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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최은영 님의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었단다. 최은영 님의 책은 그 전에 <쇼코의 미소>와 <밝은 밤>을
읽었는데, 둘 다 좋았지만 아빠는 특히 장편인 <밝은
밤>이 아주 좋았단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아빠는
단편보다는 장편 체질은 것 같아. 이번에 읽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지은이가 최은영 님이라고 고른 책인데, 책
앞 표지에 “최은영 소설집”이 아니고 “최은영 소설”이라고 써 있어서 아빠는 장편 소설인줄 알았단다. 하지만 이 책은 중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더구나. 이 경우 보통 “소설집”이라는 적는데, 그냥
소설로만 적혀 있네. 비록 장편은 아니었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단다. 표제작인 <아주
희미한 빛이라도>는 2020년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품이었다고 해서, 아빠 독서이력을 찾아보니
2020년에 읽었던 작품이더구나. 당시 써 놓은 독서편지를
보니 내용도 생생히 기억나더구나. 그런데 제목은 기억나지 않았던 거구나. 저질 기억력이구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다시 읽어봤는데, 2009년 용산 사건과 그 시대를 살았던 두 젊은이의 우정을 잘 접목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 같구나. 이 소설의 이야기는 2020년에 이야기했으니
패스할게.
1.
<몫>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도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짧은 소설이라서 그런지 이번 소설집에도 포함을 시켰구나. 해진과 정윤은 같은 학교 대학신문사 선후배 사이였단다. 정윤이 선배이고, 해진이 후배였어. 해진이 졸업한 지도 오래되었는데 오랜만에 모교에
갔다가 오랜만에 정윤을 우연히 만났어. 정윤과 대학신문사 편집부 선배 용욱의 결혼식 때 보고 처음이었어. 그러면서 해진은 옛 생각이 떠올랐단다. 대학교 일학년이었던 해진은
무턱대고 대학신문사에 지원해서 최종 합격 두 명에 포함되었어. 나머지 한 명은 글쓰기를 무척 잘하는
희영이었어.
희영이는 여성 문제를 주로 기사로
썼단다. 그것 때문에 남자 선배들이 싫어하기도 했어. 해진과
희영은 함께 주제 조사도 했는데, 희영이 고른 여성 문제로 가정 폭력에 대해 조사를 했단다. 그러면서 직접 여성 인권 집회에도 참가했어. 희영이 계속된 여성 문제를 기사를 쓰다 보니, 정윤 선배도 희영
의견에 반대하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단다. 3학년이 되어서 희영은 대학신문사를 그만 두었고, 졸업 후 여성인권 사회운동가가 되어 활동을 했단다.
희영은 자신의 주관이 뚜렷했단다. 생각해 보면 대학교 일학년이면 이제 고등학교 갓 졸업했을 때인데 그때부터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 바를 알았던
것 같아. 반면, 해진은 대학 신입생 때 글쓰기도 서툴러서
대학신문사 편집부 일을 힘들어 있는데, 해가 거듭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졸업하고는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정식 기자까지 되었단다. 안타깝게도
사회운동가를 하던 희영은 병에 걸려 39살 짧은 삶을 마감한단다.
이 소설의 제목을 왜 <몫>으로 했을까? 사람마다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 있다는 것을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이 소설은 대학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그런지 읽을 때 아빠의 그 시절 친구들이 생각나더구나.
2.
<일년>
세 번째 작품은 <일년>이라는 작품이란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지수는 8년만에 다희를 우연히 만났단다. 8년 전, 27살인 지수는 한 회사의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고, 다희는 인턴으로 그 회사에 들어왔단다. 사는 곳에 같은 근방이고
해서 같이 카풀을 하게 되었는데 지방출장도 같이 가곤 했어. 둘이 친해지긴 했는데, 성격은 전혀 다른 성격이었어. 지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다희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활발해 보였어.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
있다 보니 지수도 어느 날은 자신의 속마음도 이야기를 했어. 그렇게 성격이 물과 기름처럼 다르지만 서로
섞여서 또 다른 좋은 물질을 만들 수 있었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다희는 인턴 이후 정규직에서 떨어졌단다.
보통 그렇게 친하게 되었다면
회사에 떨어져도 가끔 연락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빠도 퇴사한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안
하는 것을 보니, 연락이 끊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8년
만에 병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안부를 전하고, 그 이후로도 병원에서 몇 번 만났지만 지수가 퇴원하면서
또 연락은 끊기게 되었단다. 지수 성격에 굳이 연락처를 물어볼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아빠와 참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를 소설 속에 만난 것 같더구나…^^
3.
<답신>
이 소설도 참 좋고도 안타깝더구나. ‘나’가 언니의 딸 조카에서 보내는 편지 형식이란다. 그런데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더구나. ‘나’는 4살 때,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 때문에 엄마는 도망을 하고, 3살 많은 언니와
‘나’는 고모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되었단다. 언니는 고등학생 때 못된 학교 교련 선생님을 만나 추행을 당하면서도 계속 그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졸업 후까지 그 선생님을 만나 21살에 그만 임신을 하게 되었어. 교련 선생님은 마지못해 결혼한다는 식으로 티를 내면서 언니와 결혼했어.
형부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단다. 언니를 종처럼 부려먹었어. ‘나’가
언니 집에 몇 번 놀러 가서도 그런 모습을 보게 되어 ‘나’는
언니에게 뭐라 했더니 언니는 형부를 감싸는데 급급했어. 형부 때문에 언니 집에 가지 않았는데, 사랑스러운 조카가 태어나고는 안 갈 수가 없었단다. 너무 사랑스러운
조카를 보기 위해서…
‘나’는 호텔 식당에
취직을 했는데, 그 호텔에서 우연히 형부를 보았어. 어떤
여고생과 함께 있는 형부를 말이야. 화가 난 ‘나’는 형부에게 가서 따지듯 이야기하고 여고생과 따로 둘이 만나 공감해주면서도 충고도 해주었단다. 얼마 후 형부의 학교에서는 형부와 그 학생에 대한 조사를 했대. 형부는
당연히 ‘나’가 신고했다고 생각을 했어. 화가 난 형부는 ‘나’를
찾아와 폭력을 휘둘렀어. 언니에게 이야기했지만 언니도 ‘나’를 믿지 않았어. 언니는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는 것 같았어. 어느날 언니가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형부는 언니가 대준 대학교
학비를 왜 주었냐고 언니를 폭행했단다.
보고만 있을 수 없던 ‘나’는 형부를 폭행했는데 형부가 크게 다치게 되었어. 재판에서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고 하는 언니가 형부 편을 드는 바람에, ‘나’는 실형을 받고 감옥까지 가게 되었어. 몇 년 뒤 출소를 했지만 언니의
연락은 없었어. 8년 뒤에 고모할머니의 장례식 때 언니를 잠깐 보고 또 연락이 끊겼어. 이젠 언니가 어디서 사는지도 모르고, 조카가 얼마나 컸는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도 몰랐단다. 어느덧 23살이 된 조카. 조카의 23살 생일 날, ‘나’가 조카에서 편지를 썼단다. 그 편지 전문이 이 소설이란다. 보낼 수 없는 편지, 받을 수 없는 편지.. 어린 시절 그렇게 사랑스러웠던 조카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는데, 언젠가는 다시 꼭 만났으면 좋겠구나.
4.
<파종>
민주가 8살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15살 많은 오빠 민혁이 민주를
키웠단다. 오빠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자란 민주는 결혼까지 했지만 딸 소리가 5다섯살 때 이혼을 하고 말았어. 실패한 결혼이라고 할 수 있지. 이혼을 한 민주는 딸 소리를 데리고 여전히 혼자 살고 있는 오빠의 집으로 들어와 같이 살게 되었단다. 소리는 삼촌을 잘 따르고 텃밭도 함께 가꾸며 나름 행복하게 지냈단다. 그런데
민혁은 소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만 병으로 죽고 말았어. 민혁이
죽고 시점이 소리가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시점이라서 더 충격이 컸을 것 같구나.
중학생 이후 소리와 민주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어. 고등학생이 된 소리를 자주 자퇴하고 싶다는 말을 했단다. 민주와 딸 소리의 갈등의 원인은 민혁의 부재로부터 시작되었던 거야. 둘은
처음으로 둘이 텃밭에 가서 밭을 일구고 파종을 하면서 다시 예전처럼 친해졌단다. 민혁이 죽은 이후 한
번도 가지 않았었거든. 파종이 또 하나의 생명을 싹 틔우는 시작이듯이 민주와 소리의 관계가 새롭게 싹을
틔어 값진 열매를 맺기를… 하늘에 있는 민혁 삼촌이 크게 미소 지을 수 있게…
5.
<이모에게>
희진은 엄마가 23살 때 태어났단다. 희진의 엄마에게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가
있었어. 22살 차이였어. 희진이 태어났을 때 이모는 혼자
살고 계셨는데, 희진의 엄마와 아빠가 맞벌이라서 이모는 희진의 집에 들어와 살면서 희진을 보살펴주었단다. 그러니까 희진은 엄마 아빠보다 이모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 밖에
이모와 함께 나가면 할머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그런데 엄마가 희진을 낳은 후 유산을 여섯 번이나
했단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임신을 하면 위험하니 임신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희진의 아빠는 계속 둘째를 원했어.
희진의 아빠는 권위주의로 만들어진
사람 같았어. 서울대까지 나와서 지 잘난 줄만 알았지, 집안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사업을 하다고 계속 망해서 집안 사정도 안 좋아졌어. 그러자 처형, 그러니까 희진의 이모와도 갈등이 쌓였어. 결국 희진이 고등학생 때 이모는 집을 나가 독립하셨단다. 희진이
그렇게 반대를 했지만 아빠와 이모의 골은 너무 깊었어. 이때 이모는 마음을 굳혔는지 희진이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냉정하게 집을 나갔단다.
희진의 아빠도 사업이 망해서
열세 평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단다. 희진은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서 소위로 임관하고 나서 25살에 7년만에 이모를 만났단다. 이모가
냉정하게 집을 떠나서 한동안 희진도 이모에게 삐쳐 있었거든. 다시 이모를 만나고 나서 그 이후에는 일년에
한두 번씩 이모를 만났어. 그리고 79살이 된 이모는 뇌졸중에
걸리셨고, 엄마가 이모 집에 들어가서 보살펴주셨지만 결국 이모는 그렇게 돌아가셨단다. 희진의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채워주셨던 이모. 이모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이 소설 또한 가슴 먹먹해짐이 느껴졌단다.
6.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마지막 소설은 기남이 딸 우경의
가족을 만나러 홍콩으로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단다. 기남의 가족 구성원을 먼저 이야기를 해주어야겠구나. 우경은 기남의 둘째 딸이고, 첫째 딸은 진경이었단다. 진경은 박사까지 땄지만 알코올 중독이 있었어. 동생 우경과 그리
친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알고 보니 진경은 기남의 친딸이 아니었단다.
기남은 진경의 계모였단다. 기남은 어렸을 때 버림을 받고 이집 저집에서 식모로 일하면서
자랐는데, 남편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애가 있는 유부남이었어. 기남이
남편과 살기 시작했을 때 진경은 다섯 살이었단다. 그리고 우경이 태어났는데 진경보다 여덟 살이 어리단다.
진경은 커서 미국 교포인 제임스와
결혼하여 미국에 살다가 이번에 회사 때문에 홍콩으로 이사를 와서 기남이 우경 식구를 만나러 가게 된 거야. 그런데
기남은 진경보다 오히려 친딸인 우경의 눈치를 더 보는 것 같았어. 홍콩에서 지내는 것도 불편했고, 자신의 실수로 인해 우경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싫었어. 그런 모습이
손자 마이클에게도 보였는지, 마이클이 기남에게 와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를 했단다. 소설 속에서는 기남의 노년 생활만 짧게 그려졌지만, 기남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훤히 보이는 듯 하구나. 진경이 비록 친딸이 아니지만,
사랑을 다 주면서 키웠을 것 같구나. 진경이 기남에게 자신의 엄마여서 좋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둘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 알기에 코끝을 찡하게 하더구나.
….
이렇게 이 책에 나온 소설들을
급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모든 소설들이 따뜻함으로 덮여 있고 그 안에 사랑과 정(情)이 있는 것 같았단다. 바쁘게
돌아가는 이 세상, 스마트폰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보드라운 이불 같은 소설들… 아주 좋았단다. 최은영 님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해봐야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녀의 수업은 금요일 오후 세시 삼십분에 시작했다.
책의 끝 문장: 그 작고 연약한 순간이 아직은 자신을 떠나지 않았음을
바라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글이나 번역서를 찾을 수 없었다. 구 년 전의 내 눈에는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강해 보였던 그녀가 어디에도 자리잡지 못하고, 글이나 공부와 무관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때로는 나를 얼어붙게 한다. 나는 나아갈 수 있을까.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 머물렀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떠나게 된 숱한 사람들처럼 나 또한 그렇게 사라질까. 이 질문에 나는 온전한 긍정도, 온전한 부정도 할 수 없다. 나는 불안하지 않았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 P43
다희의 눈썹. 다희가 얘기할 때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눈썹을 보면서, 사람에게 눈썹이라는 게 있었구나. 눈썹이라는 게 꼭 마음과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그리고 사실 그녀는 귤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도. 그렇게 껍질을 까서 하나하나 손바닥에 올려주던 마음이 고마워서 그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고, 결국엔 귤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도. 다희가 더 깊은 이야기를 할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는 말도. 사람들은 때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털어놓고는 상대가 자신의 진심을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상대를 증오하기도 하니까. 애초에 그녀는 깊은 이야기를 할수록 서로 가까워진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는 말도. 그렇지만 다희가 그녀로 하여금 말하게 했고, 그 사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말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서 멀어지지 말라고 싶었다는 사실도. 하지만 그녀는 그중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 P120
부끄러움. 마이클의 말이 맞았다. 기남은 부끄러웠다. 우경의 눈에 비칠 자신의 모습이, 그애가 오래전 자신을 멀리 떠난 일이, 진경의 알코올중독이, 두 아이가 결국 화해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른 사실이…… 기남은 부끄러웠다. 남편에게 단 한 번도 맞서지 못하고 살았던 시간이, 그런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자란 것이…… 기남은 부끄러웠다. 부모에게 단 한순간도 사랑받지 못했던 자신의 존재가, 하지만 그 사랑을 끝내 희망했던 마음이…… 기남은 이 모든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다. 부끄러워서. 기남은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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