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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5권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이야기란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이미 여러 번 이야기를 했으니, 곧바로 책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그 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때는 1139년 10월. 수도원에서 800미터 떨어진 곳에 풀크 레이널드 수사가 병원장인 세인트자일스 병원이 있고,
이 곳에는 나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단다. 이번 시리즈의 제목을 봐서는 세인트자일스
병원과 관련된 내용임을 예측할 수 있었단다. 이번에 수도원에서 혼례가 진행하게 되어 캐드펠 수사는 이
혼례를 준비하고 있었어. 신랑은 영주인 휴언 드 돔빌 남작이라는 사람인데, 혼일 적령기가 한참 지난, 거의 예순에 가까운 그런 사람이었어. 신랑 일행이 먼저 수도원으로 오고 있었는데, 이 행렬을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했는데, 그 중에는 세인트자일스 병원의 나환자들도 있었단다. 괴팍한
성격의 돔빌 남작은 그들을 향해 채찍을 날렸어. 다들 그 채찍을 피해 도망갔는데, 일흔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라자루스라는 사람이 채찍을 맞았어. 이에
캐드펠 수사의 조수 중 한 명인 마크 수사가 나서서 라자루스를 보호해 주어 더 상 맞지 않았단다.
자신의 결혼식날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이라니… 신랑이라는 사람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잘 알겠지. 곧이어
신부 행렬도 이어졌는데, 신부는 이베타 드 마사르라는 열여덟 살의 어린 신부였단다. 열여덟 살밖에 안된 아가씨가 예순 가까운 신랑과 결혼을 한다? 이것은
평범한 결혼이 아니란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거야. 가뜩이나 신부의 얼굴은 무척 어두워 보였어. 이베타는 피카르 부부의 조카였는데,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러니까 이 결혼은 피카르 부부가 자신의 조카를 갑부인 돔빌 남작과 강제로 결혼을 시킨 것이란다. 돔빌 남작은 자손이 없었고, 사이먼이라는 유일한 조카가 있을 뿐이었단다. 이런 설정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가 있으니 이베타를 사랑하는 조슬린이라는 사람이었어. 자,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
1.
기도회 때 이베타는 몰래 빠져나가
조슬린을 만났어. 수도원에서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허브약제소에서 만났는데, 감기약을 만들러 온 캐드펠 수사와 마주쳤단다. 그들은 서로 놀라긴
했는데 곧바로 피카르 부인이 이베타를 찾으러 왔어. 그녀는 세 사람을 보고 피카르는 화를 내려고 했지만, 캐드펠 수사의 기지로 이 난처한 상황을 잘 넘겼단다. 두 사람은
각자 따로 약을 구하러 왔다가 우연히 만난 것이라고 했어. 역시 캐드펠 수사는 젊은이들의 사랑에 관대하고
잘 연결해주는 큐피드와 같은 사람이야. 이베타는 피카르 부인과 돌아가고 조슬린은 약제소에 남아서 캐드펠
수사에게 이베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이베타는 고아가 된 이후 삼촌 부부가 키우다가 예상한 것처럼
돔빌로부터 돈을 받고 그와 결혼을 시키는 것이라고 했어. 이베타를 사랑하는 조슬린에게 있어 그들은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어서인지 캐드펠 수사에게 이야기하다가 화를 내며 그들을 죽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
…
결혼식날이 되었어. 조슬린은 해고당했다고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어. 이베타의 삼촌인
고드프리드 피카르가 거짓말로 조슬린을 고발하여 해고당한 것을 알게 된 조슬린은 피카르를 찾아갔고 둘은 고성을 오가며 다투었단다. 그들의 난동으로 수도원장과 수사들도 그들에게 모여들었고, 수도원장
라둘푸스가 중재를 하려고 했어. 그때 돔빌 남작과 함께 있던 길버트 프레스코트 행정관이 와서 혼례용
귀금속이 사라졌다고 이야기를 하고 용의자로 조슬린을 지목했단다. 조슬린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그의 소지품에서 사라진 목걸이가 나왔어.
누군가의 음모가 너무 뻔해 보였단다. 결국 조슬린은 끌려가게 되었고, 방심한 틈을 나서 도망쳤단다. 돔빌 남작의 유일한 조카인 사이먼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 사이먼이
조슬린과 친했나봐. 사이먼이 조슬린을 도와주어 건초 창고에 숨어 있었어. 그러다가 조슬린은 이베타를 구출해서 도망갈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가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되었어. 그러다가 우연히 나환자 라자루스를 만났는데, 라자루스가 도와주어
밤새 그와 숨어 있을 수 있었고, 그 다음날부터는 두건을 깊게 눌러쓰고 나환자로 위장을 했단다.
…
결혼식날 신랑 돔빌 남작이 나타나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시체가 된 돔빌을 발견했단다. 마지막 행적은 전날 조카 사이먼에게
이야기를 하고 말 타고 산책을 나간 것이 마지막이었어. 캐드펠 수사도 사건 현장에 도착하여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단서들을 찾아냈단다. 돔빌 남작은 이슬이 내린 후에 사망한 것으로 보였어. 그러니까 밤새 다른 곳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망한 것이지. 나무
양쪽에 잘 보이지 않는 밧줄을 매달아 놓았는데 이 밧줄에 목이 걸려 말에서 떨어졌고, 이후 범인은 돔빌의
목을 줄라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 엄연한 살인사건이었단다.
뒤늦게 행정장관도 와서 조사를
했는데, 행정장관은 곧바로 조슬린을 용의자로 지목했단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정황으로만 봐도 조슬린이 첫번째 용의자라고 생각했을 거야. 반면 캐드펠은 사실을 기반으로
수사를 했어. 돔빌 모자에 꽂힌 희귀한 허브를 발견하여 돔빌이 밤에 갔던 곳을 추적했단다. 그 허브가 있는 곳을 찾아갔더니 돔빌 소유의 오두막집이 있었어. 하지만
그곳에는 집사와 집사의 어머니만 계셨는데, 집사가 이야기하길 돔빌은
4년 전에 오고 그 이후로는 한번도 오지 않았다고 했어. 그러나 캐드펠 수사는 그곳에서
돔빌의 흔적을 발견했어. 그러니까 어젯밤에 돔빌이 여기에 온 것이 확실하고 집사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어. 더욱이 또 다른 사람의 흔적, 즉 어떤 여자의
향수 냄새를 맡았단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돔빌은 이곳에 와서 어떤 여자와 지냈던 거야.
2.
한편 조슬린은 라자루스와 함께
있으면서 이베타에게 연락하여 도망갈 궁리를 했단다. 책을 읽다 보니 라자루스와 조슬린은 남남이 아닌, 어떤 관계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
캐드펠 수사는 결국 돔빌이 만난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찾아갔어. 고드릭 포드의 베네딕트 수도원에 있는 어바이스라는 여자였어. 어바이스는 당차고 자기 주장이 강하면서도 돔빌의 정신적 안식처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더구나. 돔빌이 여행이나 멀리 갈 때마다 비밀리에 함께 했었대. 어바이스는
그 역할을 꺼리지 않았어. 성격답게 돔빌의 죽음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이제는 수녀로 살아가겠다고 했어.
어바이스를 만나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던 캐드펠 수사는 길 잃은 말 한 마리를 발견했어. 그 말을 쫓아가보니 피카르의 시신이 있었단다. 사람들을 데려 오려고 수도원에 왔더니, 조슬린이 행정장관의 무리에
쫓기다가 싸우고 있었단다. 조슬린은 병원에서 몰래 나와 수도원에 들어온 거야. 이베타를 만나 도망가려고 했던 것이지. 조슬린이 좀 성급한 성격인
것 같구나.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고 함께 도망치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좀더 기다려서 때를 봐야 할 것 같은데, 젊은 혈기가 신중함을 내쫓았구나. 캐드펠 수사는 조슬린의 알리바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슬린이 돔빌과 피카르를 죽인 범인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어. 어바이스와 이야기를 해보니 돔빌이 어바이스와 함께 있던 시간에 이미 조슬린은 병원으로 도망가
있었고, 오늘은 캐드펠 수사의 조수인 마크 수사가 하루 종일 조슬린을 감시했기 때문에 피카르를 죽인
범인도 될 수 없었어.
…
조슬린과 행정장관의 무리의 싸움이
중지되자, 그제서야 캐드펠 수사는 피카르가 죽은 소식을 알렸단다. 그러자
피카르 부인은 슬픔에 분노를 하며, 갑자기 사이먼을 붙잡고 범인이라고 소리를 질렀단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는데, 피카르 부인은 사이먼과
피카르 사이에 있던 일을 이야기했어. 사이먼은 자신이 이베타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피카르와 거래를
하려고 했다는 거야. 그리고 피카르에게 협박을 하다가 말다툼까지 했다는 거지. 사이먼은 사실 이베타를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돔빌 남작도 죽였던 것이란다.
어바이스가 캐드펠 수사에게 이야기했던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도 사이먼이었고 명백한 증거도 찾았단다.
그렇게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일단락되었지만, 캐드펠 수사는 피카르의 진짜 범인은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했어. 캐드펠 수사는 나환자 라자루스를 찾아갔단다. 그를 보자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었던 거야. 이전 시리즈를 이야기하면서 캐드펠 수사가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었다고 했잖아. 그때 예루살렘에서 활약하던 기마르 드 마사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라자루스였던 거야. 그는 포로로 잡힌 후 나병에 걸리고 만 거야. 나병에 걸려서 포로로
풀려난 이후로도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던 거야. 그리고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손녀가 못된 후견인의
손에 키워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지. 그 손녀가 바로 이베타였던 거야.
그 전에도 알게 모르게 손녀를 지켜봐 주고 있었던 것이란다. 그리고 이베타가 사랑한 조슬린도
잘 보살펴 주었던 것이란다. 손녀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후견인을 제거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 이 사건이 해결되고 라자루스는 마을에서 사라졌단다. 어디선가 거리를 두고 손녀를 지키고 있지 않을까 싶구나.
…
캐드펠 수사 시리즈 5권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단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는구나.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기대해보자꾸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39년 10월의
어느 월요일 오후, 수도원 문지기실을 나선 캐드펠 수사는 자신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에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책의 끝 문장: 분명한 게 있다면 이제 그가 영원히 슈루즈베리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