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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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알라딘 인터넷 서점 SNS 북플에서 알게 된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라는 소설이야. 이 책은 1927년 출간하여 이듬해인 192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란다. 책이 출간된 지 100년 가까이 되었는데, 또 출간되었단다. 그만큼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오늘날 읽어도 공감이 가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단다.

오늘날 뉴스를 보면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단다. 그런 뉴스를 보다 보면 그 장소에 나와 가족들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연히 그 장소에 있었어 운명을 달리한 이들의 명복을 빌게 된단다. 다시는 그런 사고가 일어나질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불의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단다. 그런 불의의 사고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운명을 달리한 걸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쓴 소설이 오늘 이야기할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라는 책이다. 지은이 손턴 와일더는 소설과 희곡 부문 모두 풀리쳐 상을 받은 유일한 작가라고 하는데, 아빠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란다.

1714 7 20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갑작스럽게 붕괴되며 다섯 명의 여행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로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매일 수백 명이 오가던 100년도 더 된 다리가 그날 갑자기 붕괴되었어. 사람들은 다리 옆에 있던 성당이 그 다리를 늘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이탈리아 출신으로 선교를 하러 페루에 왔다가 이 비극적인 순간을 우연히 목격한 주니퍼 수사는 질문을 던졌단다. 그들의 희생은 단순한 우연인지, 신의 계획인지독실한 신자였던 주니퍼 수사는 이 사건에 희생된 사람들은 신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희생자들의 삶을 조사하였단다. 그리고 조사 과정을 적은 책이 바로 이 책이란다.

 

1.

먼저 몬테 마요르 후작 부인을 조사했단다. 몬테 마요르 후작 부인의 이름은 마리아였단다. 마리아는 결혼 전부터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했으나, 가족의 성화로 인해 결혼을 하긴 했으나 사랑하지 않는 이와 결혼이었어. 그래도 딸 클라라를 낳았단다. 딸 클라라와 아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클라라는 자신은 페루에서 결혼하지 않겠다면서 홀로 스페인으로 떠났단다.

딸이 떠난 이후 마리아는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 그 당시 혼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지. 그저 책을 읽었어. 아주 많이 읽었다고 하는구나. 딸 클라라는 자신의 계획대로 스페인에서 결혼하여 백작 부인이 되었어. 그리고 마리아는 클라라의 초대로 스페인에 방문했단다.

어렸을 때부터 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었으면 철이 들만 할 텐데, 여전히 말다툼만 계속 하다가 마리아는 일정보다 빨리 집에 돌아왔단다. 그리고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그가 죽고 난 이후에 이 편지들은 유명한 문학작품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방대한 독서가 마리아 자신도 모르게 뛰어난 작가로 만든 모양이구나.

홀로 지내는 마리아에게 페피타라는 소녀가 말벗 봉사하러 왔어. 페피타는 산타마리아 로사 데 라스 로사스 수녀원에서 지내던 수녀였어. 고아였던 페피타를 수녀원장이 키워주었는데, 수녀원장이 보기에 페피타는 똑똑하고 해서 내심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어. 다른 이들에게 그런 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페피타에게 힘든 일들을 더 많이 시켰는데, 말벗 봉사도 그런 일들 중 하나였단다. 어느날 마리아와 페티타는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단다. 그런데 마리아는 머릿속에 딴 생각을 한다고 연극이 어떤 내용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연극은 카밀라 페리촐레라는 유명한 배우가 주연을 맡았는데, 카밀라는 관객 중에 마리아 후작 부인이 있는 것을 보고, 마리아는 비꼬면서 흉보는 노래를 즉흥적으로 불렀단다. 마리아는 딴 생각을 하느라 그 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어. 중간에 페피타가 눈치 채고 마리아에게 나자고 해서 중간에 집에 왔단다.

총독이 연극에서 일어난 이 해프닝을 알게 되어 카밀라 페리촐레를 불러 마리아 후작 부인에게 사과하라고 명령했단다. 그렇게 카밀라가 마이라의 집에 찾아왔어. 마리아는 그날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카밀라가 자신을 흉보는 노래를 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잖아. 그래서인지 마리아는 오히려 자신이 연극에 집중하지 않았다면서 먼저 사과를 했단다. 카밀라 페리촐레는 마리아와 이야기를 해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했단다.

….

얼마 후 딸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왔어. 이것은 무료하던 마리아의 생활을 바꿀만한 큰 기쁜 소식이었단다. 마리아는 페루의 전통대로 아기의 행복을 기원하는 순례를 떠났단다. 페피타도 동행했어. 그들은 그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만 그 다리를 건너고 말았고 다시는 집에 돌아올 수 없었단다.

 

2.

산타마리아 로사 데 라스 로사스 수녀원에 고아 쌍둥이 마누엘과 에스테반이 있었어. 둘은 쌍둥이며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서로 의지하고 친하게 지냈단다. 텔레파시 같은 것도 통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해서 둘만의 비밀 이야기도 나누었어. 그들이 자라서 고아원에 나와서 함께 지내면서 필경사 일을 했어. 연극의 대본이나 악보 등을 필사하는 일을 했어. 그러다가 한 연극을 봤는데, 그 연극에서 연기하는 배우 카밀라 페리촐레에 푹 반해버렸단다.

카밀라는 쌍둥이 형제가 필경사라는 것을 알고 둘 중에 한 명을 불러 편지를 대필해달라고 부탁을 했어. 그 한 명이 마누엘이었어. 마누엘은 간간히 카밀라의 편지를 대필했어. 그런데 에스테반에게는 그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어. 마누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스테반이 모르는 비밀이 생긴 거야. 에스테반은 우연히 마누엘이 카밀라과 함께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마누엘과 카밀라가 사랑하는 사이인 줄 알고, 자신은 괜찮으니 둘이 같이 지내도 된다고 했어. 마누엘은 그런 사이 아니라고 했지만 에스테반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어. 어느날 마누엘은 다리를 다치게 되었고, 에스테반을 치료를 해주면서 보살펴주었지만, 마누엘의 상처는 점점 덧나면서 결국 허망하게 죽고 말았단다.

에스테반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그 죽음이 마치 자신 때문이라면서 크게 자책했단다. 에스테반은 그 일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했단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자책감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자살시도까지 했단다. 같이 일하던 선장이 에스테반의 자살시도를 보고 그를 목숨을 구해주었어. 그러면서 에스테반을 설득했어. 에스테반은 선장의 충고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하러 갔는데, 그 다리를 건너다가 그만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어.

….

 

3.

앞선 마리아 후작 부인과 쌍둥이 형제를 이야기하면서 연극 배우 카밀라 페리촐레를 이야기했는데, 세 번째 이야기기는 카밀라 페리촐레와 그를 키워준 피오 아저씨의 이야기란다. 이곳 저곳을 떠돌던 피오 아저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떤 카페에서 노래하는 12살의 카밀라를 보았어. 그리고 그 아이가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돈 주고 그 아이를 데리고 와서 보살펴 주면서 아이를 데리고 이곳 저곳 데리고 다니면서 노래로 돈도 벌고 그랬어.

시간이 흘러 소녀의 탈을 벗고 아가씨가 된 카밀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어. 피오 아저씨는 카밀라를 연극배우로 데뷔를 시켰단다. 카밀라는 연기가 조금 부족했지만 외모 덕분에 성공한 연극배우가 된단다. 그리고 이제 어른이 된 카밀라는 피오 아저씨와 잦은 의견 대립으로 말다툼을 했어. 카밀라는 이제 피오 아저씨와 따로 생활하고 사교계에도 들어갔어. 하지만 카밀라도 세월의 벽을 넘지는 못했어. 나이가 들면서 전성기가 지나고, 어찌 하다가 아들까지 생기고, 거기에 천연두까지 걸려서 연극계를 떠나 은둔하며 지냈단다.

피오아저씨는 그런 카밀라를 안타까워하면서 도와주려고 찾아갔지만, 카밀라는 차갑게 거절하면 쫓아냈단다. 피오 아저씨는 카밀라의 아들만이라도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했어. 사진이 공부도 시키고 잘 키우겠다고 여러 번 설득을 하고, 결국 카밀라는 허락했어. 피오 아저씨와 카밀라의 아들 하이메는 피오 아저씨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그 다리 위에 있었단다.

주니퍼 수사는 희생당한 사람들을 조사해 보았지만 그들의 어떤 공통점도 찾지 못했단다. 신의 의도를 나타내는 어떤 암시도 찾지 못했단다. 그저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는 것만 다시 확인했어. 그리고 그들을 사랑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그것은 이번에 희생된 다섯 명뿐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모든 이들도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리고 그런 사랑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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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지금 이 순간에도나 말고 에스테반과 페피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오직 카밀라만이 그녀의 아들과 피오 아저씨를 기억하고, 오직 이 여인만이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는 곧 죽을 것이고, 그 다섯 명에 대한 모든 기억도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모든 사랑의 충동은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랑으로 돌아간다. 사랑을 위해서는 기억조차 필요하지 않다. 산 자들의 땅과 죽은 자들의 땅이 있고,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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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론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자는 것 같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714 7 20일 금요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지며 다섯 명의 여행자가 그 아래의 골짜기로 추락했다.

책의 끝 문장: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심 안도하며 "십 분만 늦었다면 나도…"라고 혼잣말을 했겠지만, 주니퍼 수사에게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왜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우주에 어떤 계획이 있다면, 인간의 삶에 어떤 패턴이 있다면, 갑자기 중단된 저들의 삶 속에 숨겨진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주니퍼 수사는 그 순간 대기를 가르고 떨어진 그 다섯 명의 숨겨진 삶을 조사하겠다고,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떠난 이유를 밝혀내겠다고 마음먹었다. - P14

백작은 그녀의 편지를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즐긴 것은 문체였고, 그것만으로 편지의 모든 풍부함과 의도를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대부분의 독자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기록’이라는 문학의 목적 자체를 놓치고 말았다. 문체는 쓰디쓴 액체를 담아 세상에 권하는 하찮은 그릇에 불과하다. 후작 부인이 자신의 편지가 아주 훌륭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매우 놀랐을 것이다. 훌륭한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항상 고결한 마음 상태로 살아가고, 우리에게 특별해 보이는 작품이 그들에겐 그저 평범한 일상과 다름없을 테니 말이다. - P30

옛날 다리 대신 새로운 다리가 세워졌지만, 그 사건은 잊히지 않았다. 리마 사람들에게 그것은 일종의 속담 같은 표현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어떤 사람은 "화요일에 보세. 다리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말이야"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가 "내 사촌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근처에 산답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싱긋 웃는다. 그 말은 머리 위해 매달린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사고에 대한 시도 있고 페루의 문집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전들도 있지만, 진정한 문학적 기념비는 주니퍼 수사의 책이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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