 써 있었고, 그 문구로 인해 세실리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편지만 가득 찼다. 남편
존 폴은 미국 시카고로 출장 가 있었다. 그 편지를 열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던 세실리아는 남편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고 열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전화를 안부 전화를 걸어와서 그 편지 이야기를 했더니 긴 침묵....
그리고 당황한 목소리로 존 폴은 아주 오래 전에 쓴 것이라면서, 제발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세실리아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그렇게 치졸한 사람은 아니라면서… 하지만, 궁금증은 더욱 커졌고, 다른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남편 존 폴은 자신을 만나기 전에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세 딸에게 가장 좋은 아빠이자 모범적인 남편이기도 했다. 그런
남편이 죽은 다음에 열어보라고 편지를 썼다? 아, 궁금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세실리아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그 편지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서 그 편지의 내용이 나오는 부분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소설을 읽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두번째 가족은 테스의 가족. 남편
윌과 여섯 살 아들 리엄과 같이 멜버른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테스의 사촌이자 절친인 펠리시티와
함께 광고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윌과 펠리시티가 폭탄선언을 했다. 윌과 펠리시티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선을
넘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게 무슨 문제인가? 그들은
이미 사랑하고 있다는데… 테스는 강한 배신감에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짐을 꾸려서 리엄과 함께 엄마가 있는 시드니로 날아가 버렸다.
세번째 가족은 레이첼의 가족. 그녀의
나이는 68세로 남편과 사별하고 시드니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근처
학교에서 가끔 비서 일을 하면서 생활했다. 그에게는 롭이라는 아들과 아들보다 잘 나가는 며느리 로렌, 그리고 두살배기 손자 제이콥이 있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레이첼에게 손자 제이콥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리고 레이첼은 좋은 시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며느리에게
간섭하지 않고, 잔소리도 안했다. 그런데, 로렌이 일하는 은행에서 로렌의 능력을 인정하여 뉴욕 발령을 하게 되었고, 식구
모두가 뉴욕으로 가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손자 제이콥도 함께… 레이첼의
유일한 낙이었던 제이콥을 못보다니… 레이첼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며느리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레이첼에게는 롭 말고 한
명의 아이가 더 있었다. 롭의 누나였던 자니. 자니는
열여덟 살 때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미 수십년 전 일이지만, 자니가 죽은 이후 레이첼은 평생 마음의
짐을 얹고 살아갔다. 행복할 수도 없었다. 레이첼에게는 자니를
죽인 범인으로 의심하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그 사람은 자니의 마지막 남자친구로 코비 휘트비라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연히도 레이첼이 일하는 학교에서 체육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
그는 결혼하지 않았고, 학생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한테도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런 코비를 레이첼은 학교에서 날마다 봐야 하니, 늘 어색해했고, 보면 볼수록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이 점점 들었다.
테스는 리엄과 밤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했다. 테스의 엄마 루시는 발목이 부러져서 병환 중이다. 테스는 다친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서 왔다고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금방 눈치를 챘다. 그것도
윌과 펠리시티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 테스는 다음날 리엄을 학교에 전학시키려고 갔다가 레이첼과도 만나고 체육 선생님 코비 휘트비를 만났다. 십 여 년 전 테스가 열아홉살 때 코비와 사귄 적이 있었다. 테스가
엄마 집에 있는데 윌과 필리시티로부터 연이어 전화가 와서 테스의 화만 더욱 부추겼다. 테스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펠리시티의 엄마 아빠, 즉 테스의 이모와 이모부가 와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테스는 여전히 화는 풀리지 않았다. 테스는 야밤에 기분 전환하려고
드라이브나 하겠다고 나섰다가 주유소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코비를 다시 만났다. 코비는 가볍게 차나
한잔 마시자는 제의를 했고, 테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한편 레이첼은 방에서 혼자서 옛날 비디오를 보다가 지금까지 못 본, 자니가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영상에서 자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코비가 화를 내는 장면을 보았다. 레이첼은 흥분했다. 이 정도 장면이면 코비가 범인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레이첼 눈으로만 그렇게 보였다. 옛날부터 자니의 사고를 담당했던 경찰 로드니를 불렀는데, 로드니는 다시한번 코비는 범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했고, 하지만
레이첼이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비디오 테이프는 분석팀에 넘기겠다고 했다.
또 한편, 세실리아는 하루종일 남편의
편지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그 동안의 남편의 행동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면서, 남편과 사랑을 나눈 지도 오래되었다는 것에 생각이 닿자,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다고 단정을 했다. 오늘 집에 들어가면 편지를 봐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런데 집에 오자 일정보다 며칠이나 일찍 집에 도착한 남편 존 폴을 볼 수 있었다. 편지 개봉은 잠시 뒤로 미루어야 했다. 그날밤 남편 존 폴과 세실리아는
간만에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잠에 빠져 있는데, 존
폴이 다락방에서 왔다갔다 하는 소리를 듣고 깼다. 그것도 폐쇄공포증으로 다락방에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존 폴이었는데… 세실리아는 당장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편지를 한 치 망설임 없이 뜯어 보았다.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던 것이다. 도대체 그 편지가 뭐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 편지는 충격적인,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첫딸 에스터가 태어났을 때
쓴 편지… 존 폴 자신이 열여덟 살 때 자니를 죽였다는 내용이 있었다.
충격적이고 우발적인 사고였다면서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다락방에서 내려온 존 폴은 편지를
들고 있는 세실리아를 보았다. 그러면서 용서를 빌었다. 당시
자수하려고 했지만, 용기를 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일로
열여덟 살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폐쇄공포증도 그때 생긴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 벌을 받으면서 생활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 편지를 읽고 난 이후 세실리아는 심한 갈등을 했다.
편지를 읽기 전에는 궁금증으로 온 마음이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제 심한 갈등으로 온 마음이
가득 차 있다. 남편 존 폴은 살인자이다. 당연히 그로 하여금
지금이라도 자수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세 딸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에게도 좋은 남편이었다. 세실리아는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구토도 하고, 불안 증세가 나타났다. 특히
자니의 엄마인 레이첼 부인 앞에서는 더욱 심한 증세를 보였다. 레이첼로부터 새로운 증거인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였고, 그것을 경찰에게 건네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만 실신까지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레이첼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고, 그들은 자수를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결정은 하지 못하고 계속 갈등을 하였다.
테스는 코비와 데이트를 했는데, 그만
너무 쉽게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옛날의 좋았던 감정이 되살아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남편 윌에게 대한 배신감에 대한 보복성도 있었다. 그런데
한번 사랑을 나눈 이후로 테스는 코비에게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분명 자신도 불륜을 한 것이지만,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자신도 윌의 탈선을 알게 된 지 3일만에 이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다음날 다시
코비와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 리엄이 아빠는 언제 오냐고 물어볼 때는
뜨끔하기도 했다. 그런데, 펠리시티가 시드니로 찾아왔다. 테스가 떠난 이후로 윌과 아무 일도 없이 관계를 정리했고, 자신은
이제 호주를 떠나 유럽으로 가겠다고 했다. 테스는 오히려 코비와 사랑을 그리워하고 펠리시티와 윌의 부정이
계속될 것을 내심 바랬다. 하지만 겉으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다. 꼬일 대로 꼬이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펠리시티가 가면서 곧
윌도 온다고 했다. 그제서야 코비와 데이트 약속이 생각이 나서, 테스는
코비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취소했다. 윌이 도착하자, 테스는
오히려 그의 부정을 부추기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테스 자신은 윌의 배신을 보복으로 불륜까지 저질렀는데, 윌은 펠리시티와 아무 일도 없이 끝냈다? 윌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완전히 입장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테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아들 리엄을 생각해서 윌과 헤어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사랑은 없고, 관계만 유지된
생활을 하겠지?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테스가 코비에게 데이트를
취소하는 그 전화… 그 전화는 무지막지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데이트 취소에 대해서 코비는 이해를 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차였다는
생각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레이첼이 운전중이었는데, 레이첼은 범인이 코비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코비가
차도를 걷고 있었다. 순간 사고사로 위장하여 그를 죽여서 자신의 딸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레이첼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 목표는 코비… 하지만, 갑자기 차 앞에 세실리아의 셋째 딸 폴리가 나타났다. 세실리아의 셋째 딸 폴리는 코비 선생님을 보고 따라 온 것이었다. 폴리는
레이첼의 차에 치였다. 생명은 건졌지만, 오른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평생 불구자로 지내야 했다. 레이첼은
심한 죄책감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차도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위로했다. 심지어 폴리의 엄마 세실리아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레이첼은 자신에게
평상시에도 친절하게 대한 세실리아에게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하고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사실 자니를 죽인 범인인 코비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세실리아는 충격을 받았다. 자니를 죽인 것은 코비가
아니고 존 폴이였으니… 존 폴은 레이첼의 딸 자니를 죽이고, 레이첼은
존 폴의 딸 폴리를 불구자로 만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운명의 사슬로 묶여 있었다. 세실리아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러면서 존 폴도 자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레이첼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자상한 아빠인 존 폴이 자신의 딸 자니를 죽였다니… 레이첼은 갈등을 하지만, 결국 레이첼은 존 폴을 용서하기로 했다. 자신의 잘못도 있으니까 말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만약'이라는 가정과 우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약 이랬더니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왜 존 폴은 자니를 죽였을까? 존 폴은 자니를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자니는 존 폴이 아닌 코비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에 우발적으로 열여덝살 젊은 혈기를 가진 존 폴은 자니의 목을 졸랐다. 하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손을 떼었다. 금방 이성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그 몇 초의 목조름으로 자니는 죽고 말았다. 사실 그날 자니는 병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며칠 전 병원에서 마르판 증후군일지도 모른다면서 추가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었다. 마르판 증후군은 아주 사소한 충격으로도 호흡중단 등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자니는 그때 그날 병원예약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리고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존 폴은 그 일로 인해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았고, 그 일로 인해
자신의 딸은 불구가 된 것이다.
이 세상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우연들의 합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오늘도 아주 황당한 여러 가지 우연들로 인해 만들어진 스트레스를 어깨 가득 안고
왔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우리 인생이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어떤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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