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2024년 여름호 - 통권 186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날 우리는 총체적 난국에 살고 있단다. 현정권 들어서 하는 일들에 합리적으로 이해 가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구나. 그야말로 사고뭉치 정권이 아닌가 싶구나. 심지어 아빠가 해도 그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이런 정권이 우리나라 정권이라는 것이 창피할 따름이란다.

오늘 너희들에게 소개한 <녹색평론 2024년 여름호(186)>에서도 현 정권에 대해 이것저것 비판을 많이 하고, 방향도 제시해주려고 노력한단다. 하지만 쇠귀에 경읽기 일뿐이다. 무식한데 고집까지 센 경우가 가장 안 좋은 경우인데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매일 뉴스에서 보고 있단다. 젠장. 이번에 읽은 <녹색평론 2024년 여름호(186)>의 부제는 공공성 확보가 관건이다이란다. 최근 몇 달 동안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의대생 증가와 함께 의료공공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단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 특히 공공의료의 의사수가 부족한 실정이란다.

=======================

(57)

굳이 의료제도가 상이한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한국 의사수가 비정상적으로 적다는 점은 한국 보건의료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있다. 한국의 의대 정원은 1990년대 중반 의대가 9개가 마지막으로 신설되며 3,300여 명으로 늘었다가 의약분업의 여파로 2006 3,058명까지 줄어든 뒤 2024년까지 18년째 동결돼 있다. 그사이 보건의료분야의 규모는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2000년 한국의 경상의료비(총 의료비) 25 1,230억 원이고 GDP 대비 3.9%를 차지했다. 2022년 기준 경상의료비는 209 460억 원(잠정치), GDP 대비 9.7%이다.

=======================

위 발췌한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20여년 간 의사의 수입은 급속도로 늘었단다. 20여년 전에도 의사의 수입은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었을 텐데 오늘날은 그보다 더 높은 위치에 놓여 있단다. 그렇다 보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적성이고 뭐고 뒷전이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의대를 목표로 하는 이들이 많단다. 들어보지 못한 이름의 의대를 떨어진 사람이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하는 상황이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들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것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그것은 국가 정책을 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렇다면 방법만 잘 잡는다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의사들이 그렇게까지 꽉 막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정부가 하는 방법을 보면, 무대뽀 정신인 것 같아. 의사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양보할 것은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하고, 의대 증원을 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숫자를 늘리는 방안을 채택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정부는 무조건 내년부터 2000명 증원을 늘린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나지 않으니 협상이 제대로 되겠냐고.. 의사협회도 힘 대 힘으로 싸워보자면서 파업을 강행하고 있으니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뿐이잖니.

이런 답답한 상황을 몇 달째 끌고 있고 계속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답답하구나. 그리고 의사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현재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란다. 그들의 정책을 보면 의사수 늘리는 것만 혈안이 되어있지. 취약한 공공의료 분야에 대한 대책은 잘 보이지 않거든의사 수 늘려놓았더니 피부, 미용 분야의 의사수만 늘어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니.

=======================

(11-12)

공공의료가 취약하다는 것은 전체 의료시스템의 취약성을 의미한다. 민간 의료기관은 공적 자원을 기대할 수 없어 생존을 위해서도 수익성에 기반한 경영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진료분야는 기피하거나 소극적이게 된다. 아무리 필수분야 진료기능이어도 기대수익이 약하면 투자하지 않는다. 중소 병원이나 사립대학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서 가능한 많은 이익을 내고자 한다. 진료기능이 편중될 수밖에 없거니와 의료내용이 적정선을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비보험 분야의 확대 그리고 피부, 미용 분야로의 의사 쏠림 등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

….

이제 기후 위기는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절로 느끼고 있단다. 그런데 이런 기후 변화는 더 많은 질병을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에 있어서도 불평등을 만들어낼 거야. 같은 병에 걸려도 부자들은 살 수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죽을 수 있어. 국가의 의무로 공공의료 서비스의 확보는 절실하단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는구나. 의사들도 돈 벌려고 사립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고 말이야.

=======================

(14)

기후위기는 건강위기이고 심각한 건강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다. 홍수, 가뭄, 이상기온 등 극심한 기후변화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환경재난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대응력이 부족한 취약 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마련이다. 기후위기의 심화로 코로나 같은 전염병 재난은 반드시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복합적인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에서 의료의 준비는 중요한 분야의 하나이다. 이는 수익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인류의 안전을 위해 아주 시급한 과제이다. 의료분야 탄소 발생 감소를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지금의 조건에서는 진척이 어렵다. 의료공공성의 토대가 미약하여 이를 추진할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

공공의료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인데,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고, 무작정 의사수만 늘리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대화 좀 해라, 대화 좀

 

1.

부자 세금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해서 그런지 물가도 오르고 교통비도 계속 오르기만 한단다. 나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의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교통 요금의 인상이란다.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대중 교통을 좀더 이용을 해야 하는데, 대중 교통 요금을 계속 올리다 보면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는 거지. 대중 교통은 어떻게 하면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하는 정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거야. 문제가 되면 그냥 무작정 교통 요금을 올리면 되는 것이라 아니라 말이야.

=======================

(40)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둘째 치고, 서울시의 장래 교통정책은 대중교통의 수요를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는 사실이다. 요금을 올려 놓고 이용자가 줄지 않았어!”라고 환호성을 올릴 때 득은 버스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서울시로 흘러가는 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기후위기 대응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교통요금 인상이라는 것은 전형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현재의 부담을 차별적으로 분배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최근에 과일 물가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단다. 사과값이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단다. 하기야 괜히 뭔가 했다가 더 비싸지거나 다른 것마저 같이 비싸질 수 있으니 가만히 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그런데 이 사과값 상승이 단지 일이년 흉작 때문이 아니고,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소리에 그렇겠구나, 생각이 들었어. 기후 변화가 그냥 온도 상승으로 우리사 살고 있는 곳이 더워진다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란다.

바뀐 환경 때문에 먹거리가 바뀌고 동식물이 바뀌고 또는 사라지는 거야. 사과도 기후위기로 인해 산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다는구나. 예전에는 대구에서 대부분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충주나 포천이 주요 산지가 되었대. 이러다가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사과가 자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구나.

=======================

(143)

금년 봄, 사과값이 상승하면서 드디어 기후변화 문제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 문제가 기후변화라기보다는 단순한 농산물 유통의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사과 산지로 유명한 곳은 대구이다. 1897년 미국인 선교사들이 대구 주변에 사과나무를 심고 주민들에게 보급한 것이 대구 사과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배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대구는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의 80%를 담당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지후변화로 인해 대구지역 사과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사과 산지가 북상하여 충주나 포천 지역이 주요 사과 산지가 되었다.

=======================

….

그밖에 <녹색평론 2024년 여름호>에서는홍세화 선생을 추모하며 적은 글이 실렸고, 무위당 장일순의 30주기 특집으로 그의 사상과 삶에 대한 글이 있고, 여섯 편의 서평이 실려 있단다. 녹색평론에서 소개해주는 처음 알게 된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호에서는 아빠도 읽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도 소개되었더구나. 그 밖에 시도 실려 있는데, 아빠가 무서워하는 뱀에 관한 시 두 편이 실려 있는데 읽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더구나. 시골 전원 생활을 꿈꾸지만 저 뱀 때문에 생각을 접게 되는구나. 뱀에 관한 시 한 편을 소개해주면서 오늘 독서편지를 마칠게.

=======================

1

-       장석주

 

시골집에서 혼자 살 때다.

 

어느 가을날 오후 현관문을 열었는데,

문 앞 데크에서

따스한 볕 아래 쉬던 뱀이 화들짝 놀라

긴 몸을 날려 달아났다.

 

느닷없는 이 사태에 내 심장 박동은 요동쳤다.

방심한 채 몸을 늘어뜨린 채 볕 쬐던

저 길다란 영혼도 또 얼마나 놀랐을까!

 

미안하구나, 뱀아

네 평화로운 오후를 내가 망쳤구나!

=======================

 

PS,

책의 첫 문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까지 높았던 시절이 또 있었을까.

책의 끝 문장: 죽음의 폐허 위에 조금씩 퍼져가는 숲의 생기와 접속어들의 춤을 만물의 민주주의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고에너지,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산업 모델은 어떤 식으로든 폐기될 수밖에 없고, 자원을 덜 쓰면서 필요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 의료공공성을 확보하는 일은 몹시 중요하다. 어디에서든 누구든 필수의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일은 앞으로 날이 갈수록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원에서 실패하고 있는 상품들(의사, 약품, 기술)에 의존하는 시스템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환원주의적, 기계적인 세계관과 문화를 그대로 둔 채 공적인 개입과 비용을 늘리는 방식은 명백히 한계가 있다. 우리는 왜 질병의 결과와 비용을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원인을 제거하라고 정치에 요구하지 않는 것일까. 더 많은 병원 병원과 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런 것들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과 생활조건을 위해서는 왜 노력하지 않는가. - P3

미세먼지들이 자욱한 공기를 마시고, 미세플라스틱이 부유하는 물을 마시고, 항생제 투여된 고기를 먹고, 농약 묻은 야채를 먹고, 화약약품으로 숙성시킨 과일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내부로 집착된 시선을 지속한다. 살벌한 경쟁의 기업문화 속 스트레스가 만연한 직장을 다니고, 휴식하고 운동할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365일 자영업장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으로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몸 내부로 향하는 강력한 시선의 방향성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다시 나누어진 부분의 내부를 바라보는 시선의 관성을 멈추지 못한다. 발암물질, 미세플라스틱이 이미 하이브리드된 몸인데, 의료는 자꾸 이 몸의 순수성을 말한다. 지금의 의료에서 몸과 몸 밖의 관계성은 무시된다. ‘관계’ 없는 의료가 지금의 의료를 특징짓는다. 그리고 어느 날 찾아간 병원에서 질책의 말을 듣는다.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하셨어요." - P71

자연환경이 훼손된 곳에는 독성을 가진 식물이 곧잘 번식해서 풀을 먹이로 하는 가축들에 해를 끼치기도 하고, 농업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에 위협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사실 이 식물들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근원을 제압해서 생태계가 스스로 재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독(毒)이라는 개념은 생태적인 게 아닙니다. 문화적인 것이지요. 지구의 관점에서는 독(毒)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 P104

그리고 현재는 있는 줄도 몰랐던 정치행태를 이런 종류의 독재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민주주의’라는 현재 인류 최고의 시스템도 악착스런 인간의 탐욕에 대한 제대로의 제어장치는 제어장치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은 무척 변한 것 같아도 그 근본에서는 70년대와 그다지 많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1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