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걸 -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디아 무라드 지음, 제나 크라제스키 엮음, 공경희 옮김, 아말 클루니 서문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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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그마한 지구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단다. 그 전쟁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준단다. 특히 여성이나 아이들과 같은 이들은 전쟁에 더욱 고통을 받게 된단다. 지구 상에는 여러 분쟁 지구가 있는데, 그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 중에 하나가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 지역이란다.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이슬람 전체에 대한 이미지도 실추되었고, 그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단다.

오늘 너희들에게 소개해줄 책은 그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큰 아픔과 고통 속에서 살다가 탈출에 성공한 이후 여성 인권 운동과 IS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는 나디아 무라드라는 사람의 자서전이란다. 나디아 무라드는 두 번째 최연소 수상자로 2018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어. 평화롭고 조용한 이라크의 시골 마을에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읽는 내내 가슴 아프고 답답했단다. 나디아 무라드의 가족, 친구들을 고통 속에 빠뜨린 이들은 IS라는 사람들인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IS Islamic State의 약자로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로도 부른단다. 이 책에서도 IS ISISI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단다. 아빠는 철자가 짧은 IS라고 할게. IS라는 조직은 책에 설명이 되어 있으니 그걸 참고하는 것이 낫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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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2003년 국제 테러 조직 알 케에다의 이라크 하부 조직에서 출발해,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시리아로 거점을 옮겨 활동하였으며 세력을 넓혔다. 급진 수니파 무장 단체로, 집단 학살과 잔인한 테러를 일삼았다. ISIS IS(Islamic State)가 그들 스스로 국가 수립을 선언하기 이전의 이름이다. 2019년 현재 IS는 대부분 와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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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지은이 나디아 무라드의 이야기를 해볼게.

 

1.

나디아가 살고 있는 곳은 이라크 북쪽의 코초라는 작은 야지디 마을이란다. 야지디란 이라크 모술 지역과 터키 디야르바기르 지역, 이란의 일부 지역, 아르메니아 등지에 분포된 종교로써,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유대교, 네스토리우스 파의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도적인 요소가 혼합된 종교라고 하는구나. 나디아가 살고 있는 코초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야지디를 믿고 있었어. 코초 사람들의 언어는 쿠드르어를 사용했으며, 종파 유지를 위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결혼하지 않았대. 종파 유지를 위해 다산을 장려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나디아도 11남매 중 막내로 1993년에 태어났단다. 나디아의 아버지는 첫 번째 부인과 네 남매를 낳았고 나디아의 어머니와 열한 남매를 낳았단다.

야지디가 정통 이슬람교가 아니다 보니, 이웃한 다른 종파들로부터 탄압을 받기도 했는데, 특히 수니파 아랍족이 그들을 많이 탄압했다는구나. 코초 마을이 이라크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라크 북쪽은 늘 전쟁과 끊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여러 민족과 종교의 종파들이 이웃하고 살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아빠가 예전에 읽은 김영미 님의 <세상의 왜 싸우는가>라는 책에서 알게 된 것인데 쿠르드 족이 살고 있는 땅이 엄청 큰데 중동 여러 나라에 걸쳐 있고, 그들이 독립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했어.

국경이 불분명하던 중동 지역을 서양 열강이 자기 마음으로 국경을 긋다가 쿠르드 족을 여러 나라에게 속하게 국경을 긋는 바람에 생긴 문제라고 했어. 그때 쿠르드 족을 하나의 나라로 인정하는 국경을 그었다면 나았을 텐데 지금 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단다. 쿠르드 족은 쿠르드 족대로 독립 운동을 할 수 밖에 없고 말이야. 이라크는 한때 수니파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 지배했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에는 시아파로 지배를 하고 있었어. 아무튼 코초 마을이 있는 이라크 북쪽 지역은 상황이 늘 복잡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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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코초의 북동쪽, 쿠르드 자치구의 남쪽 경계에는 아랍인과 쿠르드 인에 이어 제3의 민족인 투르크멘족이 산다. 무슬림은 투르크멘족 역시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뉜다. 기독교인들은-그중 아시리아인, 칼데아인, 아르메니아인-나라 전역, 특히 니네베 평원을 흩어져 산다. 기타 지역에는 아프리카인과 같은 마쉬 아랍족을 비롯해 카카이, 샤박, 로마니, 만다야 같은 소수 집단이 산다. 바그다드 인근 어딘가에는 아직도 이라크의 유대인 집단이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고 들었다. 이라크의 종교와 민족을 두고서는 다양한 구분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쿠르드족은 수니파 무슬림이지만, 그들은 쿠르드족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야지디의 경우는 종교를 믿는 이들이 그 자체로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의 이라크 아랍족은 시아파나 수니파 무슬림이다. 이러한 복잡한 구분들이 오랜 세월 수많은 분쟁을 야기해 왔다. 이런 세세한 이야기는 이라크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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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의 집안 이야기를 다시 해줄게. 나디아의 아버지가 나중에 후처를 들인 후 어머니와 식구들을 버렸대. 그렇다 보니 나디아의 어머니와 아이들은 가난하게 살았다고 하는구나. 2003년에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이후는 더욱 생활이 궁핍해졌지만, 나디아의 어머니가 그 많은 아이들을 돌보며 어찌어찌 꾸려나갔단다. 나디아의 식구들은 가난했지만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냈어. 나디아가 어렸을 때 코초 마을도 개방이 조금씩 되어 텔레비전, 세탁기 등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서구 세계와도 조금씩 교류를 하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수니파 사담 후세인이 정권을 잡은 이후 쿠르드 지역을 포함한 이라크 북쪽 지역에 강력한 탄압이 이어졌어.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는 2003년까지 이어졌단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했을 때 쿠르드 지역에서는 해방이라고 이야기를 했어. 야지디 사회도 안정을 되찾고 외부와 교류도 하게 되었단다. 한편 정권을 잃어버린 수니파는 조금씩 반항군을 조직하였는데, 그 조직이 점점 커져서 나중에 IS가 되었단다.

 

2.

2009년 미국은 이라크에서 철수를 했어. 미국이 철수하자마자 힘을 키워오던 IS가 쿠르드 지역을 점령하게 되었지. 그들의 침략은 예견되어 있어서 나디아가 살고 있는 코초 마을 사람들도 도망갈 기회가 있었어. 하지만 쿠르드 자치 정부에서 그들이 방어하겠다면서 그냥 있으라고 권고했지. 그런데 어느날 쿠르드 지역의 사람들 대부분 도망을 가 버렸고, 야지디 사람들만 그대로 남겨져 있다가 IS에게 점령당하고 말았어. IS는 이라크 북부 주요 도시인 모술을 점령하고 야지디 마을들을 모두 포위했는데 나디아 살고 있는 코초 마을도 포위되었어. 외부와 모든 것이 단절된 코초 마을은 먹는 것도 부족한 상태에서 미국이든 쿠르드든 구조만 기다리는 상황이었어.

하지만, 미국과 쿠르드 모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어. 굶주려 죽는 사람도 생겼고, 탈출하다가 잡혀 죽는 사람도 생겼어. 점령군이 야지디 마을들로 들어와서, 젊은 남자들만 모아서 데리고 갔는데 그들은 모두 총살 당했단다. 나디아 오빠들 중 두 명이 그렇게 죽고 말았어. 다른 오빠 중에는 총상을 입고 죽은 척하고 있다가 밤중이 되어서 산으로 도망을 간 오빠도 있었어. IS는 여자들과 아이들은 따로 모아 감금했는데, 며칠 뒤 젊은 여자들을 데리고 모술로 데리고 갔어. 가는 길에 성추행을 당하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되어 나디아는 항의했다가 뺨만 맞고 말았단다. 더 심한 것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나디아와 여자들은 어떤 곳에 갇히게 되었는데 그곳에 먼저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어. 강간 당하고 IS의 간부들에게 성노예로 끌려간다는 거야. 이것이 21세기에 있을 법한 이야기란 말인가. 나디아는 성노예로 살 바에는 자살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자살을 생각했다가 살아서 도망갈 계획을 세우기로 했단다. 하지만 쉽지 않았어. 나디아는 조카인 캐서린, 니스린, 로지안과 올케 질란이 함께 있었는데, 그들은 얼마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단다. 모두 성노예로 팔려가게 되고, 나디아도 하지 살만이라는 사람에게 팔려갔어. 나디아는 하지 살만에게 강간과 폭행을 당해야 했어. IS에게는 양심도 없고 인권도 없고 윤리도 없었어.

나디아는 혼자 있는 기회를 틈타 도망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단다. 실패에 대한 대가는 너무 컸어. 경비대 3명에게 성폭력을 당하게 하고, 다시 다른 IS 사람에게 팔려갔단다. IS 사람들을 다에시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책에서 다에시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단다. 그 이후로도 계속 다른 다에시로 팔려 다니는 나디아한 명쯤은 나디아를 불쌍히 여길 만도 한데, 다에시들은 모두 짐승 같은 놈들이었어. 나디아는 다시 도망을 시도했어.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나디아는 신에 운명을 맡긴다는 생각으로 아무 집이나 노크를 했어.

 

3.

열린 문으로 들어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도와달라고 애원을 했어. 그 집은 수니파 집안이었지만, 심성이 모두 착한 사람들이었단다. 자신의 지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디아를 숨겨주고 도망가는데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 집은 히샴이라는 사람이 가장이었는데, 히샴의 도움으로 외국에 있는 큰 오빠 헤즈니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어. 헤즈니와 도움으로 탈출하게 되면 만나는 장소를 잡았단다. 그런데 그곳까지 나디아 혼자 가기는 너무 위험했어. 나디아는 도망자 신분으로 수배령도 내려진 상태였거든. 검문소마다 사진도 붙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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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지난 3년간 야지디 여자들이 ISIS에게 잡혀 성 노예가 된 사연을 많이 들었다. 대부분 같은 폭력을 겪은 피해자들이었다. 우린 시장에서 판매되거나, 신병 혹은 고위 지휘관에게 선물로 건네졌다. 그러면 그의 집으로 끌려가서 강간당하고 모욕을 받았으며, 대부분 폭행당했다. 그런 뒤에는 다시 팔리거나 선물로 건네져서 강간과 폭행을 당하고, 또다시 팔리거나 선물로 건네져 강간과 폭행을 당했다. 쓸모가 다하고 죽기 전까지 이런 식이었다. 탈출을 시도하면 지독한 벌을 받았다. 하지 살만의 경고처럼 ISIS는 검문소에 우리 사진을 붙였고, 모술 주민들은 노예를 가까운 IS 센터에 신고하라고 지시받았다. 그러면 5,000달러를 보상금으로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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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샴의 큰아들 나세르가 탈출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어. 나디아와 부부 사이로 위장을 하고 나디아의 친정집에 가는 것으로 말을 맞췄어. 나세르 또한 이것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었단다. 드디어 그들의 탈출이 시작되었단다. 가장 힘든 관문은 모술 밖으로 나는 것이었어. 모술 밖으로 나가는 모든 차들에 대해서 검문을 하는데 무척 자세히 조사를 했어. 몇 개의 검문소를 지나는데, 읽는 아빠도 조마조마하더구나. 마지막 검문소에서 모술 밖의 수니파 사람 중에 신원을 보증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어. 네사르는 아버지의 친구분이 생각이 났단다. 그 아버지의 친구와 통화가 되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어.

모술을 통과한 이후에도 방심하지 않고 여러 번 택시를 갈아 타고 안전 지역인 쿠르디스탄에 드디어 도착을 했단다. 그곳에서 조카 사바와 만났어. 그곳까지 목숨을 걸고 도와주었던 네사르는 이제 다시 모술로 돌아가야 했어. 나중에 알게 된 소식으로는, IS가 네사르가 나디아를 도와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체포되었다고 했어. 그 이후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하고네사르는 부디 안전해야 할 텐데, IS의 지금껏 만행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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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왜 나세르는 선량한데 모술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리 잔인했는지 모르겠다. 마음 깊이 선량한 사람이라면 IS 근거지에서 나고 자라도 여전히 선량한 것 같다. 강제 개종을 당해도 내가 그 종교를 믿지 않고 여전히 야지디인 것처럼. 그런 인품은 내면에 달려 있다. 내가 나세르에게 말했다. “조심해요. 몸을 잘 챙기고, 가능한 범죄자들과 멀리 지내요. , 헤즈니의 전화번호를 받아요.” 나는 헤즈니의 휴대폰 번호를 적은 쪽지와 그의 가족이 내준 택시비를 내밀었다. “언제라도 헤즈니에게 전해도 돼요. 내게 베푼 은혜를 잊지 않을게요. 당신은 제 목숨을 구해줬어요.”

그가 말했다. “행복하게 살기 바라요, 나디아. 지금부터 쭉 멋진 인생을 살아요. 우리 가족은 당신 같은 사람들을 도우려고 애쓸 거예요. 모술에서 탈출하려는 여자들을 알게 되면 우리에게 전화해요. 우리가 도와주려고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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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는 난민캠프에 도축을 해서 살아있는 식구들을 하나둘 만나게 되었고, 그 동안 몰랐던 식구들의 소식도 듣게 되었어. 그 소식 중에는 나디아의 어머니의 죽음 소식도 있었단다.  IS에 의해 총살 당하셨다고 했어. 정말 나쁜 놈들이구나. 나디아와 함께 성노예로 잡혀 있던 캐서린이 몇 번의 도망 실패 뒤에 성공하여 난민 캠프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하지만, 그만 오는 길에 지뢰를 밞아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정말 가슴 아픈 소식이었어.

….

독일 정부는 나디아 같은 IS의 성노예였던 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 나디아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독일로 왔다가 유학을 하게 되었단다. 그 후 나디아는 여성 인권 활동가가 되어 활동하였단다. UN 등에서도 야지디의 성노예 희생자들에 대해 알라고, IS의 만행을 폭로하는 등 활동을 했단다. 지금도 계속 그런 일을 하실 것 같구나. 이 책의 제목이 <더 라스트 걸>인 이유는 나디아의 연설 속 일부를 따 온 것이란다. 자신 같은 사람이 자신으로 마지막이길 바라는 연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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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나는 간단히 연설했다. 내 사연을 말한 다음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연설을 잘하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든 야지디는 ISIS가 집단 학살 죄로 기소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청중들은 세계의 약한 자들이 보호받도록 도울 만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난 우릴 유린한 남자들의 눈을 똑바로 보고, 그들이 벌받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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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정당한 폭력은 있을 수 없단다. 전쟁은 더욱 정당할 수 없단다. 일부 극단주의자들과 무능한 지도자들에 의해 전쟁은 일어나는데 그런 전쟁이 오늘날에게 끊이지 않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구나. 하기야 우리 나라도 우파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전쟁의 위험 지수가 올라가니 남 탓을 할 때가 아니구나. 그러니 선거를 잘 해야 하는데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때가 많구나.

이 책의 지은이 나디아 무라드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악몽처럼 보냈는데, 이제라도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았으면 좋겠구나. 많은 가족들과 친구들을 잃은 슬픔이 쉽게 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남겨진 가족들과 새로 만난 친구들과 희망을 만들어가길 바래 본다.

오늘은 이만 할까?

 

PS,

책의 첫 문장: 코초는 이라크 북쪽 지역에 있는 작은 야지디 마을로,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이고 최근까지 평생 살 줄 알았던 곳이다.

책의 끝 문장: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삶은 흘러간다. 이라크인, 특히 야지디족 같은 소수 부족들은 새로운 위협에 잘 적응했다. 무너지는 나라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 적응이라 하면 때론 아주 소소한 일들을 뜻한다. 우리는 꿈의 크기를 줄였다. 학교를 졸업하는 것, 농사일을 그만두고 덜 힘든 일을 하는 것, 제때 결혼식을 하는 것 같은 바람들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꿈은 이룰 수 없었다고 쉽사리 자신을 설득했다. 이따금 적응은 아무도 모르게 차츰 이루어졌다. 학교에서 무슬림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멈추었고, 낯선 이가 마을을 지나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또 공격과 관련된 TV 뉴스를 보면서 정세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혹은 입 다물고 지내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고 아예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기도 했다. 매번 공격이 있을 때마다 남자들은 시리아에 면한 서쪽에서 시작해 코초 외곽 장벽을 연장했다. 어느 날 깨어 보니 성벽이 마을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었다. 그래도 불안해서 남자들은 마을 주변에 참호를 팠다. - P26

어린 시절 나는 내 나라가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제재와 전쟁, 극악한 정치, 점령 등이 일어나는 행성 같았고, 이런 상황 속에서 이웃들은 서로 등을 돌려 버렸다. 이라크 북단은 쿠르드족이 독립을 원하는 지역이었다. 남쪽은 주로 시아파 무슬림들의 본거지였는데, 이들이 종교와 정치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중부에는 수니파 아랍족이 있다. 이들은 한때 수니파 대통령 사담 후세인과 함께 주(州)를 지배했던 적도 있었으나, 이라크 침공 이후 지금은 시아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라크에 저항하는 세력이 되었다. - P49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ISIS의 눈에 뛸까 봐 집 안에만 있었고, 그렇게 코초의 삶은 정지되었다. 마을 사람들과 떨어져서 지내니 이상했다. 코초는 밤늦도록 남의 집에서 친구들과 식사하고, 옥상에서 이웃끼리 떠들다 자는 일이 일상인 동네였다. 그러나 ISIS가 포위한 뒤로는 잠에 바로 옆에 누운 사람과 소곤대는 것과 위험해 보였다. 우린 최대한 눈에 안 띄려 했다. 그러면 ISIS가 우리를 잊기라도 할 것처럼. 점점 뼈만 남게 말라 가는 것도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법 같았다. 곡기를 끊으면 결국 투명인간이라도 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친척들은 살피러 가거나, 물품을 가지러 가거나, 아픈 사람을 도우러 갈 때만 집을 나섰다. 그때도 빗자루를 피해 달아나는 벌레들처럼 늘 피할 곳이 있는 쪽으로 잽싸게 걸었다. - P102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야지디에서는 종교 지도자층의 일원을 종교적인 의미의 형제자매로 삼는다. 그들은 종교를 가르치고 내세에서 우릴 도와준다. 나의 자매는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고 아름다웠으며 야지디 교리를 매우 잘 알았다. 그녀는 한 번 결혼했다가 이혼을 했고, 친정에 돌아와 살면서 신과 종교에 자신을 바쳤다. 나의 자매는 ISIS가 집 가까이 오기 전에 탈출하여, 독일에서 안전하게 지냈다. 이런 형제나 자매의 가장 중요한 소임은 우리가 죽은 뒤 신과 타우시 멜렉 곁에 앉아 우리를 변호하는 일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자는 제가 생전에 알던 사람입니다. 영혼이 지상으로 돌아갈 자격이 있는, 선량한 사람입니다." - P148

난 떨면서 연설문을 낭독했다. 어떻게 코초가 점령당하고 나 같은 여자들이 사비야로 끌려갔는지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어떻게 반복해서 강간과 폭행을 당하다 결국 탈출했는지 설명했다. 오빠들이 살해당한 이야기도 전했다. 청중은 조용히 경청했다. 연설이 끝나고 나서, 나중에 한 터키 여성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 오빠 알리도 살해됐어요. 그 일로 온 가족이 충격에 빠졌어요. 어떻게 한꺼번에 오빠 여섯을 잃고 버틸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우리보다 더 많은 가족을 잃은 집도 있어요." 내가 말했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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