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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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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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라는 작가가 있단다. 풀네임을 다 이야기하면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몇 년 전에 너희들과 함께 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우리들이 좋아하는 배우 톰 히들스턴이 연기한 사람이 바로 피츠제럴드란다. 피츠제럴드의 사진을 보면 영화 속에서 톰 히들스턴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의 대표작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한 개츠비>라는 소설이란다. 이 소설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단다. <위대한 개츠비>란 소설이 너무 유명하다 보니, 그의 다른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그의 작품 중 또 유명한 소설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것도 오래 전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유명해졌던 것 같다.

아빠도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위 두 작품만 읽었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작년에 신간 코너에 예쁜 책표지의 책을 살펴 보다가 지은이가 피츠제럴드인 것을 보았지. 이래서 책 디자인이 중요하다니까지은이가 피츠제럴드인 것을 보고, 책 소개를 보았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구나.

책의 제목은 <바질 이야기> 책 소개를 보면 연작 소설이라고 나온단다. 총 아홉 편이 실려 있는데, 첫 번째 작품 <그런 파티>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인공이 바질이고 이야기도 어느 정도 이어진단다. 그래서 <그런 파티>만 제외한다면 그냥 장편 소설이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단다. 10대 청소년인 바질이 주인공이라서, 아빠와 같은 아저씨가 읽으면 추억을 돋게 만들고, 너희가 읽으면 10대의 감성을 공감할 수 있을까? 소설의 배경이 지난 세기 중반의 이야기이고, 미국이라는 공간도 달라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너희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구나. 그래도 사춘기 들어서면서 사랑이라는 감정도 생겨나는 이야기들은 너희들도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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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작품 <그런 파티>는 열한 살 테런스 R. 팁턴이라는 아이가 이제 막 이성과 사랑에 호기심을 가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란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 돌리 바틀릿을 만나기 위해 테런스는 친구 조와 함께 파티를 주최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결국 돌리의 초대를 받게 된다는 짧은 이야기인데, 이제 막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는 순수한 십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단다.

두 번째 소설 <스캔들 명탐정>부터는 바질이 주인공으로 소설들이란다. 바질 듀크 리는 열네 살이고, 리플리 버크너와 친구 사이란다. 둘은 세상의 가십거리와 스캔들을 모아 책을 만들었어. 나름 비밀스러운 책이므로 투명 잉크를 사용해서 글을 썼단다. 바질은 이모진 비슬이라는 여자 아이를 짝사랑했는데, 이모진도 바질을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어. 하지만 이모진 비슬은 다른 여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휴버트 블레이어를 가장 좋아했단다. 휴버트가 이모진에 접근하자 바로 이모진은 휴버트에게 마음이 기울어졌어. 질투심에 바질은 친구들과 함께 휴버트를 괴롭히려고 했지만, 오히려 휴버트에게 영웅담만 생겨나게 되었단다.

<박람회에서의 하룻밤>에서는 바질과 리플리가 박람회 구경을 가게 된단다. 그곳에서 친구 엘우드 리빙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엘우드가 여자를 꼬셔보자는 제안을 하여 그들은 여자애들 무리와 어울리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바질만 짝을 만들지 못했어. 리플리와 엘우드는 짝을 만들어 함께 놀고 있는데, 그곳에 또다시 휴버트가 등장하여 잘생긴 얼굴로 그들의 연애를 방해하게 된단다.

<풋내기>에서는 시간이 좀 흘러 바질은 고향을 떠나 세인트 레지스 스쿨 기숙학교에 입학을 했어. 그 학교는 부잣집 애들이 주로 오는 학교인데, 바질은 집에서 좀 무리를 해서 보낸 것이야. 낯선 동네, 낯선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바질은 독재자라는 별명을 갖게 되고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등 쉽지 않은 학교 생활을 했어.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적응해 갔단다. 시간은 우리 편.

<걔는 자기가 대단한 줄 알아>에서는 바질이 세인트 레지스 스쿨에서 1년을 마치고 잠시 고향에 돌아온 이야기란다. 1년 사이에 친구들도 많이 많이 변했고, 사랑과 시기가 피어올랐어. 그리고 1년 만에 본 바질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친구들이 있어. 바질에게 걔는 자기가 대단한 줄 안다는 소문이 퍼져서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었어.

<포로가 된 새도>에서는 바질이 고향 친구들과 함께 연극을 하는 이야기란다. 바질이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을 하는데, 연극에 배우로 출현하는 친구들과 좌충우돌하지만 결국 연극이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친구들과 갈등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단다.

<완벽한 인생>에서는 다시 세인트 레시즈 스쿨로 돌아와 2년차를 보내는 이야기야. 미식 축구를 하였는데 바질은 쿼터 백 역할을 맡았어. 아빠는 미식 축구를 잘 모르지만, 쿼터 백은 공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잘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포지션으로 알고 있어. 그런 쿼터 백으로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 바질은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었단다. 어느날 졸업 선배가 학교에 찾아와서 완벽한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는데, 바질은 그 조언에 감명 받아 실천하기로 했어. 그런데 그 완벽한 인생이라는 것이 청교도적 윤리 사상으로, 술도 먹지 말고, 담배도 피지 말고 키스도 하면 안 된다는 그런 내용으로, 너무 범생 같은 행동지침이었단다. 이제 친구들과 친해졌는데, 자칫 다시 멀어질 수 있는 그런 행동지침들. 바질은 추수감사절에 친구 조지의 집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는데, 조지의 여동생 조베나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단다. 조지는 조베나에게 자신의 완벽한 인생을 살려고 한다면서 조베나에게도 조언을 해주었어. 조베나는 바질이 재수 없고,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내 그럴 줄 알았지. 바질도 이내 깨닫고 술 먹고 조베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서 해피 엔딩.

<전진하다>에서는바질의 외삼촌의 사업이 잘 안 되는 일로 시작한단다. 외삼촌의 사업에 바질의 엄마도 투자를 했는데, 엄마도 투자금을 잃게 생겼어. 그래서 바질의 예일대 입학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단다. 바질도 일자리를 구해보지만 쉽지 않았어. 바질은 용기를 내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한 동안 안 하고 지낸 종조부까지 찾아가서 일자리를 부탁했단다. 종조부는 바질에게 일자리를 주긴 했지만, 공짜는 아니었단다. 종조부가 젊은 여자와 재혼했는데, 그 여자는 이전에 결혼한 사람과 낳은 딸이 있었고, 그 딸과 주기적으로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거야. 어쩔 수 없이 그 딸을 만나는데, 바질은 당시 미니라는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단다. 돈 벌기 쉽지 않구나. 그런데 얼마 후 다행히 외삼촌의 사업이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어 바질은 종조부의 일을 그만 두고 억지 데이트도 그만 둘 수 있었단다.

<바질과 클레오파트라>에서는바질이 한 달 만에 미니를 다시 만났는데,  어째, 분위기가 싸했단다. 미니가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것 같았단다. 그래, 사랑은 무슨, 공부나 하자. 바질은 예일대에 입학을 하게 되고, 여전히 미식 축구를 했어. 쿼터 백 후보로 경기에 참가했는데, 주전 쿼터 백이 부상을 당해 대신 경기에 참석했는데, 바질이 활약을 해서 프린스턴 대학교와 싸워서 이겼단다. 경기가 끝나고 파티를 열었는데, 우연히 미니를 만나고 미니는 바질에게 접근하려고 하지만, 바질은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녀에게서 마음을 거두었단다. 백 점짜리 복수. 바질은 그렇게 또 자라는구나.

책은 이렇게 마무리된단다. 십 대 소년의 성장 드라마를 한 편 보는 것 같은데,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의 십대 생각도 떠오르더구나.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추억을 자꾸 들추면 늙은 것이라고 하는데, 떠오르는 옛 생각을 누르고 싶지 않구나.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했어. 너희들도 지금 한 편의 소설을 만들며 십대를 보내는 있다는 생각도 들더구나. 그 소설은 해피 엔딩뿐만 아니라 시작과 중간도 해피로 가득 차면 좋겠구나. 소설이 조금이 재미없더라도 말이야…^^ 피츠제럴드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 재미있게 잘 읽었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파티가 끝난 후 도도한 스티븐스 두리에이 한 대와 1909년형 맥스웰 두 대가 빅토리아 한 대와 함께 도롯가에 대기 중이었다.

책의 끝 문장: 비할 데 없이 찬란하고 장엄한 광경 앞에, 사령관의 노련한 눈만이 그곳에서 하나의 별이 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오랜 전통처럼 사내아이들은 어른이 된다는 개념에 집착한다. 어리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제약을 이따금 푸념하면서 말이다. 반면에 소년으로 지내는 것이 마냥 좋은 시절도 오랜 기간 존재하는데, 그 만족감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된다. 바질은 조금만 더 나이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그에게 긴 바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긴 바지가 갖고 싶긴 했지만, 의상으로 따지자면 풋볼 유니폼이나 경찰 제복, 심지어 밤에 뉴욕 거리를 누비는 괴도 신사들의 실크해트와 긴 망토만큼의 낭만도 없었다. - P63

열다섯 살은 참으로 애매한 나이다. 손가락을 딱 짚으며 "그땐 이랬었지"라도 말하기가 곤란한 것이다. 우울한 제이퀴즈는 열다섯 살을 언급하지 않고,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곤 소년기의 한창인 열세 살과 일종의 가짜 청년인 열일곱 살 사이의 언젠가, 두 세계 사이를 끊임없이 오락가락하면서 생소한 경험들로 끊임없이 떠밀리고 어떤 대가도 치를 필요가 없던 시절로 되돌아가려 헛되이 몸부림치는 시기가 찾아온다는 것뿐이다. 다행히도 그 시절에 우리가 어떻게 처신했는지는 우리 자신도 또래들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해 여름 바질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커튼을 걷어보려 한다. - P112

구제 불능의 주벌이 소유욕을 내뿜으며 다가오자, 바질의 심장은 분홍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을 이리저리 배회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우유부단함의 안개에 갇혀버린 바질은 베란다로 나갔다. 때 이른 눈이 대기에 흩뿌려지고 있었고, 별들은 차가워 보였다. 별들을 올려다본 언제나처럼 그의 별들, 야망과 고투와 영광의 상징들이 보였다. 별들 사이로 바람은 그가 항상 귀 기울여 찾던 높은 원음(原音)을 나팔 소리처럼 울렸고, 전투를 위해 찢겨 가늘게 흩어진 구름은 열병식을 거행하며 지나갔다. 비할 데 없이 찬란하고 장엄한 광경 앞에, 사령관의 노련한 눈만이 그곳에서 하나의 별이 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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