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1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69
샬럿 브론테 지음, 나선숙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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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읽은 키두니스트의 <고전 리뷰툰 : 냉정과 열정-열정 편>에서 첫 번째로 리뷰 및 추천한 책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란다. 워낙 유명한 책이다 보니 제목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거야. 아빠도 제목은 알지만, 완역본을 읽어 본 적이 없는 그런 책이지. 너희도 어렸을 때 도화로 번안 편집된 책을 읽어서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을 거야. 고아인 주인공 제인 에어의 그저 그런 성장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이번에 읽고서 그저 그런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엄청 흥미진진하고 반전도 있고, 스릴도 있는 그런 소설이었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소설들은 뭔가 다르긴하구나.

<제인 에어>의 지은이는 그 유명한 브론테 자매 중에 한 명인 샬럿 브론테. 브론테 자매 모두 소설을 쓸 정도라면 유복한 집안에서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모두 짧은 생을 살다가 갔더구나. 샬롯 브론테는 셋째 딸로 태어났지만 언니들이 모두 어렸을 때 죽어서 첫째나 다름 없었다고 했어. 밑으로 동생이 세 명이 있었는데, <폭풍의 언덕>으로 유명한 에밀리 브론테가 30살에, 또 다른 브론테 자내 앤 브론테가 29살에 삶을 마감했다는구나. 남동생도 하나 있었는데 남동생도 31살에 죽었대. 어머니도 이미 샬럿이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 샬럿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고 하더구나. 그러다가 38살에 결혼을 하고 되었고, 그 다음해에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그만 임신 중에 죽고 말았대. 19세기 중반의 일이었어. 당시만 해도 삼십 대 후반에 임신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던 것이란다.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 보내고 혼자 남은 아버지는 84살까지 장수를 했다고 하지만 홀로 된 삶은 얼마나 쓸쓸하고 비참했을까. 브론테 자매들이 요절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겼을 텐데, 안타깝구나.

 

1.

, 그러면 이제 <제인 에어>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여러 출판사에서 <제인 에어>를 출간했는데, 아빠는 몇 년 전에 사둔 더클래식출판사의 책으로 읽었단다. 두 권으로 되어 있어서 오늘은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제인 에어가 10살 때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외삼촌은 리드 삼촌이 제인을 기른다고 데려가셨는데, 리드 삼촌 마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단다. 리드 삼촌이 돌아가신 다음에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리드 외숙모와 사촌들과 함께 살고 있었단다. 다정한 리드 삼촌과 들리 리드 숙모는 신데렐라 계모 맞먹는 악녀였단다. 제인을 하녀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면서 온갖 집안일을 시키고 툭하면 독방에 가뒀단다. 사촌 오빠와 언니들도 제인을 못살게 굴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와 알고 지내던 로이드 씨가 방문하여 제인을 자선 학교에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리드 부인을 설득했고 리드 부인도 자신의 손에서 떼어내는 것이니 좋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제인은 마리아 템플 교장 선생님이 운영하는 자선학교인 로우드 시설에 갔단다. 그곳은 교칙이 엄격한 기독교 기숙 학교였단다. 이 학교는 주로 고아들 또는 편부모를 둔 아이들이 있었어. 제인은 그 학교에서 헬렌 번스라는 친구와 친하게 되어 서로 의지하였단다. 헬렌은 기독교 신념이 강한 아이로, 죄를 용서하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아이였어. 학교 생활이 엄격하고 기부금으로 운영하다 보니 먹는 것이 부실해서 힘들었는데, 제인은 헬렌에게 의지하면서 꿋꿋하게 학교 생활을 했단다.

어느날 로우드 학교의 총 책임자인 목사 브로클허스트 씨가 학교를 방문했는데, 교칙을 어긴 것과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는 이유로 교장 선생님에게 심한 질책을 했어. 뿐만 아니라 제인 에어에게는 공개적으로 벌을 주었어. 이유는 브로클허스트 씨가 리드 부인과 아닌 사이였는데, 리드 부인이 한 제인의 험담을 그대로 믿었던 거야. 제인이 거짓말쟁이에, 리드 부인에게 못되게 군 아이라면서 전교생 앞에서 벌을 준 거야. 제인은 억울하면서 친구들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속상해하면서 울었어. 이 때 헬렌은 와서 위로를 해주었는데 큰 힘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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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나를 좋게 생각해야 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날 사랑하지 않으면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외톨이로 미움받는 건 견딜 우 없어. 헬렌 여길 봐. 너한테든, 아니면 템플 선생님에게든, 내가 정말 사랑하는 누구에게든 진정한 애정을 받을 수 있다면 내 팔이 부러져도, 황소가 나를 내던져도, 사나운 말 뒤에 섰다가 발굽에 가슴을 차이는 한이 있어도 난 기꺼이 감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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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클허스트 씨가 돌아간 다음 탬플 선생님이 와서 제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제인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확인한 다음 전교생에게 제인이 결백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제인에게 헬렌과 템플 선생님은 고귀한 존재였단다. 얼마 후 로우드 자선 학교에 티푸스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돌았어. 전교생 80명 중에 45명이 걸렸고, 많은 아이들이 죽었단다. 그 죽은 아이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헬렌이 포함되었어. 헬렌은 죽기 전에 격리 생활을 했는데, 제인은 몰래 헬렌을 찾아갔어. 헬렌은 그 어린 나이에 죽음에 초연했고, 심지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어. 전염병이 진정되고, 학교 시절이 열악하고 환경이 엉망이라서 이런 전염병이 돌았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어.

이 사실을 알게 된 여러 독지가들에 의해 로우드 시설은 많이 개선되었단다. 제인은 그곳에서 8년을 더 지냈어. 6년은 학생으로 나머지 2년은 선생님으로 지냈단다. 어린 시절 불우했던 제인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듯 했단다. 하지만 그런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이 조금은 지겨워지기 시작했단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가 된 거지.

 

2.

제인은 학교에 이야기를 하고 가정교사 광고를 냈단다. 밀코트에 살고 있는 페어팩스 부인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가정교사로 일하기로 했단다. 밀코트까지 가는 길은 16시간이나 걸리는 멀리 있는 곳이었어. 제인이 머무르는 곳은 손필드 저택이라는 곳이었어. 당연히 페어팩스 부인이 그 저택의 주인인 줄 알았는데, 저택의 관리인이자 가정부라고 했어. 조인은 로체스터라늘 사람이고, 집에는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어. 제인이 가르칠 학새응ㄴ 아델 바랭이라는 7~8살 되어 보이는 아이였어. 아델 바랭은 프랑스에서 살다가 6개월 전에 영국으로 와서 영어가 서툴다고 했어.

제인은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워서 아델과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어. 아델 바랭의 유모 소피도 함께 살았고, 그 외에 하인, 하녀들이 그 저택에 함께 살았단다. 그렇다면 아렝 바탤이 로체스터 씨의 딸이냐고? 그건 아니야. 로체스터가 한때 사랑했던 프랑스 오페라 무희의 딸이었어. 그 무희가 죽고 나서 홀로 된 아델 바랭을 어찌지 못하고 로체스터가 데리고 온 것이란다.

손필드 저택에 있는 하인들 중에 그레이스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좀 이상했어. 그레이스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는데, 방에 있을 때 괴상한 웃음소리와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곤 했단다. 그 외 손필드 저택에서 생활은 무난했단다. 아델도 제인을 잘 따랐어.

몇 달이 지나고 편지를 붙이러 마을에 가다가 말에서 떨어진 여행객을 만나 도와주었는데, 나중에 손필드 저택에 돌아오니 그가 바로 손필드의 주인 로체스터였단다. 30대 후반의 독신남. 스캔 끝. 로체스터는 변덕스러운 명도 있고,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주인장 행세를 하기도 했어. 하지만 제인이 로우드 시절 그렸던 그림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제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 처음에는 퉁명스럽고 사무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서로 사랑이 감정이 싹트는 것이 보이더구나.

어느 날 밤 복도에서 괴이한 소리에 잠을 깼어. 아무래도 그레이스 같았어. 복도에 나가 보았는데, 로체스터 씨 방에서 불이 난 것을 알게 되어 제인은 로체스터 씨를 깨워서 그 불을 껐단다. 다행히 크게 번지지는 않았어. 로체스터는 나중에 자신의 실수로 불이 났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켰단다. 로체스터는 그레이스의 잘못을 감싸는 듯했단다.

로체스터는 두어 주 손필드 저택을 떠나 외출을 했는데, 손님을 초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왔어. 며칠 뒤 십여 명의 손님들이 방문하여 손필드 저택이 북적거렸단다. 손님 중에 블랑시 잉그램이라는 25살 된 아가씨가 있었는데, 로체스터와 사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장차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어. 그런데 블랑시는 못된 성격을 가진 아가씨였단다. 무척 불손하고 오만하고 남들을 멸시했어. 로체스터가 왜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어.

 

3.

그런데 손님 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한 명 있었어. 메이슨 씨가 그 사람인데, 로체스터는 메이슨이 왔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단다. 로체스터는 메이슨 씨를 만나고 잘 이야기가 된 것 같았어. 그런데 그날 밤 3층에서 비명 소리가 나고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 다들 잠에서 깨고 로체스터 씨가 3층에 다녀온 후 조용해졌단다. 로체스터 씨가 이야기하기를 하인 중 한 명이 악몽을 꾼 것이라고 해서 사람들은 다시 침실로 돌아갔단다.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도와달라고 하면서 3층으로 데리고 갔어. 그곳에는 메이슨 씨가 칼에 베여 중상을 입고 있었어.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메이슨 씨를 보살펴 주라고 했고, 그 사이에 로체스터는 의사를 데리러 갔다 왔단다. 메이슨은 제 때 치료를 받을 수 있었어. 로체스터는 의사에게 메이슨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단다. 메이슨을 누가 그렇게 했나? 제인이 생각하기에 그레이스 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메이슨과 그레이스는 그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 같아. 로체스터는 그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고도대체 어떤 내막이 있었던 것일까.

….

며칠 후 리드 부인의 마부가 제인을 찾아왔어. 먼저 제인이 그곳을 떠난 이후 있었던 일을 짤막하게 이야기해주었어. 제인을 괴롭혔던 사촌 오빠 존은 타락의 길을 걷다가 감방을 두 번이나 다녀오고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했어. 그 이후 리드 부인은 병들어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했어. 딸들도 엄마를 잘 보살피지 않고그런 리드 부인이 제인을 찾는다고 마부가 찾아온 거야. 제인은 로체스터 씨에게 허락을 받고 리드 부인을 만나러 갔단다.

리드 부인은 혼수 상태에 빠져 있을 때가 많았고, 잠깐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단다. 리드 부인은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제인에게 두 가지 잘못한 것이 있다고 용서를 빌었어. 외삼촌의 유언을 듣고도 제인을 잘 보살피지 않은 점…. 3년 전에 제인의 친가 삼촌으로부터 제인을 양녀로 삼고 싶다면서 연락이 왔었는데, 제인이 전염병으로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했어. 미안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연락해 보라고 친가 삼촌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제인에게 주었단다. 죽음을 앞둔 외숙모가 그렇게 잘못했다면서 사과를 하는데 착한 제인이 어찌 용서를 안하겠니…. 그렇게 조카와 화해를 한 리드 부인은 얼마 못 가 돌아가셨단다. 여기까지 <제인 에어> 1권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재미없게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도 이 이야기는 그래도 재미있지 않니? 아빠가 이 책을 읽을 때 Jiny가 고전소설을 한 편 읽어야 한다고 해서.. 아빠가 이 책을 추천했었잖니그랬다가 이 책은 책 두께가 만만치 않아서 숙제 하느라 바빠서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프랑켄슈타인>을 추가로 추천해 주었잖아. 다시 생각해보니 <제인 에어>가 두껍긴 해도 재미 있어서 술술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무튼 1권에서 나온 몇몇 떡밥들이 어떻게 회수되는지는 2권에서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산책하는 게 가능하지 않은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우린 둘 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인간에게 평온한 삶에 만족하라고 말하는 것은 별로 소용없는 일이다. 인간에게는 활동이 필요하고, 그걸 찾을 수 없으면 만들어 내기도 하는 법이다. 나보다 더 적막한 운명에 처한 사람이 수백만이고, 자신의 운명에 말없이 항거하는 사람이 수백만이다. 정치적인 반란 이외에도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반란들이 격동하고 있는지 어느 누가 알고 있을까. 여인들은 보통 매우 차분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자도 남자들과 똑같이 느낀다. 그들의 오빠나 남동생처럼 여자들도 자신의 능력을 연습하고 노력해 볼 기회가 필요하다. 여자도 남자들이 괴로워하는 만큼, 경직된 속박과 답답한 정체를 고통스러워한다. 그들에게 푸딩을 만들고 스타킹을 짜고 피아노를 치고 가방에 수나 놓으라고 하는 것은 더 많은 특권을 가진 남성들의 생각이 편협한 탓이다. 관습이 허락하는 것보다 더 배우거나 더 많은 일을 하고자 한다고 해서, 그들을 비웃거나 단죄하는 것은 생각이 얕은 자들의 경솔한 행동일 뿐이다. - P167

나는 손필드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 문지방을 넘어가면 정체로 돌아가는 것이다. 조용한 현관홀을 지나 어둠침침한 계단을 올라, 외로운 내 작은 방으로 들어가고, 늘 변함없는 페어팩스 부인을 만나 오로지 그녀와만 긴긴 겨울밤을 보낸다는 것은, 오늘의 산책이 깨운 나의 희미한 흥분을 송두리째 없애 버리는 일이었다. 너무나 평온하고 한결 같은 생활의 보이지 않는 족쇄를 다시 나에게 채우는 일이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감사할 수 없는 것이 되어 가는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의 족쇄. 차라리 힘겹고 불안정한 삶의 폭풍우에 내던져져 모질고 쓰라린 일을 다 경험한 후에, 지금의 이 평온함을 갈망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너무 안락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지겨워진 사람이 오래도록 산책을 한 것만큼 좋으리라. 그리고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처럼, 나 같은 상황에서 꿈틀거리고 싶은 소망이 일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 P177

"솔직히, 저는 무슨 말씀인지 전혀 이해가 안 돼요. 제 이해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라서 이 대화를 계속할 수가 없겠어요. 다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요. 나리는 자신이 선량하지 않다고 하셨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애석해하셨어요.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거 하나예요. 나리는 더럽혀진 기억이 영원한 맹독이 될 수 있다고 하셨죠. 제가 보기에 나리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스스로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날로부터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 위해 단호하게 시작한다면 몇 년 후에 새로이 오점 없는 기억들, 즐거이 돌이켜 볼 수 있는 기억들이 쌓일 거예요." - P209

"그러지, 간단하게. 당신은 혼자이기 때문에 추워. 그 안에 있는 불을 일으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당신은 병들었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최고의 고상하고 달콤한 감정을 멀리 떼어 놓았거든. 스스로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감정에서 다가오라고 손짓하지 않으니 당신은 어리석어. 당신은 그게 기다리는 곳으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 P297

예감이란 이상한 것이다! 교감도 그렇다. 정조도 그렇다. 이 세 가지가 합해지면 인간이 아직까지 풀어내지 못한 하나의 신비가 된다. 나는 이제껏 예감을 비웃은 적이 없다. 나 스스로가 그런 기이한 예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교감이라는 것도 존재한다고 믿는다(예를 들면, 멀리 떨어져 오래도록 왕래가 전혀 없던 친지들 사이에, 그렇게 떨어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서로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교감 작용은 인간의 이해력을 당황스럽게 한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정조라는 것 역시 인간과 자연의 교감일 수 있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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