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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부터 인터넷 서점에 자주
노출되어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어서 결국 읽게 된 책 강화길
님의 <치유의 빛>이 오늘의 책이란다. 강화길 님은 몇 년 전에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통해 단편만 두 편을 읽어보았단다. 아빠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구나. 젊은작가상
수상을 작품들 중에 한편이라고 생각했지. 이번 소설이 아빠가 읽은 제대로 된 강화길 님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자, 그럼 곧바로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꾸나.
…
주인공 박지수. 어렸을 때 작은 키에 삐쩍 마른 몸으로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단다. 그런데, 15살이 되자 갑자기 식탐이 엄청 커지면서, 키도 엄청 커지고, 덩치도 엄청 커졌어. 지금까지 입고 다녔던 교복도 작아서 입을 수
없었어. 중학교 1년밖에 안 남았는데 교복도 다시 사야 했고, 옷들도 다시 사야 했는데,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부모님에게는 이것
또한 걱정거리였단다. 그렇게 키도 갑자기 크고 덩치도 갑자기 커지자 남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어.
17살부터 지수는 다이어트에 혼신의 노력을 했단다. 적게 먹고, 가끔씩 굶고, 매일
운동하고 다이어트 약도 먹었어. 하지만 가끔씩 일어나는 폭식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폭식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 그러면 다시 후회하여 일부러 구토도 하고, 다시
굶었단다.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지금 지수의 나이는 32살. 그렇게 고생을 해서 지금은
176cm 키에 50kg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가끔씩
폭식의 충동은 여전히 있단다. 남자 친구도 있었어. 일도
열심히 하는 직장인이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몸 컨디션이 안 좋고 힘이 쭉 빠져서 병원에 가니 단순 감기몸살이라고
했어. 아마 그동안 다이어트한다고 몸을 혹사시켜서 그런 것 아닐까. 때마침
명절이라서 쉴 겸 고향 안진시로 향했단다. 평상시 명절에도 일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했는데, 이번 명절에는 고향집에 갔단다. 지수의 고향 안진시는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도시란다. 지도에서 찾아보지 말 것..^^ 몇 년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고향집에는 엄마 혼자 계셨어.
1.
고향집에서 엄마는 고향 소식들을
알려주었어. 그 중에는 아직 고향에 살고 있는 지수의 동창들에 대한 소식도 알려주었어. 지수와 친했던, 아니 사랑했던 해리아도 아직 고향에 있다고 했어. 해리아? 이름이 좀 독특하네, 이러면서
읽어나갔는데 소설 후반부에 해리아의 본명이 나오더구나. 해리아의 본명은 박해리. 그러니까 지수만 해리아라고 부른 거야. 해리아는 공부도 일등이고
운동도 잘하고 지수와 달리 중학교 때부터 큰 키에 균형 잡힌 몸매로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좋았어. 그런데
어느날 수영 수업 때 해리아가 벽에 부딪혀 피를 흘리고 정신을 잃었는데, 지수는 옆에 있으면서 놀라서
아무것도 못했어.
이 일 이후 친구들과 선생님들
마저 지수를 비난했어. 친구가 다쳤는데 보기도 하고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지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했단다. 그리고 대학교는 더 멀리 가겠다는 마음에 공부를 열심했고, 결국 대학교는 서울로 갔어. 지수집은 안진시 영직동에 있었는데 그
동네에 있었던 사이비 교회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그래야 앞으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야. 예전에 영직동에 조칠현 교회가 있었어. 영직동 사람들 대부분이 이
교회에 다녔는데, 지수네는 안 다녔어. 그런데 그 교회 목사가
동네 사람들의 돈을 가지고 자취를 감추었어.
조칠현 교회가 찰떡궁합이던 민덕
병원이라는 병원이 있었는데, 이 병원의 병원장도 그 교회에 사기를 당하고 자살까지 했어. 민덕 병원은 영직동의 유일한 종합병원인데 지수는 이 병원을 싫어했어. 아버지가
몸이 불편해서 갔는데, 시금치 알레르기라며 알레르기를 처방해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간암이었거든. 엄청난 오진이었지. 제대로 진료만 했다면 아버지가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지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런데 당시 아버지의 병을 오진했던 박근만이라는 작자가 지금은 민덕
병원의 병원장이었어. 그리고 해리아가 민덕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랬단다.
…
32살 때부터 시간이 또 흘러
5년이 지났어. 3년 전 엄마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 몇
년 전 지수는 오른쪽 날개뼈 아래에 심한 통증이 생겨났어. 그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갔어.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아도 특별히 이상한 곳 없이 다 정상이라고 했어. 하지만
통증은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했어. 그러다가 우연히 ‘치유의
빛’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어. 지은이가 낯익은 이름이었어. 해리아. 그리고 해리아의 블로그를 보니 해리아는 채수회관이라는 곳을
운영했는데, 통증을 가진 사람들을 치유 주는 곳이었어. 블로그에
보면 채수회관을 다녀오고 만성 통증이 사라졌다는 글들도 있었어. 지수는 통증도 치료하고 해리아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채수회관에 수련 코스를 신청했단다. 알고 보니 채수회관은 민덕 병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숲 속에 위치해 있었단다.
채수회관의 관리인들은 직급 비슷한
것이 있었어. 가장 말단은 직원은 ‘지우’, 그 위는 ‘지기’, 그
위는 ‘심우’, 마지막 최상위는 ‘벗’이라고 불렀어. 현재
벗이 바로 해리아였어. 그리고 심우인 사람도 지수의 중학교 친구였던 신아였단다. 신아와는 좀 안 좋은 기억이 있었어. 지수가 해리아와 친해지려고
할 때, 신아가 방해하고 질투하고 그랬거든. 수영장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는 해리아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말이야.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친구였단다. 수련생들은 최상위 직급의 ‘벗’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 왠지 사이비 냄새가 풀풀 나는구나. 지수는
어떤 지우로부터 1:1 상담을 받고 관리를 받게 되었어.
2.
지수는 수련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나서도 통증은 크게 호전되지 않았어. 그리고 해리아도 아직 만나지 못했어. 그러던 어느날 수영장에서 걷기 운동을 하다가 등에 심한 통증이 와서 고통스러웠는데 그때 해리아가 나타나 손으로
눈을 가려주면서 등의 통증을 완화시켜주었어. 지수는 드리어 만난 해리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 그렇다고 이전에 쌓였던 앙금을 풀고 그런 것은 아니었어.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방안이었어.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했어. 그래서
자신의 담당 지우에게 벗을 만났다고 이야기하자, 지우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그런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 심지어 그런 말로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지 말라고까지 했단다. 지우의 그런 반응이 생소했단다. 지우가 말하길 벗과 심우는 지난 1년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채수회관에 나타난 적이 없다고 했어.
지수의 담당 지우의 이름은 김용지라는
사람인데, 그도 처음에는 수련생으로 이곳에 왔다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 취직을 하게 된 거야. 그런데 최근에 벗과 심우는 나타나지 않고 벗과 심우가 채수회관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김용지는 벗과
심우에 대해 반감이 생기고 이곳 생활에 회의를 느꼈어. 최근에는 지우들과 지기들에 의해서만 채수회관을
꾸려나가고 있었어. 지수는 이곳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이곳의 불합리성이 보이기 시작했단다. 장기 수련생과 단기 수련생에 대한 관리가 다르고 식당 등 차별도 있었어. 지수는
다른 수련생들과 함께 채수회관에 없던 프로그램을 만들었어. 지수는 엄마의 레시피였던 단호박에 초청을
더한 음식을 만들어 수련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호응이 좋았어. 수련생들의 개별 행동이 아닌 그런 단체
활동을 보던 지우 김용지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떠 올랐단다. 그때만 해도 벗과 수련생들이 어울렸거든… 어쩌다 이렇게 변한 것일까. 지수가 단호박 행사를 마치고 방으로
오니 심우, 그러니까 신아와 와 있었어. 지수는 신아에게
해리아를 봤다고 하자 신아는 그럴 리가 없다고 했어. 왜 다들 지수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까. 신아의 말 속에 마치 해리아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들렸단다.
…
신아는 지수를 데리고 숲 속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곳에는 이상하게 생긴, 비닐하우스 같은
건축물이 있었고. 그 안에 해리아가 침대에 누워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어. 신아가 이야기하길 해리아는 암 말기라고 했어. 지수는 신아에게 어떤
약을 먹여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하고, 지수는 드디어 1:1로
해리아를 만났단다. 해리아는 말도 못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어.
해리아는 정신이 잠깐 돌아오더니 자신을 창문 가까이로 옮겨 달라고 했어… 그러면서 소설은
끝이 났는데, 아빠가 무엇인가 놓친 것이 있는지 마지막 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봤는데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단다. 중학교 시절 신아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와서 약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이유는 무엇인지, 해리아가
침대를 창가로 끌어달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소설이 정확하게 어떻게 끝난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를 하지 못했단다. 결론을 압축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더 의아한 것은 에필로그에 나오는 내용인데,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때 그곳에 또 다른 친구 한 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빠는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에필로그라서 마무리 한다는 생각으로, 마치
영화의 쿠키 영상 같은 느낌을 읽어서 뭔가 놓쳐서 그런가 싶어 다시 읽어봐도 음…. 이 소설의 결말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인지 누군가 깔끔하게 정리를 좀 해주었으면 좋겠구나.
…
아참, 지수가 해리아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어. 지수가 중학교 때 해리아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어떤 소설 때문인데 아빠가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소설 속 여왕님의
이름을 본 따 그렇게 불렀던 같아. 지수에서 해리는 이상향이자 이상형이었던 것 같아.
아무튼 전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해보면, 초반부와 중반주에 한창 재미있게 질주하던 내용이 갑작스러운 급브레이크와 함께 모르는 장소에 도착하면서 끝난
것 같은 기분이었단다. 강화길 님의 장편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다른 장편소설은 어떻게 마무리를 하셨는지
궁금해지더구나.
PS,
책의 첫 문장: 교복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책의 끝 문장: 계속 살아 있을게.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나자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비현실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겨우 며칠 쉬었을 뿐인데, 온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대화를 하고 이메일과 문자에 답장을 하며 보내던 모든 일상이 죄다 꿈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그게 나의 삶이었냐? 나의 생활이었나? 그게 진짜 나였나? 혹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내 것을 착각한 것은 아니었나?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불안감이 확 치솟았고 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당장 사무실로 돌아가 밤새 커피를 들이키며 일을 하다 약간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27
끝났구나. 그래. 끝나버렸다. 무엇이? 삶이? 기다림이? 그래. 끝났어. 마음이 가볍다. 평온하다. 아, 사실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 같아. 왜냐하면 지쳤으니까. 그리하여 내 마음도 너무 늙어버렸으니까. 이렇게 힘을 빼고 있으니 모든 것이 편하다. 진작 포기할 걸 그랬다. 이제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 하지만 조금 억울해. 그리고 아쉬워. - P281
그래. 미련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지. 하지만 내가 살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가장 강렬한 감각은 통증이야. 그렇지 않니? 통증은 모든 걸 정지시켜.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하지. 오르지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 그래. 내가 살아 있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거야. 하지만 그건 삶이 아니야. 통증을 인정하는 삶? 진심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통증 이후의 삶? 정말 그걸 믿는 거야? 통증은 통증일 뿐이야. 교훈도 깨달음도 놀라운 반전도 없어. 내 육신이 쇠하는 과정을 절절히 느낄 뿐이야. 나는 덩어리야. 고통을 느끼는 덩어리.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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