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어렸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아빠가 기억력 유지가 잘 안 되는 어른이 되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봤는데,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곧 잊혀지곤 한단다. 그래서 아주 유명한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에 대해서는, 이름은 잘 알지만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있어, 관련된 책이 나오면 눈 여겨 보곤 한단다. 아빠가 오늘 이야기해 줄 책도 그렇게 알게 된, 제시 버튼의 <메두사>라는 책이란다.

메두사라고 하면 뱀의 머리를 가지고 있고, 메두사의 눈과 마주치면 돌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메두사에 관해 아빠가 알고 있는 전부란다. 어떤 사연이 있어 그렇게 되었는지 몰랐어. 눈만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운 존재겠니. 그래서 아빠가 어렸을 때 만화 영화 속에서 빌런으로 등장했던 기억도 있구나. 그 메두사에 관해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책이 바로 제시 버튼의 <메두사>라는 책이란다. 너희들도 기억력 좋은 어렸을 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으니 메두사에 관해서는 아빠보다 더 잘 알겠지? 그래도 신화 속 메두사와 비교해서 이 책에서는 어떻게 메두사를 이야기했는지 한번 보자꾸나.

 

1.

메두사의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한 것은 아테나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그 이야기는 뒤에 나오니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할게. 메두사는 두 언니인 스테노와 에루이알레, 그리고 아르젠터스라는 개와 함께 바위섬에 유배를 와서 4년이나 지냈어. 언니들은 낚시하러 섬 밖으로 가기도 했단다. 어느날 페르세우스라는 한 남자가 오레이도라는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바다에서 길을 잃고 바위섬에 찾아왔단다. 하지만 메두사는 그의 앞에 모습을 내놓을 수 없어. 흉측한 괴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어. 메두사는 바위 뒤에 숨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단다. 페르세우스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물고기를 구워서 전달해주기도 했어. 물론 자신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말이야. 메두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메리나라고 했단다. 둘은 바위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어.

페르세우스는 옛이야기를 하는데, 아버지는 제우스이고 엄마는 아르고스의 왕의 외동딸 다나에라고 했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의 대부분이 제우스의 자식들인 것 같구나. 그런데 페르세우스의 외할아버지는 손자가 자신을 죽인다는 예언을 듣고서는 그런 일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다나에를 탑 꼭대기에 가둬두었단다. 하지만 제우스의 눈에 다나에가 들어왔어. 몰래 탑에 찾아와 사랑을 나누었고 아이를 몰래 낳았는데 그가 바로 페르세우스란다. 외할아버지에게 들통나 엄마와 페르세우스는 궤짝에 실려 바다에 버려졌단다. 그런데 포세이돈이 이를 우연히 보고 구출해주어 살아날 수 있다고 했어. ..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포세이돈은 메두사에게는 악한인데 페르세우스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로구나. 그들의 이야기는 언니들이 낚시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끝이 났고, 메두사는 페르세우스를 동굴 속에 숨어 있으라고 했단다.

다음날 메두사도 자신의 이야기를 했단다. 메두사는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외모로 동네방네 소문이 났단다. 4년 전 메두사가 열네 살일 때, 포세이돈이 메두사에게 구애를 했는데, 메두사는 이를 거절했단다. 그러자 화가 난 포세이돈은 메두사의 마을에 계속 폭풍우를 내리게 했어. 그렇게 되자 마을 사람들마저 메두사가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냐. 메두사가 먼저 포세이돈을 유혹하고 자극했다면서 말이야. 메두사는 얼마나 억울했겠니.. 그래서 메두사의 언니들이 아테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아테나는 메두사를 찾아왔단다. 그런데 질투의 신 아테나가 메두사의 외모를 보고 좋아했겠니아테나도 메두사를 탓하며, 신전에 숨어 기도하고라고 했단다. 그렇게 신전에 숨어서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포세이돈이 그곳까지 찾아왔단다. 결국 메두사는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하고 말았어. 집으로 쫓기듯 돌아온 메두사를 언니들이 위로하지만, 상처는 지울 수 없었단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며칠 뒤 아테나가 찾아와 한 말이었단다. 메두사가 신전을 더럽히고 파괴했다는 거야. 메두사의 언니들이 그 일은 포세이돈에게 가서 따지라고 했는데, 아테나는 메두사의 책임이 더 크다는 황당무계한 논리로 벌을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머리카락을 뱀들로 바꾼 것이란다. 괴물이 된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유배 오듯 섬에 들어와 살고 있는 것이야.

메두사는 언니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되어 다음 이야기는 내일로 미뤘어. 언니 스테노는 메두사의 달라진 행동을 통해 사랑에 빠진 것을 눈치했어. 메두사에게 솔직히 이야기하라고 하자, 메두사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단다. 스테노도 페르세우스가 진정으로 메두사를 사랑한다면, 괴물의 모습을 한 메두사까지 사랑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 그래서 메두사도 용기를 내고 페르세우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2.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의 목적을 이야기해주었단다. 페르세우스아 엄마 다나에는 구출되어 세리포스란 곳에 머물렀는데,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 왕이 다나에에게 계속 수작을 부렸어. 다나에는 이미 제우스와 정을 통한 몸이기 때문에 거절했단다. 페르세우스도 엄마를 지키기 위해 옆에 꼭 붙어 있었지. 그러자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에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오라는 명령을 내렸단다. 그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엄마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했어. 폴리덱테스는 다나에 곁에서 페르세우스를 떼어내려고 했던 것 뿐일 텐데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죽이기 위해 죽음의 길을 떠나왔구나.

메두사는 페르세우스 앞에 모습을 보이려는 찰나 페르세우스가 자신을 죽이러 왔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 거야. 다시 사랑을 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서 죽음의 공포메두사는 자신의 이름은 메리나가 아니고 메두사라고 이야기했어. 페리세우스는 믿지 않았지.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에게 그냥 돌아가라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죽여야만 한다고 했단다. 폴리덱테스에게 속아서 길을 떠나온 것 하며, 메두사를 죽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지 않고 무조건 죽이려는 것 하며, 페르세우스의 지능은 상당히 낮은 사람인 것 같구나.

결국 메두사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는데, 메두사의 눈과 마주친 페르세우스는 그 자리에서 돌로 변하고 말았단다. 그제서야 메두사는 아테나가 이야기한 두 번째 형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 아테나가 이야기하기를, 다른 사람들이 메두사를 보면 화를 면치 못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바로 이 말이었던 거야. 메두사의 눈을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는 것낚시 갔던 언니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언니들은 페르세우스가 돌이 된 것은 메두사의 잘못이 아니라면서 위로해 주었고, 페르세우스가 타고 온 배를 타고 섬을 떠나자고 했단다. 그래서 그들은 4년 간 머물렀던 그 바위섬을 떠나게 되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이나 사람들은 이름만 아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메두사를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보니, 그리스 신화에서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는 것으로 나오더구나. 그렇게 되면 메두사의 삶은 너무 불쌍한 인생이로구나. 오히려 제시 버튼의 <메두사>에서처럼 메두사가 페르세우스를 돌로 만들어버리고 섬을 떠나는 것이

더 극적인 것 같구나. 그리고 그 이후 모험도 기대되는데, 지은이 제시 버튼은 이번 소설의 속편은 쓸 생각은 없으신지 모르겠다. 아빠는 메두사의 이름만 알았지,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몰랐는데, 그리스 신화 속 메두사와 소설 속 메두사를 비교하면서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이젠 메두사를 달리 보는 눈을 가진 것 같아.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눈빛만으로 남자를 죽였다고 말하면, 당신은 나머지 이야기를 듣겠는가?

책의 끝 문장: 나를.

 


메두사, 메두사, 메두사. 반복해서 나의 이름이 불리고 판결이 내려지면서, 나의 삶, 나의 진실, 평온하던 나날, 영글었던 생각이 전부 무너졌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냐고? 이 삐죽삐죽한 바위섬과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된 거만한 여자, 그리고 뱀들의 이야기가 남았다. 잔혹하게도, 변화는 내게 예외 없이 괴물 같았다. 또 한 가지 진실은 내가 외롭고 화가 났다는 것. 그리고 분노와 의로움은 결국 똑 같은 뒷맛을 남긴다. - P10

내가 소중한 존재이며, 사랑받고 축복받는 존재임을 아는 삶,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허용되고 또 격려되는 삶, 다른 사람의 시선이라는 커다란 거울 속에서 내가 완벽하다고 느끼는 삶…… 그런 삶이 나의 삶일 수도 있을까? 어쩌면 페르세우스가 그 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발. 나는 신들에게, 유독 한 신에게 간청했다. 당신은 나에게 너무 큰 벌을 줬어요. 아테나, 제발 내게 이 한 줄기 달빛만은 허락해주세요.
나는 기다렸다. 그러나 아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 P62

달콤한 위험을 맛본 적이 있는지? 그것이야말로 최상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별미다. 그 무엇도, 정말이지 그 무엇도 그만큼 자극적이고 특별하며 유혹적인 맛이 없기에 최상이고, 한번 맛보고 나면 그 후로 먹는 모든 것이 밋밋하게 느껴지기에 최악이다. - P78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 핏속에 운명의 지도가 새겨져 있었다고 믿는다. 그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신들에 의해? 아니면 인간의 탄생과 별빛의 신비로운 조합에 의해? 그들은 인간의 삶이 완벽하게 계획되었으며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라고 믿는다. 인간은 이미 마련된 길을 걸음 뿐이고 그 길에서 벗어나면 무너지고 죽는다고. 반면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났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인간이 샘물처럼 깨끗한 상태로 태어나고 자신의 태풍을 일으킨다고 믿는다. - P2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