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
그 노트에는 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라 불렀던 궁극의 이른이 미완의 상태로 적혀 있었다. 그의 목표는 “신의 마음이 담겨 있는” 단 한 줄짜리 방정식으로 우주의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것이었으나, 끝내
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12)
* 빅뱅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무엇이 빅뱅을 유발했는가?
* 블랙홀의 내부(또는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우리 우주에는 웜홀(wormhole)이 존재하는가?
* 4차원 이상의 고차원 공간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가? 즉, 다중우주 또는 평행우주가 존재하는가?
(27)
뉴턴이 발견한 운동 및 중력이론은 기존의 운동법칙을 하나의 원리로 묶은 최초의 통일이론이자, 인간의 지적 능력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포프는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자연의 법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뉴턴이 있으라!”는 신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났다.
(39)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수학적으로 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방정식에는 ‘이중성(duality)’이라는 대칭이 존재한다. 빛(전자기파)에 포함된 전기장을 E라
하고 자기장을 B라 했을 때, E와 B를 맞바꿔도 맥스웰의 방정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기와 자기가 동일한 힘의 두 가지 측면임을 의미한다. 맥스웰은
E와 B 사이의 대칭을 이용하여 전기와 자기를 통일했고,
그 덕분에 19세기 과학은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55)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체중은 증가한다. 그런데 이 초과질량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움직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초과 질량의 출처는 바로 운동에너지이다. 이는
곧 운동에너지의 일부는 질량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83)
양자의 개념은 190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제기한 간단한 질문에서 탄생했다. ‘뜨거운 물체는 왜 빛을 발하는가?’ 물체를 불에 달구면 특정한 색의 빛이 방출된다. 인류는 이 사실을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릇을 만드는 도공들은 가마의 온도가 수천 도에 도달하면 그 안에 넣은
도기가 적색에서 황색을 거쳐 청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것은 성냥이나 촛불, 또는 라이터만 있으면 즉석에서 확인 가능하다. 촛불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아래쪽은 푸른색을 띠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면서 노란색-붉은색으로 변한다.)
(96)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두고 “성공을 거둘수록 더욱
멍청한 이론처럼 보인다”고 했고, 전자파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슈뢰딩거조차도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률적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파동이론의
철학적 의미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당신이 어떻게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내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한 가지뿐이다. 그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119-120)
지난 100년 사이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색이 없는
트랜지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조그만 회로소자는 장거리 통신 네트워크와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혁명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간단히 말해서,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일종의 밸브이다. 수도 파이프에서
장착된 밸브를 돌려서 수량을 조절하는 것처럼, 트랜지스터는 홍수처럼 밀려오는 전자들 중 극히 일부만
통과시키는 초미세 전자밸브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면 작은 신호를 크게 증폭할 수
있다.
(132)
약력은 다양한 원자의 핵을 단단하게 유지시킬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원자핵이 더 작은 입자로 붕괴되는 과정에 관여한다. 앞서 말한
대로 지구의 내부가 뜨거운 이유는 그곳에서 방사성붕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산폭발과
지진을 일으키는 막대한 에너지의 원천은 약력인 셈이다. 중성자는 상태가 불안정하여 양성자와 전자로 붕괴되는데(이것을 베타붕괴beta decay라 한다.), 붕괴 전과 붕괴 후의 물리량이 보전되려면 제3의 입자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유령입자로 알려진 뉴트리노이다.
(141-142)
둘째, 표준모형은 각기 다른 힘을 서술하는 여러
이론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다소 부자연스러우면서 누더기 같은 인상을 준다(한 물리학자는 ‘표준모형을 칭찬하는 것은 마치 오리너구리와 땅돼지, 고래를 하나로
묶어서 희한한 동물을 만들어놓고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을
예뻐할 생명체는 엄마밖에 없다’고 말했다.)
(160)
블랙홀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블랙홀에서는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호킹은 이것이 양자이론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블랙홀이
완전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때문인데, ‘완벽한 암흑’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확정성원리에 위배된다. 양자세계에서는 암흑조차도
불확실하다. 그리하여 호킹은 블랙홀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양자복사quantum
radiation를 방출한다는 혁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79)
1920년대에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대부분이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지도, 수축되지도 않으면서 항상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얻은 해는 우주가 격렬하게 팽창하거나 수축된다고 강변하고 있었다(아인슈타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리처드 벤틀리가 제기한 질문의 해답이었다. 중력이
작용해도 우주가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팽창하는 힘이 중력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206)
* 대칭은 무질서에서 질서를 만들어낸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와 표준모형은 다양한 원소와 소립자로 매우 혼란스럽지만,
대칭을 도입하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 대칭은 이론의 공백을 메워준다. 대칭을 도입하면 이론에 나타난 공백으로부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와 소립자를 예측할 수 있다.
* 대칭은 무관해 보이는 객체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대칭은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 전기와 자기, 그리고 페르미온과 보손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더 큰
항목으로 통일시킨다.
* 대칭은 의외의 자연현상을 알려준다. 대칭은 반물질과 스핀, 쿼크 등 새로운 입자와 물리량을 예측했으며, 결국 사실로 판명되었다.
* 대칭은 이론을 망칠 수도 있는 의외의 결과를
제거해준다. 양자보정에서 나타난 무한대와 변칙은 대칭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 대칭은 고전적인 이론을 업그레이드해준다. 끈이론의 양자보정은 매우 엄밀한 과정이어서, 원래 이론을 수정하여
시공간의 차원을 결정해준다.
(212-213)
홀로그램 원리hologram principle라는
기이한 이중성도 예상치 못한 발전을 이끌었다. 홀로그램이란 3차원
물체의 모든 정보를 2차원 플라스틱 평면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평평한
면에 레이저를 쪼이면 갑자기 허공에 3차원 입체 영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3차원 영상의 모든 정보가 2차원 평면스크린에 저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나 로봇 R2-D2를 실물처럼 볼 수 있고, 디즈니랜드에 있는 유령의 집처럼 허공을 날아다니는 유령을 만들 수도 있다.
(216)
스티븐 와인버그는 끈이론을 ‘북극점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비유했다. 고대에 작성된 모든 지도에는 북극점에
커다란 구멍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구 어디서나 나침반의 바늘은 그 신비한 장소를 가리켰지만, 북극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북극점이 존재한다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하나도 없었기에, 일부 사람들은 북극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09년에 미국에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가 마침내 북극을 정복했다.
(225)
초대형 가속기가 완성되면 끈이론에서 예측된 미니블랙홀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끈이론은 중력과 소립자를 모두 포함하는 만물의 이론이므로, 물리학자들은
가속기에서 미니블랙홀이 발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미니블랙홀은 진짜 블랙홀과 달리 에너지가 입자 몇 개
분량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매순간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선의 에너지가
미니블랙홀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도 지구는 멀쩡하니까, 미니블랙홀이
지구를 삼킬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
(233-234)
인류원리는 우리 우주와 관련된 이상한 실험적 사실을 설명해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의 모든 상수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세팅된 것 같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미국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우주는 마치 우리가 등장할 것을 처음부터 예견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핵력이 지금보다 조금만 약했다면 태양이 점화되지 않아서 태양계는 암흑천지가 되었을 것이고, 강력이 지금보다 조금만 강했다면 태양은 이미 수십억 년 전에 연료가 고갈되어 죽은 별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핵력의 세기가 기적처럼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252)
그러나 이 세상을 이해할 때에는 ‘증명 가능하고
재현가능하며 반증도 가능한’ 과학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이
논지의 핵심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마다 각양각색인데, 이 상황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흐를수록 몇 개의 방정식으로 축약되면서 더욱 단순하고 강력해진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의 매력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과학을 넘어선
영역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