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문학 - 인간과 더불어 사는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성찰
박병상 지음 / 이상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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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
눈물 없이 못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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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새는 단순히 운이 나빴던 걸까?

앞서 내려앉은 철새들이 평화롭게 내려갔을 뿐인데.

내려와 보기 웬 구더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허기진 철새에게 구더기는 반가운 영양식임에 틀림없으니 허겁지겁 먹었을테고,

이윽고 구더기는 보툴리늄 균을 겨울철새에 전파시킬 수밖에 없었을 터.

정신은 멀쩡한데 슬그머니 온몸은 마비되더니 날 수가 없다.

공포에 질려 물에 떠 있을 수밖에 다른 방법도 없는데

창공에서 그 모습을 본 철새들이 연이어 내려온다.

그리고 구더기를 허겁지겁 훑어 먹는다.

구더기들은 유수지에 맥없이 떠 있는 

철새의 옆구리를 뚫고 꾸물꾸물 연실 빠져나온다.(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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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녹색평론 147>에서 인용한 <동물 인문학>의 글이다. 이 글을 보고 얼마나 울컥했는지... 겨울 철새들은 우리나라의 갯벌을 찾아 오는데, 인간들은 그들의 터전을 개발이라는 이유로 덮어버리고 그곳에 공장을 세웠다. 그래서 터전을 잃어버린 철새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더 남쪽으로 내려왔다. 먼저 온 친구들이 갯벌에 평화롭게 앉아 있어서 따라 내려왔고배가 고프니 허겁지겁 구더기를 먹었다. 하지만 먼저 온 친구들은 평화롭게 앉아 있던 것이 아니고, 날개가 마비되어 날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독에 중독된 구더기를 먹고 날개가 마비되어 날지 못하고 있었던 것. 다른 철새들도 내려와 같이 먹고 모두 중독이 되고그렇게 그들은 떼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시민단체와 봉사하는 학생들이 내려앉지 말라고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어도, 배고픈 겨울 철새들은 내려와 앉아서 구더기를 먹고 또 죽어간다고 하니 더 안타깝다. 그것을 본 봉사하러 온 어린 학생들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날까. 모두 인간의 탐욕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생명체에 대해 전혀 배려를 하지 않는 인간들그들의 탐욕.

이 책의 저자 박병상이란 분은 오랫동안 도시와 생태 문제에 대해 연구하신 분이다. 지은이가 갯벌이 많았던 인천에서 태어난 것이 이런 연구를 오랫동안 하게 된 이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분이 인천에서 태어나서 이런 연구를 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인간들의 죄]

모든 존재는 이유가 있다. 그러면 인간의 존재는 무엇일까? 인간은 왜 지구에 왔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많이 했다. 인간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진화론과 창조론이 대립하고 있다. 만약 전지 전능한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지구에 와서 한 것이라고는 지구를 망치는 일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생물들, 인간보다 먼저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을 해치고 없애는 일도 했다. 도대체 도움이 되는 일은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생물들, 특히 동물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인간은 그들의 최대의 적, 공공의 적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사는 법을 모르는 인간. 과연 인간을 고등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지능만 높았지, 결코 지혜롭지 못한 동물...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앞서 책에서 발췌한 철새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간들에 의해 핍박을 받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이 해충이라고 부르는 벌레들도 억울할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폐해를 끼쳤다고 해충이라고 부르냐고... 모기, 파기, 바퀴.(바퀴 벌레라고 하는 것은 잘못 부르는 것이고 그냥 바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모기는 큰 병을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도시에 서식하는 도시 모기는 그저 피 쪼금하고 가려움만 줄 뿐인데, 그들은 그 댓가로 생명을 내놓는다. 그리고 파리는 더럽고 병균을 옮긴다고 하는데, 사실 파리보다 사람들의 손으로 옮기는 병균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리고 바퀴는 인간의 역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 억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저 혐오스러운 겉모습을 가졌다고 해충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들에게는 억울할 것이다. 그것도 그들보다 한참 후에 지구에 온 인간으로부터 말이다. 이 세상에 곤충과 벌레가 멸종하면 인간은 오래 못 가서 인류가 멸종하게 되지만, 인류가 멸종한다고 해서 곤충과 벌레가 멸종하지는 않는다는 지은이의 말에 벌레들이 더 지혜로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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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곤충을 해충이라 배척한다면 익충이라 반기는 곤충도 있을 테지.

그런 곤충들에게 사람은 어떻게 인식될까?

광대무변의 탐욕을 가진 생물은 아닐까?

지구촌에서 가장 늦게 동참해 생태계를 제멋대로 교란한 인간은 편견도 참 많다.

가치중립을 외치는 점잖은 곤충도감도 바퀴를 해충이라고

몰아붙이는데 뒤지지 않지만,

생태계에 잡초가 없듯이 해충도 있을 수 없다.

다 나름대로 질서를 가진 존재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

파리와 모기, 그리고 바퀴가 사람에게 질병을 옮긴다지만

사실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고 싶을 리 없다.(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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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동물들]

인간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동물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과도한 산업발전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그것으로 인해 환경변화에 취약한 동물들이 먼저 사라지고 있다. 물론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사람들도 곧 사라질 것이다. 아직 살만한지 자본주의 귀신에 홀려 여전히 모든 나라가 성장과 개발에 목을 메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그리고 옛날부터 내려오던 천수답도 사라지면서 무자치, 드렁허리 등 들어보지 못한 동물들도 사라지고, 미꾸라지, 왕잠자리, 거머리 등 어린 시절만 해도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산업 발전으로 돈 좀 벌었다고 인간들의 유희를 위해서 산을 황폐화시키는 골프장. 이 골프장에 의한 피해는 그야말로 막심하다. 다람쥐, 담비, 족제비 등 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호수들... 그 쓸데없는 4대강으로 사라진 돈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것으로 인해 사라진 동물들이다. 아빠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동물들인 흰수마자, 꼬치동자개, 누치, 꾸구리, 꺽지 등은 모두 이 4대강의 피해를 본 동물이라고 하는데, 비단 그 동물들뿐만은 아닐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4대강 사업으로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큰빗이끼벌레.. 그들의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데 그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모두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일인 것인데...

 

[더불어 사는 세상]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인해 생선조차 맘놓고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고, SNS에 자랑질하려고 애완용으로 해외로부터 사온 동물들의 피해. 그리고 그 동물들을 아무렇게 방치하거나, 우리의 산과 강에 불법으로 풀어놓아 우리나라 생태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자칫 사람한테도 피해를 줄 있다는 이야기 등등... 인간의 탐욕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말 읽을수록 인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이 있나 싶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의 도움 없이 혼자만 살 수 없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구 또한 여러 생명체들이 함께 있어야 살 수 있다. 영국의 제임스 러브록이라는 사람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도 많은 다양한 생명체들로 인해 자신의 체온을 유지해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인간은 탐욕을 없애고,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면서 더불어 살아 가는 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은데,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이 소수의견인 것 같아 안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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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제대로 순환해야 건강하다.

순환이 원할치 못하면 병에 걸리고, 멈추면 죽는다.

38억 년 동안 살아온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개체의 삶은 짧아도 개체들이 모인 종의 수명은 길듯,

종들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수명은 더욱 긴데,

순환되는 생태계는 38억 년 동안 지구를 건강하게 이끌고 있다.

영국의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진화와 멸종을 반복하면서 표면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숨 쉬고 먹고 배설한 이래,

지구는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면서 대기를 구성하는 원소의 균형을 변함없이 유지해 왔다며

그는 지구를 '대지의 여신', '가이아'라고 찬미했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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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병상님이 하는 세상이 올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들조차도 다르게 보였다. 그들 또한 존귀한 생명을 가지고 있고, 그 생명을 보호받아야 한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지은이가 꿈꾸는 인간들과 동물들이 더불어 사는 그런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개중에 미꾸리도 있었을 테지만
우리는 암갈색에 거무튀튀한 무늬가 지저분하게 배열된 녀석들을 통틀어 미꾸라지라 했다.
미꾸리는 분류학적으로 미꾸라지와 매우 가까울 뿐 아니라
사는 곳도 같아 전문가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어렵다.
입주변 5쌍의 수염이 미꾸라지보다 짧고 비늘도 작고
몸도 날씬한 편이라지만 그 정도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성능 좋은 돋보기로 옆줄의 비늘을 세어 150개가 넘으면 미꾸리,
모자라면 미꾸라지라고 전문가는 판정할 것이다.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창자 호흡을 한다.
그래서 항문으로 공기방울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것을 보고 `밑이 구리다`했고, 그래서 미꾸리가 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인데,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창자 호흡에 많이 의존하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민물고기가 그렇듯, 강물이 따뜻해지는 5월마다 짝짓기에 들어가는 누치는
겨울이 유난히 길었던 2010년이 더욱 불안했을 터.
지구온난화 탓으로 번식 시기가 앞당겨지는데 얼음이 늦게 녹지 않았나.
봄이 짧아지리란 걸 직감해 모래와 자갈 바닥을 선점하려 애썼을 텐데, 아뿔싸!
어느 날 다가온 삽차 떼가 모래를 마구 퍼올리며 흙탕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수온이 찬 계절이라면 호흡량이 작아 견딜 만했는데,
따뜻해지면서 숨이 막혀왔을 것이다.
겨울밤에도 쉬지 않는 삽차들이 시멘트 가루가 따뜻해진 하천으로
독극물처럼 스며들자 그만 목숨을 내놓아야 했을지 모른다.

법적으로 허가된 외래동물이라도 입양하려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호기심이나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들여놓았다가 귀찮아 방치하거나 버리는 태도는
생명에 대한 폭력이고 외래동물의 개성을 무시하는 결례다.
유리상자 안에 꼼짝 못하고 던져주는 먹이만 받아먹는 외래 개구리,
몸 돌리기 비좁은 응접 테이블에 갇힌 악어,
에어컨 켜 놓은 거실 한 구석에 웅크린 채
투명한 상자를 두드리는 사람을 외면하는 카멜레온, 이구아나와 목도리도마뱀은
죽지 못해 살아갈 따름이다.
처지를 바꿔 그들의 복지를 생각해 보라.

바다 중에서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대륙붕이고,
대륙붕 중에서 단연 갯벌이다.
세계의 해양학자들은 면적으로는 5번째지만
생태적 가치로 볼 때는 최고라고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평가했단다.
그도 그럴 게, 조수간만의 차가 큰 만큼 조간대가 드넓지 않은가.
서해안 갯벌은 해안에서 수 킬로미터로 펼쳐졌다.
그 넓은 조간대에 날아드는 도요새와 물떼새,
오리와 기러기 종류의 종 다양성은 철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리 갯벌은 반드시 보전해 주기를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람사 국제 보호 습지`에 해당하는 `세계 3대 철새 이동통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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