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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박완서 님의 책을 읽었단다. 박완서 님이 주로 활동하던 시절과 아빠가 책을 즐겨 읽기 시작한 시점과 시간 차이가 있어서 박완서 님의 책은
많이 읽지 않았어. 아빠 독서 기록을 찾아 보니 3권을 읽었더구나. 박완서 님은 1931년에 태어나셔서 비교적 늦은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등단을 했다고 하더구나. 그 이후 2011년 돌아가시기 전에 많은 작품들을 남기신 지난 세기
우리 나라 대표 여성 작가 중에 한 분이란다.
이번에 읽은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부제로 “박완서 짧은 소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단편 소설이면 단편 소설이지, 짧은 소설이라고 했을까? 책을 읽어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구나. 정말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단다. 400페이지 남짓에 48편이 실려 있으니 한 편 평균이 10페이지 남짓이구나. 1970년대에 주간지 등에 기고했던 소설들을
모은 책이라고 했어. 1970년대면 지금으로부터 40~50년
전의 이야기들이구나. 그래서 약간은 생소함이 느껴지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시절이나 오늘날이나 사람 사는 것은 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표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아빠가 어렸을 때 안방 화장대에서 볼 수 있는
그 장면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란다. 큰 거울이 있는 앉은뱅이 화장대에 유선 전화기가 올려져 있고, 빗통이 있고, 거울 앞에는 결혼 사진이 세워져 있고 말이야. 그 당시 대부분의 집에 가면서 이런 스타일로 안방이 꾸며져 있었지. 옛
생각 물씬 나게 하는 그런 책표지구나. 책표지 뿐만 아니라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들도 옛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추억 힐링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단다.
1.
48편의 이야기는 1970년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단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어. 그 당시에는 20대 후반만 되어도 노총각 노처녀 소리를 듣던 이야기도
있었고, 남녀 간의 결혼에 대한 갈등, 결혼의 조건을 두고
재는 주인공의 심리 등을 실제처럼 잘 지어냈더구나. 1970년대 집에 유선 전화를 하나씩 놓기 시작해서, 전화기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실려 있었어. 그리고 1970년대부터 서울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서서 그런지 아파트로 이사 가서 겪는 이야기들도 여럿 실려 있단다. 요즘도 교육비 때문에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데 1970년대에도
교육비로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나 보구나. 그런 이야기들도 실려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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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여보, 당신 이까짓 아파트 하나 샀다고 우리가 무슨 갑부라도 된 줄 알아요. 내가
집에서 살림이나 하게. 아직 멀었어요. 철이 사립 국민학교
치다꺼리도 치다꺼리지만, 철이라고 만날 국민학교만 다니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아유
말도 말아요. 그뿐이면 또 좋게요. 과외 공부 안 시키우? 아이를 낳아놓기만 하면 뭘 해요. 사람 노릇을 시켜야지. 사람 노릇 시키려면 돈이 무진장 드는 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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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는 경제가 계속 발전하던 시기이다 보니 사회도 빠르게
변했단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고유 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새로운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간의
의견 차이를 다룬 이야기들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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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82)
“생활 양식은 서구화의 첨단을
가고 있는데 의식은 아직도 고전적인 걸 미덕으로 치는 걸 너희들은 조금도 부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니? 과거의
생활양식 속에서도 부부란 끊임없이 서로의 존재와 애정을 확인하면서 살아야 했어. 아내는 옷 수발, 음식 장만 등으로 자기 존재와 애정 표현을 했고, 남편은 돈벌이와
바깥세상의 온갖 거친 일로부터 아내를 보호하는 걸로 그 일을 했지만 지금 그런 분업의 한계가 모호해진 이상 어쩌겠니? 입으로도 해야지 입 뒀다 뭐 하니? 너희들도 열쇠 부부의 비극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내 방법 써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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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짧게 끝맺음을 하니
콩트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몇몇 이야기들은 유머가 담긴 이야기들도 많아서 미소 짓게 하는 이야기들도
있었단다. 그 중에 결혼을 앞둔 어떤 예비신랑이 예비신부로부터 궁합이 안 좋다면서 헤어지자는 소리를
듣고, 본인도 궁합을 보러 가서 무당한테 들은 이야기를 읽고는 쿡, 소리를
내며 웃고 말았단다. 궁합의 유래가 이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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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286)
“실례가 안 된다면 궁합을 보아드리기
전에 궁합의 유래부터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예로부터 궁합이란 원치 않는 청혼을 거절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겨났다고 전해지죠. 그건 다 아는 얘기고 오늘날까지 궁합이란 게 소멸하지 않고 날로 발전해온 과정
역시 남녀 간에 있어선 거의 영혼의 문제인 일방적인 사랑의 소멸과, 거기 따른 편리한 거절의 필요성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게 나의 현장 체험인데요. 선생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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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단다. 아무래도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다 보니 체온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어. 책을 가만히 만져보면 36.5℃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 했단다. 너희들이 이 책을 읽다 보면 생소하고 낮 선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 국어 사전을 찾아보면서 읽어야겠구나. 불과 50년 전 이야기인데, 우리나라가
너무 빨리 변한 것 같구나.
오늘은 이렇게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상철은 자기가 일등 신랑감이라는 걸 너무 믿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내가 마음으로부터 그 여자의 건강을 빌면서 손자가
결혼하는 걸 볼 때까지 살고 싶은 내 과욕을 줄여서라도 그 여자의 목숨에 보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문규는 그제서야 친구의 지난날의 그림의 미완성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그 참뜻을 알 것 같았다. 그는 지난날의 친구와, 지난날의 친구의 그림이 가슴에 저리도록 그리웠다. 그러나 미완성을 완성시킬 수는 있어도 완성을 미완성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생명 있는 걸 생명 없이 할 순 있어도 이미 생명이 없어진 것에 생명을 줄 순 없는 것처럼. 문규는 친구의 완성된 그림을 갖고 싶지 않았고 친구를 만나보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애써 그와 친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귀부인의 장막을 뚫을 필요도 없었다. 그는 쓸쓸하게 친구의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화랑을 나왔다. - P138
젊은이나 어린이들과의 이런 언어의 불통에는 편리하게도 세대차이라는 방패막이가 있어 열등감까지는 안 느껴도 된다. 그러나 우리 나이나 우리보다 얼마 젊지 않은 사람들의 말귀를 못 알아들은 척까지 해야 되지 이 아니 서글픈 노릇인가. 그런 못 알아들을 말 중 외국에서 오래 살아온 친구들이 흔히 쓰는, 그쪽의 관용어에다 토씨나 접속사만 우리말로 하는 경우는 대강 넘겨짚어 알아듣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그 물 건너온 티 좀 작작 내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상당한 지식인이어서 유창하게 논리적인 우리말 중 못 알아들을 말이 섞이면 적어도그게 사람 이름인자, 사람이라면 음악간가 문학간가 과학잔가? 또는 실재하는 사람인가 작중 인물인가, 아니면 새로운 주의나 경향, 사조(思潮)의 이름인가쯤은 짐작할 수 있어야 로미오는 읽었는데 줄리엣은 못 읽었다는 식의 실수를 안 할 수가 있다. 또 상대방을 함부로 높이 평가해 그런 학구적 상상력만 동원할 것도 아니다. - P264
"부인, 그래서 나쁠 것도 없잖습니까. 전 지금 오래간만에 행복합니다. 가슴이 소년처럼 울렁입니다. 늙어도 행복할 권리만은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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