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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서 알게
된 셸리 리드의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유명한 평론가의 추천작, 출판사들의 러브콜을 받은
작품, 영화 제작사와 거액 계약 등 이 소설을 홍보하는 수식어들이 많았단다. 약간은 과도해 보이는 홍보가 붙은 소설들은 간혹 큰 실망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아빠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펼쳤단다.
지은이는 셸리 리드라고 하는
사람인데 대학교에서 30년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뒤늦게 처음 쓴 소설이 바로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책이라고 해.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제목은
아빠와 비슷한 세대들에게는 브레드 피드의 리즈 시절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구나. 이 소설은 그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소설이란다. 그런데 왜 소설의 제목을 <흐르는
강물처럼>이라고 지었을까? 소설 속 주인공의 대사에서
따온 듯싶구나. 장애물이 나타난다고 해서 멈추거나 피하지 않는 강물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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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윌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간다 한들 세스 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어디로 간들 세스처럼 분노로 가득한 사람,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려는 사람이 없겠는가? 윌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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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다 읽은 날 우리
가족이 함께 외식을 했어. 그 식사자리에서 아빠가 이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너희들과 엄마 모두 무척 재미있다고 했었잖니. 그때 바로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썼어야 했는데, 밀린 독서편지를 차례대로 쓰다 보니 읽은 지 꽤 지났구나. 그 때 이야기해준 것을 잊지 말고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메모를
해 둔 것과 아직 남아 있는 기억을 잘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시작해볼게.
1.
소설은 1948년 콜로라도 거니스 강 주변 아이올라라는 시골 마을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주인공은 열일곱 살 빅토리아. 빅토리아가 열두 살 때, 어머니와 큰 오빠와 이모가 외출했다가 그만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셨단다. 그
이후 집안일은 빅토리아가 다 해야 했어. 집에는 아버지와 망나니 동생 세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불구자가 되어 하루 종일 휠체어에서
지내는 이모부가 있었어. 빅토리아는 이런 남자 셋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지냈어. 그런 빅토리아를 공감해주는 어머니도 없었고, 자신에게 잘 대해주던
큰 오빠 캘러머스도 이 세상에 없었어. 식구들이 있었지만 빅토리아는 늘 외로웠지. 아버지는 복숭아 과수원을 하셨어. 빅토리아는 집안일뿐만 아니라 복숭아
과수원에서 농장일도 도왔단다. 그야말로 착한 딸이었단다.
…
그 날도 술에 취한 동생 세스를
찾으러 가던 길이었어. 길을 묻는 낯선 이방인 윌슨 문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 빅토리아는 윌슨과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술 취한 세스를
부축해서 데리고 가던 빅토리아가 넘어져 발목을 다치게 되었어. 그때 윌슨이 갑자기 나타나서 빅토리아를
안아서 집까지 데려다 주었단다. 빅토리아는 더욱 가슴이 뛰었겠지. 하지만
이런 윌슨의 행동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세스는 윌슨을 공격했고,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기 직전 아버지가
농장에서 돌아오셔서 윌슨은 무사히 돌아갔단다. 사실 윌슨은 아메리칸 원주민, 인디언이었단다. 세스는 윌슨을 인디언이라면서 업신여기고 욕을 했어. 심지어 윌슨이 현상수배자라면서 그를 잡겠다고 큰 소리를 쳤단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그날 아침과 저녁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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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날
아침 우리 농가를 나설 때만 해도 나는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 내 안에 어떤 새로운 지도가 펼쳐졌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이제 비범한 소녀가 되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언젠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탐험가들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서 저 멀리 신비로운 해변의 존재를 보았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내 안에 갑작스럽게 마젤란이 등장했지만, 나는 아직 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윌의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윌이 어디서, 누구에게서
왔을지, 떠돌이라면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일지 궁금해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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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빅토리아는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윌슨이 머물고 있는 여관을 찾아갔단다. 그런데 여관에 가보니 윌슨이 인디언이라고 내쫓았다고
하더구나. 빅토리아에게는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여관 주인이었는데 말이야. 우여곡절 끝에 빅토리아는 윌슨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날 이후
그들은 비밀 사랑을 하기 시작했단다. 어느날 세스가 빅토리아의 비밀 사랑을 눈치챈 것 같았어.
그리고 얼마 후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윌슨… 밤마다 빅토리아는 윌슨을 찾아 이곳 저곳 찾아 다녔어. 그런데 며칠 뒤 마을 외곽에서 윌슨은 피부가 벗겨진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단다.
빅토리아는 울분을 토했어. 세스가 윌슨을 잡아 죽이겠다고 큰소리 친 것도 기억이 났어. 세스가 윌슨을 죽였을 것이라 생각했단다. 빅토리아는 슬퍼할 시간도
없었어. 빅토리아는 임신을 했어.
2.
집에서 점점 불어나는 배를 숨기면서
집안일을 했단다. 하지만 점점 불어나는 배를 숨길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 빅토리아는 아버지한테 편지를
남기고 가출했단다. 윌슨과 함께 지냈던 깊은 산속의 산막에 가서 지냈어. 그런 산속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무척 무서웠단다. 특히 밤에 산짐승이
들어올까, 아니면 낯선 이라도 나타나면 어찌할까…. 비상식량과
텃밭에서 나는 작물로 간신히 끼니만 때웠어. 그리고 몇 달이 지나고 혼자서 아기를 낳았단다.
힘들게 아기를 낳고 정신을 잃기도
했지만, 영혼이 된 윌슨이 보살펴주었는지 빅토리아는 몸도 회복하고 아이도 잘 자랐어. 아이의 이름은 블루라고 지었단다. 몇 주가 지나고 먹을 것이 다
떨어져서 그곳을 떠나기로 했단다. 다시 마을로 돌아오다가 우연히 소풍 나온 가족을 보았어. 젊은 부부와 블루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데리고 소풍을 온 거야. 순간적으로
빅토리아는 블루를 저 부부가 키우면 잘 키워 줄 거라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그들이 주차해 놓은 자동차
뒷좌석에 블루를 내려놓고 도망쳤단다. 슬픔과 죄책감과 안도감을 가득 안은 채 달렸단다.
그리고 자신의 이웃집 루비앨리스
집에 노크를 했단다. 루비앨리스는 노파이신데, 예전에 마을
사람들 몰래 윌슨을 숨겨주기도 하셨어. 빅토리아는 루비앨리스의 보살핌 속에 며칠 동안 지내니 몸이 회복되었어. 그리고 집에 갔어. 아무도 없었어.
한 동안 비어 있는 집처럼 보였단다. 빅토리아 방만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어. 저녁이 되자 아버지가 농장에서 돌아오셨어. 빅토리아를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셨단다. 마치 늘 빅토리아가 집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집에 세스와 이모부가 안 계셨는데 그것을 물어볼 수도 없었단다. 그
후 며칠 동안 아버지와 몇 마디 나눈 것이 전부였단다.
아버지가 피를 토하는 등 깊은
기침을 계속 하셨어. 큰 병에 걸리신 듯했어. 1949년
가을 아버지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단다. 장례식에 오신 보안관 아저씨를 통해서 빅토리아가 집을
가난 이후 일을 들을 수 있었어. 빅토리아가 사라지고 아버지는 거의 매일 빅토리아를 찾으러 돌아다니셨다고
했어. 아버지는 세스와 이모부 때문에 빅토리아가 집 나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세스를 보안관 아저씨에게
신고해서 세스를 마을에서 쫓아내 버렸고, 이모부는 이모부의 엄마에게 보내버렸단다. 이런 아버지의 속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된 빅토리아는 후회를 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구나. 아버지가 병이 생긴 것도 다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 집에
혼자 있으면서 빅토리아는 복숭아 과수원을 혼자 운영했단다.
3.
1954년 인근에 댐 공사를 한다고 했어. 그렇게 되면 빅토리아가 살고 있는 마을과 과수원은 모두 물에 잠기게 돼.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반발을 했지만, 빅토리아는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떠난 이 마을에 미련이 없어서 가장 먼저
정부에 집과 땅을 팔았단다. 이 일로 빅토리아는 마을 사람들에게 따돌림까지 당했단다. 루비앨리스만 그녀를 똑같이 대해주었어. 빅토리아는 마을에서 루비앨리스만이
유일한 친구였단다. 어느날 루비앨리스가 쓰러지셨는데, 다행히
빅토리아가 발견하여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단다.
빅토리아는 루비앨리스가 입원한
병원에 갔다가 인근에 있는 대학교에 무작정 들어갔단다. 자신의 복숭아 나무들을 이전하고 싶은데 방법을
물어보려고 했던 거야. 무작정 만난 교수님이 자신의 학교에 괴짜 식물학 교수가 있다면서 그가 도와줄
거라면서 소개해주었어. 그 교수의 이름은 그리니였어. 그리니
교수는 빅토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겠다고 했어. 어찌 보면 그것도 식물학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커다란
프로젝트이자 연구일 수 있거든. 학생들까지 동원하여 빅토리아의 복숭아들은 새로운 땅으로 이전하게 되었단다. 이제 집도 이사를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동생 세스가 찾아왔단다.
세스도 어느덧 스물두 살이었어. 빅토이라는 세스가 돈 때문에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스는 돈
때문에 온 것이 아니고, 진실을 이야기하러 왔다고 했어. 윌슨은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고, 자신의 친구가 죽인 것이라고 했어. 하지만
빅토리아는 왜 말리지 않았냐고 했고, 세스는 그 당시 상황에서 말릴 수 없다고 했어. 빅토리아는 그 친구에게 자수를 해서 죗값을 받으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죽고 이 세상에 없다고 했단다. 빅토리아는 화를 내면서 세스를 다시 내쫓았단다. 하나 밖에 없는
식구이지만 세스를 용서할 수 없었어.
…
빅토리아는 아이올라의 집을 정리하고
파오니아로 이사를 갔단다. 파오니아 생활은 친절한 이웃과 그리니 교수의 도움으로 잘 적응해갔단다. 다행히 이전한 복숭아 나무들도 건강하게 열매를 맺기 시작했어. 그렇게
혼자 생활도 적응해서 살다 보니 가슴 속 한 켠에 늘 아픔을 주는 아들이 자주 생각났어. 아들의 생일에
헤어졌던 그곳을 가보았단다. 그곳에 눈에 띄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 놓는
의식을 하면서 아들의 생일을 기념했단다. 그 이후 매년 아들의 생일에 그곳을 찾아서 돌멩이를 올려놓았단다. 1962년 아들의 13번째 생일날…
누군가 그곳을 다녀간 것 같은 흔적이 있었어. 작은 발자국들도 있었고… 빅토리아는 혹시 라는 생각을 하면 긴장을 했단다. 그리고 그 다음해도
기대를 가지고 그곳에 갔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단다.
4.
또 시간이 흘러 1970년… 아들의 생일날 그 바위에 갔다가 깜짝 놀랐단다. 비닐 봉지 안에 편지가 돌에 괴여 있었어. 빅토리아는 그 긴 편지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단다. 그 편지는 잉가 테이트라는 사람의 편지였어.
1949년 잉가는 빅토리아를 두고 간 블루를 또 다른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아들처럼 정성스럽게 키웠대. 이름은 루카스라고 짓고 자신의 친아들 맥스웰과 비슷한 달수인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쌍둥이라고 했어. 잉가의 남편 폴은 그리 성격이 좋은 이가 아니었어. 맥스웰은 그런 아빠를 쏙 빼 닮았단다. 그에 반해 루카스는 차분하고
병든 동물들도 잘 보살펴주었어. 그런데 루카스는 커가면서 피부색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어. 그래서 늘 우울해 보였단다. 잉가는 루카스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가
루카스를 처음 만난 곳을 가게 되었고, 큰 바위 위에 정돈된 돌멩이를 보게 되었단다. 그때가 빅토리아가 왔다가 작은 발자국을 봤던 그 때였단다. 그 돌멩이를
보고 잉가는 루카스의 친엄마가 이곳에 왔다고 직감했단다. 그리고는 루카스의 친엄마가 나타나서 루카스를
빼앗아 갈까 봐 걱정했단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그곳에 오지 않았어.
…
1969년 미국은 베트남과 전쟁 중이었고, 젊은이들을 전쟁에 보내려고 추첨을 했단다. 그러니까 추첨에 당첨된
사람만 군인이 되어 전쟁에 참가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그걸 생일로 결정했어. 맥스웰과 루카스는 쌍둥이라고 했으니 생일이 모두 8월 31일로 되어 있었지. 그런데 그만
8월 31일도 당첨되고 말았단다. 잉가는 슬픔에
빠져 루카스만이라도 전쟁에 나가지 않게 하려고 했어. 그러면서 루카스에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었어. 그리고 같이 병무청에 가서 루카스의 입영을 막으려고 했단다. 잉가가
두 아들 모두 군대에 간다는 소식에 이성을 조금 잃었던 것 같구나. 루카스에게 그렇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면 루카스가 좋아할까. 당연히 루카스는 충격에 빠지겠지. 루카스는
그날 바로 집을 나갔단다. 그리고 얼마 후 루카스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군에 자원입대를 했다고 했어.
…
맥스웰은 군대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신체검사에서 어렸을 때 부러진 팔 때문에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었단다. 그래서 입대가 취소되었어. 이후 맥스웰은 입대취소라는 실망에 젊은 혈기까지 어우러져 술과 약물에 빠졌어.
그러던 어느날 맥스웰은 술에 취해 토악질을 하다가 토사물에 기도가 막혀 죽고 말았단다. 아, 잉가가 너무 불쌍하구나.
장례식장에 루카스도 왔어. 잉가는 루카스에게 돌아와 달라고 애원했지만 다시 떠났단다. 루카스도
젊어서 그런지 잉가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그렇게 다시 루카스가 떠나고 나서 잉가는 루카스의
친엄마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단다. 그 편지가 바로 빅토리아가 본 편지란다.
…
빅토리아는 가장 친한 이웃 젤다에게
자신의 숨겨진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단다. 빅토리아는 젤다의 응원에 힘입어 잉가에게 연락하고 만나기로 했단다. 잉가와
빅토리아는 오랜 시절 서로 모른 채 다른 삶을 살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운명의 줄로 연결되어 있었단다. 빅토리아와
잉가는 만나 한참을 이야기했단다.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어. 그리고
일 년 뒤. 안전하게 군복무를 끝내고 돌아온 루카스 빅토리아와 잉가는 함께 루카스를 맞이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휴… 이야기를 다시 하다 보니… 그래도 많이 까먹지 않고 이야기한 것
같구나. 그렇다고 아빠가 한 이야기에 오류가 없는 것은 아니고…^^ 지은이의
데뷔작이라고는 하기에는 너무 훌륭한 작품이었어. 아빠가 서두에서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이 소설은 기대를 가득하고 읽어도 그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었을 것 같구나. 아빠가
최근 몇 달 내에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좋았단다. 바닥까지 내려갔던 주인공 빅토리아가 복숭아 나무처럼
다시 열매를 맺는 것 또한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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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416)
그랬다. 젤다의 말이 옳았다. 내 과수원이 그랬듯 나 역시 새로운 토양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뿌리째 뽑히고도 어떻게든 살아왔다. 그러나 셀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넘어지고, 무너지고, 두려움에 웅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나는 강인함은 이 어수선한 숲 바닥과 같다는 걸 배웠다.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고, 모든 걸 쓰러뜨린 폭풍이 지나가고 햇빛이 내리쬐는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최선을 희망하며 예측할 수 없는 조각들을
모아가며 성장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는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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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셸리 리드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저수지 아래 시커먼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의 끝 문장: 자갈이 깔린 물가를 따라 내딛는 우리의 발걸음을 이
땅이 단단히 붙잡아 줄 거라고, 아들도 나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내가 어머니를 그리워한 건 꽃피는 사랑에 관해 조언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날 밤 잠에 빠져드는 순간까지 내가 그토록 간절히 소원했던 건, 여자도 자기가 선택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해줄 사람이었다. 물론 어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도 내 편을 들어줬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머니를 잃은 딸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실제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머릿속에서만큼은 어머니를 확고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P66
나는 일평생 착한 딸로 살아왔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며, 어른들을 공경했다. 성경책을 읽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복숭아를 수확할 때면 얇디얇은 유리 공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비틀어 따서 부셸 바구니 안에 살포시 담았다. 항상 집 안을 쓸고 닦았고, 남자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끼니를 챙겼고, 빨래를 깔끔하게 정돈했고, 빈틈없이 농장을 관리했다.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내 울음소리가 침실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늘 조심했다. 어머니 없이 살아가는 방법도 오롯이 혼자 힘으로 깨우쳤다. 그렇게 착한 딸로 살던 내가 노스 로라와 메인 스트리트 모퉁이에서 우연히 마주친 꾀죄죄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단 한 번의 폭풍우가 강둑을 무너뜨리고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버리듯 한 소녀의 인생에 닥친 단 하나의 사건은 이전의 삶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 P164
거대하고 신비로운 태피스트리로 장식된 숲속의 집에서 잠을 청할 때문 숲의 심장이 뛰는 소리, 주변의 무수한 생명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나와 함께 호흡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밤이 두렵지 않은 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 P188
세스는 나를 쳐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칠 대로 지친 데다 괴로워하는 얼굴이 그를 스물두 살이 아니라 여든 살의 노인으로 보이게 했다. 세스의 얼굴이 너무 슬퍼 보여서 순간 나는 한때 동생을 아꼈던 어린 누나의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두려움과 혼란을 풀어내고 애틋함만 남기고 싶었다. 동생을 구해주고 싶었다. 동생의 악함과 세상의 악함을 내 선한 행동으로 상쇄하고 싶었다. 나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내 안에 있었다고, 그러니 네 안에도 생각지 못한 면이 존재할 거라고 세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 P277
긴 진입로를 벗어나는 내내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다. 그러나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트럭을 세우고 밖으로 나와 나를 만들어준 이 공간을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야 트럭으로 돌아와 차를 몰았다. 나는 과거를 뒤로하고 새롭게 출발할 것이었다. 나는 기적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토양이 충분히 강인하기만을 바랐다. 뿌리채 뽑힌 내 나무들이 새로운 곳에서 온갖 역경을 견디고 살아남는다면, 빌어먹을 온갖 불행이 닥치더라도 나 역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P284
초여름 빗물로 불어난 하얀 강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강물은 자신의 운명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듯 매우 아름다웠다. 곧 저수지가 될 거니슨강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댐이 건설되고 거니슨강 하류에 수문이 개방되어도, 지금 흐르는 강물의 일부는 변함없이 아래로 흘러갈 거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느리더라도,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아무리 적은 양이더라도 강물은 어떻게든 물길을 찾아내 꾸준히 흐를 것이다. 그러면, 노스포크강을 따라 새로운 삶을 꾸린 나는 그 반대편에서 흐르는 강물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P322
서늘한 소나무 그늘에 앉았다. 바닥에 손을 뻗어 잡히는 대로 흙 두 줌을 퍼 올렸다. 퍼 올린 흙에는 시커먼 흙, 솔잎, 조약돌, 잔가지, 나뭇잎, 자그마한 달팽이 껍데기, 솜처럼 하얀 깃털이 들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탄생, 성장, 그리고 죽음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 쓰러진 나무 사이로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 모든 굴곡을 이겨내고 틈을 뚫고 빛을 향해 쭉쭉 뻗어 나간 생명들을 둘러보았다. 숲에 깃든 태곳적 혜안은 너무 깊고 복잡해 오롯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게 꼭 필요했던 지혜를 다시금 떠올릴 만큼은 헤아릴 수 있었다. 숲은 내게 말했다.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이라고. -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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